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282화 (282/653)

위기의 세기(2)

다사다난한 시간을 열차에서 보낸 끝에 문표는 마침내 창양에 도착했다.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아니요, 감사는 받지 않겠습니다. 나라의 공무원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었지요. 그놈들은 아니었지만…….”

그 사건 이후로 오랜 기차 여행 동안 몇 번 식당칸에 만나 술잔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꽤나 친해져 있었다.

“구 형도 조심하시오. 창양은 성호와 다릅니다. 예전과는 너무도 빨리 변화하고 있어 정말이지 눈 뜨고 코 베일지도 몰라요.”

“고맙습니다.”

문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제도에 들어섰다.

인류 문명의 가장 첨단을 달리고 있는 곳.

수도 중의 수도.

가장 번영한 도시.

제도 창양.

사방에는 고개를 들어 높이 살펴봐야 할 높은 건축물들이 지어져 있었으며, 거리에는 끊임없이 마차가 오가는 곳.

그는 부담스러운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문표의 느낌대로 그는 이번 여행에서 여전히 운수가 좋지 않았다.

마가 낀 것인지.

염료상자는 중앙수사국의 집행관 덕에 되찾았지만 그는 묵었던 여관에 불이 나서 여행 도구와 옷가지를 싹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 여관이 보험이라는 것에 가입한 덕에 보험처리는 된다 하여 나중에 은행을 통해 보상금을 주긴 한다는데 일단은 꼼짝없이 다른 곳에 묵어야 했다.

이왕 제도에 사는 처남의 집에 들러 옷가지를 빌려 입었지만, 그다음 날은 평소 거래하던 의류점이 파산하여 폐업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새롭게 거래를 하기 위해 흥정을 하다 보니 심한 모욕도 듣기도 했다.

“이것이 창양의 상류 사회에서 쓰일 염료라 보시오? 군대에 납품할 품질을 가지고 흥정을 할 생각을 하다니!”

“이보시오! 분명히 염료의 선명성은 오히려 우리가 더…….”

“됐소, 어디 시골뜨기가 건방지게 시세도 알아보지 않고 가격흥정을 하려 드는지.”

결국 발품을 판 끝에 괜찮은 거래처를 구하긴 했지만, 이미 심신은 극히 피로해진 지 오래였다.

거기에 쐐기를 박은 것은 처남의 문제였다.

처남은 착했지만 나름대로 야심이 있어 이렇게 창양에 올라와 살고 있었다.

처가댁의 지원을 크게 받아, 군부에 투신한 그는 이제는 어엿한 고려의 군관이 되어 있었지.

심지어 근위여단 소속의.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이제 군의 계급이나 관직이 전부인 시대는 아니었다.

고려의 군인은 명예로우나, 엄연히 그 수가 많은 존재였다.

이제는 명예와 같은 전통적 가치관보다는 황금이 중요한 시기였기도 했고.

처남은 근래에 부잣집 아가씨에게 푹 빠져 그녀에게 구애를 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남녀 간의 사이가 상당히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잣집에서는 두 사람의 결합을 결사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연 수입이 무려 5천 원에 달한다고 하니 여자의 가문은 정말이지 상당한 부자인 셈이다.

여기까지는 가슴 아픈 한 청년의 실연 이야기 정도로 끝났겠지.

그러나 사건은 이후에 일어났다.

이 미련한 처남은 예정된 이별의 순간을 못 견뎌 동료 군관들과 술을 진탕 마셨다.

그리고는 그만 귀갓길에 계단에서 크게 발을 헛디뎌 다리가 부러지고 목도 크게 다쳤다.

문표는 황급히 방문의사를 불러 처남을 살폈다.

의사의 소견은 나이가 젊다 보니 시간을 두면 괜찮아질 것이라 했지만, 장인도 타계하셨고 가정도 꾸리지 않는 젊은 처남은 지금까지 홀로 기거하고 있었기에 꼼짝없이 그가 몇 주일이라도 수발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 일이 그렇게 되었소.

