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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 452년 1월 11일.
튀니스.
베네치아 10인 위원회도 프랑스―나바르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보고받았다.
그리고 뭄바이 항구에서 그들의 황금 같은 수출품들이 어떠한 협상의 여지 없이 전부 소각되었다는 끔찍한 사실도 들었다.
자꾸만 고려는 베네치아에게 살길을 열어주지 않고 절벽 끝으로 모는 셈이었다.
이렇게 된다면, 그들도 고려를 물어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이빨이 설치류일지, 혹은 고양잇과 포식동물일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이제는 그들도 결단을 내릴 시간이 왔다.
사실 이미 4국동맹은 빈에서의 회동 때 그들의 행보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게끔 약속한 상태였다.
“밀약한 바대로 우리는 팔레르모를 공격한다.”
지금까지 베네치아의 함대는 가상 속의 적, 즉 지브롤터를 통제하는 고려 3함대와 인도양에서 집적거리는 7함대를 의식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가장 가까운 적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아마 3함대는 나바르 전쟁으로 바빠질 거고, 7함대는 뭄바이에 있으니 빠르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프―베―오의 가운데 위치한 핵심 지역인 이탈리아를 공격해 예전의 영토를 빼앗고, 빠르게 휴전 협상을 이끌어내거나 전쟁을 수행할 기반을 파괴하여 반동맹 세력에서 탈락시킨다는 작전은 꼭 필요했다.
이탈리아는 볼로냐에 그들의 북부군을 모아놓고서는 나바르를 치고자 집결한 프랑스 남부군과 동쪽을 침범하려는 오스트리아군을 경계하고 있을 테니, 베네치아는 그들의 해군 주전력만 상대하면 되었다.
오스트리아가 트리에스테를 공격해 이스트리아반도 수복에 나서기로 한 16일, 이미 여러 번 이탈리아의 말레볼제를 상대로 교란 작전을 펼쳤던 베네치아는 마침내 여러 방면에서 끌어모은 대함대를 출격시켰다.
“가장 고귀한 공화국의 영광스러운 승리를 위하여!”
다니엘레 델피노가 이끄는 베네치아 함대엔 그들이 자랑하는 산 카를로 보로메오급 전함 세 척과 열한 척의 트리폴리급 순양함, 서른세 척의 초계함이 뒤를 이었다.
팔레르모에 정박해 있던 레기아 마리나, 이탈리아 해군도 뒤늦게 반격에 나섰다.
체사레급 전함 한 척과 열 척의 아말피급 순양함, 스물일곱 척의 초계함, 다섯 척의 부유포대가 응답했다.
지중해에서 현존함대라는 교리는, 어쩔 수 없이 함대 결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숙명을 내포했다.
이탈리아 해군이 안락한 팔레르모에서 해안포의 지원을 받는다면 베네치아가 이들을 쉽게 격퇴하지 못할 테지만, 아예 작정하고 다른 곳을 공격해 이탈리아의 전쟁수행능력 자체를 박살 내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이상, 이탈리아 해군도 응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불행한 것은 그 하나만이 아니었다.
오스트리아 함대의 자랑 카이저 막시밀리안과 초계함 일곱 척이 베네치아 함대를 지원하고자 이오니아해를 지나 등장해 합류했다.
전함끼리의 전투는 오직 전함으로만 상대할 수 있었다.
동맹국이 가진 네 척의 전함에 어떻게 항거할 수 있단 말인가.
다른 배들도 수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트라파니와 팔레르모 앞바다에서 양측의 함포가 불을 뿜었다.
그 결과, 세계 전쟁사에서 거의 최초로 전함끼리의 제대로 된 포격전이 벌어진 것으로 기록될 팔레르모 해전은 레기아 마리나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보르자 왕조를 연 국왕 체사레와 카이사르의 이름을 딴 전함은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고, 순양함과 초계함, 부유포대들도 마찬가지였다.
도망친 배들이 없진 않았지만 다시금 레기아 마리나를 재건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배네치아―오스트리아 연합함대도 손실을 입었지만, 전함의 피해는 별로 없었고 나머지 배의 피해도 크지 않았다.
* * *
1월 25일.
