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인몽란(2)
“허억, 허억!”
청년이 화들짝 잠에서 깨어나 일어났다.
다다미가 깔린 방, 그 위에 깔린 이불은 물론, 온몸 또한 이미 땀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촌마게를 한 머리를 슬쩍 훔친 그는 배어 나온 땀이 축축하니 젖어 있는 꼴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
겨우 이제 스물아홉에서 서른을 바라보는 젊은 청년.
한창 원기 왕성하며 야심과 포부에 가득 차 있어야 할 나이였지만, 지금의 그는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큰 공포에 짓눌려 있는 자와 같았다.
“후우우….”
그는 잠자리에서 일어나며 뽑았는지 어느새 오른손에 쥐여 있는 도를 다시금 천천히 도집에 수납했다.
― 스르릉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머리카락마저도 베어버릴 듯한 도신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는 창을 슬쩍 열어보았다.
어슴푸레한 것이, 곧 동이 떠오를 것만 같아 그는 다시 잠을 청하지는 않고 다만 좌정해서 정신을 가다듬기로 했다.
“네 꼴이 무엇이냐, 요시오키. 겁에 질린 쥐새끼처럼 혼자 방구석에서 악몽으로 신음하고 있다니.”
남자는 자괴감이 깃든 혼잣말을 했다.
밤마다 꾸는 악몽으로 인해 아내와 동침한 것도 거의 몇 달 전의 이야기.
가뜩이나 손이 귀한 오우치 씨였기에 그는 자신이 한심해서 말이 다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자다가 도를 휘둘러 아내를 베어버리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요시오키의 근심은 이유가 있었다.
이미 몇 번이나 그의 목숨을 노린 시노비(忍び, 닌자)들이 찾아온 적이 있었고, 직접 도를 휘둘러 그중 몇을 베어내기도 했었다.
그에게 접근하는 것에 성공한 자는 넷에 불과했지만, 그 이후로 요시오키는 이런 불면증에 빠지게 된 것이었다.
‘사실, 이게 목적이겠지. 날 죽이지 못하더라도 나약하게 만드는 것.’
암살의 성공보다도, 그의 기세를 떨어뜨려 막부의 쇼군으로서 일 처리를 똑바로 하지 못하게 하려는 동기.
요시오키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누굴까?
동기를 안다면,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요시오키는 그 물음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천고의 숙적, 아시카가의 요시즈미?
눈앞의 앙숙, 아마고의 츠네히사?
따지고 보면 더 많겠지.
세토 내해를 장악한 고노씨도 있겠고.
시코쿠와 교토 인근을 장악한 북조의 대다이묘 호소카와씨도 있겠고.
하다못해….
‘전하께서도… 날 탐탁지 않게 여기신다.’
남왜왕이 친정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과거의 선조들이 그러했듯, 그 또한 나서서 자신이 정무를 보길 원했다.
옛 원나라 치하에 있을 동안 남왜왕들은 원으로부터 봉(奉)의 시호를 강요받았다.
왕씨 고려가 충렬왕(忠烈王, 왕심)부터 충(忠)의 시호를 사용하며 원의 제후국이 되었던 것처럼, 남왜조도 봉선왕(奉宣王, 요히토, 다이카쿠지 혈통)의 치세 이후로 항상 원의 시호법을 지켜야만 했다.
북조는 경태왕(敬泰王, 히로히토, 지묘인 혈통)의 치세 이후로 경(敬)의 시호를 받았지만, 은근슬쩍 원의 말기부터는 쓰지 않았지.
그러나 그런 굴욕에도 불구하고 남왜왕들은 의외로 원의 간섭기를 나쁘지 않게 여겼다.
덴노, 즉 천황의 명칭은 이미 황금씨족에게 철저하게 짓밟혀 쓰지 못하지만 왜왕의 이름으로 원하던 친정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남왜왕으로선 짧지만 아름다웠던 친정기라고 향수를 품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왜의 정치와 종교―신토―구조상 이는 곧 한계를 맞이하게 되었다.
왜왕이 뭘 하려고 해도, 그를 뒷받침하는 체제나 이념이 없었으니까.
결국 왜왕이 택한 방법은 쇼군을 임명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략을 꾸며 내쫓는 것이었다.
그 결과, 남조는 유서 깊은 미나모토(源)가도 아니고, 심지어 다른 겐페이토키츠도 아닌 여러 다이묘들이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로 쇼군으로 책봉되었다 박탈당했다 하는 혼란기를 거쳤다.
