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외교전(5)
해원은 다섯 명의 여인들과 모두 춤을 추었다.
솔직히 힘들었다.
고된 육체단련을 하는 것마냥 다리가 떨리는 것은 절대 아니었으니 신체적으로 피로하지는 않았다.
정신적으로는 상당한 심력을 쏟았다 보니 어쩐지 몸도 피곤한 것처럼 착각하는 것일까.
해원은 그냥 이 순간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차라리 몸이 좋지 않다 변명하고는 헨드릭 2세가 내준 왕궁 안의 침실에 들어가 자고 싶은 욕망이 들었다.
허나 그럴 순 없다.
먼저 자리를 뜬 스테파니아를 제외하고, 이미 한바탕 춤을 추었던 여인들은 그와 약간 떨어져 다른 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광경은 보이는 대로 판단하면 안 된다.
저 애매모호한 위치를 보라.
그는 여자란 대단한 생물들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전술적 감각이 타고난 것도 아닐 텐데, 여인들은 제각기 어떠한 빈틈이라도 생긴다면 언제든지 다가올 수 있을 만큼의 거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여인의 수가 서너 명이라도 실로 철통같은 포위망을 구축한 것이겠지.
‘루이 13세는 대체 이걸 왜 좋아했단 말인가?’
해원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작자였다.
그 양반은 베르사유에서 연일 파티를 벌일 때마다 자신의 권위와 절대왕정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온갖 궁정 연회 규칙들을 만들어대었다지.
어떤 의자에 앉을 수 있는 권리, 정원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 보다 격이 높은 파트너와 말하는 권리 등등을.
다행스럽게도 이곳 네덜란드에는 그런 것들이 없지만, 저 여인들의 나라에서는 또 모른다.
‘후우.’
이것도 따지고 보면 전초전.
해원이 구혼자로 분류되는 모든 여인과 춤을 춘 뒤에야 여인들 간의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천천히 그를 기다리고 있는 여인에게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매도 빨리 맞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아주 다행인 것은 마지막으로 남은 여인이, 정말로 아름다웠다는 사실이다.
그도 사지 멀쩡하고 지극히 원기 왕성한 사내였다.
그러니 처음 여섯 명의 여인들을 대면했을 때부터 몇몇의 여인들에게 먼저 눈이 갔던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경국지색인 마리안나와 더불어, 은근히 그를 신경 쓰게 만든 여인.
왜인지 루이제는 마지막 순번을 자처했지만, 오스트리아와의 경쟁의식을 생각해본다면 이해할 수 없진 않았다.
해원은 지친 와중에도 이런 미녀에게 다가가니 잠시나마 힘이 나는 것을 느꼈다.
“프로이센의 루이제 아말리에 전하이십니다.”
그러고 보니 주네덜란드 고려 대사도 아까부터 고생이 많았군.
물론 그의 업무가 외교이니만큼, 태자의 문제는 국가적 최고 중대사항 중 하나였기에 잔뜩 신경을 써야 할 터.
나중에 따로 수고에 대한 포상을 내리도록 하자.
해원은 다가가서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고 손을 내밀어 춤을 청했다.
하지만 루이제는 불현듯 엉뚱한 소리를 꺼냈다.
“힘드시지요? 바깥 공기를 쐬시면서 산책이라도 하시겠어요?”
좋았다.
실로 바라 마지않은 일이었다.
“아, 정말 좋습니다. 가시죠.”
해원은 냉큼 그 제안을 수락했다.
당대 유럽인들이 얼마나 춤에 미쳐있었는지, 그는 잠시간이라도 멀쩡한 사람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상시라면 아마 루이제의 이 수작에 마리아 안나, 아니 애칭으로 불러달라고 했으니, 마리안나는 눈에 불을 켜고 그녀를 노려보았겠지.
― 무슨 단둘이 산책이야. 이 상도덕도 없는 년아.
비단 마리안나뿐일까.
스테파니아와 크리스티나를 제외한 다른 두 여인들도 계속 감시를 하거나 방해하려고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적절한 순간에 포위망이 풀리고야 말았다.
“디저트가 나왔어요!”
“……!”
세상에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 여인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평소에 ‘제대로 된’ 외국의 디저트를 접하기 어려웠다면 그 관심은 배가 되기 마련.
해원이 암스테르담으로 오며 데리고 온 몇 명의 황실 숙수들 중에는 과자 명인으로 분류되는 자들도 두 명이 있었다.
이번 연회를 위해, 그들은 무도회 중 간단히 집어먹기 편리하면서도 가루가 남지 않아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과자들을 궁리했다.
