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325화 (325/653)

보석

이탈리아.

제노바.

한때 위대한 상인 공화국이 자리하고 있었던 이 도시는 제노바 공화국이 멸망한 뒤에 원래보다 더욱 발전했다.

이탈리아 왕국의 주요한 상업 도시가 된 것.

서지중해의 거의 모든 물류가 지나쳐간다는 이곳은, 적어도 몰타 서쪽의 바다에서는 프랑스의 마르세유와 함께 지배권을 양분하고 있었다.

베네치아와의 해묵은 경쟁 관계도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으니, 오히려 제노바에 살던 시민들에게는 좋은 일일지도 몰랐다.

베네치아 본토가 오히려 베네치아―튀니스에 밀려 부의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감안해 볼 때면 더더욱.

제노바 시가지의 중심부에는 꽤 번듯한 극장이 있었다.

바르톨로메오 비앙코라는 당대 유명한 제노바의 건축가에 의해 지어진 이 비앙코 극장은 건설된 지 불과 이십 년도 되지 않았지만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본래는 이런 괜찮은 극장에서는 고려 가극이나 코메디, 음악 연주회 등을 해야 어울려 보일 것이다.

고려의 가극은 그 특유의 탄탄한 서술의 짜임새와 연기, 그리고 아름답고 감미로운, 혹은 중독적이고 강렬한 노래로 인기가 참으로 많았다.

저기 피렌체나 로마의 국장에서는 가끔 아주 드물게나마 보르자 왕가의 초청을 받아 창양 예술의 전당 출신 가극단이 원정 공연을 온다지.

아쉽게도 제노바는 그런 경험을 하지는 못했지만, 시장은 언제고 그런 일을 유치하려 노력할 것이었다.

하지만 가끔 이런 극장은 다른 용도로 쓰이곤 했다.

오늘과 같이.

* * *

극장에는 공연과는 거의 어울리지 않는 일꾼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사방에서는 총을 든 경비병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으니, 오늘의 행사가 기존의 행사들과는 아예 다른 종류라는 것을 짐작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콧수염이 인상적인 뚱뚱한 사내가 박스석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신경질을 내었다.

“서두르라고! 오늘 오실 귀빈들은 정말로 존귀하신 분들이니 늦장을 부리거나 일을 그르친다면 정말 혼쭐을 내주겠어!”

“…….”

일꾼들은 박스석을 흘깃거리지도, 대답을 하지도 않았으나 그래도 아주 조금은 발이 빨라진 듯 보였다.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듯 몇 차례 콧김을 뿜던 사내, 빈센조가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홱 몸을 돌렸다.

“물건들은?”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습니다.”

“못 믿겠어. 자네 말고 여기 극장 사람들이랑 도시의 경비들과 관리들, 그리고 내가 고용한 놈들까지도. 내 눈으로 경매 전까지 계속 확인하고 있어야겠군.”

“그러시지요.”

빈센조는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갔다.

1층을 거쳐 지하에 도착하니, 거대한 철제 궤짝 하나가 중앙에 놓여 있었다.

척 보기에도 무식하게 크고 단단하여, 일꾼들이 이를 운반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지만 그것은 그의 알 바가 아니었다.

한동안 궤짝 주변을 빙빙 돌면서 겉면이 손상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한 빈센조는 품속을 한참 주섬거리다, 이윽고 열쇠 뭉치를 꺼내었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궤짝을 지키고 있는 네 명의 병사에게 입을 열었다.

“나가 봐도 좋아.”

“…….”

“나가라니까?”

화기의 시대가 오자 순식간에 몰락해버린 까닭에, 국가에 고용되어 전쟁을 치르는 용병들은 이제 거의 없다.

하지만 이처럼 상인들에게 고용되는 경비업체는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신용도가 높은 곳에 속해 있는지, 병사들은 고용주의 의사가 확실한 것을 보고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고지식한 스비체라(스위스) 놈들….”

라이슬로이퍼를 고용한 것은 자신이지만, 그는 습관처럼 욕설을 내뱉었다.

사실, 그가 매번 이 정도로 인격적 결함을 자랑하는 사람은 아닐 터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빈센조는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의 긴장감과 부담감이 무엇인지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 달깍

품속을 뒤적여 열쇠를 꺼낸 그가 상자를 열었다.

부드럽게 열린 철궤 안에는 또다시 여러 목함들이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깔린 내장재들 위에 놓여 있었다.

빈센조는 곧바로 가운데 있는 함을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잠금장치가 있지 않아, 곧바로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면.

“…….”

이렇게 아름다운 다이아몬드가 나타나는 것이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 * *

원초적인 사람의 욕망.

아름다운 빛과 광택, 색깔을 지닌 광물질에 대한 욕망은 전 세계 수없이 다양한 사람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되기 마련이었다.

