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340화 (340/653)

무연화약

* * *

빌럼은 아까부터 저 연인이 정말 짜증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 멍멍

사냥개들조차 동의한다는 듯 자꾸만 눈치 없는 그들을 보며 짖어대었다.

해원의 좌충우돌 연애사를 보며 버터 강냉이를 먹은 것도 한때지, 이제 놀려먹을 구석도 없었다.

일주일이 흘렀다.

불과 일주일 만에 태자가 이렇게 변할 줄 이 세상 그 누가 알았겠는가?

덴하흐의 왕실 사냥터에 친구를 불러 한바탕 신나게 놀려고 했던 빌럼은 정작 친구가 제 짝에 완전히 몰입해 있자 갑자기 심술이 돋는 것을 느꼈다.

“눈꼴시어서 도무지 못 보겠군. 자네는 사냥을 알아서 더 하게, 난 야영지의 클로다에게 돌아가야겠어.”

빌럼과 동행하던 네덜란드 사냥꾼들은 웃음을 참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느 순간부터 서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남녀는 다정하게 이러쿵저러쿵 쑥덕거리고 있었다.

“와, 정말요?”

루이제가 탄성을 질렀다.

해원은 어느새 그녀의 뒤에서 유럽 표준의 뇌홍뚜껑식 소총의 제대로 된 견착법을 알려준다는 구실로(비록 루이제도 알고 있었지만) 반쯤 그녀를 껴안고 말했다.

사실 이미 총은 발포된 지 오래였다.

“예, 고려에 오신다면 아름다운 총을 한 정 드리겠습니다.”

해원은 누가 들을세라,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외부의 시선은 영락없는 사랑의 속삭임이었으나, 내용은 영 어울리지 않았다.

“그 총 끝은 날렵하고, 개머리판은 부드러운 곡선이 우아하게 뻗어 있죠.”

팔이 얽혔다.

“정열적인 화약은 밖에서 보이진 않고, 다만 안에서 격렬하게 점화합니다. 마치 제 사랑처럼.”

해원은 루이제의 손을 끌어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어머.”

“그러면서도, 점화된 화약은 이 총처럼 추하고 매캐한 연기를 내뿜지 않아요. 오로지 섬광과 같은 흔적만 남길 뿐. 당신의 아름다운 얼굴이 절대로 찡그리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루이제는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그의 가슴에 파묻고야 말았다.

* * *

“제 짝을 아주 잘 만났군.”

상민은 보고서를 들고 어처구니없다는 감정이 담긴 웃음을 터트렸다.

[태자는 베를린으로 향함.

이후 프리드리히 빌헬름의 앞에서 루이제 아말리에에게 청혼하였음.

프로이센 왕실로부터 혼인에 대한 동의가 이루어진 후, 태자와 예비 태자비 부부는 교회에서 간단히 서약한 뒤 함께 창양으로 오는 중.

황상의 뜻에 따라, 결혼식은 창양에서 열릴 예정.]

분명 세상에는 아직 전격전이 없었다.

하지만, 해원과 루이제 아말리에는 대지를 누비는 용맹한 후사르마냥 파죽지세로 그들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짓고 있었다.

태자의 행보가 정말로 사랑의 열병에 빠진 청년 그 자체라, 상민은 이번에도 후대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주걱턱보다야 낫겠지.’

옛 귀족들은 귀천상혼이 자신들의 고귀한 피를 더럽히는 일이라 생각했다지.

하지만 귀천상혼이야말로 그 고귀한 피가 건강한 피로 계속 유지될 수 있게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합스부르크는 비록 결혼으로 유럽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그 업보를 돌려받았다.

어디서 들었던 적이 있었다.

보통 열성의 주걱턱 유전자 형질과는 달리, 합스부르크의 주걱턱 유전자는 불행하게도 우성이라고 했었다.

물론 정확히 확인된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고려에 존재하는 모든 해씨의 선조로서, 종통의 수호자로서 이는 실로 불길한 소리가 아닌가?

게다가 합스부르크는 과도한 근친혼으로 주걱턱 말고도 상당히 많은 유전병(드러나지도 않는 인자도 많다 한다)을 가지고 있었으니.

비록 마리아 안나라는 공주는 주걱턱 형질과 같은 인자가 잘 발현된 것 같지는 않지만.

후대에는 또 어떤 비극이 일어날지는 모르는 일이다.

물론 오스트리아는 중요한 파트너 후보였다.

태자가 마리아 안나를 적극적으로 원했다면 상민은 그 의향을 들어주었겠지.

그래도 계속 찝찝했을 테다.

