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파 사건(2)
무자파르는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머리로는 암살자의 권총이 불을 뿜기 전에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순간 옆에서 누군가 그를 잡아끌었다.
― 탕
무자파르는 억센 힘에 땅으로 내동댕이쳤다.
하팀이 붙여준 베두인 호위들 중 하나가 자신의 어깻죽지에서 피가 터져 나오는 것을 불사하고 그를 떠밀어 보호했다.
나머지 호위들은 성이 난 듯 권총을 뽑아 암살자에게 대응사격을 했다.
어차피 곧 있으면 야파항에 있는 이집트 군사들도 달려올 것이지만 그래도 저 암살자의 손에 들린 것이 다혈권총이라면 확인 사살을 하기 위해 계속 쏠 수 있었다.
북적였으나 평온했던 야파항은 난데없는 총소리에 순식간에 비명 소리로 가득해졌다.
“저… 저자를 살려둬라!”
부탁이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자파르는 호위에 부탁했다.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전까지의 대응사격이 너무 열심이었는지 암살자는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암살자를 생포하긴 했으나, 주요한 장기에 총알을 맞은 이상 그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을 것이 분명했나.
“너는 누구냐, 누구의 사주를 받았느냐!”
야파 당국이 허둥지둥 왕자를 모신 안가에서 암살범은 비웃음을 머금고 끝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늘어뜨렸다.
“이자의 소지품을 수색하라, 이자가 머물렀던 곳, 마주쳤던 사람 모두를 취조하라! 어서!”
수색은 의외로 쉽게 끝났다.
이자는 순례객들이 오가는 여관을 빌려 나흘 치 요금을 먼저 지불한 뒤에 여관주인에게 그의 방에 오지 말라는 말까지 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의 숙소에서 호위병들은 여러 가지 증거 물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무자파르의 동선으로 예상되는 곳들이 그려진 지도와 총기, 탄약까지.
암살범은 철두철미하게 이집트 왕자를 죽일 모든 준비를 다 해놓았던 것처럼 보였다.
“여기 다른 물품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자파르는 그곳에서 낡은 책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토라….”
토라, 전통적인 유대교 세 성경(타나크) 중 가장 권위 높은 율법서.
무자파르는 암살범이 총을 쏘기 직전 외쳤던 말까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이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이 비천한 유대인들이!”
무자파르는 하루아침에 아련의 수뇌부와 마주할 만큼 결단력이 좋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상당히 다혈질적이고 성급했다.
게다가 이집트 무슬림들과 유대인들은 역사적으로 딱히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무자파르는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에 눈이 붉어진 채로 야파항의 모든 유대인들을 잡아 자신의 목숨을 탐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총상의 후유증으로 어깻죽지에 붕대를 둘둘 감고 있던 베두인 호위가 그에게 다가와 문득 말했다.
“하지만 너무 이상합니다. 제 부하들이 여관을 철저하게 수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증거가 너무 쉽게 발견되었던 것 같습니다.”
“유대 놈들이 그렇게 치밀할 것 같으냐?”
“제가 판단한 바로 그자의 사격 실력은 꽤나 탁월했습니다. 정확히 전하의 심장을 노려서 사격했잖습니까. 게다가 지도와 수제 탄약까지 직접 만드는 자가 암살을 계획한 시점에 증거자료를 제거하지 않고 남겨둔다니요. 토라를 비롯해 나머지 것들도 마치 보란 듯이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그 광신도는 이교도에 대항한다는 자기의 위업이 알려지길 원했겠지. 이교도 놈들은 다 그렇다. 그러니 뻔뻔하게 대낮의 야파항에서 삿된 소리를 지르며 총을 발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자파르의 분노 섞인 말도 끝으로 갈수록 어조가 서서히 수그러들었다.
무자파르를 구한 베두인 호위는 무려 고려에서 초빙한 특별 교관에게 요인 보호 훈련을 받은 최정예였다.
이 정도 고급 인원을 선뜻 내준 하팀 덕에, 그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생명의 은인이 제기한 의문에 그는 한동안 머리를 식히고 고민했다.
‘유대인들이 대체 왜?’
거듭 생각해보니 그러했다.
아무리 이곳 예루살렘에 수많은 순례자들이 오가고 그에 따라 갈등이 빚어진다 하더라도, 유대인들이 특출나게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게다가,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상당히 핍박받고 있었다.
악랄한 베네치아 게토의 위용은 유럽이나 지중해의 다른 국가들에 사는 유대인들까지도 치를 떨 만큼 끔찍했으니까.