그 결과로 숙수들은 아주 먼 옛날부터 계속 내려오던 고려 전통의 유밀과와 유과, 숙실과, 당 그리고 여러 유럽 기원의 과자들을 한 손으로 집기 쉬우면서도 맛은 그대로 유지하여 만들어내었다.
밀가루, 땅콩과 아몬드, 심지어 다른 곳에서는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는 꿀과 설탕, 기름과 수유의 가격까지도 상대적으로 낮은 고려에서 과자 문화가 성장하지 못할 순 없었다.
온갖 음식들이 만들어지니, 커피에 곁들이는 과자와 차에 곁들이는 과자가 따로 나뉘기도 했을 정도였다.
이런 작고 먹음직스러운 과자들이 담긴 쟁반이 중정에 나오자, 여인들의 고개가 마치 미어캣처럼 한쪽으로 쏠렸다.
무도회에서 춤을 추다 보면 배가 고프다.
사실, 춤이란 것이 의외로 많은 열량을 소비하는 터라 허기는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에게도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사교계에서는 애석하게도 정숙한 숙녀가 밥을 제대로 챙겨 먹을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코르셋을 생각하기도 해야 했기에.
그러니, 이들에게 과자란 사실상 무도회에서의 생명 연장 줄과 다름없었던 것이다.
“제대로 된 유밀과라니!”
“당연히 속과자의 층을 제대로 구현했겠죠? 우리 요리사는 매번 실패하던데.”
여인들이 슬금슬금 이동했다.
아니, 군중 자체가 이동하고 있었다는 것이 옳았다.
시종들이 바쁘게 쟁반에서 내려놓는 것들을 살펴보던 어떤 여인이 놀라움에 입을 가렸다.
“어머, 저게 말로만 듣던 마카론(Macaron, 마카롱)인가요?”
“……정말?”
그리고 그중에는 소문으로만 듣던 ‘그 과자’가 있었다.
과거 줄리아노 데 메디치는 처음 가문을 이끌고 카디스를 통해 고려로 망명했다.
그는 고려에 귀화한 이후 고려 최대의 은행가로 높은 명예를 누렸고, 메디치 가문은 다시금 번성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메디치 은행은 고려의 5대 은행 중 최고라 꼽힐 정도였으니, 이는 국가체급을 비교해 볼 때 과거 피렌체의 지도자로 군림하던 시절보다도 더욱 번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였다.
마카론은 줄리아노의 요리사, 마르코에 의해 고려에 소개되었다.
이 이색적인 이탈리아식 과자는 꿀과 참기름을 이용한 과자 일색이었던 고려에 설탕과 아몬드의 조합을 기반으로 한 과자의 인기를 선풍적으로 불러일으키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마르코가 세운 첫 번째 제과점 본점은 청해에 아직까지도 존재했고, 지금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명망 높았다.
마르코의 성공 이후, 온갖 곳에서 우후죽순처럼 마카론이 판매되었다.
이에 경쟁자들은 남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카카오나 백란(바닐라), 커피 등을 첨가한 파생 마카론들을 만들어대었으니.
지금 이 순간 펼쳐진 아름다운 과자들의 향기는 도저히 저항할 수 있는 부류의 유혹이 아니었다.
포위망이 풀렸다.
그 가운데서 고립되어 지쳐가고 있던 해원은, 암사자들의 군대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외부의 영향으로 물러나자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하늘이 돕는 것을 재빨리 파악한 루이제가 그의 손을 잡아끌자, 그들은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맛있겠다….’
물론, 루이제도 한창때의 소녀였고 단것을 싫어하지도 않았으니 저것들에 대한 욕망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와 같이 이렇게 외부로 나온 것은 몹시 잘한 행동이었다.
다 죽어가던 식물과 같던 해원은 봄비를 맞은 것마냥 다시 생생해지고 있었다.
“후아! 공기가 참 맑군요.”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춤 신청을 제외하고는 수동적이었던 남자는 한순간에 바뀌어 이제는 공주를 능숙하게 이끌기 시작했다.
“암스테르담 왕궁의 정원은 작은 축에 속하고, 지금쯤이면 사람이 바글거릴 겁니다.”
“맞아요.”
“그러니, 운하 주변을 좀 걷지요. 시간이 늦어서 사람도 별로 없을 겁니다.”
“네.”
루이제는 어둑한 곳을 바라보며 자신의 호위라도 불러야 할까 고민했지만, 이윽고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싫었다. 둘만 같이 있는 것이 좋았다.
― 이무기께서 움직이신다.
