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388화 (388/653)

이라크 전쟁(6)

외인부대는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북쪽으로 진군했다.

수적 문제가 해결된 병력들은 바다의 지원을 받으며 후푸프와 카프지, 알 쿠와잇을 넘었다.

그 와중에 해군은 페르시아 해안가의 거의 모든 항구와 항구에 정박한 배들을 포격으로 부수고 다녔다.

반다르가나베와 부세르, 반다르캉간과 반다르아바스까지 해군의 보복은 이어졌다.

항구의 건물들과 목선들은 거의 남김없이 불타올랐다.

오죽하면 그들의 주포가 도중에 마모되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분명히 무고한 어부들도, 주민들도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디르 샤는 전쟁을 일으킨다면 그의 백성도 남의 백성들처럼 피를 본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물론, 그 전쟁광에게 그런 생각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잔인한 군사작전이었으나, 그만큼 효과는 좋았다.

페르시아 해적들이 정박할 만한 항구를 죄다 두들기니, 해상에서의 위협은 아부다비의 해전 이후에 딱히 일어나지 않았다.

기뢰나 어뢰정의 공격도 없었다.

활대어뢰정은 이름과는 달리 분명히 페르시아가 제작한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무기일 테다.

나디르가 얼마나 그것들을 더 보유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수량이 많지는 않을 터.

게다가 시선을 돌릴 수 있는 미끼도 없는 채로 그저 그것들만으로 돌진 공격을 하는 것은 작전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야간에 한 번의 공격이 더 이어지긴 했다.

그러나 순양함과 기타 소형선의 지원은 활대어뢰정의 다른 공격을 방어하기엔 충분했다.

전함의 보충도 없었고, 대어뢰 파괴함도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함대는 그저 파도가 높아 적선들이 접근하기 힘든 먼바다에 닻을 내리고 임시로 만든 방뢰망을 펼친 채 기습에 대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한번 감을 잡은 어뢰에 대한 저들의 기술력은 분명히 근시일 내에 상승하겠지만 그 전에 고려는 페르시아만을 장악할 예정이었다.

다소 일방적이었던 바다의 싸움과는 다르게, 육지는 치열했다.

분명히 나디르 샤는 제대로 된 고려의 방어선에 들이박았다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비단 병력과 군대의 피해 말고도, 그 자신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것이 분명했다.

심리적 절망감과 패배감, 그리고 휘하 무장들의 불신까지.

그러나 그는 다시금 예전의 패배에서 회복해냈고, 빠르게 자신의 군대를 수습해 알 쿠와잇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 우리가 저들을 공격하는 것보다, 저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것을 노려야 한다!

속셈은 뻔했다.

철조망과 다혈포의 조합은 분명히 끔찍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전장에서 함정은 유구한 전통을 지녔고, 페르시아에서도 당연히 그런 것들을 쓴 적이 있으나 그것들은 철조망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촘촘히 깔린 철조망은 정말 정직하게 시신으로 그것들을 메워가면서 극복해야 했다.

그리고 제아무리 담력 있는 병사들이라도 전우들이 철삿줄 위에 걸린 고깃덩어리로 순식간에 변하는 꼴을 보고 있으려면 육신의 붕괴 이전에 정신부터 먼저 붕괴될 것이다.

그래서 나디르는 치욕을 감수하고 다시금 그의 영토로 와, 이번에는 그가 고려에게 미리 준비한 방어전략을 선사해 주기로 했다.

* * *

“하지만 뱁새가 황새 따라 하려다 가랑이 찢어지곤 하지.”

상민은 망원경으로 적의 방어선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철조망은 그 구조가 실로 간단하다.

철사를 만들어 일정 간격에다 뾰족뾰족한 가시나무 모양을 덧붙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많고 기다란 수의 철사를 만드는 데는 기본적인 공업력이 필요했다.

고려는 물론이고 일반적인 유럽 열강이나 동아시아 열강들은 생산하는 데 문제가 없겠지만, 페르시아가 그 정도는 아니었다.

보라, 저 엉성한 함정들을.

안 그래도 나무가 귀한 땅, 어찌어찌 마련한 형편없는 목재 장애물과 그 사이에 깔려 있을 뾰족한 마름쇠는 고려군에게 두려움보다는 짜증을 심어줄 정도의 함정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들의 총과 대포도 썩 좋은 무기는 아니었고.