비록 그 대상은 다를지언정, 세계의 경제와 산업, 기술이 발전하며 보석산업은 예전에는 비할 바 없이 몸집을 불려 나갔다.

이제는 과거에 비해 수요와 공급 모두 상승한 것.

물론 여전히 크고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들의 소유주는 대부분 귀족이나 거대한 상인에 한했지만, 번듯한 일을 한다면 평범한 사람들도 가끔은 작은 보석이 있는 반지를 자신의 연인에게 선물할 수 있었다.

보석의 질서도 바뀌었다.

다이아몬드는 로마 시절부터 그 존재가 널리 알려졌지만, 그 위치는 다소 애매했다.

경쟁자인 황옥계(토파즈), 강옥계(루비, 사파이어), 녹주석계(에메랄드)의 위치도 상당히 강했다.

연마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먼 과거에는 아무래도 다이아몬드의 잠재력을 완벽히 끌어낼 수 있는 자가 드물었으니 광석 자체의 가치도 알게 모르게 평가절하를 당했던 것.

그 이후, 베네치아를 비롯한 이탈리아 상업 공화국 등지에서 다이아몬드 커팅 기술이 발전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세기의 결혼을 했던 두 주인공인 마리 드 부르고뉴가 그녀의 남편인 김홍 제독에게 청혼하고 김홍이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반지로 화답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 뒤부턴 다이아몬드는 차츰 모든 보석의 왕으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색을 중시했던 유럽에서도 루비는 마침내 다이아몬드의 개화된 잠재력에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중동에서는 원래부터 다이아몬드를 가장 으뜸으로 쳤었고.

고려에서는 예전부터 쓰여진 전설 속의 ‘금강석’이라는 보석이 있었다.

물론 그 보석은 실제로 이 단단한 탄소 결정체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동양에서의 기린이, 정말로 아프리카에 사는 목이 긴 초식동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하지만 다이아몬드 자체가 지구상에 현존하는 모든 물체들 중 가장 단단한 성질―경도―을 가지고 있기에 차츰 그에 가장 근접하는 대우를 받기 시작했고, 마침내 고려에서는 금강석이 다이아몬드 그 자체로 불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옥을 좋아하는 고려에서도 세공기술이 발전하여 날이 갈수록 찬란해지는 금강석의 인기가 점차 올라 마침내 정점에 달하게 되었으니, 사실상 금강석은 세계에서 가장 지고한 보석의 지위를 획득하였다.

세공기술이 발전하며 빛의 굴절도와 투명도, 반사가 모두 이전보다 더없이 아름답게 될 수 있다는 사실도 한몫을 거들었고.

“원석만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빈센조는 푸른색의 빛깔을 띠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쓰다듬었다.

현시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다이아몬드가 채굴되는 곳은 인도였다.

비록 고려가 그들의 보호국과 다름없는 무타파에게 광산 채굴권을 거금에 사들여 다이아몬드를 캐내기 시작했다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유명한 알 굵은 보석들은 인도산이었다.

이번처럼.

그곳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던 유럽 열강들과 토착 세력의 피비린내 나는 틈바구니에서 이탈리아의 한 상인이 손에 넣은 이 다이아몬드 원석은 마침내 제노바로 무사히 도착하여 세상에 화려한 등장을 할 준비를 마치게 된 것이다.

― 덜컥.

누군가 지하 1층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빈센조는 황급히 나무함을 닫고 철궤에 놓은 뒤, 뒤를 돌아보았다.

“슬슬 손님들이 오시고 계십니다.”

“아, 그래, 그래. 맞이해야겠군.”

그는 철궤를 꼼꼼히 닫고 다시 경비병들을 부른 뒤 밖으로 나섰다.

정말로 극장 앞에는 화려한 마차들이 줄을 지어 다가오고 있었다.

극적인 상황에서, 주인공은 제일 마지막에 등장한다.

하지만 이 경매는 실질적인 주인공이 그 궁궐들을 벗어나지 못하는 처지였고, 지금 이곳에 마차를 타고 등장하는 사람들은 오직 그 대리인에 불과하였으니 사실상의 주인공이 아닌 셈이었다.

“후작 부인.”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마차에서 부축을 받으며 내렸다.

빈센조는 서둘러 다가가 그녀의 손등에 입맞춤을 하며 공경의 태도를 취했다.

후작 부인이라는 그녀 본래의 지위도 대단하긴 했지만, 그녀는 현 프랑스 왕비의 시녀(Ladies―in―waiting)였다.

시녀와 하녀의 구분이 딱히 없는 고려와는 다르게, 유럽에서 시녀는 특별한 경우(예를 들면 상인 가문 출신)가 아니라면 평민이나 하층민이 대부분이던 하녀와는 달리 엄연히 귀족 가문의 일원이 맡았다.

