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276화 (276/653)

술, 와인, 그리고 포도(3)

중세시대, 유럽의 와인은 의외로 대부분 교회와 수도회에서 만들어졌다.

성직자가 무슨 술이냐 해도, 당시 와인이 종교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동시대 농노들의 피폐한 삶을 연관 지어 생각해 본다면, 그 이유를 깨닫기는 쉬울 것이다.

그래도 이들에 의해 와인 주조법은 계속 개선되어왔다.

성직자들은 엄연히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었고 이들은 끊임없이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어내는 것에 몰두했으니까.

교회와 수도회가 농민들보다야 훨씬 자본력과 노동력을 가지기 쉬웠던 것도 있으며, 영주의 핍박에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면이 있었던 것도 무시는 못 하겠지.

심지어 아비뇽 유수 기간, 아비뇽에 있던 교황들 또한 와인의 양조에 큰 관심을 기울여 주조법을 발달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중세가 지나간 후, 마침내 계몽과 여명의 시대가 밝아오자 프랑스는 바야흐로 와인의 황금기를 맞이했다.

이제 와이너리는 더이상 성직자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햇살이 따뜻한 남부 프랑스의 부유한 지주나 귀족들은 남프랑스에 대형 포도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중세에 지켜져 내려오던 전통을 밑바탕으로 상업적 혁신이 계속 시도되었다.

토지와 기후 모두 포도농장을 만들기에 환상적인 프랑스는 곧 세계에서 가장 좋은 와인들을 생산해내기 시작했고 이 프랑스산 와인들은 네덜란드와 잉글랜드, 에이레, 스코틀랜드, 북독일 등의 나라들에게 대규모로 팔려나갔다.

와인 산업은 프랑스가 오래도록 이득을 누릴 국가적인 사업이 된 것.

물론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긴 했다.

동로마가 멸망하고 조지아나 아르메니아는 이슬람 세력들에게 점령당한 상황. 그 틈을 타 전통의 로마 와인의 원조집을 주장하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만큼이나 좋은 지중해성 기후를 자랑하고 있는 카스티야와 아라곤, 포르투갈도 앞다투어 와인 산업을 발전시켜나가며 프랑스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제각기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의 약진에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는 선왕들이 했던 기존의 국가적 지원 말고도 더욱더 큰 이슈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프랑스가 와인의 최고 존엄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려야겠다. 방법이 없겠는가?”

궁정의 신하들은 이 같은 왕의 물음에 며칠을 궁리하다, 이윽고 답을 구해냈다.

당시 프랑수아의 궁정백 양백현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던 것.

당대 고려는 그들 국가에서 생산되는 물품의 우열을 가릴 때, 물품의 질을 두고 품질경쟁을 하는 관례가 있었다.

주류도 빠지지 않았다.

그들의 소주 또한 그렇게 해서 매년 그 순위가 바뀌었는데, 이는 주류 공급자들에게 경쟁 심리를 유도하여 술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에 효과적인 방법이 되었지.

프랑수아가 의도하는 것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와인 산업의 발전을 꾀하는 그런 거창한 목적은 아니겠지만, 이와 같은 서열 매기기는 1등에게는 상당한 정신적 만족감을 주기 마련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와인들을 비교하여 시음하는 자리를 만드시는 것은 어떠시옵니까?”

이미 당시 프랑스 귀족들은 그들의 살롱에서 수많은 지방에서 나는 와인들을 마시며 이들을 품평하고 있었다.

루아르니, 보르도니 쉬드 우에스뜨가 잘났느니,

랑그독이니 루씨옹이니, 상파뉴가 더 좋다느니.

결론은 나지 않았고 서로의 허영심을 채우는 말뿐이었지만 그래도 매 시기마다 대세 와인이 어디인지 정도는 충분히 여론이 모아질 수 있었다.

양백현의 제안은, 이런 소소한 살롱을 더욱 확대하여 아예 정식 자리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폐하의 와인 살롱을 더욱 크고 화려하게 열어, 전 프랑스의 유명한 귀족들을 전부 불러다 놓고 이와 같은 자리를 여시지요. 여러 원산지에서 온 와인들을 가지고 품평을 하다 보면, 완벽한 프랑스 와인이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무식한 이웃들에게 친절히 알려줄 수 있을 겁니다.”

“호오….”

프랑수아 1세의 살롱은 국왕의 살롱이니만큼 수많은 인사들을 초청할 수 있는 자리.