그리고 마침내 도래인계의 수장이자 왕씨 고려 및 주나라와 친했던 오우치 씨족이 무역을 주도하여 생긴 강력한 금권으로 정권을 잡게 되니, 북조의 아시카가 막부에 뒤이어 남조도 결국에는 강고한 막부 체제로 다시 회귀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남왜왕들은 역대 모든 쇼군들을 싫어했다.
‘지금도 간레이(管領, 관령)니 뭐니, 또 괴상한 소리를 하고 계시니 날 죽이려는 마음도 몇 번 품으셨을 게야.’
왜의 문화인지, 혹은 독특한 정치구조 때문인지 왜는 항상 흑막의 흑막 같은 관직이 계속 신설되었다.
왜왕의 실세, 쇼군.
쇼군의 실세, 관령.
관령이 존재하기 전에는 싯켄(執權)도 있었지.
심지어 왜왕조차도 인세이(院政, 섭정)니 뭐니 하며 상왕으로 물러난 주제에 계속 정치에 참견하는 괴상망측한 관습도 있다.
요시오키는 그런 면에서, 차라리 옆에 있는 나라들이 부러웠다.
유교적 관습하에, 철저한 중앙집권을 통해 왕을 모시는 나라들.
비록 지금은 지극히 혼란기에 빠져 있었지만, 적어도 군주 개인으로서는 이렇게 빈번한 암살의 위협에 시달리진 않지 않겠는가?
유교, 정말로 부럽다.
― 꿀꺽꿀꺽
미리 떠다 놓은 물을 마신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북원… 그들도 문제다.”
왜인들은 쿠빌라이의 동국원정이 성공하여 강제로 원(元) 천조 질서에 편입된 뒤로 대륙과 반도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
한 번 천지가 개벽하는 일을 겪은 후니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거리가 가까운 남조는 더욱더 민감했다.
그런 그들의 귀에, 북원이 힘을 되찾았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명이 희대의 멍청한 짓을 저질렀다는 소리도 들렸고.
조선은 아직까진 잘 버티고 있는 모양이지만….
요시오키는 장담할 수 있었다.
정말로 원이 다시금 포효하게 된다면, 조선은 자신의 힘만으로 그들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순망치한.
만약 조선이 무너지게 된다면, 그다음은 왜가 될 것이 분명했다.
한 번 정벌을 해 본 경험이 있는 국가니, 북원은 스스럼없이 다시금 정벌을 시도할지도 몰랐다.
아니.
그때가 오지 않더라도, 스스로 쿠틀룩테무르에서 이어지는 핏줄을 가지고 있다며 가끔 자신을 왜왕 말고 구주의 칸으로 불러 달라는 괴상망측한 행위를 하는 남왜왕이다.
자신의 시호를 스스로 봉으로 다시금 격하하는 일이 있더라도 북원의 그늘 아래로 들어가기 위해 입조를 청하겠지.
그러면 오우치는 끝이다.
“빌어먹을(くそ)!”
요시오키는 벌떡 일어나 후스마(襖)를 열고 집무실로 향했다.
새벽같이 일어난 주군의 노기에, 졸린 표정을 하고 있던 가인들이 화들짝 놀라 종종걸음으로 물러났다.
요시오키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지난날, 탐라에서 마주한 사람과의 대담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었다.
* * *
― 우리의 청을 먼저 들어준다면, 우리 또한 그대들의 청을 들어줄 수 있을 겝니다.
― 그 대가는 무엇이오?
― 지금 당장 대가를 논하기보단,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지요.
― …?
― 왕이 되고 싶지 않소이까?
― 그 무슨 망발을!
― 그대의 혈관에 흐르는 피가, 황금씨족이나 역대 왜왕들의 피보다 천하다 생각하시오?
― …….
요시오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대내는 본국 사람이 아닌 고려 사람이다.]
대내(大內, 오우치)의 혈통을 가지고, 왜의 수많은 다이묘들은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오우치가의 사람들 스스로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본국인으로 행동하는 것이 더 유리했음에도 그들은 그것을 꿋꿋하게 주장하며 다른 다이묘들의 정치적, 물리적 공세를 견뎌 마침내 지금 이 자리에까지 올랐다.
나중에는 이 명분이 고려와 왜, 조선과 왜의 무역을 원활하게 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지만.
요시오키가 끝내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을 바라본 남자가 웃었다.
고려인들.
옛 반도에 살아가던 자들의 이름을 이었지만, 이들은 그들과는 달랐다.
그들이 그리는 그림은 범인들로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크고 넓었다.