인(Inn)강은 그저 평범한 하천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바이에른 혁명공화국이 생기고, 신성로마제국이 무너지고, 프로이센이 흥기해 이곳을 집어삼킨 이후에는 같은 말을 쓰는 두 동족이 서로 총기를 겨누는 경계선이 되어버리고야 말았다.
서로 욕하며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기기엔 그들은 너무 친밀했다.
차라리 말이라도 통하지 않았다면 또 모를 터.
하지만 남부 도이치인들과 북부 오스트리아인들은 오랫동안 슈바벤인이나 바이에른인으로 함께 분류될 만큼 너무나 동질적이었다.
인강의 석재 아치 다리에서 초소 경계근무를 서던 도이치군 소속의 2급 부사관 뮐러는, 저 앞에 있는 오스트리아군 중에서 낯익은 얼굴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야.”
평상시였다면 시가로 쓰이지도 못할 싸구려 잎담배를 말아 궐련을 나누어 피웠겠지만, 오스트리아군 소속 상급병사장 슈네이더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왜 그래?”
“야, 너… 어디 먼 곳으로 도망칠 순 없냐?”
“이건 또 뭔 개소리야?”
둘은 사실 서로 인강의 서북부와 동남부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어린아이들이 항상 그러하듯 강과 들판에서 서로 놀다가 친해진 사이였다.
어른들끼린 여전히 대북방전쟁을 기억하며 서로 험악했다 하더라도, 아이들까지 그러진 않았으니.
도이치인들끼리 피 흘리며 싸우던 옛날의 기억은 이전 세대였지 이 자리에 있는 젊은 세대의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젠장, 잘 들어. 그냥 좆됐어. 우리 군이 집결하고 있다고. 언제든지 인강을 건너 북서쪽으로 전진할 태세를 갖추고 있단 말이야.”
“그건 들어서 알긴 아는데.”
“진짜 전쟁이라니까? 넌 그냥 개죽음당할 거야. 정 탈영하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우리가 진군을 시작하자마자 그냥 항복해. 서로 총질하기 전에 백기를 들면 그래도 나쁘게 대우하진 않을 거야.”
슈네이더는 험한 말을 내뱉곤 있었지만, 그 속에선 정말로 소꿉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이 달려 있었다.
지금 이렇게 군사 비밀을 나불거릴 정도로.
아마 자신의 초소와 진지에 있는 상관들이 슈네이더의 말을 들었다면, 아마 그는 총살형에 처해졌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기껏 군사 비밀을 들은 뮐러는 그저 덤덤히 말할 뿐이었다.
“그건 너무 비겁하잖냐.”
“지금 비겁한 게 문제냐?”
물론 뮐러도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고, 불안함과 공포가 밀려들어 왔다.
슈네이더의 말을 들어보니 오스트리아의 군대도 여간 심상치 않은 것이 아니었다.
군인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가 다스리는 도이치군도 조짐을 읽어 뮌헨과 레겐스부르크에 병력을 증강하고 있지만, 파사우는 최전방이라 그 혜택을 못 받을 것이 분명했다.
상부에선 오스트리아 군대가 그저 이탈리아 북부를 공격하는 것으로 그치길 바라는 것 같았다.
듣기로는 폴란드 대공국과 쾨니히스베르크, 메멜의 국경선도 심상치 않다 들었다.
가장 먼저 이 상황에 불씨를 붙인 현 프랑스 제1공화국도 도이치의 적국이라는 것을 감안해보면 제아무리 유럽 최고의 군사강국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도이치라도 삼면 모두를 방비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어쩌겠어. 까라면 까야지. 그냥 내 가족들이나 잘 돌봐줘.”
하지만 튜튼 기사단과 프로이센, 그리고 도이치로 내려오는 혹독한 규율은 뮐러의 탈영을 막았다.
뮐러는 근무가 끝나고 다시금 막사에 돌아가 잠을 잤고, 탈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규율은 항복조차 막았던 것 같았다.
― 공격하라!
― 마을을 점령해!
물밀듯이 밀고 올라가는 동료 병사들의 등을 바라보던 슈네이더는, 민간인들이 피난한 마을 안에서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시가전을 벌이다 산탄포에 맞고 처참하게 사망한 뮐러의 눈을 감겨주고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군번줄을 챙겨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오래 기다리진 않을 거다. 친우여.’
