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인기(2)
북려.
오하이오주
와이야타낭시.
오대호의 주들, 그중에서도 오하이오주는 상당히 야심만만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주지사는 오대호의 수운을 누리는 와이야타낭시가 북려의 중공업 단지로 발돋움하길 원했고, 여러 공장들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군수산업과 관련된 공장이 들어오는 것도 적극적으로 유치해냈다.
자국의 핵심 공장들이 수운을 누리면서도 해안가에서는 떨어져 다소 안전을 보장받길 원하는 고려로서도 오대호의 도시에 공장을 짓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물론 경쟁자들도 없지는 않았지만, 미네소타 같은 주들에 접근하기 위해선 호수를 두 번 더 통과해야 하는 것에 비해 와이야타낭시는 비교적 가까워 경쟁력이 있었다.
그런 노력 끝에 와이야타낭시는 최근 이례적으로 빠르게 발전했으며 이제는 오하이오의 주도인 시카고를 넘어섰고 심지어 오대호의 도시들 중 수좌에 꼽힐 만한 성세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거리상 남려 청해나 그런 곳을 제외하면 북려에서 가장 공학과 기술이 발전한 진주의 인재들을 수급해 올 수 있는 여건도 되었다.
군수산업과 관련된 공장 중에서는 견인기 공장도 있었다.
견인기가 본래 농사용으로 계획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나 북려 메뚜기와의 전쟁에서 농부들을 빠르게 기계화시켜야 하겠다고 생각한 상민은 견인기 회사를 설립한 뒤, 기업농을 중심으로 이를 저렴하게 임대하여 자료를 확보하고 개선해 나가는 식의 운영 방법을 취했다.
내연기관 특허권 하나는 정말 잘 써먹고 있는 셈이다.
종합동력기계사(社)는 이렇게 만들어진 회사로 첫 번째 장구한 계획을 견인기 사업으로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종합동력기계사, 줄여서 종동사는 견인기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이미 고려 군부와 계약을 하고 있었다.
견인기를 견인기로만 쓰려는 사람은 아주 순박한 사람이다.
세월의 풍파를 수도 없이 겪어왔던 상민과 같은 사람은 이 견인기의 용도를 다르게도 생각했다.
견인기, 즉 트랙터는 무언가 무거운 것을 끌고 다니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무거운 것은 밭과 논을 가는 쟁기가 될 수 있었고 혹은 대포가 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대두된 견인포의 개념도 그랬다.
사실 내연기관을 이용한 견인기가 나오기 전부터도 대포는 당연히 우마를 이용해 견인하고 다녀 견인포라는 호칭 자체가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포의 구경이란 대체로 큰 것이 좋아, 곡사포가 대체로 커지고 있을 때 이것들을 우마의 힘으로만 끌어당기려는 것은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고려는 아주 최근 445년식 75구경 견인곡사포를 만들었다.
75구경, 즉 75미리라는 구경은 당연히 대구경에 속했으나 그것이 가장 큰 대구경의 대포라고 부르기엔 무리수가 있었다.
도리어 왜인지 모르지만 화포에 집착하는 조선이나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가진 대포 중에는 과도하게 구경에 집착한 흔적이 여실히 남아 있는 괴악한 물건들도 있었다.
다만, 남한테 보여주는 미끼가 아니라 자국 군대가 쓸 병기를 만들 땐 균형이라는 것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고려는 어설픈 구경 늘리기 대신 다른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들은 445년식에 기존의 함포 설계에서 채택된 주퇴복좌기를 그들이 가진 야포에도 끼워넣기를 원했던 것이다.
야포의 주퇴복좌기는 형언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전술적 이점을 불러왔다.
주퇴복좌기가 있는 대포와 없는 대포 간의 간극은 엄청나게 컸다.
포탄을 쏘는 반동을 그냥 받아넘겨야 하는 일반적인 대포는 한 번 발포하고 나면 조준이 완전히 흐트러져 사실상 다시 조준을 해야 했다.
만약 지형이 괴악하거나 운이 나쁘다면, 대포를 지지하던 포좌나 포대가 박살 나 포가 뒤집혀 버리는 끔찍한 사태도 일어나곤 했다.
해군에는 먼저 도입되어 있었던 함포의 주퇴복좌기는 이러한 야포의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다만 새로운 부품이 추가된다는 사실은 대포의 무게가 한층 더 무거워진다는 것을 의미했고 이는 다시금 포병대의 고충이 되는 것이다.
