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499화 (499/653)

역사의 배후(3)

“손은 대체 왜….”

테레지아가 서둘러 상민의 깍지 위에 올린 손을 뺐다.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다.

상민은 일단 억울함을 토로했다.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비록 그가 끓어 넘치는 호르몬 탓인지, 혹은 기나긴 세월에 대한 외로움 탓인지 새로운 인연을 자주 만나긴 했지만, 그것은 철저히 자신의 의사에 기반하여 선택한 결정이었다. 반면 지금 이것은 반쯤 강요였다.

한 명 빼고는. 하지만 그 한 명도 나중에는 결국 잘되었….

“루크레치아의 전례에서 영감을 얻었구나. 그렇지?”

“…….”

“이 미련한 것아. 네 딸이 그러고 행복할 것 같으냐? 이건 어미로서 몹쓸 짓이야.”

상민은 한탄하듯 말했다. 루크레치아는 그 화목한 가정환경의 뒷면에 어떤 어둠이 드리워지고 있었는지 자신이 조금 추측해 낼 수 있었다.

반면 이 아이는 나름대로 화목한 가정 속에서 평화롭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테레지아는 전혀 흔들림 없었다.

“수천만 신민이 달린 일이에요. 왕족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그녀는 당신을 위해 태어났어요. 그리하여 도이치에 평화를 가져다주기 위해.”

테레지아는 그 어떤 열강도 하지 못했던 대고려결전병기를 완성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아들 두 명을 낳아 일단 후계를 안정시킨 그녀는 추후에는 딸도 간절히 원했다. 아들 이외엔 별생각 없었던 프리드리히는 아내의 딸에 대한 집착에 의아해했지만, 그럼에도 프로이센 핏줄에 흐르는 전술의 천재답게 방어전을 훌륭히 치렀다.

첫 번째 딸은 그녀의 기준에 충족되지 못했다. 그녀는 너무 왈가닥에 자유분방한 기질이 있었다.

첫째 딸 이후로는 약간의 세월이 흘러야 했다. 안타깝게도 두 번의 유산이 있었다.

그녀는 두 번째 딸, 안토니아를 출산했을 때야 비로소 희망을 보았다. 호엔촐레른―합스부르크 가문은 이제 굳건하겠구나 하며.

물론 그녀는 기준에 차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후계를 생산할 준비와 각오가 되어 있었다. 열 명이건, 열 한 명이건 충분히 가능했다. 나이가 문제가 될 때까지, 그녀는 각오가 되어 있었다.

상민은 혀를 내둘렀다.

원역사의 그녀도 가족을 사랑했지만, 신민과 조국을 훨씬 더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충분히 냉철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초인적 면모를 보였다.

이런 냉철한 면모가 있었기에, 사랑하는 막내딸을 동맹의 역전을 위해 좀 전까지만 해도 적국이었던 프랑스로 보냈을 테지. 그리고 그 민중적 악감정 덕에 앙투아네트에게 비극이 찾아온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상민은 테레지아의 눈동자를 보았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정말로 이젠 추웠다. 남극과 북극도 이것보다는 분명히 덜 추웠다.

테레지아는 그의 시선을 곡해한 모양이었다.

“대화를 나누어 보시면 말이 통할 거예요. 고려의 모든 역사와 언어, 속담과 풍습에 대해 철저하게 교육시켰으니까.”

그는 그답지 않게 어물거리며 즉답을 피했다.

무언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와 그녀의 딸을 다시금 귀빈실에 내버려 두고 자신의 집무실로 온 상민은 오랜만에 찬장을 뒤지며 진한 소포주 한 병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젠장. 음흉하기 짝이 없군. 그 마음은 알아들었지만 방법은 아니야.”

3사도가 종종걸음으로 들어왔다.

“폐하,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집으로 돌려보내야지.”

상민은 이마를 문질렀다. 하지만 3사도는 계속 입을 열었다.

“세상의 가장 큰 비밀을 알게 된 자들입니다. 속하는 저 모녀를 함부로 보내 맞이할 추후의 여파가 두렵습니다. 도이치의 왕비와 공주는 저희로서도 굉장히 관리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여대공은 비밀을 지킬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하오나, 폐하. 비밀은 자신의 의지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닐 때도 있습니다. 저희들은 목숨을 버릴지언정 수호를 택할 수 있게 훈련을 받았습니다. 허나 그런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은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을 통제하기 힘들 겁니다.”