그러한 자리에서 비공식적으로 와인 품평회를 열자는 제안은 프랑수아 1세를 사로잡았다.

‘그래. 엄연히 비공식적이지만 공식적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큰 살롱을 열어 이곳에서 다른 나라들의 와인과 프랑스의 와인을 섞어 품평을 한다면 서열을 정할 수 있겠지.’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만큼 추후의 불편한 외교적 관계를 고려할 필요도 없으면서, 와인 선택에 ‘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좋았으니 이웃들의 자존심을 슬슬 긁으면서도 프랑스의 자존감을 채우기도 좋았던 것이다.

“으하하, 양 백작. 정말 좋은 제안이네! 당장 열어야겠다. 여봐라! 전령을 보내거라!”

프랑수아 1세는 몹시 신나서 전 국토의 와이너리에서 제각기 가장 맛과 향이 좋은 와인들을 선정해 올리라고 명령을 내렸다.

거기에 더해, 경쟁자이자 이웃들의 와인들 또한 확보하라 지시했다.

이탈리아, 카스티야, 포르투갈, 아라곤의 와인들.

이 얼간이들을 불러모아 놓으면 위대한 프랑스가 질 리가 있겠는가?

남을 놀리는 것에 상당히 악랄한 재주가 있던 프랑수아 1세는, 심지어 각국의 외교관들마저 초청하여 살롱에 오게 허락했다.

자국의 와인이 능멸당하는 광경을 직접 목도하라고.

그렇게 첫 번째이자 마지막인 프랑수아의 와인 살롱이 열렸던 것이다.

* * *

“역시, 우리 프랑스의 와인이 최고군요.”

“이 정도면 눈 감고도 알아맞힐 수 있겠는걸요?”

“당연하지요. 어설픈 이들은 위대한 프랑스의 와인을 이길 수 없으니까.”

당연히 이 살롱에서, 프랑스 귀족들은 수많은 와인들을 마시며 와인들의 순위를 품평했고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들을 헐뜯었다.

“아라곤과 카스티야? 이교도들의 천박한 맛이 아직 남아있네요.”

“포르투갈의 와인? 흥, 그걸 와인이라고.”

신흥 세력들에게는 멸시를.

“이탈리아? 갈피를 잡지 못한 혼란스러운 맛이군요.”

“우리 프랑스가 아닌 와인 중에서는 마실 만하지만, 여전히 보르도에 비할 바는 아니네요.”

“그래요, 뭐 아쉬울 때 마실 수 있는 정도?”

전통적 경쟁자에게도 폄하를.

첫 번째 살롱을 통해 프랑수아 1세는 의도했던 대로 프랑스 와인의 우수함을 자국 내의 귀족들에게 선전하여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대외의 선전에는 약간 문제가 있었다.

일단 외국에서는 이번 프랑수아의 와인 품평 살롱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크게 화를 내었지.

프랑수아 1세의 살롱에 초대되어 참신하면서도 큰 모욕을 당한 각국의 외교관들은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콧김을 내뿜으며 프랑수아 1세에게 달려가 말했다.

“폐하! 이것은 부당합니다!”

“폐하의 신하들은 제각기 프랑스의 와인들을 명확히 인지한 채, 맛을 시음하여 우열을 나누지 않았습니까? 반면 우리나라의 와인은 그 품질이 좋은 것이 선보여지지도 않았을뿐더러 폐하의 영향을 받는 신하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선입견을 가진 채로 평가받았습니다.”

“정녕 와인의 순위를 가리시려거든, 저 고려의 방식대로 모든 와인을 다 익명으로 하여 객관적인 외국의 귀족들을 초청한 뒤 맹검법(Blind Test)으로 우열을 가리시지요.”

이탈리아의 사절은, 숫제 이런 말도 했다.

“그렇지 않으면 폐하는 오히려 비겁한 명성만 사방에 가득하게 될 것이니 이를 꼭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 으드득

통일 이탈리아는 같은 가톨릭이면서 문화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아 프랑스의 가장 큰 친구였지만, 그렇기에 가장 큰 라이벌이기도 했다.

이런 라이벌에게서 비겁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프랑수아가 참을 수 있었겠는가.

‘이것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프랑수아 1세는 개인적 자긍심만큼이나 국가적 자부심 또한 대단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살롱에서의 와인 품평회가 프랑스의 완전한 승리 대신 반쪽짜리 자화자찬으로 끝나는 것은 그 스스로가 용납하기 힘들었다.

