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265화 (265/653)

제철

남려대륙

포항.

‘부족하다.’

도가니 제강법은 진작 개발되어있었지만, 한번 강철을 맛보니 각 사회 이곳저곳에서 그야말로 수요가 폭증했다.

총을 만들랴, 건축자재로 쓰랴, 증기기관을 만들랴.

하지만 공급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예상하긴 했지만 도가니 제강법으로 생산된 강철은 정말로 사치품에 속하는 시계나 경선의에나 쓸 법할 정도로 가격이 비쌌으니까.

물론 강철의 생산을 증가시키려는 노력도 있었다.

도가니로를 잔뜩 짓기도 했지.

그러나, 티끌은 모아봤자 티끌이다.

게다가 도가니 제강법은 장인의 노동력이 심대하게 들어가는 종류의 제강법이다 보니 제한도 있었다.

한 번의 돌파구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았던 것.

심지어 강철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수록 강철은 멀어져만 가는 것 같았다.

뜬금없이 벌어진 북원 원정이 끝나고 드디어 한숨을 돌리게 된 상민은 본격적인 시기가 왔음을 인지하고는 대대적으로 철강산업에 투자했다.

그리고 남포(南浦, Bahia Blanca) 아래의 척박한 땅을 기존의 이름 대신 포항(浦項, Viedma)이라 명명하고는 큰 제철소를 세웠었다.

작명의 뜻을 헤아려 볼 때, 실로 큰 포부라 할 수 있겠지.

포항은 남려 남부에서 상당히 긴 강인 녹영강(綠瑛江, Río Negro, Argentina)이 대동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태동산맥 남부의 석탄지대에서 캐낸 석탄이 올 수 있으면서도, 수도와 딱히 멀지도 않았고 태동산맥의 주요한 3개 고개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마령(남부회랑이라고도 한다)을 통해 서해안의 도시, 회계와도 이어질 수 있었다.

또한 녹영강 북쪽과 그 가까이에 위치한 남포 부근은 창양 근교의 평원보다는 건조하다 하나 충분히 농업과 목축업을 할 수 있는 지역인 것에 반해, 녹영강의 남쪽은 그 기후가 빠르게 바뀌어 농업이 힘든 황무지(Patagonia)들이 시작하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농지로 못 쓸 똥땅을 알차게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지.

상민은 이곳에 세운 제철소에서 일단 철광석을 일차적으로 녹이는 용융로를 바꾸어 보았다.

과거, 전통적인 수로(豎爐, Bloomery)는 한결 발전하여 크기가 커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차가웠다.

물론 사람이 들어가면 바싹 타버릴 것은 당연했지만, 철의 녹는점보다는 현저하게 낮았기에 차갑다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비동도 기준 900여 도.

이렇게 낮은 온도에서 철광석을 데운다면, 철이 완전히 용융되지 않고 어정쩡하게 녹아 흐물흐물하게 되는 상태가 되어버리지.

그곳에서 나온 연철은 불순물이 많아 썩 좋지 못했다.

물론 침탄제강의 과정을 거치고, 도가니제강의 과정을 거친다면 강철이 되겠지만.

누누이 말했지만, 이건 수작업 수준이라니까.

용융로를 대량생산에 적합한 수준으로 바꾸기 위해 새롭게 건축해본 포항 용광로의 크기는 실로 높고 거대했다.

누구는 고로(高爐)라고 부르는 자가 생길 정도였다.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올려 바라봐야만 할 정도로 높으니 이름이 실로 어울렸다.

새로운 고로는 당연히 해탄을 이용한 용융법, 즉 해탄용융법을 채택했지.

강력한 화력으로 인한 높은 온도를 제공받은 철은 빠르게, 그리고 균질하게 녹았고, 그만큼 불순물은 쉽게 제거되었으며 따라서 생산되는 철 자체의 품질과 생산량은 이전의 수로보다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월등하게 상승하긴 했다.

하지만 해탄용융법은 해탄의 탄소를 이용하여 환원용융을 하는 방법.

즉, 고로에서 나오는 결과물이 거의 무조건적으로 선철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고려는 연철을 침탄하여 강철을 만드는 방법을 깨우쳤지만, 반대로 선철을 이용하는 방법은 깨우치지 못한 처지.

기존의 정련법이라는 방법이 있긴 했지만, 이 시대의 섬세하지 못한 정련법은 오히려 금속의 질을 떨어뜨리는 행위였다.