군병원에서 우정국을 통해 아내에게 서신을 보낸 문표가 한숨을 내쉬었다.

처남은 그에게 죄송스러워하며 연신 허리를 숙여 보였으나, 아무리 석고붕대를 둘렀다 하나 뼈가 붙을 때까지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으라 의사에게 들은 처남이었기에 거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꼴이었다.

“…몸을 움직이지 말거라. 무관이라는 자가 상처가 덧나 평생을 골골거릴 참이냐. 답답하더라도 회복 기간에는 최대한 몸조심을 해야 한다.”

“네, 형님.”

그렇게 군병원에서 그를 간호하며 시간을 보내기를 며칠.

끔찍한 소식이 제도를 덮쳤다.

이전까지의 불행은 정말로 애들 장난과 같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 * *

처음은 진동이었다.

창양에서도 아주 미세하게 땅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유리창에 손을 대어야 겨우 느껴지는 정도.

그렇기에 처음에는 정말로 별것 아니라 생각했었다.

― 쿠웅

그러나 그 뒤, 아득히 먼 곳에서 은은한 포성 같은 무슨 소리가 들렸다.

대포의 발사음을 자주 들었던 처남은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얕은 잠을 자고 있다가 화들짝 깨어나 사방을 두리번거렸을 정도였다.

문표는 책을 읽고 있다가 지나가듯 말했었다.

“훈련 같은 것을 하는 모양이구나.”

그러나 처남은 어쩐지 불길함을 느끼는 것처럼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대포의 소리와는 무언가 다릅니다… 무언가 확실히 달라요.”

그 순간 문표는 등골에 올라오는 오싹한 불길함을 느꼈던 것 같았다.

실로 형언할 수 없는 불안감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정말로 구체화가 되어 불길함만큼, 혹은 그것보다 몇 배나 끔찍한 내용을 안고 제도에 도착했다.

며칠 뒤.

그날, 조보의 일면에는 대문짝만하게 머리글이 적혀 있었다.

실로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멀리 떨어진 제도에서 고향의 일을 알게 된 문표는 거대한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는 경황이 없는 채로 귀향할 짐을 꾸렸다.

“어서 가 보세요, 형님. 어서요!”

처남도 그를 등 떠밀었다.

이제는 그 또한 어느 정도 거동이 가능해 군병원의 간호사에게 잘 부탁한다는 당부만을 남겨놓은 문표는 서둘러 창양역으로 달려갔다.

솔직히 지금 처남을 신경쓸 상황이 아니었다.

심장은 계속 쿵쾅거렸다.

빨리 뛴 것도 빨리 뛴 것인데, 머릿속은 온통 끔찍한 상상으로 가득하여 도무지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젠장, 젠장!”

염료를 팔아 얻은, 이제는 정말 꼭 껴안고 자야 할 만큼 두둑한 돈.

하지만 문표는 한시라도 빨리 백석에 도착할 수 있다면 귀중한 돈조차 다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열차는 야속하게도 정해진 속도로만 꿋꿋하게 이동했다.

돈과 아들에게 줄 축구공을 꼭 껴안고 있는 문표는 수일의 열차 이동에도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객실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멍청하게 밖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달달달.

한 번도 발을 떨지 않은 그였지만, 온몸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와 그는 입술을 깨물고,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리를 떨고는, 문득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았다.

같은 객실 안의 승객들은 그의 상황을 짐작했는지 안타까운 얼굴을 해 보였을망정 그를 별나거나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진 않았다.

안 그래도 열차는 경북선으로서는 실로 이례적으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몇 칸은 아예 구난을 목적으로 편성된 군병에 할당되었다니, 조보를 안 읽은 사람들도 백석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모르진 않았다.

군용 열차도 따로 편성되어 간다니까.

“이것 좀 드세요.”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그에게 따뜻한 차를 건네기도 했다.