“그래? 그렇다면 제대로 한번 붙어보지.”

이들이 원한 것처럼, 맹검법을 이용하여 경진대회를 하자.

심사위원은 기후가 좋지 않아 국가 자체적으로 와인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에서 선발하고.

뭐, 에이레나 잉글랜드, 스칸디나비아나 북독일의 귀족들을 초청하면 되겠지.

혹은 국적을 고르게 배분한 성직자들이나.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프랑스 와인이 지진 않으리라.’

타고난 미식가였던 프랑수아 1세는, 살롱에서 수많은 와인들을 마셔보고 이미 큰 확신을 얻은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사적인 공간인 살롱에서의 와인 품평회가 아닌, 정말로 진지한 경진대회를 열기로 했다.

유럽 문화의 수도, 파리에서.

객관적으로 와인의 맛을 평가하여 서열을 정하자는 이 정식 대회는 파리 포도주 대회(Concours des Grands Vins de Paris)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 * *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이를 악물었다.

프랑수아 1세가 쏘아 올린 이 작은 공은, 어느덧 유럽 왕국들의 자존심 대결이 되어버린 상황.

오르베텔로 조약에 의해 이제 종교전쟁도 시들해졌겠다, 오스만도 신성동맹과 평화조약을 맺었겠다, 농민 혁명도 이제는 진압이 되었겠다, 나름대로 평화의 시기에 도달한 유럽은 이제 시시콜콜한 이슈를 찾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와인이 조금이라도 나는 나라들은 죄다 국왕이 신하들을 달달 볶아 출품을 준비했다.

기존의 유명한 와인 생산국들을 포함해 동유럽, 즉 신성로마제국과 오스트리아도 이 와인 전쟁에 참전했으며 카이저인 알베리히가 직접 파리로 간다고 선언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이 맛도 아니야!”

― 쨍그랑.

각국의 국왕들이 앞에서는 우리 와인이 이긴다 거드름을 피우고, 뒤에서는 얼마나 자국 와인 선별 과정에서 히스테리를 부렸는지는 오직 그들의 가까운 시종들만이 알 것이다.

와인 감별사의 선출과정도 다사다난했다.

성직자들은 무슨 콘클라베를 하는 것마냥 엄중한 절차에 의해 선별되었고, 외국의 귀족들 또한 여러 나라들과 상대적으로 인연이 적은 자들이 선별되었다.

심지어, 대부분의 와인 출품국들이 가톨릭 세력임에도 불구하고 개신교계 영주들이 초청받아 오기도 했다.

‘보기 싫은 이단 놈들이지만 그래도 객관적이지 않겠는가?’

이단들도 초청되는 마당에 와인 생산국이 아니면서 가톨릭계인 에이레와 스코틀랜드는 가장 큰 인기를 누릴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에이레의 지고왕 콘초바 4세는 이 대회를 공정하게 주최해 달라며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알베리히와 체사레, 프랑수아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노구를 이끌고 파리로 와야만 했다.

“자, 그럼 이 사람이 대회의 준비과정을 철저하게 감독하겠소.”

* * *

수많은 국가들에게서 온 수많은 술통들은 원산지가 철저하게 가려진 채 진열되었다.

오직 대회를 감독하는 콘초바의 신료들에 의해서.

준비과정은 콘초바 4세의 꼼꼼하면서도 완벽한 성정에 의해 잘 감독되었다.

다른 국왕들이 만족스러움을 표출할 만큼.

그러나 콘초바는 여러 가지 곤혹스러움을 견뎌야만 했지.

밤마다 그의 처소에 황금이나 미녀를 들이미는 그런 어리석은 유혹들 또한 그의 곤혹스러움이기도 했지만 가장 크게는….

“전하, 이 유…리병들은 어떻게 하옵니까? 이것들도 와인이라 들었습니다.”

그 병의 출처를 읽은 콘초바가 그답지 않게 당황했다.

대체 와인의 선도국임을 자랑하는 프랑스에, 그것도 심지어 파리의 궁정에 왜 이 와인이 이렇게 많이 쌓여 있는지.

이 정도로 쌓여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수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설마, 이 콧대 높은 프랑스 왕족과 귀족들이 앞으로는 프랑스 와인을 칭송하면서도, 뒤로는 이 와인을 마셔대었던 것인가.