확실한 건, 이들은 자신들의 땅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들이 명분을 주장하는 반도의 땅에도 실제적인 욕심은 거의 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겠지.
대체 왜?
영토욕은 군주의 숙명이다.
한 줌의 땅에서 나오는 석고(石高, 코쿠다카)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것인가?
그러나 그렇게 묻기엔, 그들은 지나치게 강력하고 부유했다.
― 아국 함대의 공세로 왜구들은 큰 타격을 입었지요. 특히나 그 뒷배인 아마고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으니 한동안은 운신할 수 없을 거요.
―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 첫째로 혼란한 반도의 사정으로 사방을 떠도는 조선의 백성들을 일부 받아들이시오. 그것은 그대에게 도움이 되겠지.
오우치는 그 고려인 총독이 말한 것의 장점을 그 자리에서 파악했다.
같은 도래인계임을 내세워 조선의 난민들을 받는다면, 그들의 충성은 온전하게 오우치를 향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유학에 정통한 자들을 받을 수 있다면 그의 숙원 또한 이루어질 수 있었고.
식량 부담이 조금 되겠지만, 차라리 본국인들을 주코쿠나 시코쿠로 내쫓는 한이 있더라도 요시오키는 도래인들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 둘째로, 능도(能都)를 개항하시오. 옛 삼각무역을 재개하겠소.
그것은 오우치로서도 바라 마지않는 것이다.
오우치가의 당주로서는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서라도 그 체제를 다시금 이어나가야 했다.
하지만 세 번째 요구사항은 이야기가 좀 달랐다.
― 셋째로, 조선으로 북원에 맞서는 병력을 파병하시오. 우리와 함께 피 흘려 그대들의 결의를 증명하시오.
― 불가하오! 아무리 우리 가문이 남조의 실권을 거머쥐었다 하나, 조선에 파병을 한다면 구주는 무주공산이 될 터! 우리는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될 것이오. 당신들로서도 그것은 썩 바라지 않는 일일 텐데?
남자는 조용하게 대답했다.
― 북원을 막은 뒤, 붉은 군대는 능도로 향하리다.
벌써부터 마치 이긴 양, 그렇게 대답하는 그 고려인.
그 자신이 효웅(梟雄)이기에 요시오키는 그 모습에서 오만함과 불쾌함을 읽어내기보다는, 오히려 무한한 자신감을 바라볼 수 있었다.
패하는 것은 이미 이들의 생각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단 한 줄기 의심도 없어 보였다.
* * *
집무실에 도착하니, 이미 새벽의 동은 떠오르고 있었다.
잠결에 깰 때부터 지금까지 들고 있는 명검, 오니마루 쿠니츠나를 힐끗 바라본 요시오키가 문득 웃었다.
“미친 짓이다.”
그리고는 기합성을 내지르며, 족자(簇子) 하나를 베었다.
“그러나 미치지 않고서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더 이상 악몽을 꾸고 싶지도 않았다.
화로의 모습을 했던 오니를 베어버린 호조 도키마사 마냥, 자신을 시달리게 했던 오니를 족자와 함께 베어버린 그가 문득 외쳤다.
“가신단을 소집하라!”
― 툭
남왜왕이 선물한 대나무를 그린 족자가 그제서야 바닥에 나뒹굴었다.
* * *
정묘(丁卯, CE 1507)년 1월 9일.
조선 국왕 이계가 강화로 성공적으로 도피하고, 태자 이금이 조령(鳥嶺, 문경새재)을 틀어막아 항거하는 상황.
바투뭉케는 경복궁의 근정전에 앉아 허탈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휑한 옥좌, 텅 빈 궁궐.
불에 타버린 일부 전각들은 심지어 원의 군세가 아니라 백성들이 불을 지른 것이 분명했다.
“어처구니없군.”
옥좌에 기대있던 그가 나른하게 물었다.
“강화의 공략은 어찌 돌아가는가?”
“…조선 수군이 맹렬하게 저항하여, 도무지 길을 찾을 수 없습니다.”
“흐음….”
화북을 점령하며 선박 몇 척을 얻긴 했지만, 애초에 북원은 지금까지 수군을 썩 양성하지 못했다.
수군이 많았으면 애초에 회수를 건널 생각을 했겠지 조선에 왔겠는가?
여기에 와보니 조선도 예전만큼의 수군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덕분에 정벌이 성공한 이후에도 자신의 생각대로 수군을 많이 얻을 수는 없게 되었다.
‘고약하군.’