3사도는 상민과 다르게 왕비가 지금껏 비밀을 지켰다는 말을 신뢰하지도 않았다.

주군께서는 사람의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권능이 있었고 그는 그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보안의 총책임자로서 자신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 그녀가 살아온 인생을 철저히 재검토하여 유출이 있었는지 확인할 것이었다.

설령 의도한 바가 아니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누설한 비밀이 있는지.

그렇기에 지금 최선의 수는….

3사도는 멈추지 않았다. 사도들은 간언을 제대로 해야 했다.

“둘 모두 취하소서. 그렇게 하신다면 추후의 근심은 완벽히 사라질 것입니다. 도이치 국왕 부부의 사이는 표면적인 관계에 불과하고 열정이 결여되어 있으니, 교황을 움직여 이혼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사항입니다.”

“뭐라?”

상민은 헛것을 들었나 귀를 의심하다, 이윽고 진심으로 살의를 내뿜었다. 사도는 함선의 강철판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재빨리 바닥에 꿇어 엎드렸다.

하지만 상민은 텅 빈 그의 가운데 머리를 보고 분노를 삼켰다.

사도의 머리는 듬성듬성했지만, 가운데는 아예 뻥 뚫려 있었다. 그 피부에 전등의 빛이 반사되어 반짝였다. 상민도 이들의 노고를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난 조조가 아니다.”

상민은 상식적인 인물이었다. 도덕적 기준이 까다로운 사람이기도 했다. 남의 인연을 탐하는 자도 아니었다.

인간사의 도덕 규율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주절거린 것이 방금 전인데, 사실 그의 관념 속에서 여전히 불륜은 천하의 몹쓸 짓이었다.

그는 태생이 부모를 알 수 없는 고아였다. 그리고 그 고아는 가정이 불우한 환경에서 탄생했다. 불륜은 그중 주된 원인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자식과 가족, 핏줄에 약간의 집착 같은 것이 있었다. 왕예와의 관계 이후로는 자신의 정체 때문에 친부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의 1대 후손들은 그의 정체를 잘 알았다. 비밀보장도 보장이지만, 친부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은 자식에게 할 짓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니까 저렇게 광명회 같은 것을 세우고 있겠지.

또한 지금의 도이치 구도는 딱 적절했다. 만약 이혼이 일어난다면, 그 파장은 훨씬 다루기 힘들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한마디에 3사도는 엎드린 채 미소 지었다. 차라리 꿇어 엎드린 것이 다행이었다. 마주 보고 있었다면 용에게 속내를 들켰을 것이 분명했다.

그토록 눈치 빠른 3사도가 주인의 성정을 몰랐겠는가. 게다가 상민은 요원을 뽑을 때 완전히 미치광이 광신도들만 뽑진 않았다. 어느 정도의 합리적인 인간들을 선별했다. 3사도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본래 협상이라 함은, 처음에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다가 차츰 합리적인 부분으로 제안을 줄여나가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알겠습니다. 도이치 왕비는 베를린 내에 있는 자를 선별하여 적당한 감시를 붙이겠습니다.

하지만 그 딸은 이미 너무 많은 정보를 보았고, 들었습니다. 이대로 보내기에는 실로 위험합니다. 어린 나이고 또한 모후만큼의 결의도 없습니다. 부디 혜량하여 주소서.”

상민은 코웃음을 쳤다.

“짧은 시간에 참으로 많은 것을 파악한 모양이구나.”

“모든 것이 끝난 뒤엔 속하가 기밀 누출에 대한 책임을 지겠습니다.”

상민은 한숨을 쉬었다. 이자는 너무나 유능한 게 탈이었다. 자신에게 용서받을 수 있는 방법을 이미 꿰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아니다, 아니야. 네 말대로 내 업보다.”

맞는 말이었다.

한평생 겉으로는 평범한 여대공의 업무를 보았지만, 비밀리엔 일평생 집요하게 자신을 찾을 정도로 편집증적이었던 테레지아와 달리 안토니아는 그저 어릴 적부터 시와 문학, 예술과 음악, 가극과 다도 같은 부류를 배운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돌려보내는 것이 불안했다.

