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의 변
심양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선국 북방도원수 남이는 바르수 볼라드의 이십만 군세에 맞서 거의 반년 이상을 버텨냈다.
게다가 도체찰사로 제수된 좌의정 윤필상 또한 원군 오만으로 심양성의 후방, 오골성을 굳게 걸어 잠그니, 바르수 볼라드는 심요를 더 이상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었다.
남이의 분전과 조선의 북방군 전력이 증강됨으로써 조선과의 일전이 생각보다 길어지겠다 깨달은 바투뭉케는 도리어 좌익 3투멘의 정병 중 일부를 다시금 중앙에 보내라 지시했다.
바르수 볼라드로서는 마땅찮은 일이었지만, 명이 드디어 반응을 보이고 있었기에, 그는 사실상 좌익 3투멘의 최강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삼만 사천의 몽골군 정예를 상도로 올려보냈다.
따라서 이제 이곳에는 공성전으로 손실되거나 다친 자들을 고려해 볼 때 오직 십이만이 좀 넘는 가용전투병력―그것도 대부분 굼뜨고 멍청한 한족으로 이루어진―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조선군의 실책 아닌 실책도 그 순간에 일어났었다.
어딘가 공세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을 깨닫고 척후를 보내 적의 동태를 살핀 남이는 적병들의 정예가 빠져나간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수성을 계속해온 북방군 병사들이 몹시 피곤하더라도 오히려 나아가 적을 기습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는 오골성에 원군을 요청했다.
그러나 오골성은 적병의 숫자가 아직도 많음을 들며 지원을 거부하니, 오로지 남이가 이끄는 심양의 군세만 나아가 적을 공격했던 것이다.
밤중에 성문을 열고 공격을 나간 북방군은 무려 세 배가 넘는 군세를 상대로 적병 삼만 오천을 죽이고 그보다 많은 숫자를 상하게 하니, 적은 사기가 크게 꺾여 기어이 오십여 리나 먼 곳으로 영채를 물렸다.
북원의 침입 이후로 처음 얻게 된 실로 대단한 승전이니, 이를 심수 대첩(瀋水大捷)이라 부르는 자도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던 동래 대첩이 사실상 고려해군에 의해 일어난 남방군의 반쪽짜리 승리였던 것에 반해, 심수 대첩은 온전히 남이와 북방군의 힘으로만 일어난 승리였기에 훨씬 더 의미가 깊었다.
그러나 남이는 조선사 내에서 손꼽힐만한 승전을 이루고도 지극히 한탄했다.
만약 그가 도체찰사 윤필상의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있었다면, 적은 이 심수에서 아예 살아나가지 못했을 것이었다.
십이만의 적병들은 제대로 된 추격대에 계속 손실되어 북원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대릉하(大凌河)를 건너기 전까지 편히 쉬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살아남은 숫자는 한 줌에 불과했겠지.
예전 수나라가 살수에서 박살 나고, 요나라가 귀주에서 패퇴하였던 것처럼.
아쉬움을 거둬들인 남이는 적들이 크게 물러난 것을 들며, 윤필상에게 오골에서 나와 심수의 하류이자 심양의 서남쪽인 안시성(安市城)에 들어앉아 심양성과 안시성 간의 제대로 된 기각지세(掎角之勢)를 이루어 추후 외적들의 공세를 방어하자 건의하였으나, 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이는 이때엔 전보다도 더욱 격노했다.
적을 공격하자는 의견은, 결국 대승으로 돌아오긴 했어도 장수에 따라서는 무리가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긴 했었다.
남이도 이를 존중했다.
그러나 안시성에 가지 않고 계속 오골성에 남아있겠단 말은 심요를 아예 포기하자는 말이었고, 계속 심양을 위험에 빠트리겠다는 말과 동일했다.
자신과 북방군 오만을 전부 위험에 빠트리겠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했고.