자신이 죽어서 가장 큰 이득을 볼 사람은 엄연히 베네치아인들이었다.
저들 또한 베네치아 게토에 가장 핍박받는 민족으로, 도리어 베네치아에 불만을 많이 가진 자신을 좋게 보면 좋게 보았지 나쁘게 볼 이유는 없었다.
‘설마 내가 이로 인해 유대인을 박해하고, 베네치아에 있는 유대인들이 우리를 증오하게끔 이유를 만들 셈이었나?’
하지만 그렇게 해서 베네치아가 얻는 것이 뭔가.
게토에서 핍박받는 유대인들이 이집트인에 대한 증오로 하루아침에 베네치아를 지지한다?
그런 소리는 지나가는 개도 웃을 것이 분명했다.
무자파르는 혼란스러워진 채로 콘스탄티노플로 향했다
그가 생각해봐도, 지금 카이로에 가는 것은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것과 같았다.
일단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했다.
* * *
정보총국.
대외국.
콘스탄티노플 지부.
“베네치아의 모략 하나는 방해했습니다.”
무자파르를 호위했던 샴마르 베두인은 상처를 돌보기 위해 콘스탄티노플에 도착하자마자 무자파르와 헤어졌다.
다만 그는 병원에 직행하는 대신, 자유시 총독이자 시장인 해상헌에게 먼저 보고부터 했다.
“수고했다. 어깨는 어떤가?”
“심각하진 않습니다.”
“다행이군. 그래도 가서 쉬게. 다시 할 일이 많아.”
“알겠습니다.”
상헌은 부하를 병원으로 보내곤 시가를 재떨이에 떨었다.
이곳에 오니, 담배라곤 입에도 안 대었던 해씨 종친인 그마저도 이제는 이곳의 풍습에 물들어 골초가 되어버려 있었다.
시가라도 안 피웠으면 아마 이 소란스럽고 음흉한 도시를 다스리느라 정신이 나가버렸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아센재웅 그놈이 더 처지가 나았다.
정작 자신은 징징거리고 있긴 하다만.
‘놈, 좀 사내답게 굴지.’
결국 블라디미르 2세에 대한 참수작전은 폐기되었다.
상부에서 보인 작전에 대한 회의감도 회의감이었지만, 어차피 일리안 아센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시가를 입에 머금고 서류를 불태웠다.
적의 이번 작전은 동지중해 전 정보역량이 집중되어 있는 콘스탄티노플 지부가 막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일이 끝났다는 사실에 그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상부는 전쟁이 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들의 손에 놀아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저들이 무리수를 둘수록, 고려의 명분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후 무자파르가 대면을 신청해 마주한 자리에서 해상헌은 이집트의 요구사항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랍 연방과 같이 고려의 보호를 원한다는 말은 들어주기 힘들었다.
대외부가 아련을 통해 그의 목숨을 구해주긴 했지만, 국제법상 이집트의 지위는 온전한 독립국이 아닌, 베네치아의 보호국이었다.
국가 신용을 중시하는 고려가 이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는 없었다.
고려의 머뭇거리는 태도에 화가 난 무자파르는 콘스탄티노플을 떠나 이탈리아로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죽은 둘째 형의 정책에는 반대했었지만, 지금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베네치아의 적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콘스탄티노플을 떠나시면 위험할 겁니다.”
해상헌은 콘스탄티노플에 있었던 적 첩보원에 대한 얘기를 해주려다 이내 말을 삼켰다.
무자파르가 도시에 도착하기 무섭게 적의 모략이 다시금 가해졌고, 대외부는 그 모략을 수월하게 격퇴했다.
허나 그건 이곳이 지부가 있는 장소였기 때문에 그러했으니, 도시를 떠난다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여기에 계속 처박혀 있으란 소리시오? 그렇게는 못 하오.”
열정이 넘치나 멧돼지같이 하나만 바라보고 움직이는 이집트 왕자를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던 해상헌이 마침내 대안을 내놓았다.
“안전한 배편을 마련해 드릴 테니, 이걸 타고 피렌체로 향하시지요.”
그것까지는 거절하고 싶지 않았는지, 무자파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배려에 감사드리오.”
* * *
야파항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베네치아공화국 10인 위원회는 무자파르의 반베네치아 행동도, 그가 카이로를 뛰쳐나가 아랍 연방과 접촉한 사실도 미행을 보내 눈치채고 있었다.
튀니스에서 열린 베네치아 최고통치기구, 10인 위원회는 현 상황에 대한 내부의 입장을 재정리했다.
“무자파르 왕자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지지가 상당합니다.”
