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토벌(2)
해적들은 하나의 단일한 세력이 아니다.
해적들 중 크고 굵직한 세력은 크게 네 가지였다.
바스쿠 이후, 포르투갈의 해적은 해적 왕국을 개창해 지금까지도 가장 크고 주도적인 세력을 유지해 나가고 있었고, 잭 드레이크가 키워 놓은 잉글랜드 해적 또한 누산타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장 플뢰리(Jean Fleury)와 프랑수와 르끌레르(Francois le Clerc) 등이 이끄는 프랑스 해적과 대해적 이근수가 이끄는 고려인 해적 등도 존재했지.
그 외의 세력으로, 네덜란드 해적이니, 에이레 해적이니, 카스티야 해적이니 심지어 명나라나 왜의 해적 등이 더 있겠지만, 앞의 네 세력보다는 위세가 적었다.
따라서 이런 다양한 출신의 해적들이 바다에서 서로 만난다면 그들끼리 소소한 전투를 벌이는 일도 딱히 이상하진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의외로 서로 전력을 다해 싸우지는 않았다.
자신들끼리 양패구상해 봐야, 이곳에 식민지를 만든 국가들의 배만 불려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해적의 규율’을 만들어 큰 다툼을 꺼렸다.
해적들은 무절제해 보였지만, 무질서하진 않았다.
이들은 당시로서는 꽤나 평등하게 서로를 대했다.
제각기 투표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의 몫을 주장할 권리가 있었고, 죽은 선원의 몫은 유족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하는 규칙도 있었다.
배 안에서 함부로 싸우지도 말아야 했고, 전투에서 도망가거나 비겁하게 피하지도 말아야 했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각국의 조정 등 외부의 세력과 결탁하여 형제들을 배반하지도 말아야 했다.
그것을 어긴다면 당사자는 큰 형벌을 받았다.
단칼에 목이 베어지는 것은 자비로운 처사겠지.
심하면 망망대해의 무인도에 굶어 죽을 때까지 버려지거나 혹은 발에 돌이 묶여 깊은 바다에 던져졌다.
그동안 숱한 위기에서 이들을 구원한 것들은 이러한 잔혹하지만 나름대로 체계적인 규율과 전통이었을 것이다.
개천 327년(CE 1602).
그리하여 이 해적들은 각국의 토벌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성세가 전혀 꺾이지 않았다.
해적의 황금기(Golden Age of Piracy)를 연 이후 이들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오히려 이곳에서의 식민지를 키워나가고 있던 각국의 세력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커나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로.
해적이 악화되는 것을 마냥 바라보기에는 시원찮았지만, 앞장서서 저들을 토벌하기에는 각국의 조정으로서도 몇 가지 딜레마를 껴안고 있었다.
자신이 앞장선다면 그 당사자의 해군력이 심각하게 약화되는 것을 뜻한다.
해적 세력은 결코 만만한 놈들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다른 경쟁자들에게 식민지의 주도권을 빼앗긴다는 말이었고 이는 오히려 토벌을 안 하느니만도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어떤 나라는 실제로 몰래 해적과 접촉하여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방도로 쓰기도 했으니까.
물론 토벌 노력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구성원인 이탈리아가 수에즈 운하의 완공으로 신(新)카디스 조약에 합류한 뒤에도 조약의 구성원들은 몇 차례의 회동을 가졌었다.
그곳에서 고려는 각국의 징징거림을 듣고 있어야만 했었지.
“좀 토벌을 해 주십쇼. 저 해적들이 바다를 어지럽히는 것을 두고만 보고 계실 겁니까?”
“도의적으로도 제국이 앞장서는 게…….”
‘도의적은 개뿔.’
고려는 이곳에 별 관심이 없었고 그저 북태평양의 무역만을 신경 쓰고 있었으나, 대사들의 애걸복걸에 번국들을 이끌고 몇 번 톤도 제도 인근의 해적들을 토벌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나가진 않았었다.
이 누산타라해에서 진흙탕 싸움을 하는 것은 고려도 싫었고, 솔직한 말로 저들이 아귀다툼을 할수록 이득이 되는 것도 많았다.
자신은 그저 다바오와 탐라를 비롯한 총독령과 조선, 백제, 유구, 옥저 등의 국가들만 신경 쓰면 되었다.
하지만 어중간한 태도가 문제였을까.
남려 출신 고려인이며 앙주에 위치한 연방사관학교(자제감에서 분리되었다.)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임관하였다가 그 특유의 잔혹하고 탐욕스러우며 극악무도한 성정 때문에 중죄를 짓고 파면, 투옥당한 이근수가 감옥에서 탈출했다가 해적이 되어 등장하자 해적 문제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던 고려 또한 심각한 위협을 맞게 되었다.
