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328화 (328/653)

프랑스 혁명(3)

“폐하, 세금을 거두는 최고의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콜베르의 물음에, 루이 13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겠소.”

“이는 거위를 붙잡아 비명을 적게 지르게 하면서도 가장 많은 거위 털을 뽑는 원리와 같습니다.”

“흐음….”

“거위가 상해서 죽어버린다면, 다음에는 다시금 그 아름다운 깃털과 알을 구하지 못하게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루이 13세가 잠시 생각하다 반문했다.

“허나, 경의 표현에 따르면 거위에게 너무나 불필요한 동정을 주는 것도 깃털과 알을 적게 얻는 것이 아니오?”

콜베르는 탄식과도 같은 말을 내었다.

“오, 폐하. 신이 장담컨대, 지금 프랑스는 폐하께서 말씀하신 것은 전혀 걱정거리가 아닙니다. 거위는 이미 피투성이이며, 지금 언제라도 죽어 나자빠질 상태입니다.”

“…….”

“부디, 마지막 만찬을 거위 고기로 즐기는 일이 없도록 하시옵소서.”

콜베르는 진심 어린 조언을 루이 13세에게 올렸다.

이 젊고 위대한 프랑스의 군주는 처음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절대왕정의 그림자에 이런 끔찍한 것들이 놓여 있다는 것을 계속 부정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막상 전임 명재상 쥘 마자랭이 인정하고 그의 후계로 삼은 현 재정총감 콜베르의 역량 자체는 그도 충분히 높이 사고 있었기에 나중에는 콜베르의 제안 중 몇 가지를 수용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콜베르는 희망을 가졌다.

이미 그는 재정상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세금을 많이 늘려 놓은 상황.

프랑스에는 특권계층마저도 빠져나갈 수 없게 설계된 온갖 간접세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콜베르는 사치품과 창문, 말, 마차와 기타 등등에 부과되는 이러한 기형적인 간접세가 국익에는 썩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뜩이나 현재 프랑스는 유례없는 막장 조세제도로 유명한 마당에 이런 복잡한 세금구조는 행정적으로도 끔찍할 정도의 비효율을 낳고 있었다.

진정한 국부는 결국에는 고려처럼 소득과 재산세, 법인세, 상속세 등의 직접세에서 대부분 기원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결국은 이 푸른 피의 인간들에게서 제대로 된 세금을 거두어야 프랑스의 모순이 해결된다는 것.

지금 이 모순을 풀어나간다면, 프랑스는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도 몰랐다.

루이 13세의 허가를 받은 콜베르는 마침내 1675년 삼부회를 개최하기 전, 사전에 협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먼저 명사회(Assemblée des notables)를 루브르에서 개최했다.

조세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을 위해, 제1신분인 성직자와 제2신분인 귀족들의 양해를 구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콜베르는 그곳에서 말을 꺼내자마자 엄청난 야유를 받았다.

― 우우우!

돈을 들여 개조해놓았건만, 왕들의 관심이 떠나버린 루브르는 가끔은 이런 자리로 쓰일 때 외엔 대부분 비어있었기에 루이 13세는 이곳에 박물관을 만들어 보라 했지.

콜베르는 이상한 유물 대신 눈앞의 귀족들을 죄다 박제시켜 전시해놓고 싶은 난폭한 충동이 들었다.

이 인간들은 구시대의 상징이며 인간 이성의 진보와 혁신에는 전혀 도움되지 않는 자들이니 박물관에나 어울리는 구닥다리였다.

입으로는 오로지 똥과 같은 말을 내뱉는.

“제정신이 아니군!”

“우리가 프랑스의 국익에 얼마나 기여를 하는데, 그딴 소리를 지껄이다니!”

쥘 마자랭이 프롱드의 난을 진압한 이후, 귀족들은 절대왕정에 도전하려는 야욕을 접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강했고 단단했으며 그들의 근간을 위협하는 외부의 모든 모략에 대해서 쉽게 단결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끔찍할 정도의 조세저항은 한낱 재정총감이 어찌 해결해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루이 13세는 이 일에 대해 허락하긴 했지만, 그 자신은 한발 물러서서 관망하고 있을 것이다.