* * *
1월 25일.
제2차 프―오전쟁, 혹은 도―오전쟁으로 불릴 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정작 도이치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는 개전한 남부 전선을 다른 장군에게 맡기고 자신은 포즈난에 가 있었다.
별명 자체가 군인왕이라 할 정도로 병사 조련에 엄청난 신경을 쓰던 이전의 행보와는 썩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도이치가 가장 걱정하는 적이 이제는 제관도 제대로 못 쓰는 주걱턱 합스부르크가 다스리는 오스트리아 제국이 아니라, 옛 전쟁 이후 국경을 맞대게 된 러시아였음을 생각해본다면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폴란드 대공 아우구스트 2세가 주최한 이 회의에는 대러시아에서 같이 협력하여 방위를 하겠다 선언한 도이치와 폴란드 그리고 스웨덴의 국왕이 한자리에 모였다.
“바르샤바에서 온 첩보에 따르면, 우리 군과 접한 러시아군의 기강이 해이하기 그지없다 합니다.”
폴란드 대공 아우구스트 2세는 벌게진 눈으로 지도를 짚었다.
“우리가 먼저 민스크 방면으로 동진한다면, 저들을 물리쳐 나갈 수 있소!”
아우구스트 2세는 대북방전쟁으로 얀 소비에스키가 죽고 대공으로 즉위했으니 껍데기만 남은 폴란드의 군주로서 항상 예전의 영광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우구스트의 주장에 프리드리히 빌헬름과 스웨덴 왕 에리크 15세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의 군세 중 주력이 남진한다는 소식은 그들도 익히 들었다.
이 계획을 딱히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이들은 분명히 콘스탄티노플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도이치와 스웨덴은 이 폴란드의 염원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지금이야 얌전히 도이치의 품에 안겨 어리광을 피우고 있다지만, 대홍수 이전의 폴란드는 동부와 서부 모두 두들긴 역사가 존재했었다.
“그것보단 레발과 리가를 탈환해 러시아가 발트해에서 어떠한 전략도 행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가 아닐까 하오.”
스웨덴의 주장은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즉 리보니아 지역에 공세를 펼치자는 이야기였다.
흑해 함대에 주력한 러시아는 발트해에는 그만큼의 함선을 운용할 능력이 없었고, 도이치와 스웨덴은 함대가 그리 크지 않더라도 각기 위엄급 함선을 한 척씩 가동하고 있으니 충분히 해안을 점령할 만했다.
반면 이 사항은 폴란드로서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발트해에 발을 담글 수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그들은 메멜까지의 해안가를 다 집어삼킨 도이치에게 가로막혀 바다 구경도 해본 적이 오래되었으니까.
도이치도 썩 좋진 않았다.
메멜까지야 마땅한 도이치의 영토라 봐도 무방했지만, 리보니아까지 그러진 못했다.
이 지역은 공세를 취해도 스웨덴의 배만 잘 부르게 할 터이니.
정작 러시아가 서부의 나라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을 때, 이들은 결정적인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이권을 잘 분배하여 각자의 목적을 추구하면서도 서로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공세를 펼치게 한 베네치아의 교묘한 술수와는 많이 달랐다.
“하, 그럼 따로 합시다. 우리 폴란드는 누가 뭐래도 고토를 수복할 겁니다.”
앞장서서 싸운다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야욕에 눈이 뒤집힌 봉신국에 명목상 종주국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가 언짢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는 리보니아를 공격하도록 하지요. 그럼 러시아는 발트해에 발을 들이지 못할 테니. 그럼 도이치는?”
“우리는 현 국경선을 유지한 채로 오스트리아를 공격하겠소.”
“알겠습니다. 귀국들에게 모두 무운을 빕니다.”
회담이 얼추 정리되자, 에리크 15세가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나저나, 군인왕께선 창양과 아직 화해하지 않으셨는지요.”
사실 프리드리히 빌헬름의 별명인 군인왕은 조롱에 가까운 의미였다.