무려 연방사관학교 출신의 엘리트 해적이다.
세간이 인식이 제도에 있는 숭무감보다야 조금 밀린다 하더라도 그곳이 고려인들만 입학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연방과 번국의 유학생들이 전부 입학 가능한 연방사관학교는 나름대로의 특장점이 충분히 있었다.
사관학교에서 그와 동기였던 자들은 전부 하나같이 혀를 내두르며 그의 난폭하고 다혈질적이며 탐욕스러운 성격을 증언했지만 근수의 능력만큼은 인정했다.
그 기수를 차석으로 졸업한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노획한 화물선, 즉 달랑 플류트 한 척으로 해적질을 시작했던 이근수는 특유의 능력과 잔혹함으로 이십 년 만에 당대 3대 해적 세력과 맞먹는 거대한 규모의 해적으로 성장했다.
그는 톤도 제도에서 가장 큰 루손섬과 그 인근의 섬들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토벌당해 와해된 해적들을 다시금 그의 휘하에 두었다.
다바오 총독부는 부랴부랴 군사를 보내 몇 번이나 이들을 토벌하려 했으나 교활하면서도 고려의 허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근수에게 고려는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화산 폭발로 고려가 국내의 문제에 집중하자 이근수의 세력은 도저히 억누를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 * *
“둔하고 미련한 것들.”
해적 토벌을 단념하고 해안가에 포대를 높게 쌓고 오로지 방어에만 전념하기로 했다는 다바오 총독부 관찰보고를 읽으며 승리감에 도취된 이근수에게 부하가 다가와 물었다.
“두목, 어찌할깝쇼? 공격할깝쇼?”
당장이라도 공격 명령을 내려달라는 듯한 부하의 말에, 이근수가 버럭 성질을 내었다.
“미쳤느냐? 해안포가 쫙 깔린 다바오 총독부를 뚫는다고? 다 뒤져 물고기 밥이 되려고?”
멍청한 질문을 한 부하의 멱살을 잡던 그가 그를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조선으로 가자.”
명나라는 포르투갈 해적왕 조르제의 앞마당이기도 했고 일단 해금령 때문에 파먹을 것이 적다.
그리고 고려에 큰 난리가 난 이상, 고려의 번국들은 무주공산이 되었을 것이 분명했기에 그는 탐스럽게 익은 곳들을 공격하고자 했다.
조선은 몇 번 들어서 알고 있다.
영토는 작으나, 집약적인 농업 덕에 의외로 많은 양의 곡물이 산출되는 곳.
말이 잘 통하는 동질감 있는 인적 자원도 많아, 약탈하는 와중에 적당한 놈들을 납치해 해적으로 삼아도 되겠지.
물론 걱정거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
잠시 누군가를 떠올리던 근수가 고개를 젓고는 환도를 빼어 들며 북쪽을 가리켰다.
“돛을 펼쳐라!”
* * *
한 중년의 무관이 자신의 손에 끼워진 굵은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이윽고 한숨을 한 번 내쉰 그가 헛기침을 내었다.
그리고는 통제영 사령부의 관아의 문 앞의 경비병에게 물었다.
“통제사 영감 안에 계시는가?”
“예, 장군.”
“그렇다면 내가 왔음을 알리게.”
“…하오나 장군…….”
“뭘 그리 망설이는 겐가?”
“영감께서 그 누구의 출입도 전부 금하라, 그리 말씀을 하셨습니다.”
“급보일세. 필히 대응을 하셔야 할 상황이야.”
철릭 위에 갑옷을 걸쳐 입은 것만 해도 그래 보였기에 경비병들은 우물쭈물하면서도 이윽고 길을 열었다.
‘대체 무엇을 하길래.’
안에는 뻔한 광경이 펼쳐져 있겠지만, 그렇기에 더욱 화가 난 무관이 미닫이문을 벌컥 열었다.
― 벌컥
“영감!”
“…….”
“통제사 영감!”
부하의 고함에 벌거벗은 채로 기녀를 껴안고 대낮까지 잠을 청하고 있던, 무관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늙고 뚱뚱한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뭐… 뭐야!”
같이 화들짝 놀라 일어난 기녀가 자신의 나체를 가리려 반사적으로 이불을 끌어당긴 덕분에 드러난 흉측한 그의 몰골에 부하는 혀를 차면서도 끝까지 말했다.