도체찰사의 뒤에 그를 조종하는 주상이 앉아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진정으로 종묘와 사직을 위하는 조선의 충신이라면 주상의 입맛대로 움직이기보다는 올바른 선택을 내려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 * *
그 와중에 다행이라고 해석할 만한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그래, 실로 이해가 되지 않는 기묘한 일이었다.
"······."
"······."
심수가 그 하류에 위치한 요수(遼水, 요하)로 합쳐지고, 마침내 발해만과 만나 바다로 들어가는 곳.
야심한 밤, 해변에서 만난 두 무리는 다소 경직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조선 북방도원수 남이의 객장인 젊은 청년은, 뜬금없이 남쪽에서 온 손님 아닌 손님을 경계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삼남에 고려구가 들끓어 백성들을 겁박한다는 이야기는 북방의 변으로 정신없는 이 심요까지 들리고 있소."
그러나 손님으로 온 고려인 해군 무관은 그저 고개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받을 거요 말 거요?"
해변에는 조운선으로 쓰이는 맹선 열세 척이 있었다.
그 안은 정말로 세곡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 저것만 심양에 보낼 수 있다면 한동안은 주린 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조운선 한 척당 많게는 천여 섬의 곡식을 적재할 수 있다. 저들이 저곳을 가득 채워 가져왔을지는 모르나, 적어도 열세 척의 배라면 칠천 석의 곡량은 훨씬 넘게 들어있을 터. 대체 이 고려구들은 왜 이 북방까지 곡량을 실어 날라 북방군의 보급을 수월케 하는가?’
의문이 드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의문 말고도, 걱정이 들기도 했다.
‘이 곡식들을 받으면, 도원수와 북방군은 어떤 운명에 처할 것인가.’
자신이야, 역적의 자손이니 별 상관 없더라도 그를 거두어 심지어 딸과 혼인시키고 객장으로 삼았던 도원수께 크나큰 폐가 될지 몰라 두려웠다.
"······."
하지만, 이 세곡만 있다면 북방군의 근심은 실로 수만 가지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게다가 근래에 발생한 도원수와 도체찰사의 다툼과 갈등의 여파로, 도체찰사는 이젠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군량과 군수품 지원까지 변변치 않게 해주고 있는 상황.
청년은 눈을 질끈 감고는 결국 그 세곡선을 가지고 요하와 심수를 거슬러 올라 심양에 도착했다.
"이게 다 무슨 군량이냐? 게다가 이 무구들은 대체 뭐고?"
조운선은 모두 군량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열 척에는 일만 석의 세곡과 보존하기 좋아 보이는 건량들이 가득 들어 있었고, 나머지 세 척에는 화살과 창, 갑옷 등이 실려 있었다.
‘심지어 화약까지?’
그리고, 심지어 꼼꼼하게 밀봉된 작은 항아리들이 가득 담긴 큰 상자가 세 개 있었는데, 그 모두에는 질이 몹시 좋은 화약이 담겨 있었다.
상자가 세 개인 만큼 객관적인 양 자체는 결코 많다 할 수 없겠지만, 이 정도의 화약이 있고 없고는 천지 차이라 몇 번 전투의 고비를 넘기기에는 실로 충분한 양이었다.
"···고려를 토벌하겠다고 출정한 수군들의 무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남이는 당황스러운 선물에 머리를 움켜쥐었으나, 청년을 차마 꾸짖지는 못했다.
직접 심양성에서 피 흘리며 싸워온 아이였으니, 이 물자의 소중함을 그 스스로가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으니까.
‘···엄심갑이 깨지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고, 피가 묻어있지도 않다. 적어도 수군들이 크게 상하지 않고 붙잡힌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가.’
게다가 이미 때는 늦었다.
남이는 어차피 이왕 조정에 밉보인 인생, 굳이 이것들을 돌려보내겠다는 선택은 생각하지 않았다.