귀족 같지도 않게 참호를 돌아다니고 여자 대신 장신의 병사들을 가까이하고, 일반적인 음식이 아닌 전투식량을 먹는 그는 솔직한 말로 조금 천박해 보였다.
게다가 그런 주제에 군인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뱃살은 대체 뭔가.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 별명을 나쁘지 않게 여기고 있었기에 스웨덴 왕은 이 왕족 같지도 않은 도이치 왕을 골릴 겸, 그리고 정말 우려하는 겸에 말을 꺼냈다.
“그건 우리 집 사정이니 댁이 상관하실 바가 아니오.”
“그 이후에 고려의 무기 지원을 안 받겠다 하셨잖습니까?”
하지만 군인왕은 방금 에리크 15세가 말한 문제를 아들놈 문제와 결부시키는 것을 꺼렸다.
솔직히 그 감정이 없다고는 말할 순 없었다.
프로이센과 도이치의 왕으로서, 어쩌면 유럽을 호령했던 진정한 신성로마제국의 카이저가 될지도 모르는 자신에게 제아무리 고모라도 한낱 여인이 왕궁에서 난리를 피우고 장남을 데려갔다는 사실은, 이 군인왕에겐 참을 수 없는 치욕과도 같았다.
예전부터 고려는 도이치가 쓰는 깃발 문양이라든지, 심지어 국호까지 간섭을 했었으니까.
그때는 전함에 현혹되어 그냥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불쾌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스웨덴은 자존심도 없소? 모름지기 국가란 자국의 병사들에게 들려줄 무기와 입힐 옷, 쓸 투구는 자체적으로 생산해야 하오. 대포도 그러하고.”
일반적인 정론이긴 하다.
하지만 스웨덴은 고려의 무기를 적극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처지였기에 그저 그의 말을 빈정거림으로 대답했다.
전시에 지금 자국산 무기 애용이 말이 되는 소린가.
그리고 도이치는 이미 너무 과할 정도의 국력을 군사에 퍼붓고 있었다.
“뭐, 그럼 전함도 아예 하나 더 만들지 그러십니까.”
“……난 가보리다.”
“도이치는 강대합니다. 오스트리아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요.”
이 사람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가 싶어, 군인왕이 고개를 돌렸다.
“허나 러시아는 도이치보다 강합니다.”
군인왕이 발끈하려 하자, 에리크 15세가 담담히 덧붙였다.
“당연히 귀국보다도 못한 아국과 비교한다면 훨씬 더 강하겠지요. 아니, 우리 두 나라를 합친 것보다도 강할지도 모릅니다.”
저들의 국력을 내려치기에는, 저들의 영토는 너무 광대했다.
“…….”
자신의 국가마저도 평가절하를 하는 에리크 15세의 모습에 군인왕이 입을 다물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저 하얀 몽골에 대해 승산을 점치는 거의 유일한 이유는 바로 고려 덕분이지요. 그건 당신들도 잘 알 겁니다. 현명한 선택을 내리세요.”
군인왕은 이젠 정말로 더 듣기 싫다는 듯 성큼성큼 걸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하여간 도이치 놈들이란.
프로이센에서 국호만 달랑 바꾸었다고 저들의 습성이 달라지겠는가?
에리크 15세는 인문학적, 철학적으로 꽤 조예가 있었다.
그런 그는 고려의 범세계적 통치가 의미하는 바를 꽤 잘 깨닫고 있는 처지였다.
이번 전쟁 이후, 유럽의 정치 균형은 꽤 많이 바뀔 것이다.
만약 스웨덴이 서 있는 쪽이 승리한다면 도이치는 금방 유럽의 패자로 부상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도 이런 딱딱하고 엄격하며 군국주의적인 통치로 유럽의 정치에서 주도권을 행사한다면, 대체 누가 그에 고분고분 따르겠는가?
강대국은 강대국으로서의 품위가 있는 법인데, 지금 군인왕의 행동은 그저 군사를 좀 많이 좋아하는 철부지와 다름없어 보이기도 했다.
그의 전술적 역량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 나라에서 과연 제대로 된 성군이 나올 수 있을까.’
그것이야말로 유럽의 운명이 달린 문제라고 생각하며 에리크 15세는 텅 빈 회의장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