그는 멍하니 그 차를 입 안으로 털어 넣었지.

감사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고, 심지어 뜨거움도 느끼지 못했었다.

북령 이북부터는 위험한 환경으로 인해 일반 승객의 출입이 불가능했으나, 정말로 사정사정하여 구난 병력들과 함께 성호행 열차에 탈 수 있게 된 문표는 그렇게 겨우겨우 정신이 무너지는 것을 수습해가며 마침내 성호에 다시금 발을 디뎠다.

그러나 그가 역을 채 빠져나가기 전에,

― 콰아앙

저 멀리 서쪽에 다시금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창양에서 들었던 소리가 아주 먼 곳에서 울려 퍼진 가냘픈 대포 소리와 비슷했다면 지금의 소리는 마치 황립포병대의 오차 없는 일제사격을 바로 옆에서 듣는 소리와 같았다.

그러나 그 소리의 불길함은 어떤 소리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마치 거대한 존재가 격노하는 듯한, 천지가 뒤흔드는 굉음.

그리고, 백석이 위치할 저 먼 산골에는 생전 처음 보는 압도적인 크기의 먼지구름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거대하다.

실로 거대했다.

성호와 백석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그 위용은 전혀 바라지 않고 오히려 거듭하여 존재감을 부각했다.

한낱 인간과 그 오만이 실로 초라해 보일 정도로.

하늘에 닿은 자연의 분노는, 화창해야 할 대낮의 날씨조차 거슬러 불길함으로 가득 찬 어두운 그림자를 자아냈다.

구름에서는 화염으로 이루어진 암석이 맹렬히 터져나와 사방으로 떨어졌으며, 무시무시한 검은 쇄설들이 주변을 집어삼켰다.

루나 시미로 어린 화산을 뜻한다는 후아이나푸티나 화산의 대폭발.

위기의 세기를 열었다 평가받는 끔찍한 재앙 중 하나.

문표는 절망 그 자체가 강림한 듯한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 재앙을.

“으아아아!”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공을 끌어안고 절규했다.

“왜! 왜!”

아빠가 공을 사 왔는데 왜 놀질 못하니.

비통 어린 그의 슬픔에, 사람들은 제각기 고개를 돌려 붉어진 눈시울을 훔쳤다.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계속하여 누적된 불행의 끝이 마침내 거대한 절망으로 돌아오자, 그는 도저히 이성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는 정신줄을 놓고 백석의 방향, 즉 화산이 분출하는 곳으로 걸어갔다.

지금 이렇게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성호마저도 화산재로 인해 날씨가 흐리고 불길한 냄새가 가득한데, 저 화염이 떨어지고 검은 낙진이 떨어지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은 실로 자살행위와 마찬가지였다.

군인들이 강압적으로 그를 제압하고 나서야, 마침내 성호에 포박된 그가 절망스러운 얼굴을 떨어뜨렸다.

“난… 난…….”

― 삐이익

연단에 호루라기를 들고 올라간 군 장교 하나가 목청을 높였다.

저 화산이 언제까지 분화할 지 모르겠지만 사방이 어두운 이곳 또한 그렇게 안전하지는 않아보였다.

“성호의 거주민들은 제각기 북령으로 대피하시오. 그곳에는 지금 긴급 대피소가 마련되어 있으니…….”

넋이 나간 상태로 모든 의지를 잃고 사람들이 열차를 탑승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이는 광경을 멍청히 바라보고 있던 문표가 이내 갑자기 눈을 비볐다.

화산재로 인해 눈이 따가워서가 아니라 익숙한 인영(人影)을 보았기 때문일까.

“어…어?”

그래, 익숙한 인영.

아내와 아들로 보이는 사람 두 명이 짐을 메고 열차 승무원에게 무어라 무어라 말을 하고 있었다.

아들과 비슷한 나이의 꼬마와 젊은 여인의 조합은 사실 주변에서 꽤나 흔하게 볼 수 있었지.

