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후의 구상(3)
독대 이후에는 별말이 없었다.
오히려 해원은 연회장에선 술잔을 나누며 상영과의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상대방의 체면을 깎는 일은 결과가 썩 좋지 못할 수 있었다.
단둘만의 진솔한 대화가 더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격려’ 대화는 많이 하는 것도 좋지 않았다.
한 번 엄중하게 말한 이후에는 믿고 맡겨야 했다. 독촉은 조급함을 남기기 마련.
“별일 없을 거라 했지 않느냐.”
“영서로 모시겠습니다.”
해원은 2함대의 호위를 받으며 드디어 남려로 떠났다.
반면 상영은 귀빈을 모시는 일이 끝나자 곧바로 ‘충성파’ 의원과 관료들 중 입이 무겁고 믿을 만한 자들을 불렀다.
“군부를 정리해야 하겠소.”
신하들은 꽤 놀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반쯤 개입을 포기했던 그가 다시금 이렇게 변화했으니 필히 무슨 말이 오간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곳에 모인 자들은 현 옥저 군부에 관해 공통된 견해를 가지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옥저 팔대가문은 너무 비대하게 커졌소. 그들이 옥저의 정계와 재계, 군부와 결탁하여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말로 형언할 수 없소이다.”
나라씨, 동가씨, 괄씨, 마갸씨, 치갸씨, 소초로씨, 부찰씨, 노후루씨.
모두가 어마어마한 위세를 자랑하는 가문이다.
신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이 중에는 심지어 방금 왕이 언급한 팔대가문의 일원도 꽤 있었다.
다만 이들은 한미한 방계 태생이라 직계에 좋은 감정만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소신도 부찰씨의 방계이오나 실로 그러합니다.”
이상영은 거기에 폭탄을 하나 더 얹었다.
“팔대가문에 더해, 재상지종이라는 솔빈 이씨 안변공파도 정리할 예정이오.”
왕의 성씨를 하사받은 개국공신 이석보의 가문도 어느 정도 정리하겠다는 말이었다.
이석보가 이자윤의 밑에서 옥저를 개창하는 데 어마어마한 공을 세운 뒤로, 솔빈 이씨 안변공파는 단서철권(丹書鐵券)에 비견되는 특혜를 얻었다.
그들은 수차례 재상의 지위를 누려왔으며 엄청나게 많은 장군들과 문신들을 배출해 내기도 했다. 도리어 가끔은 정치가 제한된 솔빈 이씨 왕가, 즉 양산 이씨 왕족들보다 더더욱 많은 권세를 누릴 정도였기도 했다.
지금도 의회와 군부에 안변공파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리가 대대적인 피의 숙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성씨를 쓰는 숫자는 이미 수십만에 달했다. 연좌제도 이제는 악법이라 사라진 마당이지만 만에 하나 연좌제를 적용한다 치더라도 상식적으로 이 많은 숫자를 전부 죽이진 못했다.
다만 지금 관직을 나누어 먹고 통혼과 통혼을 통해 얽혀 있는 종갓집들은 전부 대상 안에 포함이 되었다.
스스로 내려놓고 물러나든지 혹은 조정에 반역하든지 둘 중 하나였다.
왕의 결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한 신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상영은 정작 말을 해놓고 자신이 먼저 근심 섞인 한숨을 토해냈다.
“의회와 어명에 따르는 군세가 어느 정도로 예상되오?”
“도성군은 확실히 어명에 따르옵니다.”
“남방군도 의회의 결정에 따를 겁니다.”
“안변에 있는 군대는 반쯤은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러시아를 정벌하러 나아간 군대는… 몹시 위험합니다. 그 총기병들이 전부 회군이라도 한다면.”
말을 듣던 상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다른 의원이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전하, 팔기 중에서도 충성을 기대할 수 있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팔기도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모두가 한통속인 것은 아니었다.
“정황기가 이윤진의 충복들이라면, 반대로 그들의 경쟁자인 양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대대로 전하에 대해 충성심이 높았으니 충분히 회유 가능할 것입니다.”
“조선계의 비중이 높은 제일 높은 정람의 무리들도 그렇습니다.”
“양홍 자체의 충절은 가늠키 어려우나 현 양홍의 우두머리는 8대성이 아니라 소외된 가문의 출신이고, 평소 그들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하게 표출한 바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조정의 뜻에 따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건 참 다행이구려.”
상영이 이들의 말을 정리했다.