다행히 결과는 최선으로 났다.

스웨덴도 좋았겠지만 사실, 국가체급이나 고려와의 접근성 등 여러 가지 환경을 따지고 보면 프로이센이 제일 적절했다.

이제는 명실공히 고려의 대(對)유럽 외교 파트너가 마련된 셈.

앞으로 프로이센은 고려가 벌이는 유럽의 무도회에서 중요한 파트너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걸핏하면 편을 갈아타는 유럽의 외교와는 달리, 상민은 장기적인 친선을 통해 해당 국가의 왕족이나 지도층은 물론이고 국민 전체의 우호를 사는 것을 선호했다.

상민은 메테르니히와 탈레랑, 심지어 먼 훗날의 인물인 키신저의 주장들을 모두 알고는 있었으나, 그들의 사상엔 동의하진 않았다.

상민의 외교 정책 기조는 현실주의의 틀 안에서조차 최선의 이상을 추구하는 것.

극단적인 현실주의는 극단적인 낭만주의와 다를 바가 없으니 오로지 편을 가르고 가르며 점점 더 불신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는 거지.

고려처럼 대국의 외교는 그래서는 안 되었다.

에이레, 네덜란드 모두 국민적 감정이 고려에 몹시 우호적이니, 고려는 프로이센도 그와 마찬가지로 대우할 것이다.

일단 과격한 그 성질을 몇 번 죽여놓아야 하겠지만.

카디스 조약이 많이 흘러버린 세월과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유명무실해진 지금, 경쟁자들(프랑스와 오스트리아 같은)이 휘청거리고 있을 때를 노려 프로이센은 원역사와는 달리 해외 식민지의 경쟁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니.

고려는 물론 권장하지는 않겠지만, 침묵해 줄 수는 있었다.

‘의외로 프로이센의 외교력은 아직 멀쩡하구만.’

이번에 자신이 만든 판(태자비의 간택)에 적극적으로 응한 것도 그렇고.

의외로 아직까지 프로이센은 브란덴부르크 선제후국 시절의 ‘유연한’ 외교 기조를 유지하고 있던 것처럼 보였다.

사실 생각해보면 훗날에도 마냥 프로이센이 삽질만을 한 것은 아니었다.

철의 재상이자 외교의 달인이었던 비스마르크도 엄연히 프로이센의 재상이지 않은가?

비록 몇 가지 단점이 있다고는 하나, 비스마르크는 명실공히 유럽 최고의 외교가 중 하나였다.

그러니 프로이센이 날이 갈수록 과격한 군국주의로 빠진 이유는, 물론 튜튼기사단의 유산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진심으로 신뢰하는 외교 파트너가 딱히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겠지.

천연 방벽이라고 할 수 있는 바다는 적었고, 그야말로 사방이 적이었으니.

하지만 고려는 유럽의 땅에 썩 관심도 없었고, 이미 아대륙에서 헤게모니를 이루었으니 정말로 제대로 된 파트너로서 대우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좋은 외교’의 혜택을 볼 것이었다.

* * *

“이 녀석, 오면 일단 종아리를 맞아야겠어.”

제아무리 혼약을 약속하고 데리고 온다 하지만, 어디 함부로 국가기밀을 말하고 다닌다니.

숭무감 졸업은 헛것으로 한 게냐?

태자의 그 닭살 돋는 말에서 기술을 유추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것을 들은 당사자인 루이제는 이제 태자비가 되어 고려의 사람이 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었지만, 상민은 한바탕 잔소리를 퍼붓기로 다짐했다.

아무리 아직 어린애라 하더라도.

버릇은 젊을 때 고쳐놔야 했다.

여차하면 신혼 기간에 어디 극기 훈련이라도 보낼 생각도 있었다.

뭐 심심하지 않게 며느리랑 같이 보내도 되겠다.

물론, 둘이 앞으로 잘 행동한다면 벌이 경감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해원이 오기 전까지 상민은 기술선도국이 새롭게 만들었던 여러 병기들의 3차 시제품을 다시금 확인하기로 했다.

“준비는 되어 있는가?”

“예, 지하 사격장에 마련해놓았습니다.”

1차 추심전쟁은 기존의 고려 병력들의 제식 무기를 완전히 내보이는 전투였다.

상민은 여러 이유로 기술 개발의 속도를 조절할지언정, 이미 개발되어 있는 무기는 절대 아끼지 않았다.

적포군 한 명 한 명의 생명은 소중했다.

아끼면 똥 된다는 격언도 있었고.