그러나 가족끼리의 진한 유대감을 느낀

절망 끝에서 희망이라는 것의 옷깃을 잡은 문표는 제자리에서 솟구치듯 일어나 그들에게 걸어갔다.

그만의 현실 부정인가.

맞을 거야.

발걸음을 옮길수록, 그의 바람은 더욱 거세어졌다.

맞아야 해.

‘오 제발, 성제시여 저희를 보우하소서.’

나중에는 숫제 믿지도 않았던 신앙을 들먹이며 그가 눈물 섞인 기도를 드렸다.

“여보!”

그리고 그 기도는 기적으로 돌아왔다.

거듭된 불행은 마침내 거대한 행운이 되어 그를 감싸안았다.

“당신이 어떻게, 어떻게?”

너무나 당황하여, 문표는 연신 그녀가 정말로 자신의 아내가 맞는지 확인했다.

생기넘치는 두 눈, 그리고 뺨에 있는 조그마한 점까지.

독특한 귓불의 생김새까지.

몇 번을 다시 봐도 그녀는 아내가 맞았다.

“여보가 편지를 보냈잖아요. 동생이 아프다고. 그래서 차라리 바쁜 당신 대신 내가 가서 거들까 했어요.”

“그래, 그랬구려, 그랬구려.”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는가.

멀쩡하게 살아있는 가족을 본 문표가 미친 듯이 아내의 얼굴을 쓰다듬고, 아들을 더듬으며 오열하자 아내 또한 그제서야 억눌러 놓았던 슬픔이 북받쳐 오르는지 그 자리에 서서 눈물을 흘렸다.

“전부 다 죽었어요… 전부 다. 정씨 아저씨도, 김씨 아저씨도, 하제댁도, 봉성댁도 전부 다….”

끔찍한 재앙은 정말로 천운이 깃든 몇몇 가족을 제외하고는 무차별하게 주변의 지역들을 덮쳤다.

거의 오만여 명에 달하는 사람이 거주하는, 이 시대의 시골치고는 꽤나 큰 지역이었던 백석은 하루아침에 빠져나온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 주민 전부가 사망했다.

그러나 아직도 저 멀리서 피어오르는 거대한 화산 구름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고.

* * *

백석은 유문암질 돌 말고도 다른 것으로 유명했다.

근처에 위치한 후아이나푸티나 광산과 구아과 푸티나 광산은 남려 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유황을 채굴하는 곳이었다.

그중, 백석의 동남쪽에 위치한 후아이나푸티나는 옛날부터 왕성한 활동으로 인한 몇 가지 신기한 증상으로 인해 이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상당히 유명한 존재였다.

이 화산은 그 끝이 만년설로 뒤덮여 있었는데, 한때는 그곳이 전부 녹고 부글거리는 호수가 생겨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조짐은 조정이나 학계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것 같지는 않았다.

아직 화산학이나 지질학의 개념은 다른 학문보다 그렇게 잘 잡혀있지 않았으니까.

그나마 석탄과 기타 광물의 맥을 찾는 용도로 사용되어 지질학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이어져 내려왔을 뿐이니, 화산학에 대한 연구는 아예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화산 역시도 인간 세상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지표면의 인간 문명이 무엇을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화산은 줄기차게 자신의 존재에게 부과된 숙명을 이행했고, 마침내 개천 325년(CE 1600) 2월 19일에 거대한 폭발로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화산 폭발은 2월 19일부터 3월까지 거듭하여 이어졌는데 유문암질 화산답게 매번의 폭발은 실로 대단했다.

재앙의 파도는 근처의 마을을 덮쳤고, 백석을 포함한 수많은 지역들이 화산쇄설류와 낙진의 영향권 내에 들어와 파괴되었다.

그러나 후아이나푸티나 화산의 피해는 비단 주변의 마을이 박살 난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 동안 이 일대와 대륙, 그리고 지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것.