“회유할 사람은 회유해 보도록 하시오. 다만 최대한 입소문이 번지지 않게 해주시구려. 부대 이동 금지 명령과 고위급 지휘관 조사청문회 소환은 올해가 지나기 전에 기습적으로 내릴 것이오. 만약 그 명령이 내려진다면, 조정과 의회의 결정에 불복하는 자들은 반역자로 규정하여 즉결 처분해도 좋소.”
“명심하겠사옵니다.”
모두가 결의를 다질 때, 누군가 의문을 제기했다.
대부분 망각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오나 전하, 혹여 이렇게 서로 소란스러울 때 외부의 세력이 헛된 마음을 품지는 않겠습니까? 아무리 조선과 강화의 무리들이 상국의 아래에서 형제처럼 지낸다 하나, 정치는 냉엄한 것이라 때로는 형제가 형제의 등에 비수를 꽂기도 하는 법이 아니옵니까?”
다만 상영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은 확실한 방지책이 있었다.
“그것은 걱정 마시게.”
고려는 옥저 왕실의 존망이 위협받지 않는 이상에는 옥저의 이런 정치싸움에 관여치 않을 것을 분명히 언급했다.
번국과 동맹국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비추어질 게 뻔했다. 고려는 최대한 옥저의 자정작용을 원했다.
물밑에서 약간의 지원은 해줄 수 있겠으나, 그것도 제한적이었다.
다만 상황께서 말씀을 하셨으니 외교적 관계에서는 그 아무도 소란을 틈타 옥저의 강역을 건드릴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조선과 강화도 절대 허튼짓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상국도 내정간섭을 꺼리는데 그들의 간섭을 용납할 리 만무했다.
또한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그들 왕실도 옥저의 일을 반면교사 삼을 수도 있을 터였다.
‘실패할 순 없다. 절대로…!’
그때의 기억은 아직 선명했다. 죽을 때까지 선명할지 몰랐다.
상영이 결의를 다졌다.
* * *
― 현 시간부로 모든 부대 이동을 금한다. 부대들은 각자의 군영에서 무기한 대기한다.
― 현 시간부로 지휘관 이윤진과 장성급 지휘관들은 명시된 기간까지 솔빈으로 와서 의회의 조사청문회에 임한다.
뜬금없이 이동 금지 명령과 조사청문회 출석 명령을 받은 이윤진은 탄식했다.
그는 옥저에 충성하는 무장이었고 한 번도 다른 생각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반면 그를 따르는 장교들은 그렇지 않았다.
팔기의 다른 이들도 이제는 홍력이 저지른 일을 알았다.
허나 대다수의 장교들은 홍력의 대의에 동의했다.
같이 러시아와 카자크에 맞서 싸운 자들이다.
오히려 조선계와 여진계의 해묵은 갈등, 도성 사람과 지방 사람의 갈등, 사회 계층의 갈등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순간에 전해진 의회와 군주의 결정은 팔기에게 엄청난 분노를 일으켰다.
“우리가 그동안 러시아와 목숨을 걸고 싸워왔는데, 한낱 바닷가에서 먹물이나 끄적거리는 솔빈 놈들이 감히!”
“이런 겁쟁이들은 위대해질 자격도 없습니다!”
“장군, 이 병신 같은 명령을 따르실 겁니까? 도성에 돌아가면 장군과 우리는 전부 다 총살당할 거요!”
이윤진은 끝까지 답을 미루었다.
하지만 그가 결정을 내리기 전, 팔기에서도 내분이 일어났다.
한밤중 양황기과 정람기 그리고 양홍기의 일부가 총을 거꾸로 들었다.
이들은 다른 팔기와는 별개로 조금 특별한 밀명을 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 탕
비극이 시작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란히 같이 싸웠던 병사들이 이제 서로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상황이 되었다.
어두운 밤, 서로 번쩍거리는 총질을 하며 옥저인들은 쌍욕을 퍼부었다.
옥저와 조선의 북부 지역 방언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병사들의 절규가 사방에서 들렸다.
“쌍간나새끼들, 금상이 시켰드나!”
“불충한 반역자 아새끼들이래 모두 죽이라우!”
하지만 이윤진이 신속하게 대응하자, 병력적으로 열세인 충성파들은 빠르게 와해되었고 이윽고 도주를 택했다.
사태가 이러하니 이윤진도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는 다만 충성파를 진압한 뒤엔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장군!”
“그대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주상에게 밀고할 것도 아니다. 다만… 다만 나는 이 상황이 버티기 어렵구나.”