저 나이를 먹고서도 색을 탐하니, 참으로 가관이다.
“통제사 영감,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전(塼)이냐? 네 이놈, 함부로 처소에 들어오지 말라고 그렇게 말을 해 놓았거늘…….”
투덜댄 늙은이는 그래도 침입자가 자신의 동생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적잖이 안심한 듯, 밍기적거리며 다시금 기녀에게서 이불을 빼앗아 드러누웠다.
“망할 계집, 썩 꺼지거라.”
“예… 예, 영감.”
속곳과 의복을 챙기고 황급히 달아난 기녀를 언짢은 눈길로 바라보던 원전(元塼)은 다시금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는 그의 형을 바라보며 더욱 큰 한숨을 쉬었다.
겉보기엔 호탕한 호걸을 연기하지만, 동생으로서 형의 인간 됨됨이가 얼마나 그릇되었는지 지켜보았던 원전은 이자가 지금 원씨 가문의 명예라 불리는 사실을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형님, 지금 그러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탐라… 탐라가 공격받았습니다.”
“뭐?”
이번에는 그의 형도 꽤 놀랐는지 잠기운이 달아난 눈동자를 휘둥그렇게 뜨고 원전을 바라보았다.
“예. 고려령 탐라총독부가 공격받았다 이 말입니다.”
“…누가 그런 미친 짓을 했다느냐?”
자살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좋지 않은 것은 고려의 해군을 건드리는 것이 있겠다.
그러나 원전은 여전히 급박한 얼굴이었다.
“평상시 같으면 미친 짓이었겠지요. 그러나 지금 상국의 함대가 제대로 된 규모입니까? 감축된 배들은 이미 북려로 돌아갔으며, 그만큼의 병력도 빠져나갔으니 주둔한 군세가 그리 많은 것이 아니잖습니까.”
“네 말인즉, 탐라가 패배했다 그런 말이더냐?”
“예.”
청천벽력 같은 말에 원균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미친. 그게 사실이라고?”
“탐라에 모여있던 상국의 해군이 해적에 의해 거동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타를 입었다 합니다. 오늘 아침 여러 선박을 통해 개성과 이곳 동래에 급보를 알렸습니다.”
“…….”
“그래도 겨우 해적 무리에 불과하니 탐라에 상륙하여 그곳에 주둔한 상국의 적포군(赤袍軍, Red Coat)과 육전을 벌이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그렇기에 해적 무리는 그곳을 떠나 다른 곳을 노릴 겝니다.”
아무리 그래도 통제사라는 양반이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여봐라! 철릭을 내오거라!”
발작적으로 고함을 지른 원균이 입술을 깨물었다.
한양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한강 하류의 신벽란도는 철통 요새였고, 그곳을 뚫으려면 정말 미주에 주둔한 상국의 태평양 함대가 전부 다 몰려와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조선은 그 외의 지역엔 딱히 방어시설이 많지가 않았다.
통제영이 설치된 동래 부산포 정도가 전부.
나머지는 하다못해 벽돌과 모래주머니를 쌓아 만든 어설픈 포대조차 보기 힘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까지 누가 조선의 해안가를 위협했겠는가.
일차적으로 고려가 남해안과 서해안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예맥해(동해)는 말 그대로 옥저와 조선, 백제, 고려 그리고 눈치없는 왜가 모두 신경 쓰는 곳이었다.
옥저와 조선 간의 울릉도―독도(고려의 독도가 아니다) 영유권 문제가 있긴 하더라도 두 나라는 상국의 눈치를 보며 딱히 싸우지는 않고 있는 상황.
조선의 수군은 육군의 말마따나 밥만 축내는 식충이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꼴을 보면 딱히 그 말에 반박하지 못하겠구나.’
“이런 육시럴 놈들, 왜 하필이면 지금…….”
엉거주춤하게 전립을 쓴 그가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그 뒤를 원전이 따라붙었고, 원균은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질문을 던져대었다.
“출항 가능한 판옥선의 숫자는 현재 어떻게 되느냐? 병사들의 준비는? 보급 물자는?”
평소에 확인을 했으면 저런 질문을 애초부터 하지 않았겠지.
그래도 원전은 이미 몇 번이고 파악한 자료들을 가지고 빠르게 보고를 올렸다.
“통제영의 판옥선 수는 육십 척, 다른 수영에서 자잘한 배까지 제시간에 무사히 합류한다면 백오십 척이 넘을 것이옵니다. 수병들은… 다소 군의 기강이 해이해져 있지만 건강은 모두 좋고 보급 또한 양호합니다.”