콘초바는 이내 묘한 표정을 지었다.

“…흐음.”

파리 와인 대회의 출전 자격국들은 유럽 기독교의 국가들이다.

사실 명문화된 그런 사항은 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사항이긴 하겠지.

뭐 이슬람이 이 와인 대회니 뭐니에 참전할 것도 아니었고.

그런데 이 나라 또한 유럽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불만이 있으면 직접 가서 말해보라지.’

그는 잠시 수염을 쓸어내리다 이내 노인답지 않은 짖궂은 악동의 미소를 지으며 그 유리병들 또한 한 곳에 진열하라 명령했다.

* * *

― 꿀꺽

프랑수아 1세는 마른침을 삼켰다.

입술은 메마르다.

목도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곁에 놓인 잔으로 손을 뻗어 와인을 마시려고 했으나, 행여나 그로 말미암아 자신의 미각을 상실해 자랑스런 프랑스의 와인에 국왕의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할까 저어해 그는 갈증을 해결하지도 못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다더니, 정말 저 꼬장꼬장한 늙은이는 아무리 청탁을 해도 받지 않고 기어코 대회 준비를 마쳤다.

제각기 허탈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국왕들, 그리고 국왕을 대리해서 참전한 사절들의 표정을 보아 할 때, 그 누구도 목적한 바를 이룬 것 같지는 않았지만.

‘차라리 다행이다. 그러면 정말 질로 승부할 수 있을 테니.’

프랑수아는 그의 혀를 믿었다.

“자! 제각기 와인을 드시지요. 몇 번이 무엇인지는 절대 알려드리지 않을 테니, 순서에는 상관없이 즐겨주시면 되겠습니다. 담백한 빵과 치즈, 그리고 물은 각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으니 내빈들께서는 알아서 챙겨 드시기 바랍니다.”

콘초바 4세의 말과 함께, 귀족들이 우르르 일어나 와인이 담긴 곳으로 향했다.

행여나 오크통에도 표식을 그려놓는 등 장난질을 했을까봐, 콘초바는 이 와인들을 전부 다 수입해온 고려산 유리 디켄터에 넣어놓으라 명령했었다.

보안의 의도도 있었지만 어차피 불순물을 한 번 걸러내야 했기도 했고.

제각기 와인잔들을 채워온 이들은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와인들을 품평하기 시작했다.

왕들과 대사급을 위해 마련된 곳에도 어김없이 디켄터가 배치되었다.

그곳에는 프랑스 왕 프랑수와 1세와, 신성로마제국의 알베리히 1세, 네덜란드의 기욤 1세와 이탈리아의 체사레 1세, 에이레의 콘초바 4세 등과 왕을 대리해서 온 대사들, 즉 현 유럽을 대표하는 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프랑수아는 그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미식가적 식견을 자랑해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사방에 이리저리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이 와인은, 약간의 귀족스러운 풍미로 미루어볼 때, 떼루아로 따진다면 피에몬테의 와인이구려.”

“…….”

“그나마 우리 프랑스의 발끝에 따라오는 와인이라고 인정을 할 수밖에요. 그래요. 이 정도면 훌륭합니다.”

참견은 정말 짜증 난다.

그러나 그 논리가 맞는 것 같으면 더욱 짜증 난다.

제대로 된 반박조차 할 수 없으니까.

피해자인 체사레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 정도로 민감한 미각을 가지지도 못했고, 프랑수아의 말을 듣다 보니 정말로 그렇게 여겨지기도 했으니까.

앞에서는 인정한다는 듯 저렇게 말하고 있지만, 저 말의 본의는 아직 너희 나라 와인은 우리에 비해 보잘것없다―가 아니겠는가?

“이거는 포르투갈의 와인. 하, 짓밟힌 국가의 자존심이 와인에도 스며들었나 봅니다? 떫군요. 너무나도 떫어요. 아니 그렇소이까?”

‘이런 시….’

구겨지는 포르투갈 사절의 얼굴을 바라보며 승리감에 도취된 프랑수아 1세는, 다른 나라들의 와인들과 프랑스 와인을 전부 구별해내는 기염을 토하며, 마침내 마지막에서 두 번째 와인이 담긴 디켄터에 손을 뻗었다.

“……!”

“……!”

그와 비슷하게 놓여 있는 순서대로 시음을 하고 있던 국왕들도 제각기 눈을 부릅떴다.

“이, 이 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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