녹아내린 용선에 산화철, 즉 불순물을 첨가하는 짓이었으니.

따라서, 오히려 용융로는 기존의 수로에서 새롭게 깨우친 해탄용융공정을 도입하지도 못하고 더 나아가지 못하는 운명이었다.

“······.”

막대한 투자를 한 제철소에서 기껏 솥이나 번철(燔鐵, 프라이팬) 따위에 쓸 법한 무쇠를 생산하니 상민의 속은 타들어 갔다.

그래, 그나마 주철대포를 펑펑 찍어내 외국에 팔아넘길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긴 했지만.

여전히 주철대포는 청동대포보다 좋지 않았다.

손해?

그런 것을 신경 쓰진 않았다.

아무리 이 시대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제철소를 세웠고, 그것이 실패로 돌아갔다 하나, 그의 총자산에는 발가락에 모기 한 번 물린 정도의 타격이었으니까.

그러나 애간장이 타는 것이다.

저것이 성공을 해야, 나머지 대계가 딱딱 톱니바퀴처럼 들어맞았다.

‘증기기관이야, 도가니제강법으로 만든 강철로 제조할 수 있지. 수가 적으니까.

그러나 이 아득하게 넓은 국토를 이을 긴 철로를 도가니 제강법으로 한 땀 한 땀 생산하는 것은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하다.’

그는 현실과 타협하기로 했다.

강철이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연철 정도만 좀 대량생산이 가능하면 좋겠는데.

선철은 단단하지만 외부의 충격을 받으면 형편없이 부서진다.

차라리 좀 무르더라도 연철은 충격과 무게에 잘 버티니.

‘그럼 온도를 낮춰야 하는가?’

그러나 탄소 함량을 낮추겠다고 온도를 내리면, 철 자체가 불순물이 많아 질이 끔찍하게 나쁜 괴련쳘이 되어버린다.

기술적 퇴보를 자처한다는 거지.

이를 또 쓸만하게 정련하려면 침탄하고 도가니 제강법을 써야 하는데, 그럼 그게 강철을 생산하는 것이 되어버리니 이건 무슨 무한의 굴레도 아니고.

새로운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그가 원하는 시대의 개막은 요원해 보였다.

* * *

하지만, 상민이 뿌린 씨앗은 바로 이때를 위해 심어놓은 것이 아니었을까.

옛 서고려 시절부터 상민, 아니 태조 해민과 같이 붙어 다녔던 명신 김인근(金仁瑾)은 수많은 태조의 사륜(말씀)들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기록했다.

주로 자연과학적 언행에 대해서 말이지.

과학이라고는 잘 모르는 사관이 적는 것과는 다르게, 과학적 방법론을 이미 숙달한 인근은 그의 의도를 상당히 잘 헤아렸고 태조의 사륜들도 상당히 곡해되지 않은 채 후대에 전해질 수 있었다.

훈요 128권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긴 하겠지만, 그것은 민간에게 전달되지 않는 내용이니 차치해야 하니까.

남겨진 인근의 기록을 보며, 후대의 고려의 수많은 학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고려는 불비불문의 유훈과, 먼저 길을 닦았던 자들이 제시한 가설들을 언제든지 비판할 수 있는 학문적 기틀 아래 수많은 과거의 가설들을 갈아엎고 발전해나가고 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태조 자신 또한 그의 유훈(당사자는 죽지도 못했지만 유훈은 존재했다.)을 통해 시대가 지난다면 언제든지 자신의 사륜 또한 반박할 수 있다고 못을 박아놓은 상태.

덕분에 고려의 과학은 이론에 대한 존중과 가설에 대한 이의 제기의 균형을 지켰으며, 따라서 그 균형이 발생시키는 긴장 속에서 학문에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역동성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의문스럽게도 태조의 사륜은 그 자신의 유훈과도 달리 단 한 가지도 반박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절대적인 진리의 화신.

후대에 일어난 과학혁명의 단초는 바로 이 나라의 창업자가 손수 만들었던 것이다.

― 태조께서는 많은 부분에 대해 사륜을 남기진 않았지만, 사륜을 남기신 부분에 대해서는 마치 미륵과 같으시다.

― 설법 하나로 억조창생을 깨우치시니 정녕 그러하지 않은가?

― 쿠쿨칸께선 쿠쿨칸이지, 미륵이 아닙니다.