여차하면 책임은 콜베르에게 미루기 위해서.

콜베르는 감정적으로는 이를 전혀 원망하지 않았지만 이성적으로는 주군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당신도 법복귀족이 아니오? 콜베르 남작!”

“부끄러운 줄 아시오!”

콜베르의 제안을 받아들일 의지는 이들에겐 전혀 없어 보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소수의 귀족들은 가만히 자리에 앉아 관자놀이를 움켜쥐고 있었지만, 다른 귀족들은 이제는 심지어 서로 싸워대기 시작했다.

“이래서, 관직을 산 자들을 믿으면 안 된다니까? 혈통도 미천한 놈들이….”

“지금 말 다 했소?”

리슐리외가 결투금지령을 비롯한 여러 법률로 사적제재를 금지하고 왕의 사법권을 강화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는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마냥 서로 레이피어와 스몰소드의 기예를 겨루는 자리가 되었을 것이다.

콜베르는 절망했다.

이래서야, 다다음 달에 열릴 삼부회에서는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모든 짐과 채무를, 제3신분에게 떠넘기자고?

그들이 동의할 것 같은가?

‘애초에 동의를 구하지 않겠지.’

으레 그러했듯, 강압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수십 년 전의 제3신분들과, 지금의 제3신분들은 완전히 그 규모와 성세가 달랐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이 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들이 그들이었으니까.

지금 이렇게 성장하는 프랑스의 영광은 농촌사회에 기반을 둔 전통적 귀족들에게서 기원했다기보다는 바다를 누비고 석탄과 철로 된 공장을 세우는 자들에 의해서 기원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그리고 그들은 권위에 침묵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할 것이 분명했다.

* * *

1675년 가을.

파리 남서쪽의 베르사유 궁전에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수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귀족들로만 이런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지금의 광경은 이 거대하고 자랑스러운 프랑스의 궁전에서 삼부회가 열린다는 것을 의미했다.

평민 대표들까지 포함하여.

절대왕정에 대항한다고 탄압당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금지되어버린 이후 한동안 열리지 않던 삼부회가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물론 이 자리도 열리기 전까지 한동안 진통이 있었다.

처음에는 귀족들이 과거의 전통에 따라 제1, 2신분(성직자와 귀족)과 제3신분(부르주아)의 모든 인원 숫자를 동일하게 두자고 제안한 것.

하지만 이는 부르주아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어차피 세금 안 내는 두 부류의 놈들의 인원수와 부르주아의 수를 동등하게 놓으면, 부르주아는 사실상 어떠한 정치적 담론에 간섭할 수가 없다.

아쉬운 놈이 먼저 팔 벌려 놓고, 예전의 구폐습을 그대로 답습한다?

누가 그것에 응하겠는가.

그래서 결국 루이 13세는 부르주아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어 인원수를 타협했다.

제1신분, 성직자는 255명.

제2신분, 귀족은 291명.

제3신분, 부르주아는 604명.

어쨌든, 이제는 해볼 만해진 것이다.

“무언가 바뀌겠지.”

“이제 우리도 정치참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프랑스를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겠지요.”

제3신분은 의욕적으로 베르사유의 대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콜베르 그 인간이 평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마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위인일 겁니다.”

제3신분은 많은 규제로 상당한 짜증을 안겼지만, 전형적인 중상주의자인 콜베르가 차라리 다른 귀족들보다는 훨씬 더 대화가 통한다 생각하고 있었으니, 이번 일에 많은 것이 바뀌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의가 시작되자 제3신분들의 표정에는 차츰 따뜻한 프랑스와는 영 맞지 않는 혹한의 추위가 감돌았다.

“…이러려고 삼부회를 소집한 것이오?”

“전혀, 정말로 전혀 바뀌지 않았군…!”

귀족과 성직자들이 제3신분을 업신여기며 분리심의와 신분별 투표를 주장하자, 부르주아들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을 느꼈다.

희망은 애시당초 이 체제에서는 답이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속고 속았는데.

이들이 스스로 바뀌는 것을 생각했던 것인가?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냐.

