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후의 구상(2)
빌럼과의 만찬을 끝내고 해원도 이제 암스테르담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다음엔 자네가 고려로 와.”
“그래. 그렇게 하지.”
“왕관이라는 건 내려놔 봐야 그 무게가 무거웠다는 걸 알게 되지. 때가 되면 내려놓고 여유롭게 생을 즐기다 가는 것도 좋을 걸세.”
“그대만큼 제관에 초연한 군주는 없을 거 같구만.”
작별 인사가 끝난 뒤엔 해원은 암스테르담에 정박해 있는 불굴급 전함 위에 올랐다.
사전에 말이 있었는지 주변의 배는 보이지 않았다. 전부 구석으로 물러나 있었다.
함교에 오르니 명령을 기다리는 부하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 해군의 역할도 많았던 터라 해원은 전쟁이 소강기에 접어들 무렵 한 번 해군의 장성들과 인사를 나누고 격려를 해준 적이 있어 낯이 익었다.
해원은 지체 없이 입을 열었다.
“옥저로 가자.”
“알겠습니다.”
중년의 해군 장군이 다가와 힘차게 경례했다. 해원을 호위하는 전단의 제독이었다.
“폐하, 7함대 2전단장 참장 김태인입니다. 옥저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그 이후에는 동아시아의 2함대가 호종을 인수인계받을 예정입니다.”
7함대는 아덴 해전의 주역이었다. 최근까지도 지중해, 흑해, 발트해에서 포격지원을 하느라 상당히 바빴었다.
이젠 이들도 제대복귀를 해야 하는데, 마침 상황의 호위를 담당토록 했다.
“그래. 수고가 많다.”
대서양을 지나 인도양을 거쳐 태평양에 도달해야 하는 여정이지만 덩치 큰 배에 이미 익숙해졌으니 좀 나았다. 불공과 불굴급 전함은 뱃멀미도 덜했다.
해원은 오랜 전쟁 동안 태후 루이제를 보지 못해 그리운 마음이 들었지만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해야 할 것이 있었다.
이건 해청보다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
제독실은 이미 상황을 위해 잔뜩 꾸며져 있었다.
“그 아이는?”
“이 배에 있습니다.”
“불러오게.”
“예.”
이윽고 부하가 나이 어린 소녀를 데려왔다.
해원이 이 꼬마 아이를 만난 것은 지금이 처음이다.
하지만 해원은 직감적으로 올가의 태생이 보고받은 것과 일치한다고 느꼈다.
고생을 많이 했는지 입술이 부르트고 얼굴이 핼쑥하지만, 그를 쳐다보는 눈빛은 똘망똘망했다.
‘드미트리도 사진만 봤지만 외모적으로 볼로댜를 많이 닮았었지. 이 아이도 이목구비가 그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닮았다.’
물론 외모와 직감만으로 혈통을 증명하긴 어려웠다.
그러나 혈통의 증명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드미트리의 딸 올가를 직접 본 사람은 꽤 있었다. 당장 불가리아 대공국, 아니 불가리아 왕국의 왕비 옐레나도 그중 하나였다.
“추가적인 확인은 나중에 하자꾸나.”
해원이 대외국의 신하에게 말했다.
“팔기에게서 이 아이를 빼돌렸다?”
“그렇습니다.”
“그럼, 그 소문을 사실로 간주해야 하나?”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야 둔중한 전함이 출발하는 느낌이 났다. 해원은 얼굴을 찡그렸다.
고려는 팔기가 어디까지 이동하고 점령하는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그들에게 인적 자원을 투입했지만, 요원은 팔기의 감시 대신 영 엉뚱한 사람을 데려왔다.
여정은 고난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팔기나 다른 병사의 눈을 피하기 위해 그 인원은 다시금 솔빈으로 되돌아가는 대신 오히려 러시아와 핀란드 땅을 지나쳐 네덜란드까지 왔다.
전쟁은 거의 끝났을 시점이지만 러시아의 정세가 크게 혼란했던 탓에 그곳을 지나치며 목숨을 부지한 것도 행운이었을 터.
올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해원은 그 아이를 잘 먹이고 푹 쉬게 하라 명령한 다음 돌려보냈다.
“공교롭구나.”