“현 술탄도 우리의 설득에 무자파르를 멀리하고 있지만, 또다시 자신의 아들을 암살하는 것엔 지극히 반대하고 있소.”
“차라리 바시르 대신 무자파르를 암살해야 했던 것이 아니오?”
“지나간 일은 그만 언급합시다. 그리고 바시르 그자도 가만히 내버려 두었으면 이탈리아와 손을 잡았을 게요. 무자파르는 적어도 기독교인들을 공평하게 싫어했지.”
다시금 정쟁에 불이 붙는 것 같아, 도제가 화제를 옮겼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 현 상황을 좀 수습해야 할 필요가 있소. 게토들이 어수선하오.”
“크레타 놈들의 저항이 거셉니다. 칸디아(이라클리온)는 낮에는 우리 손아귀에 있지만, 밤에는 저들의 병사들이 지붕 위를 오가며 무기고와 군량고를 불태우는 일이 빈번합니다. 잔혹하게 처형을 해도 여전히 그래요.”
“그리스 놈들이 뒷배를 봐주기 때문이겠지…. 놈들이 반군의 가족을 보호하는 이상, 반군들을 협박할 근거가 사라지기 마련이오.”
크레타인, 그리스계의 독립운동은 게토 체계에 불을 지폈다.
베네치아인들은 이 크레타인들을 캐루안의 무슬림마냥 앞뒤 가릴 것 없이 쳐 죽이지는 못했는데, 정교회라 하나 같은 기독교 계열의 신민들을 그리 죽이는 것은 이들로서도 부담스러웠다.
바로 위에 위치한 그리스의 뒷배에 고려가 있다는 것도 그랬지만, 베네치아의 잠재적 가장 큰 동맹이라고 볼 수 있는 러시아 또한 정교회를 믿고 있으니 더더욱 그러했다.
“그래도 게토 서열에서 그리스를 한 칸 밑으로 내리는 결정은 변동 없소. 그들은 이제 3신분(무슬림)과 같은 취급을 받을 게요.”
“그렇다면 2신분으로 끌어올릴 자들은 누굽니까?”
“누군가를 내렸다고 해서 누군가를 꼭 끌어올려야 하오?”
“그러지 아니할 이유도 없지요. 분명히 반란으로 인해 계급이 내려갈 수도 있다면 반란을 하지 않으면 오를 수도 있다는 희망도 주는 게 통치에 원활하지 않겠습니까.”
몇몇 위원들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도제가 입을 열었던 사람에게 말했다.
“델피노 공. 좋은 복안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베네치아에서 가장 명성 높은 가문 중 하나인 델피노가의 수장인 다니엘레 지롤라모 델피노는 베네치아 해군 출신이며 장성이기도 했지만 외교관이기도 했기에 다방면으로 상당한 혜안을 가진 실력가였다.
“유대인들을 끌어올린다면 어떻겠습니까?”
“뭐라고요?”
“허 참, 내 헛것을 들었나.”
10인 위원회가 잘못 들었나 귀를 후비적거리는 사이, 다니엘레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 밖에 누굴 올릴 수 있겠습니까? 그나마 협조를 잘하는 다른 기독교인들은 이미 2신분이잖습니까?”
그건 그랬다.
“우리가 유대인들을 한계까지 쥐어짜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건 부인하지 않으시겠지요.”
“3신분들의 당연한 책무요.”
“정당성을 따지자는 것은 아닙니다. 공화국의 시민들이 아니더라도 공화국의 보호를 받는 자들은 응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맞지요. 허나 희망이 없이는 효율도 없습니다. 올해의 세수를 본다면, 유대 게토들은 눈에 띄게 수입이 감소했잖습니까?”
“탐욕스러운 그들이 어딘가에 황금을 숨겨 놓고는 당국에 헌납하지 않기 때문이지.”
위원회 귀족 하나가 빈정거렸다.
다니엘레는 고개를 으쓱했다.
“어쨌든 지금 공화국의 재정은 산 카를로 보로메오급 전함 세 척을 건조하느라 온갖 예산에 적자가 난 상탭니다. 이번 알렉산드리아 전투에서도 이탈리아 육군을 겨우겨우 막아내었지요. 그저 육군을 지휘한 피사니 공께 감사를 드려야 할 상황입니다.”
“그럼 더더욱 게토의 세수를 경감하면 안 되는 게 아니오?”
“베네치아에 희망을 주자는 말입니다. 탐욕스러우나, 능력은 있는 놈들이에요. 그들을 대우상으로는 2계급 게토로 올리고 그것보다도 더 큰 희망을 주면 그들은 앞장서서 의무를 다할 겁니다.”