상민은 힐끗 3사도를 내려다보았다.

‘이놈들도 한통속이다. 그랬으니 이 모녀를 직접 새벽호에 데리고 왔겠지. 안 그랬다면 기껏 갈 곳은 대사관 정도에 불과할 것인데. 내게 빠르게 보고하려고 했다는 구실을 삼으나 이곳까지 데려올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참… 아이샤가 죽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 * *

결국 그녀의 요청은 받아들여졌다. 상황이 조금 복잡하긴 했지만, 안토니아는 이곳에 남을 예정이었다.

테레지아는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지나간 세월에 대한 보상이 도착한 것만 같았다. 이제 안전하다. 도이치는 앞으로 대전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승리할 것이다. 그녀의 자식도, 가문도 살아남을 것이다.

그녀는 딸의 어깨를 잡았다.

“미안해, 엄마가.”

테레지아는 비로소 떨리는 눈으로 딸을 바라봤다. 자신의 욕심에 의해 희생당할 여인이다. 공주를 괴물의 둥지로 밀어 넣는 그리스 신화의 왕비 이야기처럼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차라리 자신이 대신할 수 있다면.

하지만 안토니아는 그 속내를 알아차린 듯 큰 눈망울로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엄마.”

그녀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끌어안았다.

“…….”

테레지아는 감정이 먼저 동요되었다.

왕족에겐 한 번도 못 본 사람과 결혼하는 일은 너무 흔했다. 그래도 이렇게 위험한 인물과 결혼하는 것은 자신의 책임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끝내 애절한 부탁을 남겼다.

“행복하게 살렴. 안토니아.”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그녀는 본능적으로 용이 그녀의 미래를 책임지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책임감이야말로 그의 본질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었으니까.

다음 날, 테레지아는 다시금 도이치로 떠나고 안토니아는 앞으로 이 떠다니는 배 위에서 살 준비를 시작했다.

예전에 본 10사도 휘하에 있는 언니 같은 요원 한 명이 그녀의 옆에 항상 붙어 편의를 봐주었다. 사도들은 워낙 바빠 잘 보지도 못했다.

“객실은 여기를 쓰시면 됩니다. 옆방은 폐… 아니, 주군의 방입니다.”

“제가 지금 여기를 써도 돼요?”

“네.”

요원은 말을 아꼈다.

새벽호는 무장이 빈약해진 대신, 사람의 거주 편의성은 이전보다 훨씬 좋았다. 일반 요원들은 이층 침상을 썼으나, 개별 침상과 수납공간은 배답지 않게 꽤 넓었다.

사도들도 개인실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로 좋은 방은 조금 노골적이었다. 위치도 그렇고, 거의 상민의 집무실만 하지 않는가. 오히려 온갖 잡동사니와 지도, 서류 등이 굴러다니는 상민의 집무실에 비해 안락함 정도로 따지면 이곳이 더 좋을지도 몰랐다. 사도들이 하나같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안토니아는 요원이 떠난 뒤 간단히 방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짐은 다 정리되어 있었다. 이곳으로 올 때, 아버지에게는 고려로 유학을 가는 것으로 설명이 되어 있었다. 자신이 유학파 출신이었던 프리드리히는 딸의 유학을 지지하면 지지했지, 별 상관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는 어머니가 다른 모략을 꾸미는 것은 알고 있었다. 혼기가 차면, 그녀는 고려 내의 어떤 건장한 사업가와 결혼했다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갈지 몰랐다.

아버지를 다시 뵐 수 있을까. 그 여부는 오직 저 사람에게 달렸다.

안토니아는 주먹을 꼭 쥐었다.

그녀는 딸로서 어머니의 감정을 어느 정도 눈치챘다. 누군가와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만 들었을 뿐, 그 사람이 누군지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한 번도 제대로 들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평소 그에 대한 어머니의 감정은 단순한 집착을 넘어있었다. 딸로서, 여자로서 안토니아는 그 감정을 어렴풋하게 추측했다.

어머니 마리아 테레지아는 이 짐승 같은 사람을 두려워한 만큼 또한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면 안 돼!’

그녀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어머니 대신 자신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진 않았다. 상민이 그녀에게 딱히 매몰차게 대하진 않았지만 일단 굉장히 바빴다.