“…지금 당장 혈통을 증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나탈리야가 서명한 항복 문서의 유먹이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시점이다. 올가의 등장은 차리차의 권위에 치명적이었다. 적통과 입적된 서녀의 차이는 그 정도로 심했다.
‘기껏 반려파 귀족들 처벌과 숙청도 눈감아주었는데, 저 소녀를 다시 올린다는 건 말이 되지 않지.’
전쟁을 다시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또 나탈리야는 어쨌든 알렉세이가 올린 군주다. 그와는 반대로 고려가 올가를 올리는 모양새는 그들에게 썩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일단 상황을 두고 지켜보자, 해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나중에 선조께서 오시면 좋은 생각이라도 내주실 것이다.
소녀의 문제를 보류하니, 이제 외갓집의 문제가 다시 골치가 아팠다.
긴 여정 끝에 군함은 예맥해에 도달했다.
솔빈까지 이동한 뒤 귀환할 예정인 7함대 말고도 2함대의 거의 전 함선이 하와이와 탐라, 개성에서 나와 상황의 행렬을 호종했다.
물러난 해원이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으니 해청이 명령한 것일 터다. 똑똑한 그 아이는 자신이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하기 전 보낸 전보를 받고 먼저 이렇게 준비해놓은 것 같았다.
원래는 배치되지 않았던 불공과 불굴급 전함들도 이제 2함대와 4함대에 한 척씩 배정되고 있었다.
앞으로는 계속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뽑아낼 테니, 이들의 전력은 우상향할 것이 분명했다.
오랜만에 가는 외갓집이다.
해찬의 황후, 즉 옥저 공주 출신의 해원의 어머니는 이미 붕하신 지 오래되었다.
현 옥저의 왕은 해원의 외사촌, 이상영이었다.
나이도 또래였고 인연도 있었으니 해원의 즉위 초기엔 당시 세자였던 상영이 직접 창양에 들러 배알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니 선황 해찬도, 상황 해원도 옥저와는 상당히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울릉도를 지나면 솔빈은 몇 시간 내로 도착할 수준이 된다.
장병들은 무슨 상황인지 아직 몰랐지만, 해원의 안색을 보았던 것인지 미리 언질을 주었던 것인지 제독과 함장들은 제각기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솔빈입니다!”
마침내 예맥해의 보석, 솔빈이 눈에 들어왔다.
본래는 근위함대가 정박해 있어야 할 솔빈의 군항에는 군함 한 척도 없었다.
“군함은 보이지 않습니다. 해군정보국에서는 옥저 근위함대가 전부 인근의 군항에 정박해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알겠다. 다른 함대는 현 상황을 유지하라. 나만 직접 솔빈에 들어가겠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해원은 장담한 채 그의 군함만 정박도록 했다.
7함대의 전단장 김태인은 귀환하는 대신 얼마간 2함대와 같이 바다에 머물도록 지시했다.
* * *
솔빈은 축제 분위기였다.
승전과 더불어, 고려의 상황이 솔빈에 방문한다는 소식이 널리 퍼졌다.
국격이 한 단계 오르는 것과 같았다.
어떤 자들은 승전보다도 상황의 방문을 몹시 반겼다.
제위에 오르기 전의 황태자나 황자, 그리고 그 나라 출신 황후가 왕림하는 일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황제와 상황의 방문은 완전히 격이 달랐다. 백제도, 강화도, 심지어 조선마저도 황제나 상황이 직접 발을 디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에 옥저 왕은 축일을 선포하고 거지들과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나누어주며 보이지 않는 곳으로 대충 치우기도 했고, 궁핍한 생활로 인한 경범죄자에게는 사면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대중들 모두가 이 상황을 즐겼다.
하지만 정작 옥저 왕은 엄청나게 긴장해 있었다.
“그… 그것이 정말이냐?”
명색이 한 나라의 군주다.
상영은 못난 군주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비범하지도 않은 평범한 축에 속했다. 외교적으로는 꽤 능수능란했고 내부적으로도 솔빈, 상인, 지식인으로 대표되는 관료 및 의회 계층과 야지, 모피 사냥꾼, 세습가문으로 대표되는 팔기 계층 간의 갈등을 봉합해보려 시도까진 해 본 군주였기도 했다.