“무슨 희망?”
“이집트의 땅을 조금 찢어서 그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는 말이지요.”
10인 위원회는 놀라서 수런거렸다.
하지만 도제는 갑자기 흥미가 생겼는지 독촉했다.
“세부 사항을 말씀해 보시오.”
“서로는 수에즈부터 동으로는 팔레스타인까지. 그곳에 새로이 이스라엘을 건설해주겠다 하면, 유대인들은 유럽을 좀먹지 않고 그곳에 모여 살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주변의 이슬람 국가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충성과 복종을 맹세할 수밖에 없겠지요.”
다니엘레는 유럽 이곳저곳을 다닌 경험으로, 유대인들이 뭘 원하는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땅 없는 민족에게 땅을 주겠다는 말은, 그들 모두에게 아편이라도 꽂은 듯 맹목적으로 자신들을 따르게 할 수 있었다.
희망이 생긴다면 등에 채찍질을 가해도 버텨내는 것이다.
사실, 베네치아로서는 이집트를 보호령으로 삼았다는 사실보다는 그로 인해 따라오는 수에즈의 안위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들로서도 알 가잘리의 이집트를 지금처럼 보호령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점령해서 다스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보호국은 어디까지나 외교권을 제외한 주권이 있는 나라였다.
이집트인들은 게토를 통해 분열통치하기엔 너무 수가 많았으며 나일강 삼각주에 집중적으로 뭉쳐있는 상황.
또한 종교도 이슬람적 전통이 이미 오랜 시간 동안 뿌리박혀 있었다.
베네치아로서는 이들의 힘을 뺄 겸, 다른 방식으로 수에즈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좋았다.
수에즈를 어느 한 나라가 독점하는 것이 아닌, 두 나라가 경쟁한다면 그들로서도 파고들 가능성이 많았다.
둘 모두 보호국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
따라서 베네치아는 다니엘레가 주장한 이집트 분할안 및 유대인 나라 건국 계획을 수립했다.
자신들의 게토 안에 있는 유대인들에게 나라를 만들어주자.
실로 뚱딴지같은 말이었다.
현시점 세계에서 가장 가혹하게 유대인을 핍박하는 이들이 그들이었으니.
하지만 베네치아도 상황을 알긴 알았다.
그들이 게토제를 가혹하게 운용하는 것은 사실이나, 항상 채찍만 휘둘러서는 효용이 떨어진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 10인 위원회는 금전적으로 상당한 능력을 자랑하는 유대인들에게 당근을 흔들었다.
예전에 유대민족이 거주했던 땅을 일부 양도한다면 이들의 불만을 무마시킬 아편을 투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이집트의 힘을 많이 빼 놓는 것은 부수적인 일이었고.
베네치아는 지도에 줄자를 그어가며 수에즈 동쪽부터 아랍 연방이 소유권을 주장한 아카바―사해선까지의 삼각 지대를 ‘이스라엘’이라는 유대인 국가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물론 이 이스라엘은 이집트 이상으로 베네치아에 조종되는 괴뢰국이 될 운명이 명백했지만, 유대인들은 필히 이 이상향에 매몰되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땅 없는 민족이란 땅에 극도로 집착했으니.
실제로 유대인 게토는 이 소식을 듣고 많이 동요했다.
몇몇 사람들은 억압자들의 헛소리라며 들은 척도 안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의 등에 채찍을 휘두르고 감시탑으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자들이 누군지 알면서도 이 모든 고난과 역경이 이스라엘이 건국된다면 사라질 수 있다고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물론 당국과 유대인들 모두 베네치아의 보호국이라는 이집트의 주권과 현지 이슬람계 주민들의 생각은 고려치 않았다.
하지만 공화국의 계획은 암살이 성공하거나, 성공하지 않더라도 무자파르의 분노가 유대인들을 향하여 두 민족 간의 갈등이 표면화될 때나 가능성이 있는 것이었다.
베두인 호위들로 인해, 이 모든 계획은 뒤틀렸다.
베네치아는 야파항에서의 작전에 실패했고, 큰 위기의식에 빠졌다.
암살자는 유대인이긴커녕 공화국이 자랑하는 저격수였는데 목표를 암살하지도 못했고 탈출에도 실패했다.
듣기로는 매우 가까이 근접해 사격을 실시했다 했는데도.
베네치아는 사후 작전을 평가하며 그의 옆에 있는 호위들이 범상치 않다고 느꼈고, 계획을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