새벽호에서는 하루에도 비행기가 수차례 뜨고 착륙했다. 상민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또 함선에 와선 이것저것을 지시하느라 바빴다.

사실 이것이 평범한 그의 일상이었다.

보다 못한 10사도가 찾아와서 그녀를 달랬다.

“괜찮아요. 언젠간 돌아보실 테니까.”

“…인내심은 좋은 숙녀의 덕목이지요. 저는 괜찮아요.”

그래서 그녀는 그동안 할 일을 찾았다. 펜을 들어 빈 책에 글자를 채워넣기 시작했다.

“요즘 뭐 한다나?”

상민은 문득 10사도를 불렀다. 그녀가 냉큼 달려왔다.

“글을 쓰고 있는 모양입니다.”

상민은 머리를 긁었다.

“잘 쓰던가?”

“저희가 그 내용물을 어떻게 확인하겠습니까?”

“그래. 그렇긴 하지.”

상민은 루크레치아와의 생애를 떠올렸다. 그녀는 상민과의 금슬이 좋아진 이후부터 매번 초창기의 냉담한 태도를 걸고넘어졌었다. 굉장히 피곤했다.

여인들은 토라질 때마다 과거의 과오 하나를 집요하게 들먹이곤 했다. 이는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왕예부터 아이샤까지 여인이란 여인은 전부 다 그랬다.

상민은 그 생애를 다시 반복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런데 꼭 이래서야 정말 인신공양을 받고 다시 결혼을 할 운명인 것이 아닌가.

그래도 더 늦지 않게 상민은 그녀를 불렀다.

안토니아는 드디어 잡아먹힐 때가 왔다고 생각을 했는지, 좁은 선내에선 평소 입고 다니는 활동용 여성복 대신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왔다.

하지만 상민은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글을 쓴다고 했지?”

안토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루크레치아의 삶을 걸으라 강요, 혹은 권고할 것은 아니었다.

루크레치아는 객관적으로 가극에 대한 빼어난 재능이 있었다. 안토니아가 비슷할 것이란 보장은 없었다.

물론 재능이 있을 수도 있다. 어딘가 다른 측면에 빼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런 세부 사항을 알아차리기엔 그가 그녀에게 투자한 시간이 별로 없었다.

대신 그는 다른 것을 하고자 했다.

“일 하나만 하자.”

상민은 자신의 최측근 비서를 하나 더 늘리기로 마음먹었다. 비서란 본래 매우 유능한 자로, 상민의 불편함을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 만큼 그 막중한 자리에 어울려야 했다.

안토니아가 왕족으로서 대단히 훌륭한 교육을 받았다 하나, 그 분야는 여의국 요원들처럼 첩보와 행정과는 조금 동떨어진 분야임이 틀림없었다.

그래도 상민은 속행했다. 사도들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더 많이 붙어있을수록 감정이 생길 여지도 많았다.

“넌 나를 아주 가까이 따라다니면서, 내 모든 행동을 기록하라. 특히, 나의 악행을.”

상민은 아이샤가 지금까지 했던 행동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으로 안토니아에게 자신의 행적을 기록하라 말했다.

제국교나 쿠쿨칸교, 미치광이 광신도들과 음흉한 여의국 놈들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는 몰라도, 자신도 무언가 무기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했다.

자신의 무책임하고 악랄하며, 모순적이고 위선적인 행적은 자신에 대한 후대 평가의 균형을 맞출 것이다. 자신은 입체적인 인물이어야 했다.

테레지아의 딸은 객관성 있게 자신을 기록할 것이 분명했다. 원하지 않는 결혼에, 위험한 곳에 강제로 떠넘겨진 인생이다. 자신을 원망할 것이 분명했다.

그 결과물은 아주 최후의 순간, 만약 그들이 음흉한 간계를 꾸며 그의 발목을 잡을 때 쓸 도구가 될 것이었다.

물론 천하를 다 손에 넣고 주무르는 그조차, 여인의 마음은 도저히 이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진 못했다.

나쁜 남자가 다른 의미로 얼마나 위험한지, 또 엄마의 집착과 욕망이 투영된 딸이 무슨 존재인지.

어쨌거나, 그녀는 기록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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