또한 고려는 무려 15세기부터 다른 나라가 차마 따라 하지도 못할 괴악한 화력우세교리를 지켜왔던 유구한 전통이 있었다.

보병들을 진군시키기에 앞서, 고려군 지휘부는 여러 가지 준비를 해 온 상태였다.

“공세를 허가하겠소.”

“예, 전하.”

외인부대장, 조르지오 다 몬테펠트로가 별 셋이 달린 자신의 철모에 경례를 붙이고는 자신의 지휘부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외인부대의 숫자는 사단보다 조금 더 많거나 비슷할 뿐, 군단 편제의 인원이라 보기엔 부족하지만 신속전개 및 충격군이라는 특수한 부대의 지휘관이라, 일반적인 부장(副將) 계급을 주기에는 좀 부족했다.

물론 용병대를 이끌고 고려에 귀부하자마자 정장(正將) 계급을 받은 것에 다른 장성들이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겠지만, 전투 작전의 경험치로만 따져봤을 때 조르지오는 도리어 고려군 장수들의 평균보다도 훨씬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적절한 교육과 자신의 노력 덕에 상민은 지금 그의 인선을 딱히 잘못되었다 느끼지 않았다.

연안에 있는 해군은 물론이고, 비행정 계류선 세 척을 더 끌고 와 공세에 쓰일 수 있는 공군의 통합작전권도 그에게 있으니 현명한 공세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양의 포탄이 적진을 헤집었다.

적군은 해안의 함포사격을 의식해 알 쿠와잇의 해안가가 아니라 조금 내륙에 진을 치고 있었지만, 항공포탄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는지 속절없이 두들겨 맞고 있었다.

외인 포병여단이 가진 일반적 야포의 사거리도 고려가 우월했다.

한바탕 쏟아부은 이후엔 외인부대의 보병들이 진격했다.

페르시아군은 수적인 우위에도 불구하고 속절없이 무너졌다.

마름쇠와 기타 가시들은 고려군에게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애석하게도, 고려군이 신고 있는 전투화는 그저 가죽과 끈으로 대충 만든 페르시아 군인들의 군화와는 차원이 다른 물품이었다.

질기고 단단하게 경화된 소가죽 전투화는 마치 말의 편자마냥 병사의 뒤꿈치와 발바닥 밑면에 징과 강철밑창을 덧대었다.

예전이었다면 이 전투화를 내디딜 때마다 병사들이 미미한 통증을 느꼈을 것이다.

그 통증은 누적된다면 무시하기 어려웠을 테고.

하지만 지금의 전투화는 마냥 그저 내구성과 견고함만을 바라보진 않았다.

고려에서 천연고무를 다루는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는 상황.

고무공과 기타 운동용품들을 생산하는 회사들이 많이 있는 와중에, 고려군이 이 회사들과 합작하여 군수물품을 생산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무려 창양과 청해의 축구단 및 기타 여러 가지 유명한 구단에 운동용품을 납품하는 저명한 회사, ‘초승달’은 몇 년 전부터 개선된 신식 군장을 도입하려는 고려군부와 합작해 전투화 개선의 문제에 매달렸다.

이들은 사용자의 편의성을 지극히 중시하는 축구선수들의 입장과 전투화의 내구성과 견고함만을 중시하는 군부의 입장을 절충해냈고, 마침내 고무 깔창의 개념을 도입하여 병사들의 발 피로도를 극적으로 개선했다.

물론 오랫동안 걸은 병사의 땀과 뒤섞인 깔창은 끔찍한 냄새를 풍기곤 했지만, 흉악한 군장의 무게에 무릎의 연골이 박살 나지 않기 위해선 이런 소소한 것들이라도 큰 도움이 되곤 했다.

덕분에 전투화는 편안함은 나름대로 개선하면서 견고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병사들은 마름쇠를 발로 걷어차며 뜀박질을 하는 와중에도 이전보다는 훨씬 더 빠르고 신속하게 적의 함정지대를 돌파해냈다.

“놈들의 겁먹은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가! 모두 재장전하고 착검하라! 다섯에 일제 돌격한다!”

엄폐물을 끼고 제각기 근접전을 대비한 외인부대들은 전투의 흥분으로 고양된 붉은 눈동자를 하고 우렁찬 함성을 질렀다.

“약진 앞으로!”

““약진 앞으로!””