윤진의 사임은 큰 충격을 안겼다. 그가 정말 모든 것을 내어놓고 바이칼호의 한 작은 마을에 은거하자 팔기의 사기가 눈에 띄게 떨어졌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빈자리는 곧 다른 지휘관이 채웠다.
홍력은 젊었으나 그간의 행동으로 급진주의 장교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었고 윤진의 아들이라는 태생적 감투까지 있었다.
“의회는 무용하오. 민주란 허상이오. 현 옥저의 정치는 우둔하고 탐욕스러우며 심지어 조국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단 한 번도 피를 흘려본 적이 없는 돼지 새끼들이 방 안에서 주절대는 소리와도 같소. 신민들을 대변한다는 자들이 하는 것을 보시오. 지금처럼 애국자들을 핍박하는 것이 전부지 않소? 우리는 진정한 옥저의 신민을 위해 봉사하는 군대이니 우리가 마땅히 더 나은 조국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하오.”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비겁하게 은거를 택한 아버지 대신 홍력은 자신의 의무를 기꺼이 짊어졌다.
* * *
이라크.
바그다드.
만수르는 키가 쑥쑥 컸다.
지금 열여섯의 나이에 무려 백칠십사 센치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되어 있었다.
나이, 시대의 평균과 지역을 고려해 봤을 때, 대단한 성장이었다.
근력과 체력도 좋았다.
상민은 자신의 체질이 변화함에 따라 후손도 강해지는지 궁금함을 품었지만, 아주 먼 옛날 과트라체를 다스렸던 영친왕 해강도 천하의 장사였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그 생각을 접었다.
겉모습은 그럴듯한 성인이다.
이에 상민은 이제 이라크에서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기로 작정했다. 아무리 필요했다지만 너무 오래 있었다.
“아버지! 소자는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술탄, 열여섯이면 뜻을 세우긴 충분한 나이요. 또한 술탄의 곁엔 사드라잠과 와지르, 각지의 선출 셰이크들도 있으니 국정을 홀로 논할 필요는 없소.”
“어머니, 어머니가 아버지를 좀 말려 주세요!”
아이샤는 대답 대신 만수르를 꼭 껴안았다. 그녀는 아들과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에 슬퍼 보였지만 상민의 뜻에 반하는 말을 할 리가 만무했다.
“술탄은 잘 해낼 거예요.”
“어머니!”
“아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언제고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기 마련이고, 헤어진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는 법이니까.”
아이샤도 상민의 뜻을 알고 있었다.
이라크의 땅에서 그녀의 남편이 한 일은 엄청나게 많았다.
오랜 농경으로 염화된 땅을 되살리려 노력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았다.
둑과 제방, 철도와 항구를 만들어 국가가 굴러갈 기틀을 잡았다.
사분오열된 부족들을 규합하고 그들에게서 종교적 갈등을 상당히 씻어내렸다.
이러한 혼란을 잠식시키며 극단주의의 횡행을 막았고, 바그다드 대도서관을 다시 세움으로써 교리적 관용을 촉진했다.
이러니 대전쟁으로 사방이 혼란한 와중에도 이라크의 신민들은 그들의 집정관을 칭송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 고리타분하며 엄격한 율법학자와 신학자들마저도 외지인의 집정기를 인정하여 옛 아바스 황금시대와 버금갈 수도 있겠다는 찬사를 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박성민, 상민의 업적이다.
자신은 수많은 땅에서 수많은 세월 동안 건국을 하던 사람이다. 맨땅, 황폐해진 땅에서 문명을 건설하는 데 이골이 난 초인은 애시당초 실패란 것을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 거하시는 발자국마다 말라비틀어진 문명의 씨앗이 다시금 물기를 머금고 발아하니 이 어찌 경외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팀의 평이었다.
다만 한계도 명확했다.
그는 고려인, 외지인이다.
게다가 이라크에 있는 절대다수 무슬림들의 존경을 받긴 했지만, 무슬림이 아니었다.
이 한계로 상민은 집정관이 될 수 있을지언정 이 땅의 군주가 되긴 힘들었다.
가장 합리적이고 온건한 교파이자 물밑으로 많은 지원을 받아 이라크에서 서서히 주류 종파로 발돋움하는 신(新)무타질라도 그것은 납득하기 어려워했다.
이것은 사실 유럽도 마찬가지일 터다. 이성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아직 유럽도 비기독교적 외지인이 왕위에 오르는 것을 받아들일 리가 만무했다.