이리저리 이 똥땅에 갇혀버린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 바투뭉케가 투덜거렸다.
“충청과 전라의 공략은?”
불과 스물의 나이에 못난 부친을 대신하여 훌륭하게 저항군을 이끌고 있는 조선의 태자 이금은 조령을 이미 완벽하게 틀어쥐고 경상도의 물자를 옮겨 저항하고 있었다.
이 좁은 땅에 대체 왜 저렇게 골치 아플 정도로 험준한 산세가 있는지, 바투뭉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공세를 나누어 경상도보다도 더욱 비옥하다는 평가를 받는 충청과 전라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보급을 지키는 바르수 볼라드의 군세를 제한다면 한양에 있는 바투뭉케 자신은 투멘 셋으로 이루어진 칠만의 군세를 이용해 강화를 건드리고 있었고, 올로스 볼라드가 이끄는 주공 십만은 조령을 두드리고 있었으며, 나머지 오만씩 두 개의 조공은 전라와 충청을 공격하는 형세였다.
“…그것이, 곳곳에서 산발적인 저항이 있다 보니.”
산세보다도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땅의 백성들이 가진 저항의식.
화북의 한족들도 저항을 하긴 했으나, 커다란 한 줄기를 제압하면 이내 수그러들고 이민족의 지배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조선 놈들은 대체 무슨 근성이 있는지, 산으로 산으로 깊숙하게 들어가 끝까지 저항한다.
죽이고 또 죽여도, 끝까지 저항한다.
목을 베고, 그 목을 장대에 올려놓아 공포감을 조성하더라도, 저항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는다.
대체 왜?
관군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지방에 주둔한 관군 말고도 의병이 마치 산불마냥 일어나니, 전국 각지에서 흰 띠를 두른 자들이 거병했던 것이다.
의병들 자체가 산세에 밝다 보니 대원에게도 무시 못 할 피해가 계속 누적되고 있었다.
대원제국은 본래 초원의 민족이 만든 나라였지만, 가진 영토가 드넓다 보니 당연하게도 영역 내에 산악이 있었다.
그 산악은 충분히 험준했다.
그렇다 해도 굳이 대원은 그러한 산세에서 싸울 필요가 없었지.
그러나 이 조선에서는 대부분의 전투가 산에서 일어났다.
아니 국토가 대부분 산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이 땅에서는 조선인들이 훨씬 더 강했다.
기병의 유무나 훈련도에 관계없이.
“후우….”
바투뭉케가 얼굴을 쓰다듬었다.
대칸이 이렇게 고심하는 얼굴은 처음이라, 몽골의 무장들이 앞다투어 무릎을 꿇으며 고했다.
“대칸이시여! 강화에 대한 보급을 모두 차단한 이상, 저 이계라는 놈은 오랫동안 버티지 못할 겁니다!”
“…태자가 있지 않는가?”
“어찌 아비를 잡았는데, 아들이 투항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이계 놈은 그 성정이 몹시 탐욕스러우니 붙잡기만 한다면 자기 아들에게 스스로 항복을 종용할 것이 분명합니다.”
바투뭉케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추태를 보였구나.”
“오직 소장들이 무능한 까닭입니다!”
피식.
바투뭉케가 웃었다.
“그래. 강화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가라. 효과적이지 않더라도 저들의 심력를 계속해서 허비하는 것이 좋겠다. 비록 저들의 태자가 조령을 틀어쥐고 항거한다 하나, 충청과 전라, 황해와 평안의 물산은 우리가 가졌고 가지게 될 것이니 이 땅의 임금과 백성들은 마침내 우리의 차지가 될 것이다.”
“지극히 마땅하신 사륜입니다!”
한동안 좌중의 신하들의 사기를 끌어 올린 바투뭉케가 이윽고 궁금하듯 말했다.
“그나저나, 그 고려구라는 자들은 혹시 알아보았는가?”
이곳에 와보니, 조선이 생각보다 빠르게 무너진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고려구라는 존재 덕분이겠지.
이들은 조선에 대해 무언가 반감을 가지고 있는 수적 무리인 듯했다.
이름은 고려라 하나, 뭐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
고려 부흥 운동인가 뭔가 하는 그것이겠지.
어쩌면 협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훗날에 그들을 재징벌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지금 당장은 조선을 같이 칠 수 있지 않을까.
바투뭉케는 생각에 잠겼다.
[작가의 말]
봉선왕 요히토는 고우다 덴노입니다.
경태왕 히로히토는 후시미 덴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