부르주아들은 이를 악물었다.

“신분이 아닌, 인원수에 따른 투표와 합동 심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여기서 떠날 것이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콜베르는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루이 13세에게도 다가가 도움을 요청하였으며, 귀족들의 대표이자 자신의 정적인 루부아 후작에게도 가서 간절히 빌었고, 부르주아들과 면담하여 타협의 안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수의 힘으로 이 관성을 극복하기는 여전히 불가능했다.

“끄으윽….”

안타깝게도 프랑스의 마지막 희망, 콜베르는 과도한 정신적 피로로 인해 아랫배를 움켜잡으며 쓰러지고야 말았다.

보름 뒤, 부르주아 세력의 확언대로, 신분 간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자 곧 파행이 시작되었다.

제3신분들은 정기 집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그들 자신끼리, 소위 말하는 국민의회(L'Assemblée nationale)를 따로 개최하자고 결의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루이 13세는 회의장의 문을 걸어 잠갔지만, 이들은 아예 파리의 가극 극장에서 따로 모이는 것으로 응수했다.

“우리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증세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위대한 폐하께 청하노니, 폐하께서는 이러한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여, 조국 프랑스의 영속적인 발전을 위해 헌법을 제정하시어 국가의 토대를 닦으소서!”

“그리하소서!”

속칭, 극장에서의 서약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증세 문제에서 시작되었던 논의는 이번 기회를 틈타 아예 헌법제정과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토론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제3신분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깨어있는 제1, 2신분들도 이에 합류하니, 하나 된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었다.

루이 13세는 이를 절대왕정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했다.

다시금 열린 삼부회에서 제3신분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의 빈자리를 바라보는 귀족과 성직자들, 그리고 루이 13세의 표정은 처음에는 당황스러움에서, 곧이어 모멸감으로 바뀌었고, 마침내 분노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던 루이 13세가 고함을 질렀다.

“이 미천하고 미천한 것들! 감히 짐에게 저항을 해?”

보수적인 귀족들과 성직자들도 이에 재빨리 호응했다.

“폐하, 저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야 하옵니다!”

“태양의 빛에 저항한다면 어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소서!”

개혁 시도는 필연적인 반동을 낳았다.

콜베르의 의도와는 달리, 루이 13세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단단히 속이 뒤틀린 모양.

그는 마침내 군대를 동원하기로 작정했다.

정체된 정치체제와는 달리, 프랑스의 군사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었다.

애초에 유럽이라는 동네가 군사기술에 관해서는 상당히 진보적이었으니, 이들은 허덕일지언정 어찌어찌 선두주자의 옷깃을 잡으려고 죽어라 달리는 것이다.

그래도 답도 없는 전함과 해군력에 비해서 육군의 장비―소총―들은 추격이 가능한 분야였으니 프랑스 총병대는 뇌홍뚜껑을 이용한 최신형 퍼거션 캡 소총을 위풍당당하게 들고 파리를 위협적으로 포위했다.

“허어어.”

“이럴 수가….”

루이 13세의 빠른 분노의 영향인지, 제3신분은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자체적으로 국민군을 결성하고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여 무장을 하자 했지만, 공교롭게도 철도를 점한 국왕군의 기동성은 그들에게 대적할 만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

결국 제3신분들은 무력하게 진압당했다.

다시금 강압적으로 베르사유의 회의장으로 끌려온 제3신분의 대표들은, 루이 13세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그들의 얼굴에 내뱉는 소리들을 들어야만 했다.

“짐은 그대들에게 증세를 명한다.”

모두의 고개가 바닥으로 떨구어졌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루이 13세에게는 더없이 좋았을 일이었겠지.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으니.

루이 13세는 마침내 해서는 아니 될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또한, 국가 부채에 대한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다!”

국가 채권의 대부분이 눈앞의 제3신분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말은 정말로 승리감에 도취되어 내뱉는 쐐기가 틀림없었던 것이다.

― 짐이 빚을 갚지 않겠다는데 너희들이 뭘 어찌하겠느냐?

예전부터 유럽의 국왕들은 상인들에게서 거액을 돈을 빌려 전비나 기타 자금을 마련했었지.