덩치와 항해 능력, 기동성이 향상된 강력한 판옥선은 그만큼 가격이 비쌌기에 조선으로서도 백 척이 넘는 판옥선을 운용하진 못했다.
“그렇지, 그래. 이번에 스무 척이 새롭게 확충이 되었지.”
그래도 무척이나 강력했다.
만약 남북려를 비롯한 고려 본토를 제외한 채 고려와 조선이 해상에서 맞붙는다면 조선 또한 승리를 절반 이상으로 점칠 수 있을 정도로.
고려인들은 전혀 동의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조선의 수군 군관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 판옥선의 위명은 실로 대단해, 일부 양이들도 이를 조세니스 갤리아스(Joseonese Galleass)니 뭐니로 부르다가 아예 판옥선이라는 원명을 쓸 정도였으니까.
아침에 들은 불의의 소식에 한없이 쪼그라들었던 원균의 자신감은, 정신을 차린 이후에는 천천히 상승하다 그와 원전이 부산포에 도착한 후에는 도리어 과도해져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부산포의 군항에는 꽤나 장엄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으니.
과거 왜구에게 치욕을 받았던 동래에는 이제 엄청난 수의 선박과 군병이 주둔하고 있었다.
연병장을 뛰고 있는 수병들의 모습을 본 원균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상국이 저렇게 곤경을 당했을 때, 오히려 나아가 군공을 세운다면 훨씬 크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의 위명은 사해에 진동을 할 것이고 정승의 자리도 꿈도 아니었다.
“저들이 올 경로에 먼저 나아가 대회전을 벌이자. 기껏해야 해적 놈들이 아니겠느냐. 우리가 물러섬 없이 싸운다면 충분히 저들을 궤멸시킬 수 있을 테다. 저들이 조선의 땅에 한 발도 대지 못하도록!”
무결의 전공을 탐내는 것이 확실해 보이는 번지르르한 그의 말에 원전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형님, 적을 과소평가하지 마시옵소서. 상국의 탐라 총독부도 격파한 자들이옵니다. 원양에서 싸우는 것은 오히려 좋지 못합니다. 충분한 대비를 한 다음 조정에 장계를 보내어 저들을 수륙 양면으로 공격하는 것이 현명할 겝니다.”
해적들의 목적이 약탈이라면, 짧은 시간이라도 육지에 머무를 것이다.
옛날 고려와 조선이 처음으로 조우했던 동래의 왜란 때도 그랬듯이 한순간에 수륙 양면으로 들이친다면 수만의 병력과 수백 척의 수적들이라도 삽시에 절멸시킬 수가 있었다.
근해에서 판옥선은 상국의 순양함과도 자웅을 겨룰 수 있다.
그러나 원균은 얼굴을 팍 찌푸렸다.
“이놈 전아. 내 너를 너무 오냐오냐해주었던 모양이구나! 건방진 말을 그만하고 어서 전투를 준비하거라.”
원전은 입술을 깨물었다.
“예…….”
받은 명령은 그의 생각대로라면 최선의 방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제대로 맞서 싸우자는 말이 못 따를 말도 아닌 명령이었기에 그는 휘하의 수병들을 준비시키기 위해 억지로 몸을 돌렸다.
* * *
임인양란(壬寅洋亂).
사실 적의 수괴가 고려인이니 양란이라고 쓰는 것보다 려난이라고 쓰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상국과의 관계 문제와 이근수 휘하 수적들의 국적이 제각각 다르고 그중에서 상당수가 유럽의 해적들인 것을 감안해보면 양란이라는 표현 또한 그릇된 것이 아니었다.
이 양란은 지금까지 조선이 맞닥뜨린 가장 강대한 규모의 해적 무리였을 것이다.
이근수와 그의 무리들은 임인년에 엄청난 수의 선박을 이끌고 조선을 침공했다.
그 규모는 실로 대단했다.
노략질한 프리깃과 갤리온, 그리고 기타 선박들은 모두 합치면 거의 칠십 척에 달했다.
심지어 이근수는 포문 수가 70문에 달하는 나급 전열함을 고려에게서 노획하여 타고 다녔고, 다른 한 척의 전열함 또한 네덜란드에게서 빼앗아 함대의 선두에 편성해 놓기도 했다.
저항은 있었으나 사라졌다.
탐라의 고려 해군 분함대는 박살이 나 모두 수장되거나 탐라 내지로 후퇴하였으니 거의 와해된 상황.
이런 상황에서 마침내 원균이 이끄는 조선의 함대가 그들을 막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