후대의 지질학자들은, 고려 역사는 물론이고 인류 역사상 가장 재앙적인 화산 중 하나였다고 기록될 이 화산을 연구하며 특이점을 발견할 것이었다.

― 이산화황이 다른 화산보다 유난히 높다.

― 평균 고도가 상당히 높으며, 폭발의 위치 또한 그러하다.

― 저위도, 내륙에 위치해, 그 충격이 고스란히 해당 대륙은 물론이고 전 세계로까지 번져나갈 수 있다.

― 분화 시기는 남반구 2월, 여름이다.

그리고 이 여파는 세계로 뻗어나가기 전 당연히 화산이 있는 해당 국가, 고려에게 먼저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작가의 말]

지도는 현재 1600년도 초중반의 고려 지도입니다.

북려, 확장된 주들의 경계선이 눈에 띄네요.

물론 지도에는 인구밀집도를 계산하지 않고, 고려의 신민이 살고 어느 정도의 통제력이 확립된 구역이라면 전부 칠해놓았으니 성장세는 과장된 면이 있겠습니다.

후아이나푸티나 화산은 태동산맥의 중앙에 위치해 있습니다.

서기 1600년의 후아이나푸티나 화산(스페인어가 아니라 케추아어로 어린 화산이라는 뜻입니다.)의 대폭발은 기록 자체는 크지 않았으나, 인류 역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화산 중 하나입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화산폭발지수(Volcanic Explosivity Index, VEI)는 6단계, 즉 플리니―초플리니식의 엄청난 규모입니다.

폼페이를 멸망시켰던 서기 79년의 베수비오 화산보다 무려 한 등급이 높죠.

역사상 가장 큰 소리를 낸 화산으로 기록된 크라카타우폭발이나 피나투보 폭발과 비슷한 등급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화산의 독특함은, 그보다 더 윗단계의 화산, 즉 초플리니식 상위급의 대화산들과도 꿇리지 않으며, 오히려 능가하는 면이 있습니다.

일단, 본문에 나왔다시피 후아이나푸티나 화산의 이산화황의 양이 엄청났습니다.

화산폭발지수 7에 달하는 백두산은 폭발 자체는 엄청났으나, 인류 역사에는 큰 영향을 주진 못했습니다.

일단, 태평양이 충격을 대부분 흡수했고 위도 자체도 꽤 높았으며 시기도 겨울이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산화황의 수치는 대략적으로 28~30메가톤, 많긴 했으나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았죠.

다른 화산폭발지수 7단계의 대화산, 탐보라 화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백두산보다 적은 28메가톤의 이산화황이 분출되었으니까요.

크라카타우 화산은 22메가톤, 피나투보는 30메가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후아이나푸티나의 이산화황 농도는 무려 70메가톤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게다가 화산의 평균 고도가 상당히 높으며(안데스 산맥이니까요.) 유문암질로 인해 화산 자체의 폭발력이 상당하다 보니 그 충격이 고스란히 대류권계면 이상으로 전달되어 잘 해소되지 않는 엄청난 규모의 황산구름을 형성하는 것에 일조했죠.

몇몇 학자들은 위기의 세기(General Crisis)라 일컬어지는 17세기 전지구적 위기의 원인을 태양 상대 흑점 수가 적어진 마운더 극소기(Maunder Minimum)뿐만 아니라 후아이나푸티나 화산폭발의 여파 또한 영향을 미쳤다 평가하기도 합니다.

지구 온도는 이 화산 직후 상당히 낮아졌으며 이후로 남반구뿐만 아니라 북반구에 전지구적 대기근이 몰아닥쳤다 합니다.

러시아에서는 10만 명 이상이 굶주려 사망했죠.

원래 역사에서는, 아직까지 팜파스를 비롯한 남미가 스페인 부왕령들에 의해 온전히 개발되지 않았기에 그 기록이 좀 적겠습니다.

그때만 해도 식민지에 농업도 집약적으로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고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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