이미 한 차례 하늘에서 떨어진 공포스러운 포탄에 얻어맞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페르시아군들은 이제는 맹렬히 돌격해오는 고려군에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맥없이 도륙당했던 자신들과 달리 그들은 자신들이 이곳을 점령할 것이라 의심의 여지가 없는 표정이었다.

나디르가 이끄는 페르시아군들도 나름대로 정예라 제사총과 소총을 쏘며 저항했지만, 기세는 물론이고 장비의 질에서 도저히 항거할 수가 없었다.

운 좋게 한 병사의 가슴팍에 총탄을 쏜 페르시아 병사는, 전우의 죽음에 눈이 뒤집힌 그 옆 병사의 공격을 받았다.

얼떨결에 가슴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총검은 피투성이가 되는 것을 무릅쓰고 손으로 막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뒤이어진 발길질은 정확히 그의 무릎을 박살 냈다.

― 퍽

제아무리 총기의 시대가 도래한 후 힘센 장사들도 총알 앞에선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다지만, 전장은 가변적이라 가끔은 다시 이렇게 참호에서 원시적 근접전을 치르게 되곤 했다.

그리고 영양소를 잔뜩 섭취해 온몸의 근육이 성이 난 병사의 징 박힌 군화는 쓰러진 호리호리한 페르시아인의 얼굴을 다시 한번 짓이기는 것이다.

나디르는 너무나 무력하게 또다시 패배했다.

그의 장기, 모루와 망치를 이용하여 페르시아의 기병대로 적의 후미를 들이쳐 포병대를 격살하고자 하는 계획은, 모루 자체가 완전히 갈려버린 지금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 전술이 되었다.

* * *

알 쿠와잇의 대승이 일어난 지 한 달 뒤, 고려군은 마침내 중요한 이라크의 거점도시인 바스라를 점령했다.

이 유서 깊은 대도시는 천 년 전부터 이슬람 제국의 가장 중요한 항구도시로 꼽혔다.

어원학적으로 메소포타미아라는 말이 ‘두 강 사이의 땅’에서 나왔듯, 바스라를 점령하면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의 통제권을 얻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의 통제권을 얻는다면 이 메소포타미아의 전 지역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고려는 이제 페르시아의 영토에서 그들의 가장 중요한 지역을 쥐고 흔들 수 있게 되었다.

나디르가 반격해 올 것이 너무나 자명했던 터라, 고려군은 바스라를 점령하자마자 이곳의 성채를 점거하고 빠르게 방어시설을 올렸다.

페르시아의 점령 이후, 이곳은 수니파 반란이 많이 일어난 지역이라 의도적으로 성곽이 파괴되었지만 고려는 해자를 더 넓게 파고 철조망을 깐 뒤 다혈포와 대포를 좋은 각도에 배치하는 것으로 버려진 성채를 난공불락으로 만들었다.

바스라와 해안을 잇는 유프라테스 하류에는 이곳을 통행할 수 있는 작은 증기선들이 두바이의 건선거에서 건조되어 운반될 것이다.

그 이후에는 철도를 깔 예정이었고.

한번 이런 식으로 도시화와 요새화가 된다면 비산업국은 산업국을 이길 수 없었다.

바스라를 요새화하느라 바쁜 와중, 상민을 따라다니는 사도가 문득 감개무량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께서 바야흐로 모든 문명의 시작 지점에 와 계시니, 어찌 경외하지 않겠습니까? 저희들은 그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이 두 강의 땅, 유서 깊은 제국들이 태동한 땅을 나디르와 같은 샤 참칭자가 아니라 적법한 지배자인 당신의 품에 안길 수 있게 만들 것입니다.”

가관이다.

기가 찬 상민은 대꾸할 여력도 없었다.

“허, 참.”

상민도 이곳이 안정화된다면 고려의 역사학자들을 불러 이 위대한 문명의 땅을 조사하라 명령할 테지만, 그는 동시에 이곳도 언제까지고 영원하게 지배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99년 조차지보다는 조금 더 오래 지배하겠지만, 어차피 이곳도 나중엔 손에서 내려놓아야 할 지역이었으니까.

제아무리 여의국이라도 이는 불가능할 게 뻔했다.

하지만 사도는 그들의 태조이자 세계의 주인이 마침내 그와 가장 어울리는 대지를 손에 넣었다는 사실에 마냥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내가 이곳을 다스릴 일은 없을 테다. 행여나 허튼짓하진 말아라.”