이걸 말로만 끌었겠는가, 사람도 이리저리 힘을 보태었지.
예열이 될 때까지 한동안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했던 증기견인기는 너무 답답했다.
그러니 발전된 견인기가 등장한 것은 포병들에겐 몹시 행복한 일과 같았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우십니까?”
군대에서 장기 복무한 포병 정교 하나가 종동사의 시험장에서 견인기로 야포를 움직이는 것을 보다 남몰래 소맷자락을 들어 눈가를 훔쳤다.
“아··· 아닙니다.”
하지만 견인기의 시범 운용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견인기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
견인기의 바퀴가 가끔 말을 듣지 않는 상황이 나오는 것이다.
처음 고려의 장교들은 이 모습을 보고 답답해했었다.
“모든 땅이 단단하고 평탄하기만을 바라야 한다니, 너무 답답합니다. 이래서야 뭘 어찌 제대로 써먹습니까?”
바퀴형 견인기, 즉 차륜형 견인기는 지형을 많이 탔다. 만약 전날 비가 와서 바닥이 질척거리는 상황에서 운용한다면 진흙에 빠져 바퀴가 헛돌기 일쑤였다.
농부야 비가 내리면 어찌 일정을 조절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견인기가 끄는 농기계가 아무리 무겁다 하나, 야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군인들에게 비가 내린 날을 피하고 단단한 지표면에서만 작전을 하라고 말하는 것은 재미없는 농담에 가까웠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해결책이 있었다.
문제가 제기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종동사의 연구직원 두 명이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폴 디허먼은 어느 날 주말에도 그를 부르는 상관의 눈을 피해 창고에서 처박혀 자다가 얼굴에 애벌레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애벌레 따위야 그냥 손끝으로 튕기면 그만이었지만, 디허먼은 그 순간 무언가를 느꼈고 분노한 채로 그를 찾아 쏘다니는 스쿌드 크리스티안슨과 함께 새로운 바퀴의 개념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애벌레의 움직임이라니? 매번 어디에 처박혀 자느라 이젠 괴상한 꿈까지 꿨냐?”
“정말 애벌레의 움직임을 따라 하자는 건 아닙니다. 그저 바퀴가 없는 벌레들이 앞으로 움직이는 원리를 생각해보자는 거죠.”
몸이 둥글지 않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원리.
디허먼은 바퀴가 땅에 접하는 작은 표면적에 비해 과도할 정도로 큰 압력이 실리는 탓에 자꾸만 견인기가 질척한 땅에 처박힌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 표면적을 크게 늘리는 방안을 고안해냈다.
이른바, 무한궤도였다.
동력전달체가 바퀴인 것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바퀴의 수가 많아졌고, 그 많은 바퀴들이 하나의 넓적한 판끈을 움직여 말 그대로 ‘무한히 길을 깔며’ 나아간다는 방식은 일견 간단해 보였으나 실로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바퀴의 일부에 가중되었던 접지압이 궤도 전체로 분산되니 질척한 흙바닥도 꽤나 수월히 통과할 수 있었다.
“스키의 원리로군.”
“바로 그겁니다.”
노르웨이 출신의 이민 1.5세대 크리스티안슨도 디허먼의 말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이 둘에 의해 만들어진 궤도형 견인기는 확실히 차륜형 견인기보다 전장의 전반적인 지형에 대해 우월한 극복력을 가지게 되었다.
군부는 뛸 듯이 기뻐하며 그 자리에서 군용 견인기를 주문했다.
종동사도 민간용 농업 견인기와 군용 견인기의 생산시설을 나누어 찍어내기 시작했으니, 바야흐로 기계화라는 단어가 농부와 군인 모두에게 처음으로 적용되는 순간이었다.
일이 잘 풀렸다는 수확을 안고 종동사를 떠나 다시 창양의 군무부로 복귀하는 날.
윤선형 부위와 그의 상관은 업무를 마무리하고 와이야타낭 항구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 일도 잘 끝났군.”
“고생 많으셨습니다.”
윤 부위가 상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창양 떠나니 개고생이지?”
“그나마 와이야타낭은 근무하기 꽤 괜찮지 않습니까?”
“그래도 난 창양이 좋아.”
“그건 맞습니다.”
분위기가 좋은 이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선형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저, 과장님?”
선형은 공장 답사 후부터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견인기가 굳이 저렇게 대포를 뒤로 끌고 다닐 필요가 있겠습니까?”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상관이 반문했다.