얼마 전에 벌어진 추심전쟁으로 인해 고려는 다시금 흑색화약의 본질적인 한계를 깨닫게 되었다.

이젠 흑색화약을 완전히 손에서 놓을 때가 왔다.

시간이 흐르며 흑색화약의 품질과 생산성이 계속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정말 그 원초적 한계에 봉착했다.

[정윤―381 소총과 다혈포의 실전 사용 보고]

보고서에는 정말이지 알제 전투 내내 이곳저곳에서 탄걸림이 일어났다는 흔적이 빼곡하게 작성되어 있었지.

고질적인 명중률의 문제도 포함되었었고.

‘전열보병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와중, 산개 공격을 위해서 무연화약은 필수적이다.’

흑색화약은 연기가 엄청나게 심했다.

발사한 직후에는 시야가 완전히 방해받을 정도로.

그리하여 가공할 연사력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명중률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연기는 총열에 심각하게 누적되었고, 누적된 탄매는 총기의 기능 고장뿐만 아니라 사수의 안전도 해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예전의 삶에서도 그랬다.

익숙하게 다루었던 K2 소총을 손질할 때면 매번 느꼈다.

현대적 무연화약에도 불구하고 사격훈련이 끝나면 매번 노리쇠뭉치에 새까맣게 때가 껴 있지 않았던가?

그것조차 그랬는데, 지금까지 흑색화약을 써 왔던 고려의 소총은 말해서 무엇하랴.

손바닥 네 개만큼 큰 흰 손수건으로 한 번의 전투에서 사용되었던 총을 손질한다면, 거의 전부가 새카맣게 변할 것이 분명했다.

상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저택에 마련된 지하실로 향했다.

추가적인 공사를 통해 이제는 지하실이 꽤 깊었다.

야심한 밤에 사격을 하더라도 밖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다.

덕분에 계단이 어둡고 깊어, 등불을 들고 가야 했지만.

‘빌어먹을 전등.’

삶을 살아오면서 계속하여 느끼는 것인데, 미래의 지식을 알고 있으면 답답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으련만, 어설프게 알고 있으니 도리어 불편함만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무연화약도 그러했다.

흑색화약의 자리를 무연화약이 대체했다는 사실을 그 누가 모를까?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었고 그 순서는 너무나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던 까닭에 한 번에 풀어낼 수가 없었다.

무연화약을 만들기 위해서 고려의 화학자들이 행한 노력은 수없이 많았다.

일단 현대적 화학에서 너무나도 중요하게 쓰이는 3대 강산(황산, 질산, 염산)의 안정적인 생산이 담보되어야 했다.

일단 화약은 대체로 질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질산이 초석의 주성분, 즉 질산칼륨을 황산으로 증류하여 얻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번에도 여지없이 선행과제가 요구되었던 것이다.

그럼 황산은 어떻게 얻느냐?

초창기의 황산은, 유황을 태워 이산화황을 만들고 초석 등으로 산화시켜 삼산화황을 만든 뒤 물에 녹여 만들었다.

다행히 고려는 태동산맥과 고려대륙 서해안의 수많은 화산들에서 유황을 쉬이 구할 수 있었다.

이제는 후아이나푸티나가 가장 유명한 화산이 되어버렸지만, 유황이 풍부한 다른 화산들도 충분히 많았다.

초석은 별다른 설명을 할 필요조차 없었다.

하지만 유황을 태워 만든 산화황을 수집하기 위해선 또 유리 도구가 필요했다.

만약 상민이 유리 개발을 조금만 소홀히 했으면, 후대에 또 끙끙거리며 발악을 했겠지.

어찌 되었든 황산과 질산의 생산이 시작된 이후, 고려는 계속 강산들의 제조법을 개선시켜 나갔다.

지금 황산 제조공정에서 주로 쓰이는 방법은 연실법이라 하는 방법이었지만, 이제는 또 백금과 산화철을 이용해 촉매접촉법이라는 새로운 공정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했으니, 어쩌면 연실법의 한계를 보완하고 더욱 양질의 황산을 더욱 많이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황산과 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면, 면화약의 개발은 가시권에 들어온다.

실제로 초창기의 무연화약이라고 할 수 있는 ‘면화약’(니트로셀룰로오스)이 발명된 것은 개천년 4세기 초반.

의외로 빨랐다.

하지만 그 뒤에 이 면화약은 꽤나 긴 시간 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상민은 면화약까지 얼핏 개념을 알고 있었다.

황산과 질산은 어디서 주워듣긴 했었고 눈치라는 것이 있으면, 면화약에 면이 들어가는 것도 알겠지.