당사자는 그 말을 듣고 질색팔색을 했지만, 나라님 없는 곳에선 나라님 욕도 한다는데 나라님 경외를 하는 걸 뭘 어떻게 하겠는가.

종교와 거리가 조금 먼 고려의 수많은 학자들이 쿠쿨칸에게 솔깃해진 이유.

그중에는 태조의 ‘원자론’도 있었다.

본래 학문의 방향은 발견의 누적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해민이 제시한 것은 등장하지도 못할 운명에 처한 로버트 보일과 존 돌턴의 원자설, 그리고 아보가드로의 분자론과 결합한 무언가였다.

한 번에 이전의 점진적 발견의 과정들을 휙 생략해버린 것.

비록 존 돌턴이 제시했던 원자의 구체적인 속성은 없었던 데다가 먼 기억을 더듬어 애매하고 뭉뚱그려서 설명했지만, 오히려 그 모호함 덕에 과학자들은 제각기 자유롭게 사고하며 그 이론을 보완해 나갔다.

태조의 원자론에 의거하여 박신의는 드디어 물을 분해하여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원소인 수소와 산소를 발견함으로써 이전까지 민간에 만연했던 괴상한 논리들, 즉 음양오행이니 4원소설 같은 미신을 혁파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화학 개론에서 몇 가지 말을 했다지.

그중 유명한 것을 꼽아보자면.

― 화합물은 원소들의 원자들로 구성된 것이다.

― 화학 반응은 원자들이 자리를 바꾸어 새로운 조합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 질량은 보존된다. 즉 모든 반응의 전과 후에는 같은 양의 물질이 존재한다고 가정해도 좋다.

라는 것이다.

* * *

그리고, 앞선 천재들은 후대의 천재들을 낳기 마련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철소에서 한숨을 쉬던 상민은 나이가 늙어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자가 다가오자 표정을 수습했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과거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아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상민은 그의 장인(匠人)에게 실례가 될 표정을 지어 보이지 않았다.

“···오셨는가.”

“예. 당하.”

장영실이 느지막이 본 늦둥이 아들.

그러나 이제는 그 또한 세월의 흐름에 풍화되어 있었다.

팔순을 넘어 아흔을 바라보는 장성재는 먼 미래의 기준에서도 그러했지만, 이 시대의 사람들의 수명을 고려해본다면 정말 엄청나게 장수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인재에 대한 탐욕만큼은 누구보다도 큰 상민마저도 그의 늙은 모습에 진작부터 기술선도국의 일을 그만두고 은퇴를 해도 좋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오히려 장성재는 자기가 눈을 감기 전 자신의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길 원하고 있는지 몸이 늙어 불편한 와중에도 손자의 부축을 받아가며 이 제철소에 온 상황이었다.

[니키가 먼저 갔으니, 소신이라도 그 광경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평생의 친우인 니키포로스는 장성재보다도 나이가 많았었기에 이미 이십 년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났지.

그가 이렇게 끝까지 버티고 있는 것도 친우의 숙원을 대신 지켜본 뒤 하늘에 간 뒤에 말해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변함없이 정정하시군요, 당하.”

어차피 그가 비밀리에 운용하는 집단들은 대체로 그의 운명을 알고 있으니, 상민은 흘러가듯 말했다.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가 않네.”

장성재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 번도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당하께서 저와 제 장인들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정무를 처리하시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인데, 그 수고로움을 수십 수백 년간 하고 계시니 어찌 그 노고를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있겠습니까.”

상민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그러나 그것이 문제는 아니야.”

상민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대도 결국 이렇게 내 곁을 떠나지 않는가.”

무덤덤한 말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슬픔과 고독함, 그리고 자신에 대한 총애의 말에 말문이 막힌 장성재가 고개를 수그려 보였다.

“그래, 그게 제일 힘드네.”

장성재는 잠시간 쿨럭이더니 화제를 바꾸려는 듯, 자신과 손자를 제외하고 이 자리에 있는 또 한 명의 청년을 손짓으로 불렀다.

“소신 또한 저물고 있으니, 어찌 새로운 영재를 당하께 소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상민이 반색했다.

“그래, 누구인가? 철장(鐵匠)인가?”

“아니옵니다. 이 아이는 약재를 다루고 있는 약방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재능이 정말로 탁월하여 이렇게 데려왔나이다.”