“그럼, 네가 끌래?”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침을 한 번 삼킨 뒤 선형이 자신의 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냥, 조금 큰 견인기 위에 대포를 올려 항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떻습니까?”
“······.”
“생각만 해도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심지어 그 안에 타고 있는 운용 인원을 보호하기 위해 옆에 철판이라도 좀 달면 소총탄으로는 제압할 수 없는 괴물 같은 것이 탄생할 겁니다.”
과장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너무 터무니없는 소리를 했나, 선형이 서둘러 싸해진 분위기를 수습했다.
“아니, 뭐, 예. 철판 무게 생각해보면 농담이긴 합니다. 아무리 무한궤도라도 그 정도 무게를 버틸 리가. 하하.”
재미없는 농담을 잘못 꺼낸 것이 틀림없었다.
‘이게 이렇게 싸해질 부류의 농담이었나?’
선형은 항구로 갈 동안 심각해진 얼굴을 하고 있는 부장을 불안한 눈초리로 바라보아야만 했다.
하지만 마침내 항구에 도착하여 누군가를 만나고 온 부장의 얼굴이 풀려있는 것을 보자 선형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 잠시 사람을 좀 만나느라.”
“예. 곧 배가 온답니다.”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하던 선형이 갑자기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는 손길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윤 부위.”
“부위 윤선형.”
“난 자네가 참 좋아. 말귀를 잘 알아들어 빠릿빠릿하고 가끔은 재치까지 있는 촉망받는 젊은 장교라 생각한다네.”
상관의 뜬금없는 칭찬은 항상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예?”
“다 자네를 위해서 하는 일이야.”
선형은 갑자기 자신의 두 팔을 붙잡는 억센 손길을 느꼈다.
그들의 제복을 보니 고려군 병사는 분명했다.
“뭡니까? 뭐야! 너희들!”
“육군정보국에서 나왔습니다. 잠시 같이 가 주셔야 할 곳이 있습니다. 어차피 상부에는 다 전달이 되었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선형은 원망 섞인 눈으로 그의 상관을 바라보았지만, 이미 그는 즐거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승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 더 고생하시게.”
* * *
이라크.
바그다드.
바그다드는 바스라와 함께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핵심 도시였으며, 상민의 중간 목표 중 하나였다.
고려의 지배권은 마침내 이곳까지 도달했고 바그다드 지혜의 집은 이제 얼추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다시 그 증오를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던 사방의 부족들은 위대한 고려인 셰이크의 아래, 마침내 안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신앙의 분열과 과격화 또한 바스라를 통해 들어오는 고려산 밀가루로 인해 물질적인 부족이 서서히 해결되자 비로소 잦아들었다.
이라크의 사람들은 전쟁을 통해 황폐해진 개수시설을 손보고 척박해진 땅을 다시금 개간하였으니 드디어 이들이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바그다드의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북적였다.
이는 사파비조도, 아프사르조도 이루지 못했던 평화였다.
― 옛 아바스의 황금기가 다시금 시작될 것이다.
노인들은 입을 모아 그리 말했다.
제아무리 나이 지긋하다 하더라도 그들은 아바스의 치세를 겪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말에 반박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 어찌 이교도, 이민족들의 치세를 속 편히 생각하느냐!
물론 소수의 사람은 여전히 그리 떠들었지만, 그들의 주장이 당장의 배를 부르게 하지는 못했기에 많은 사람들은 이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런 와중 조심스러운 신앙의 말들이 그들 사이를 누볐다.
그것들은 기존의 교리와 율법에 대한 회의감을 담고 이곳저곳을 누볐다.
얼핏 보면 무타질라의 소리와 비슷하여 신무타질라의 부흥이라고 비판하는 율법학자들도 있었지만 상민은 그 뒤에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을 금방 눈치챘다.
상민은 많은 아내를 두었음에도, 아이샤만큼 파악하기 어려운 여인은 처음이었다.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소녀는 고혹적인 여인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결혼생활도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이 젊은 아내의 꿍꿍이는 교묘했다.
그녀가 가진 천성적인 자질일지도 몰랐다.
아이샤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도리어 그와는 완벽할 정도로 반대였다.
무슬림인들에겐 실로 무엄하게도, 그녀는 상민의 위대함이 인류사에서 생명체로 탄생했던 그 어떤 존재보다 높다고 그리 믿었다.
그 신념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는 뻔하지 않은가.