전쟁에서 이기면, 부채는 상환되어졌다.

하지만 패하면, 왕들은 항상 입을 씻고 모른 척을 했던 것이다.

이번에도, 루이 13세는 단순무식하지만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콜베르의 숙원을 말 한마디로 달성해버린 것.

‘그녀가 좋아하겠군.’

스스로의 행동이 자랑스러운지, 그날 루이 13세는 그의 정부 몽테스팡 후작 부인에게 여러 선물들을 가져갔다.

* * *

며칠간의 회복이 끝나고, 콜베르는 마침내 억지로라도 병석에서 일어나서 서둘러 루이 13세를 알현하러 무거운 발을 옮겼다.

그리고는 루이 13세의 말에 다시금 졸도하여 쓰러질 뻔했다.

“그리하여, 짐이 그대의 숙원을 단 한 번에 풀었던 것이오.”

“……폐… 폐하!”

콜베르가 황망히 넋이 나간 얼굴로 외쳤다.

아직까지 환자의 목소리라 그 외침에는 기운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경악과 다급함은 여전히 느껴졌으니 루이 13세는 의아한 얼굴로 콜베르를 바라볼 뿐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리 행동하셨습니까…! 대체 왜!”

“…남작, 말이 경솔하구려.”

― 털썩

약간 화나 보이는 루이 13세의 말에도 콜베르가 무례라는 것을 생각하지도 않는 듯 자리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루이 13세가 그래도 자신의 총신이라고, 서둘러 그를 부축하려 다가갔을 때 이 쉰 살이 넘은 관료는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자신의 주군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단순히 그가 며칠 자리를 비웠다고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다니.

유능한 총신을 아끼는 것은 좋으나, 국왕은 그 또한 국정의 여러 분야를 앞장서서 살펴야만 했다.

그것이 국왕이라는 자의 책무이며, 그것이 계몽절대주의의 근간이다.

몽테스팡 후작 부인의 치마폭에 휩싸여 있는 것이 국정은 아니었다.

“…폐하, 프랑스의 국가 채무는.”

콜베르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비단 프랑스인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 * *

― 쾅

원목 책상이 또 박살 났다.

요란스러운 소음에, 이 사실을 보고한 여의국 소속 보좌관이 헛기침을 했다.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그 신위를 직접 보는 것은 감개가 무량한 일이나, 주군의 분노가 하늘 끝까지 달해 있는 것은 실로 불안한 일이었다.

“빚을 안 갚겠다고?”

활활 불타오르는 용의 눈과 마주할까, 보좌관은 얼른 고개를 깔았다.

“사해신용평가사는 물론이고, 파리의 아국 대사관을 통해서도 여러 번 우려를 표했습니다. 하지만….”

상민은 다시 한번 노여움을 토해냈다.

리스크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프랑스는 경제학적인 논리로 접근하여 많은 이자를 통해 외부의 자본을 유치했었던 것이다.

그래, 명색이 국공채였다.

“이 새끼가, 알고도 그렇게 행동한다고?”

상식적으로 국왕이라는 새끼가 나라의 빚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를 리가 없다.

그러니까, 이는 고려에 대한 도전이다.

자신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돈에 대한 욕심이라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대단한 상민에겐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만행과도 같았다.

그동안 꽤 많이 봐주고 있었지.

연성권력이라는 미명하에.

서로 좋게 좋게 상생하자는 생각과, 유럽 세력의 균형을 꾀하자는 생각.

그리고 또한 고려에게 가장 큰 수입원과 다름없는 대외무역 시장의 안정성을 보장해주자는 생각이 공존했었으니.

고려는 나름대로 이 프랑스와의 관계를 소중히 했던 것이다.

물론, 이미 지나가 버린 포도주 사태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상민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 모습에서 노여움이 피부까지 절절히 느껴져, 보좌관은 잠시나마 불타는 도시의 환영을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었다.

“창양으로 가자꾸나. 찬이를 봐야겠다.”

황제의 휘를 스스럼없이 불러대는 그의 말에도, 보좌관은 그저 절도있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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