귀족은 귀족끼리 어울려야 하는 것이 당연하니, 왕비는 그녀와 말이 통하는 귀부인들을 자신의 곁에 두어 자신을 보좌토록 했던 것.

그러니 이 후작 부인은 프랑스 왕비의 명령을 가지고 이곳까지 온 것이다.

“피곤하군요. 자리로 안내해주었으면 해요.”

파리에서 마르세유로, 마르세유에서 제노바로.

기차를 타고 왔다 하더라도 꽤나 피곤할 여정임은 틀림없을 것이다.

저 바다 건너편 고려의 열차에 비해서 프랑스의 열차는 아무래도 상당히 느렸으니까.

따라서 그녀의 어조도 어딘가 좀 까칠해 보였다.

“예, 예. 물론입니다. 이리로….”

자신과 직접적으로는 관련 없는 외국인이긴 하나 엄연히 최고위 귀족.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은 좋지 못했기에 빈센조는 서둘러 그녀를 제일 잘 보이는 박스석으로 안내하였다.

“입찰을 원하시면 이 팻말을 들어주시면 됩니다.”

“알았으니 나가봐요.”

축객령을 받고 겨우 진땀을 훔친 빈센조는 이윽고 다시금 황급히 밖으로 나가 손님을 맞이해야 했다.

이번의 손님도 제노바 중앙역에서 이곳까지 걸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일 것이다.

오스트리아 제국 카이저린의 명령을 받고 온 백작 부인 또한 먼저 도착한 마차를 흘겨보더니, 이윽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 둘 말고도 사방에서 온갖 거상들이며 귀족들이 찾아와 자리를 잡으니, 오늘 이 극장은 정말로 호랑이굴이라는 고려의 표현이 딱 어울리는 셈이다.

“보르자에서는… 오시지 않는다 합니다.”

“그래. 알겠다.”

이탈리아의 권역인 만큼, 보르자는 이번의 경매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터.

그러나 현 왕 아마데오 2세는 즉위 초부터 나이가 어렸고 지금도 열하나에 불과하여 어린 소년왕이 여인의 목에 걸 보석을 딱히 탐하지 않는 것도 이해는 갔다.

세나투스(원로원, 이탈리아 왕국 상원 의회의 공식 명칭)가 그 정도의 지출을 승인할 리도 없어 보였고.

‘대체 얼마가 불려질까.’

그는 손바닥을 비비며, 심호흡을 하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 * *

“다음은 고대하시던 마지막 물품입니다!”

사회자가 목청을 높였다.

이미 좌중의 사람들은 숨 막힐 듯 연단 위에 놓여 있는 보석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분위기를 더욱 띄우는 것도 가격 경쟁에는 도움이 된다.

“경매번호 27번, 스페란자 블루(Speranza blu)! 인도에서 온 여신의 눈물!”

푸른 빛깔의 다이아몬드 원석이 호화로운 쿠션에 파묻혀 등장했다.

거울을 이용하여 타오르는 횃불의 빛을 모아 밝게 비추자, 세공되지도 않은 원석 주제에 청명한 빛을 사방에 과시하니 누군가 탄성을 내질렀다.

― 오오오

사전에 약속된 호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스석에 앉아 그 광경을 바라보던 몽테스팡 후작 부인은 이 상술을 잘 알면서도 그녀 자신도 온 신경이 집중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품질은 저희가 보장합니다. 제노바 최고의 보석 감정사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최고의 보석이지요! 귀빈들께서 만약 원하신다면, 추후 세공을 위탁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것이…!’

비단 프랑스 왕비이자 그녀의 상전인 카스티야의 에스테파니아의 명이 아니더라도, 몽테스팡 후작 부인 그녀 자신도 탐욕이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품속에 있던 작은 망원경―가극 관람 용도의―을 꺼내 그것의 손잡이를 들고 한참 동안 다이아몬드 원석을 바라보았다.

아직 세공되지 않은 까닭에 그 온전한 모습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그녀 정도로 보석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저것이 어떻게 깎일지, 어떠한 광채와 빛을 내뿜을지 충분히 상상이 가능했다.

‘대단해… 어쩌면 합스부르크 다이아몬드보다도 더 좋을 수도 있겠어.’

더군다나 저 색깔은 정말로 프랑스의 상징이라는 푸른 남색.

다소 어두워 보이는 것도 사교의 장소에 직접 가면 많은 빛을 받아 괜찮을 것이다.

사회자는 이곳에서 세공을 해도 괜찮다 그리 말을 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이번에 완공된 그들의 궁정―베르사유―내에 왕실보석세공사가 따로 있었다.

그에게 맡기면 더욱 안전하겠지.

사회자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자, 그럼 경매를 시작하지요. 단위는 고려의 원으로 하겠습니다!”