불가지론자이지만 엄연히 호엔촐레른 정통인 프리드리히처럼 기존의 정당성 있는 혈통이 종교에 회의감을 가지는 것과는 다른 논리였다.
그러니 이다음의 치세는 그의 아들이 이루어내야 했다.
만수르를 술탄으로 올리는 것도 원래는 상당한 고역이 있었다.
이라크에 있는 샴마르 부족이 소수 부족이 아니고, 그들 대다수가 아이샤를 충성스럽게 지지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혹자는 이라크가 베두인이 주축이 되는 아련에 합병되는 것이 아닌지 하고 경계하기도 했었고 심지어 이라크가 고려의 꼭두각시가 되는지 생각하기도 했다.
정작 꼭두각시와 다름없는 마라케시의 무슬림들은 별 불만이 없어 보였지만 서아프리카 최후 이슬람 왕조가 느꼈던 위기감은 이라크로서는 아직 공감하기 어려웠다.
이에 상민은 술탄의 실권을 제한하며 명예직화하고, 부족마다 의원을 뽑으며, 국정은 수상, 즉 사드라잠과 휘하의 와지르들이 내각을 꾸려 통치하는 이라크식 입헌군주정을 제안함으로써 갈등을 종식했다.
다행히 때마침 해청이 자결권을 포함한 범세계적 외교 원칙을 제창하는 일도 있었다.
또한 고려의 대전쟁이 끝난 이후에 마침내 아랍 세계의 근심거리 중 하나였던 유대 극단주의자들이 그들이 요구하는 팔레스타인 대신 인도양의 모리셔스, 시온을 할양받았다는 희소식도 들려왔다.
그동안 가혹한 기독교 통치가 있었던 북아프리카에서 적어도 트리폴리타니아와 키레나이카, 페잔을 아우르는 리비아만큼은 북아프리카 무슬림들의 나라를 세워주겠다는 장담도 있었다.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면 알 바키 가문은 시작부터 크게 흔들렸을지도 몰랐다.
아이샤는 아들의 권력이 제한되는 것에 썩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딱히 반대하지 않았다.
“술탄, 가까이 있는 이웃을 경계하지만 증오하진 말고, 멀리 있는 이웃은 친하게 지내시오.”
이란의 잔드 왕조와 아련은 친려였다.
오스만, 이제는 튀르키예라 불릴 나라도 전쟁 후에는 친려적 기풍이 강해졌다.
이집트도 해방되었다. 그동안 소아시아와 중동을 핍박하던 베네치아와 러시아를 위시한 유럽 열강들의 세력은 대전쟁 이후엔 완전히 박살이 났다.
드디어 이곳에도 평화가 내려앉을 것이다.
그래도 갈등이란 항상 다시금 생겨나기 마련, 상민은 그 갈등이 이제껏 그래왔던 야만스러운 방법이 아니라 조금 더 현대적이고 모범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가길 희망했다.
상민이 몇 가지 당부를 마치자 술탄은 아버지께 큰절을 올렸다.
마치 알라께 기도를 드리는 듯 경건했다.
자유롭고 위대하신 분이다. 한낱 술탄의 권위론 감히 용을 구속할 수 없었다.
다행인 것은, 아주 먼 훗날에 그가 마침내 호호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해도 언제고 찾아뵐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일 터.
절을 마친 만수르는 샤하다를 읊었다. 아버지는 아직 모르셨다. 아마 통상적인 무슬림의 신앙고백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신앙고백이라는 면에서 이는 확실히 맞았다.
― 하나님 이외엔 다른 신은 없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그분의 사도입니다.
문득 만수르는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어머니의 입매가 살짝 호선을 그렸다.
이후 부모님께선 바스라의 항구로 향하셨다.
만수르는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함선이 한 척 있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상민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배에 오른 뒤 마지막으로 만수르를 한 번 쳐다보고는 슬쩍 웃어주었다.
아라비아, 이라크 그리고 모든 사막이 사랑했던 남자, 카이저를 굴복시킨 자가 마침내 첫 등장 때 그러했듯 홀연히 바다로 떠났다.
만수르는 울먹이는 여동생 자밀라의 어깨를 두드리며 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작가의 말]
내일은 휴재입니다.
다만 여러분이 고대하시던 지도 작업은 거의 끝났습니다… 변동사항이 많아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기가 굉장히 힘드네요.
이번엔 각국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도 같이 올릴 테니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