물론, 애석하게도 검은 그림자들이 수신호를 주고받은 뒤 그들을 포근히 감싸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두 남녀는 서늘한 달빛 아래, 암스테르담의 앞바다 저위더르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끼며 한동안 걸었다.
담소는 끊이지 않았다.
해원은 신기했다.
불과 5개월 전까지만 해도 생도였던, 그러니 지금도 아직 한창 재사회화의 과정을 밟고 있던 해원은 왕궁의 한복판에서 자란 공주가 자신과 대화가 통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혹한기 훈련이라, 힘드셨겠네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불경한 생각이지만 아주 잠시간은 황상 폐하께서 저를 미워하여 암살하려는 게 아니냐는 멍청한 생각도 들었을 정도였지요.”
― 이 사람아, 제발!
빌럼이 옆에 있었다면 아마 해원에게 핀잔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해원은 꿋꿋이 젊은 아가씨에게 기어코 생도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어찌나 추운지, 아침에 벗어놓은 군화를 다시 신을 때 푹 하고 꺼지더니 온 가죽이 죄다 찢어졌지요.”
“군화는 행군할 때 중요하지요. 새 군화를 길들이기에는 시간도 없었을 터인데….”
루이제의 맞장구에 해원은 더 신났다.
프로이센은 숭무기풍이 강하다 하니, 그녀는 오빠나 아버지에게 그러한 영향을 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대화가 끊이지 않는 것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더군다나 저는 황태자인데. 동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온 기수가 저를, 심지어 나이가 많았던 숭무감 총감도 앞에서 같이 걸어가는 마당에 그깟 신발 하나로 징징거릴 수도 없었으니까요!”
― 휘이잉
때마침 해원에게 진정하라는 듯 바람이 불었다.
추수철, 아직은 겨울이 오진 않았다.
그래도 일교차는 꽤나 심했고, 루이제는 살짝 추운지 몸을 떨었다.
해원이 서둘러 그의 상의를 벗었다.
그들을 감싸던 그림자 중 하나가 다가오려 했지만, 해원이 자연스럽게 손을 털자 이윽고 그 손짓을 이해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감사해요.”
그녀에게 상의를 걸쳐준 해원이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전하, 무도회에서 춤을 청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제 결례겠지요. 게다가 이렇게 쌀쌀한 날씨에 산책을 하는 것도 전하께는 썩 재미있는 일이 아니셨을 겝니다.”
“아니에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해원은 슬쩍 웃음 지었다.
다른 이유는 아니었고 달밤의 아래에서 루이제의 얼굴을 보니,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비록 제가 한동안 군무에서 군주의 자질을 길러야만 했으나 눈치가 아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제가 적어도 보답은 드릴 수 있게 해주시지요.”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황태자는 자신의 호의를 건네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리고 루이제는 그 대단한 호의를 상당히 이색적인 곳에 써버렸다.
“……사냥을 말입니까?”
“네.”
“예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유럽 대륙의 사냥은 잉글랜드의 여우 사냥과는 사뭇 다르다 들었습니다.”
“격렬하지요. 말을 제대로 타야 하고요.”
보통의 사냥에는, 여인들은 거의 가지 않았다.
생존을 위한 사냥이 아니라, 유흥을 위한 사냥에서는 더더욱.
잉글랜드의 여우 사냥은 여인들도 조금은 참석한다 하나, 그곳의 문화는 대륙과는 조금 달랐다.
“힘드… 아니, 아닙니다.”
해원이 말끝을 잘랐다.
힘드실 텐데요, 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예의가 없는 것이 아닌가.
힘들지 않게 자신이 배려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해원은 이 종잡을 수 없는 공주가 몹시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같이 말머리를 나란히 하는 것도 기대가 되었고.
“알겠습니다, 글피에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
* * *
“전하, 뭘 잘못 드셨어요?”
루이제의 시녀, 요한나 폰 뤼네부르크가 마침내 그녀의 주군에게 험한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아니, 사냥이라니요. 여인으로서 잘 보여야 할 때에 무슨 소리세요! 게다가 고려의 알맞은 여인상은 프로이센 왈가닥이 아니라 대체로 현숙한 숙녀라니까요?”
요한나는 뱉어놓고 후회하는지 곧바로 입을 다물고는 그녀의 눈치를 봤지만, 루이제는 그녀의 말에 별 반응하지 않고 욕조에서 일어났다.
“…….”
불빛에 비치는 그녀의 나신은 보통의 귀족 영애처럼 희고 부드러워 보였다.
하지만, 가녀리고 연약한 다른 영애와는 달리, 루이제는 움직일 때마다 복근과 같이 그녀의 건강함을 증명하는 작고 미세한 근육들이 아주 살짝 노출되었다.