옛 원수, 베네치아의 두카트 질서를 따르느니, 제노바의 상인들은 차라리 그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고려의 원을 더 자주 사용하고 있기에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프랑스의 리브르나, 오스트리아의 제국플로린을 쓸 수 있겠지만 금은의 함량을 가지고 장난치는 주화들보다는 주화에 장난치면 얄짤 없이 목을 매달아 죽여버린다는 무시무시한 제국화를 쓰는 것이 더욱 속이 편했다.

아주 예전부터 테두리를 깎지 말라고 온갖 톱니바퀴 요철이니, 문양을 박아 놓아 당대의 어떤 주화보다도 신뢰성이 높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었고.

“시작 단가는… 4천 원입니다.”

엄청난 가격에,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압니다, 알아요. 실로 파격적인 시작가지요. 하지만 여러분. 저는 직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이 가격은 나중의 가격에 비해서는 선녀라는 것을요!”

“선녀가 뭐지?”

누군가 물었다.

그 옆자리에서 무식을 타박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려의 속담도 모르나?”

사회자의 시작가가 공표되자, 이윽고 경매가 열렸다.

4천 원이라는 꽤나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경매 초반의 속도는 상당히 빠르게 흘러갔다.

“육천 원. 네, 육천백 원!”

쉴 새 없이 팻말이 들렸다 내려갔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차츰 떨어져 나가야만 했다.

“미쳤어. 이 정도의 가격이라니.”

“도저히 안 되겠군.”

반면 사회자는 신이 나서 외쳤다.

“만 원! 만 원입니다!”

만 원이라니.

정말로 끔찍할 정도로 비싼 가격이 아닌가.

하지만, 경매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팔이 아프니 단가를 올려봐요. 백 원씩이 아니라 오백 원씩으로. 물론 다른 분들이 동의하신다면 말이지요.”

프랑스를 대리하여 나온 몽테스팡 후작 부인의 말에, 오스트리아의 세체니 백작 부인이 얼굴을 구겼다.

‘짜증 나는 년.’

그럼에도 그녀 또한 그 제안에는 동의했다.

사회자는 귀족 중의 귀족들의 제안을 거부할 깜냥이 되지 않았다.

“그… 그러도록 하지요.”

그동안 단 하나의 팻말을 들고 있지 않았던 두 명의 여인은 이제 입찰 경쟁을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만 삼천 원! 네, 몽테스팡 후작 부인께서 만 삼천 원을!”

“…….”

“네, 세체니 백작 부인께서 만 삼천오백 원을!”

그리고 이 무시무시한 광기는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이어졌다.

“삼만 원! 삼만 원입니다!

― 허어어…….

이제 볼 일이 없을 테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나도 긴박하고 재미가 있어 아직까지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있던 사람들이 한숨인지 탄식인지 모를 침음성을 내었다.

세체니 백작 부인은 떨리는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오스트리아는 그 정도의 금액을 지출할 능력이 없었다.

사실 아까부터 그러했었지.

합스부르크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옐로우 다이아몬드가 은연중에 바이에른 혁명 공화국의 기폭제가 아니었냐는 소리에 제국의 카이저린조차 이제는 그 위세를 마음껏 부릴 수가 없게 되었다.

세체니 백작 부인의 모습을 바라보던 사회자가 한동안 기다리다, 이윽고 경매의 종료를 알렸다.

“낙찰되었습니다! 스페렌자 블루는 몽테스팡 후작 부인께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최종 가격은 삼만 원!”

삼만 원이라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1원은 대략적으로 6에큐 금화로 계산할 수 있다.

1에큐 금화는 대략 6리브르로 계산할 수 있으니.

1원이 36리브르라 가정한다면, 자그마치 백만 리브르 이상을 보석을 사기 위해 투자한 것이었다.

[작가의 말]

스페렌자 블루는 호프 다이아몬드입니다.

원역사에서는 프랑스 상인 장 바티스트 타바르니에가 인도에서 이것을 가져와(훔쳐와) 루이 15세에게 진상했다 합니다.

루이 15세는 답례로 12만 리브르를 하사했구요.

하지만 지금은 백만 리브르가 되었네요.

신대륙발 금은의 전파가 막힌 이상, 지금의 역사에서는 가격혁명이 크게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고려발 기술 가속이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고려는 자비롭게도 포토시와 이와미를 모두 통제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물가상승률은 원 역사의 15세기~17세기가 대략 1~1.5%라면, 아마 지금의 물가상승률은 0.6~8% 정도로 계산되어질 것 같네요.

1400년도에서 300년이 지난 시점으로 계산해본다면, 원 역사의 물가상승률은 기존 연도의 36~42배.

지금 시점의 물가상승률은 6~7배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는 앞으로 나올 특정한 나라의 국가부채의 규모에도 적용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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