하지만 그는 니트로셀룰로오스에 면이라는 힌트를 제공한 뒤에는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 어떠한 조언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 이후에는 정말로 맨땅에 헤딩이었으니까.

초창기의 면화약은 너무나도 폭속(폭발의 속도)이 빠르고 불안정하여, 총기의 화약으로 쓰기에는 부적절했다.

과학자들과 장인들은 이 면화약이 농담으로 기침 한 번 잘못했다가 발화할 놈이라고 했었다.

실제로 어떤 장인은 면화약을 다루다 팔을 잃어버려 당사자와 상민에게 큰 슬픔을 안겨주기도 했으니.

이 정도면 쏘는 사수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무기가 아니겠는가?

실제로 병기 실험조차도 병기를 거치해놓고 멀리서 실을 당겨 쏘았으니 말을 다 한 셈이다.

물론 그 총도 폭발했다는 것은 당연한 결말이었고.

그리고 기나긴 인고의 시간 끝에, 마침내 과학자들은 해법을 찾아냈다.

면화약에 많은 혼합물들을 섞어보던 화학자들 중 마침내 홍상주 청해대학교 화학과 교수와 그의 노예, 아니 대학원생인 강병찬은 안정된 무연화약을 만들어내었다.

선주정(에탄올)과 에테르의 혼합제(콜로디온)에 면화약을 녹인 이 초창기의 무연화약은 군용 탄환에 쓰기에 실로 적절했다.

상민은 거금을 들여 그 특허를 구매했고, 아직 무연화약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보수성 강한 군부에게도 반쯤 강매하기도 했다.

여담으로 홍상주와 강병찬은 특허를 판 돈으로 그 길로 대학에서 나와 둘이서 따로 병기 회사를 차렸다고 한다.

소총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민간 조병창은 그들 말고도 이미 있었다.

군무부 산하의 병기개발단도 있지만, 대포와 전함까지 총괄하는 일손이 극히 부족한 병기개발단에서 비교적 단순한 소총까지 신경 쓰기에는 아무래도 인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조정의 철저한 감시(사실 이런 회사마저도 상민의 지분이 큰 터라 그조차도 필요 없긴 했다.) 아래 민간의 회사들 몇 군데에 제각기 군납할 소총을 만들어보라고 했었지.

하지만 지금까지는 정씨와 윤씨가 만들었다 해서 정윤 화기 회사로 이름 붙인 회사를 제외하고는 괄목할 만한 개인화기 회사는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381년식 소총이 얼마 전까지 적포군의 제식 화기였었고.

어쨌든 이 홍상주와 강병찬이라는 자가 만들 무연화약 후미장전식 소총은, 아마 홍강 소총이라 불릴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들이 새로운 총을 개천 416년에 만들면, 훗날 외국에서는 이 총을 그들의 성씨 이니셜(H&K)과 년도를 따서 부르려나.’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하던 상민은 지하실의 가장 아래층에 도착해, 마침내 그곳에 전시된 총들을 바라보았다.

아직까지는 시제품도 아니고 시작품이라 해야 하겠지만, 상민은 주르르 나열된 병기들을 보자마자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귀마개를 착용한 뒤 총을 몇 차례 쓰다듬고는 그 옆의 총탄을 집어 들었다.

마침내, 마침내!

황동 탄피에 담겨 있을 무연화약.

그리고 그 앞에 뾰족이 머리를 내미는 탄두.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나뭇가지와 돌로 이루어졌던 과거의 병기가 마침내 탄두와 화약, 탄피로 이루어진 온전체로 거듭난 광경을 보아라.

상민은 총을 집어 올려 능숙하게 노리쇠를 후퇴했다.

그리고는 드러난 약실에 탄을 집어넣고는 장전을 완료했다.

장전과정, 종이 탄피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깔끔함과 개운함이 손의 감촉에 생생하다.

― 탕

호쾌한 발사.

온몸의 근육이 맥동하며 반동을 받아내었고, 상민은 초인적인 시력으로 자신이 영점을 확인하지 않은 총으로도 한 번에 과녁의 정중앙을 꿰뚫었음을 확인했다.

연기는 거의 피어나지 않았다.

상민은 귀마개를 벗었다.

― 팅

장전 손잡이를 뒤로 젖혀 탄피를 배출하자, 구리 탄피가 바닥에 떨어지는 청명한 소리가 지하실에 울렸다.

너 자신이 누굴 비웃느냐?

상민은 온몸을 충실히 감싸는 만족감에 문득 실소했다.

원이 놈의 유전자는 자신에게서 나왔는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