하지만 사도는 고개를 숙여 보이면서도, 그 의지를 굽히진 않았다.

‘만약 당신이 아니더라도, 당신의 후손 중 하나가 이를 다스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바스라의 중요성은 당연히 나디르도 알고 있을 터.

이곳을 탈환하려는 시도가 있을 거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 가능했다.

하지만 얼마 후, 페르시아의 공세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던 고려는 나디르가 그들의 기대를 배신하고 완전히 이라크의 땅에서 철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디르의 병력은 바스라 탈환은 물론이고, 나시리야와 아바즈, 아마라와 심지어 그 중요한 바그다드를 수비하려는 의욕조차 보이지 않은 채 이스파한으로 돌아간 것이다.

상민은 사흘 뒤에 그 이유를 찾아냈다.

페르시아가 약해지면 좋아할 이는 오스만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

“무굴이 움직였군.”

이들은 분명히 고려―페르시아의 전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면밀히 살펴보다 마침내 행동에 나선 것이 분명했다.

고려의 병력 수준을 능가하는, 거의 십만 이상의 대군을 동원한 무굴의 파디샤, 무함마드 샤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좋은 것이 좋은 것이지. 저들이 싸워댈 때, 우리는 이라크를 빠르게 장악한다.”

조르지오도 고산지대에 위치한 적의 수도, 이스파한에 대한 공세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산악지대와 제자일(Jezail) 저격의 위험성을 따로 설명해야 할 필요는 없겠군.’

평지에서야 끊임없는 수모를 당하며 마침내 퇴각까지 한 나디르 샤의 군대였지만, 해발고도가 높은 산악지대에서의 전투는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았다.

평지에서 싸울 땐 더없이 멍청하고 둔한 수석식 소총도, 그때가 돼서는 흉측할 정도로 긴 총열의 위력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었다.

상민은 군부에게 폭주를 자제하고 지금 현 목표가 이라크의 장악이라는 것을 계속 상기시켰다.

카스피해 연안과 더불어 페르시아의 가장 중요한 돈줄이자 식량 수급처인 이곳을 고려가 장악한다면, 어차피 저 고장 난 전쟁 기계는 제풀에 지쳐 쓰러질 것이 자명했다.

물론 나디르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이라크의 토후들이 자체적으로 방어하라는 명령을 내려놨지만, 자기도 그 계획이 성공하리라고는 생각하진 않을 터.

“공격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하지만 상민은 무지성적인 공격 명령을 내리긴 주저했다.

이 ‘사막의 폭풍’ 작전은 고려의 승리로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상민은 사파비조 이백 년 동안 시아―수니 분쟁으로 얼룩진 이곳에 함부로 총칼을 놀려 반고려 감정까지 일으킬 생각이 없었다.

그가 누누이 관리들과 무장에게 강조했듯, 첫인상이 중요한 법이다.

“이곳은 아라비아반도와는 또 다르다. 유목민 베두인족이 아니라 정주민들이 사는 곳이니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조금 더 유하고, 조금 더 세속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했다.

“샴마르의 인연 관계를 좀 빌려야 하겠소.”

“맡겨만 주세요.”

상민의 말에 아이샤가 화답했다.

예멘에서 떠난 알 타이 부족은 샴마르에만 정착하지 않았고 이곳 이라크의 땅에도 뻗어 나갔다 한다.

먼 친척이지만 그들도 샴마르의 말을 완전히 흘려듣지는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샴마르의 에미르가 아랍 에미르 연방국의 대에미르가 된 이후는 더더욱.

상민은 그들뿐만이 아니라 평소부터 사파비 왕조에 반기를 들었던 수니계 토후들도 규합하길 원했다.

게다가 시아의 토후들도 나디르의 폭정에 지쳤을 테니, 이들도 어찌 노력해본다면 구워삶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사가 한순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지만, 어차피 그에게 시간은 많았다.

다만 걸리는 것은 초기에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이곳에 오래 머물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일 터.

페르시아로부터 항구적인 독립을 지키기 위해선 제대로 된 이라크의 왕조가 들어서야 했다.

상민은 이곳 말고도 아직 문제를 풀어야 할 땅이 하나 더 있음을 상기하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지나의 문제는 조선과 옥저에게 맡겨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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