장성재의 꼬리는 이 젊은 청년이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 * *

“···따라서 문제는, 결국 비동도 800도 정도에서는 탄소가 철과 반응하기보다는 산소와 반응한다는 겁니다.”

“흐음···.”

상민은 대답 대신, 그가 내민 자료들을 바라보았다.

“반면, 고로의 철은 해탄으로 인해 비동도 1300도 근처에서 용융되지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철의 용융점은 1500여 도인데···.”

“음.”

“결국 이것은 해탄으로 인해 침탄이 된 철들의 용융점이 낮아짐으로써 고로의 용선(溶銑, 녹아내린 선철)으로 배출되는 것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문제점은 이미 다른 장인들도 알고 있네.”

괴짜 청년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반사로를 이용해야 합니다.”

“반사로? 열효율이 좋지 않아 원철광석을 녹이는 것에는 쓸모가 없다 들었다.”

청년은 가지고 온 청사진을 펼쳤다.

“용융로가 아니라, 제강로의 기법을 쓰는 겁니다.”

“······.”

상민은 꼼꼼하게 청사진을 살펴보고는 희미하게 눈을 떴다.

“이것도 열원을 분리하는 것은 당연한 소리겠지. 거기에서 더 나이가 그 탄소기체까지 닿지 않게 만들고 다만 열은 복사되어 화로로 들어간다. 이 말인가?”

“예, 당하. 또한 옆에서 뜨거운 산소를 불어 넣어, 선철과 반응시키는 것이지요. 그렇게 한다면 선철의 탄소가 불어넣은 산소와 결합되어 이산화탄소가 될 것이니 마침내 선철은 연철이 될 것입니다.

즉, 침탄이 아닌, 탈탄(脫炭, 탄소를 빼는 과정, 침탄의 반대)의 원리입니다.”

상민은 문득 욕심이 났다.

“연철 말고 강철을 만들 수는 없겠는가?”

그러나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산소를 불어 넣는 것을 그리 미세하게 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오직 연철을 만드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 되겠나이다.”

“산소를 불어 넣으면, 오로지 그 산소가 닿는 부분의 용선만 탈탄이 될 터인데, 그렇다면 안쪽은 어찌해야 하겠는가?”

그는 기다렸다는 듯 씨익 웃어 보였다.

“약이나 밀가루도 제대로 반죽하기 위해선 이리저리 뒤집어 섞어야 하는데, 용선도 마찬가지겠지요.”

상민은 무릎을 쳤다.

“산소의 친화력을 이용하여 용선을 뒤섞어 탈탄하는 정련법이라! 실로 놀랍구나!”

잠시 탄성을 내뱉던 상민이 청년을 보고 말했다.

“그래,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

청년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신성로마제국을 주름잡던 거대한 자산가 야코프 푸거에게 밉보여 네덜란드에서 배를 타고 이곳으로 왔지만, 그는 자신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정말 잘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자유로운 기풍을 지닌 이탈리아도 감히 이곳에 비교할 수는 없었다.

새로운 세상, 그리고 새로운 학문.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계몽된 나라.

거대하면서도 그 거대함에 비례하는 지식적 둔중함은 없는 나라.

종교는 국가의 통제를 받고 따라서 과학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나라.

유럽을 아직 지배하고 있는 중세의 연금술 대신, 합리적인 원자론과 그에 따른 새로운 원소론이 있는 나라.

“제 이름은 테오프라스투스 필리푸스 아우레올루스 봄바스투스 폰 호엔하임(Theophrastus Philippus Aureolus Bombastus von Hohenheim)이라 합니다.”

* * *

개천 248년(CE 1523), 신성로마제국에서 고려로 이민 온 약학자이자 화학자, 이제는 금속학자라고도 말을 해야 할 필리푸스 아우레올루스 폰 호엔하임, 줄여서 파라켈수스 덕분에 연철의 대량생산이 가능한 교련법(攪鍊法, Puddling process)이 만들어졌다.

그 덕분에 고로의 압도적인 생산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선철을 연철로 교련하여 산업시대에 강철 다음으로 쓸 만한 연철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된 것.

중요한 부품, 즉 증기기관이나 시계와 같은 물건들은 질 좋은 도가니 강철로.

산업현장에서 대량으로 필요하지만 잘 깨지는 선철은 쓸 수 없었던 곳에는 교련된 연철로.

바야흐로 철기의 이원화가 확실히 되는 길이 열린 셈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궤도(軌道)로 가는 길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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