그도 자신만의 끄나풀을 통해 팔기군이 저 멀리 시베리아의 땅에서 참담한 짓을 저지른 것을 보고받았다.
옥저는 테르샤로마 선언에 아직 참여치 않았으니 완전히 위법은 아니다. 허나 근시일 내에 예맥한계나 강화, 주와 유구 같은 나라들도 비슷한 조약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았으니 몹시 좋지 않은 일이었다.
더군다나 드미트리는 차르는 아니었어도 정당한 왕위 계승권자였다. 상영도 군주로서 신하의 그런 행동에 기분이 몹시 나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 여아가 도주했다는 것이다.
머리가 허리 아래까지밖에 안 올 꼬마 여자애가 어떻게 그 광대한 시베리아 대수림에서 탈출할 수 있었겠는가. 필히 조력자가 있었을 것이다.
눈치가 있으면 누가 했는지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옥저 왕의 입장에선 이미 저지른 일, 그 여아까지도 그냥 죽었던 것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그는 분통을 터트렸었다.
‘팔기, 이놈들은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구나!’
설상가상으로 상황께서는 대전쟁을 마무리 짓고 이곳에 행차한다 통보하셨다.
이를 전해 들은 그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존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축제를 거하게 열거라! 내탕금을 탈탈 털겠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준비하라!”
그는 절박했다.
행여 불충해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함대도 전부 정리항의 군항에 정박시키라고 명령했다. 어차피 상국의 해상전력 앞에서는 옥저는커녕 예맥한 삼국이 전부 모여도 감히 대적조차 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런 의사라도 보여주는 것이 좋았다.
신하들과 군중들은 좋아하고, 군주만 홀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묘한 상황이다.
이 분위기를 느낀 해원은 오히려 여유롭게 솔빈의 시가지를 통과했다.
늙은 상황이 뭐 그리 좋다고, 맨 앞줄에 꿇어 엎드린 자들을 제외하면 옥저인들의 환호 소리가 요란했다.
그는 마차를 타고 솔빈 북쪽에 위치한 궁궐로 향했다.
옥저 정궁 앞에는 이미 상영과 그 중전, 세자와 세자빈들이 모두 나와 조아리고 있었다.
“상황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오랜만이오, 외사촌.”
“상황 폐하께서 친히 이곳까지 거하셨는데 어찌 소홀하게 준비할 수 있겠습니까.”
“밖에서 이러지 말고 안으로 듭시다.”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하지만 해원은 궁궐의 바깥에서는 따뜻한 미소를 짓다, 옥저의 궁궐로 들어간 뒤에는 서서히 표정을 굳혔다.
“외사촌.”
“예에, 폐하.”
“부러 이렇게 보여주려 하는 것이오?”
“…….”
“내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러는 것을 보면 무언가 긴히 할 말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렇사옵니다.”
“그럼 외사촌은 나와 단둘이 좀 보시구려. 중전과 세자와는 이따 만찬에서 인사를 나누도록 합시다.”
무언가 있다. 옥저 왕이 호랑이 앞의 개처럼 얼어붙은 것을 확인한 중전이 서둘러 세자와 세자빈을 데리고 떠났다.
― 쿵
정전의 문이 닫혔다.
상영은 두리번거리다 이윽고 정전의 가운데 섰다.
해원은 자연스럽게 옥좌에 올랐다. 마치 제 궁에 온 것처럼 보였다.
의회가 정착된 옥저에서도 황실의 일이나 국가의 최중요사항이 아닌 이상에야 조참 같은 것은 열리지 않을 터다. 상영도 오랜만에 온 정전의 싸늘한 기운에 부르르 떨었다.
옥저 왕의 체면을 생각해 외부에는 따뜻하고 좋은 관계를 보여주었던 해원은 이제 완전히 엄한 선생, 혹은 부모가 되었고 상영은 자연스럽게 혼쭐이 나는 학생과 같이 변했다.
“할 말 있으면 해 보시오.”
“송구하옵니다. 모두가 제 불찰이옵니다. 팔기의 오만방자함이 이 정도일 줄은 소신도 몰랐사옵니다.”
“팔기의 오만방자함이라….”
해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군주가 신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완전히 실권 없는 자였다면 어쩔 수 없겠으나, 옥저 왕도 의회와 다른 곳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컸다.