하녀들이 다가와 목욕을 마친 그녀를 수건으로 감쌌다.
아름다운 나신이 가려졌다.
“교감이 있었어.”
“교감은 춤으로 하셨어야죠!”
요한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호엔촐레른이란!’
루이제는 아름다운 속옷 위에 입을 옷들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꽉 끼는 승마용 바지와 가죽조끼 등이 있었다.
요한나는 속이 타들어 갔다.
“아예 전하께서 좋아하시는 ‘그 옷’이라도 입으시는 것은 어때요? 굳이 여기까지 가져오셨잖아요?”
그리고, 요한나는 아까의 후회를 다시금 망각하고 빈정거렸다.
그녀의 말에 루이제가 눈을 크게 떴다.
하녀들은 이제야말로 건방진 요한나 백작 영애가 혼쭐이 날 것이라 생각하며 서둘러 자리를 비우려 했지만, 루이제 아말리에는 모두가 머리를 칠 수밖에 없는 대답을 하고야 말았다.
“그럴까? 정말 좋은 생각인 것 같아. 너희들, 그 옷들을 가져오거라.”
그녀의 명에 하녀들이 시녀의 눈치를 보다, 짐으로 달려갔다.
요한나가 빈혈이라도 오는지 휘청거렸다.
그녀는 공주와 함께한 나날이 실로 길었지만 대체 왜 공주가 암스테르담까지 ‘그 옷’을 가지고 오셨는지는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요한나의 여성적인 감성에서는 더더욱.
그 옷이 대체 뭐가 그리 좋으시다고.
“안 그래도 작년에 쓴 승마바지가 좀 엉덩이가 끼는 모양이야. 가슴도 그렇고.”
“…….”
“그냥 민망한 옷을 입느니 차라리 그 옷을 입을래. 사냥 나갈 때도 괜찮겠지.”
어차피 야외에서 쓰는 용도는 맞을 게 아니야?
그리고 그도 편안하게 여길지도 모르고.
* * *
이레니아 객원 옆에 위치한 마구간.
자신의 애마의 갈기를 쓸어내리고 있는 해원은 드디어 찾아온 해방감을 즐기고 있었다.
“너도 그렇지 않느냐?”
곧 있으면 사냥터로 가기 위해 짜증 나는 열차를 타야 한다는 것을 아는지, 그의 말이 투레질을 했다.
빌럼 부부(클로다는 사냥에 참여하진 않겠지만), 그리고 루이제와의 사냥이 남아 있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의무가 아니라 오락이었다.
그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해원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군복을 내려다보았다.
사냥복을 챙겨오지 않았던 까닭에, 숭무감을 졸업한 뒤 곧바로 임명된 명예근위여단장의 제복을 입고 사냥하기로 했다.
가시성도 좋았고, 품격도 있으니 만능 옷차림과 같았다.
재사회화에는 썩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그리고 그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 작은 손길을 느꼈다.
“음?”
어느새, 그의 뒤에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었다.
“……루이제 전하?”
“많이 기다리셨나요?”
해원은 숨이 턱 막혔다.
루이제는 귀부인의 승마복이나 하늘하늘한 외출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
눈에 띄는 선명한 붉은색의 군복.
흰 대수(Sash)가 어깨에서 허리까지 비스듬히 내려와 있다.
그 위에는 프로이센 블루라 불리는 짙은 청남색의 외투를 걸쳤고, 하의에는 흰 바지와 군화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심지어, 허리에 패용한 장식용 짧은 기병도까지.
서유럽이 바이콘, 즉 이각모를 패용한다면, 헝가리 근처와 후사르들은 샤코(Shako)와 같은 챙이 짧고 위가 긴 군모를 착용한다지.
사실 실물은 이번이 처음 접하는 셈이다.
루이제의 옆구리에 화려한 장식을 한 샤코가 보였다.
열일곱 처녀가 수줍게 그를 바라보았다.
“기다리고 계셨지요?”
루이제 아말리에 폰 호엔촐레른.
프로이센 경기병대의 대령이자 근위후사르 제3연대 명예연대장의 아름다운 모습에, 해원은 마침내 자신의 심장이 제멋대로 격동하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말]
마카롱의 기원은 사료가 남은 이탈리아 기원설을 채택했습니다.
Larousse Gastronomique의 프랑스 기원설은 기각했습니다.
이탈리아 기원설은 본래 베네치아와 북이탈리아 일대에서 유행하던 과자를 카트린 드 메디치가 프랑스로 시집가면서 퍼트렸다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