상민은 제국교와 쿠쿨칸교만으로도 이미 머리가 충분히 아팠기에 그녀를 불러 행동을 제지했다.
“당신, 그리고 하팀 그 녀석이 꿍꿍이를 가지고 괴악한 짓을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소. 그만두시오.”
상민이 봉합한 이슬람의 균열들은 이 남매의 행동에 의해 다시 헤집어질 수 있었다.
이 끔찍한 결과를 생각할수록 도무지 그냥 넘어가긴 어려웠다.
하지만 아이샤는 흔들림 없이 말했다.
“당신께서는 언제고 다시금 고려로 돌아가시겠지요.”
당연한 소리였다.
그 귀가길에는 아이샤도 함께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이미 몇 번이고 샴마르와 아라비아, 이라크와 페르시아에 휘몰았던 광풍을 지켜본 입장이었다.
그녀가 가진 대의의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당신께서 하셨던 말씀이 잊혀져 후대에 남겨지지 않는다면, 이곳은 다시금 버림받아 서로 싸우게 될 거예요. 이 땅의 자녀로서 어찌 그걸 원하겠어요?”
가슴 아프게도 그의 아내는 그의 의중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당신께서는 그저 이 땅이 고려가 주도할 세상의 안녕에 도움이 되길 원하시겠지만 저는 아니에요. 당신께선 당신이 가질 의무가 훨씬 더 넓다는 것을 인지하셔야 합니다.”
상민조차도 그 말엔 차마 반론할 수가 없었다.
공동의 번영을 운운하여 주변 부족을 규합했을지라도 상민의 속내엔 이라크를 단지 고려가 가진 여러 패 중 하나로 여긴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까.
아이샤는 이 땅이 단순히 패를 넘어 정말로 안정되어 번영할 땅이 되길 희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상민과 아이샤의 아들이 이라크의 술탄이 되길 원하는 것도 부가적인 욕심일 터였다.
아랍에서 박성민이라는 가명을 쓰며 활동하고 있는 탓에 그들의 아들은 알 박(Al Bak)이라는 가문 명칭을 쓸 것이고 왕조의 이름은 알 바키(Al Baki)가 될 것이다.
‘내 행동의 죄악이 깊다.’
* * *
언제고 그녀와 하팀을 다시 따로 만나 담판을 지으리라 생각한 상민은 몰려드는 일거리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 결심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세계 금권을 휘두를 수 있는 권리는 그만큼의 의무, 즉 일로 치환되었다.
“정보누출은 없었습니다. 순전히 자신의 상상으로 내뱉은 말이랍니다.”
상민은 종동사에서 온 보고서를 태웠다.
“뭐, 어찌 되었든 쓸 만한 놈이니 기술선도국에 처박아 놓도록.”
“예.”
자신이 일일이 모든 것을 알려주기도 전에, 사람들은 풍부한 상상력을 이용해 필연적인 것들을 떠올리곤 했다.
그로서는 실로 좋았다.
지하에 감금한 외계인 대신, 아직도 살아있는 태조를 고문하여 진보를 이루어내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매번 도깨비방망이 취급을 당하며 회사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주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리고 이 녀석, 대체 뭘 하고 있는 게냐?”
먼 손녀에 대한 보고까지 받아본 상민이 고개를 저었다.
“금지할까요?”
그러나 상민은 이어진 사도의 질문에는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해원이 그놈이 알면 기함을 하겠지. 허나 언제고 부모가 자식 일에 모두 간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면 나는 말리지 않아.”
수없이도 많은 자식들과 손주들을 본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니 그의 말이 맞았다.
“비행(非行)이 아닌 비행(飛行)이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종통에 대한 인기도 덩달아 상승할 것 같지 않은가?
다른 황족들은 모르겠지만, 상민은 황실이라는 것이 사실상 제국의 가장 유서 깊은 아이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항상 인기를 갈구해야 하는.
만약 그녀가 한발 더 나아가 정말 전쟁터에 나가길 원한다고 해도 상민은 딱히 말릴 생각이 없었다.
조금은 냉혹한 말일 수 있겠으나 정말로 한 자루 총을 들고 나가 참혹한 전쟁터를 누비는 것보다야 나았고 상징적 의미도 더없이 클 테니까.
[작가의 말]
종합동력기계 : General Motors
와이야타낭 : 디트로이트
박씨는 유럽인들이 발음을 알아듣기 힘들어 꼬아서 부르는 Park이 아니라, 로마자 표기법상으로 제일 발음이 비슷한 Bak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