그리고 왕실과 신민이 자체적으로 가진 문제도 있었다.
해원이 옥좌에서 일어났다.
“외사촌, 내 그간의 정이 있으니 그대에게 몇 가지 말을 해주려 하오. 부디 경청하길 바라오.”
“마땅히 새겨듣겠나이다.”
상영은 절로 바닥에 엎드렸다.
배알하고 있는 자는 군주 중의 군주이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았건만 위엄은 마치 머리를 직접 손으로 짓누르는 듯했다.
“그대도 블라디미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겠지요.”
“예에….”
“내 셀림브리아의 한 해변에서 그 친구를 직접 보았던 적이 있소. 직접 말을 나눈 적이 있지.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시오?”
대답을 바라지 않는 듯 해원이 말을 이었다.
“참으로 안타깝다, 딱하다, 그리 생각했었소.”
블라디미르를 마주하자마자 해원은 해방제의 비극적인 미래를 어쩐지 직감했었다.
해원이 기둥을 쓰다듬었다. 이제 고려에서는 초창기 지어진 연경궁을 제외하면 이렇게 나무로 된 궁궐을 보기가 힘들었다. 석재 건축물은 화재에도 좋았고 내구성도 좋았지만 가끔은 목재 건축물의 풍취가 은은한 매력을 가지고 다가오기도 했다.
“그 친구가 자신의 욕망을 조금 버렸다면, 그리하여 닿지 않을 신기루에 손을 뻗는 대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면, 볼로댜도 나도 어쩌면 친한 친우로 남았을지도 몰랐을 텐데.”
마치 빌럼처럼 술 한잔 기울이며 평생의 벗으로 남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비극적인 최후를 맞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
“조국과 신민에 대한 자긍심은 좋은 것이오. 모든 이들이 나라와 이웃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삶을 살아간다면, 어찌 불우한 자가 있겠고 어찌 외면받는 이가 있겠소? 모두가 일터에서 근면할 것이고, 전쟁터에선 나아가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겠지.”
상영은 꿇어 엎드린 채로 고개를 들어 해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허나, 과유불급은 삼라만상의 이치인 것을. 단 설탕을 너무나 많이 먹어도 기력이 쇠하고 머리가 어지럽듯, 그러한 자긍심도 과열되면 문제가 심각해지지.”
해원의 날카로운 시선이 상영을 헤집었다. 상영은 다시 시선을 내렸다. 정전의 바닥 나무 무늬가 어지럽게 보였다.
“나와 선제께선 그대와 옥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소. 그대의 신민들이 옥저를 넘어 대부여, 대진(大振, 발해)의 꿈을 꾸는 것과 그대와 그대의 아비가 옛 대씨 고려의 도읍인 상경용천부에 새로운 궁궐을 지으며 그 이름을 홀한궁으로 하려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소. 알고 있었으나 넘어간 것이오.”
상영의 어깨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허나 그대가 블라디미르의 전철을 밟으면서 그대가 부리는 팔기의 무리가 내 아들의 치세에 주제를 모르고 패악질을 부리며 선을 넘어댄다면, 이번에야말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마땅히 정해져 있지 않겠소?”
그 말을 들은 상영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눈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외사촌.”
해원이 그와 눈높이를 마주하며 등을 토닥였다.
“예에….”
“나는 우리가 핏줄로 엮여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 모후로부터 내려온 우리의 인연이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아름답게 이어지길 원하오. 또한 황실과 왕실, 국가와 국가가 앞으로도 같은 길을 걷길 원하오. 먼 선대의 황제들께서 옛 옥저의 영웅에게 이 솔빈에 터를 닦으라고 했던 시기부터 쭉.”
해원이 상영을 일으켜 세웠다. 눈물 자국을 직접 지워주었다.
“그대라면, 그대만이 가능할 일이오. 앞으로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자는 그대밖에 없을 것이오.”
해원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까보다는 한층 부드러운 어조, 허나 상영은 상황이 그의 어깨에 올린 손이 마치 드리운 칼날과도 같다고 느꼈다. 저 멀리 프랑스의 광장에 설치되었던 단두대처럼.
“나는 이 아름다운 옥저가 행여 동방의 러시아로 불리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