"서쪽에서 좋지 않은 소문들이 들려오고 있다. 소문이 워낙 허황되고 이상한 것이 많아 진위를 가릴 수 없더라도 명이 큰 곤경에 빠진 것은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구나.
이후의 공세는 이전과는 다를 것이야. 우리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마치 죽음을 준비하는 듯한 남이의 말에, 청년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 * *
남이에게 대패하며 엄청난 수의 병사를 잃고 북쪽으로 진채를 물린 것도 모자라 혹여나 이어지는 공격을 대비하며 한동안 산구석에서 그림자와 싸워왔던 바르수 볼라드는 그 스스로도 오른팔이 크게 다치는 상처를 입었지만, 그 상처에서 오는 쓰라림과 고통보다 훨씬 더 큰 자존심의 상처를 입고 있는 상태였다.
"으아아아!"
아버지 바투뭉케는 상도에서 대도로 남하하였고, 삼남 바르수 볼라드를 이번 일로 불러들였다.
바르수 볼라드는 부하들에게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 단단히 주의를 주고 대도로 떠났다.
길을 가는 와중,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칼을 휘둘러 한족 노예 두 명을 베어내는 등의 소란을 일으켰지만, 대도가 가까워지자 분노보다는 두려움이 앞서기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노하시면 어쩌지?"
"···좌익 3투멘의 정병들을 직접 가져가셨으니, 칸께 대노하시지는 않을 겁니다."
"빌어먹을, 정병들만 빼달라 하지 않으셨다면··· 내 이런 수모를 겪지는 않았을 텐데."
조선국 장수의 용맹함은 인정하는 바이나, 바르수 볼라드는 억울한 감이 적지 않게 있었다.
그래도, 지엄한 아버지 앞에서 사내답지 못하게 괜한 핑곗거리를 대다가 더욱 노여움을 사기보다는 먼저 납작 엎드려 죄를 청하겠다고 다짐한 바르수 볼라드는, 대도에 도착하자 풍기는 이상한 분위기에 어안이 벙벙했다.
"으하하하!"
바투뭉케는, 술잔을 들이키고 있다가 바르수 볼라드가 알현을 신청한다는 말에 광소를 터트리며 일어났다.
그러더니, 삼남을 꽉 끌어안고 외쳤다.
"네 공이 실로 크구나! 명의 멍청한 아해가 등껍질에서 목을 쏙 내밀게 해 주었어!"
"···예, 예?"
"하하하! 정병을 내준 것으로 네가 한 번 큰 곤경에 빠질 것이라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더욱이 그러한 패배로 오히려 우적(愚敵)들이 기세가 올라 제남에서 머리를 빼고 영주(瀛州)와 막주(莫州)를 공격했던 것도 모자라, 심지어 주제를 모르고 보정(保定)까지 공격했단다."
대원의 중서성이 관리하는 핵심지역이자 제국의 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연운 16주가 공격받았었다는 위태로운 말을 하고 있지만, 바투뭉케는 그저 껄껄 웃을 뿐이었다.
"이 녀석을 보게! 아비를 걱정하는 눈망울이 참으로 갸륵하지 않은가?"
"하하, 부상(父上)께선 바르수 볼라드를 너무 놀리지 마시지요. 소문이 아직 그곳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없었으니 제대로 된 결과를 들어야 동생이 제대로 연회를 즐길 것입니다."
"그래, 투루 네 말이 맞다."
장남의 말에 바투뭉케가 손을 벌렸다.
그는 아들의 목에 팔을 두르더니, 이윽고 연회장 한쪽을 가리켰다.
"저것이 보이느냐?"
"······."
바르수 볼라드가 멍청한 얼굴로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마치 철장 안의 원숭이마냥 젊은 사람 한 명이 옥에 갇혀 있었다.
진귀한 새를 담는 새장을 크게 키우고, 사람 하나를 가두어 놓으면 딱 비슷한 광경일 것이었다.
안의 사람은 황색의 비단옷을 입고 있었고, 연회의 참가자들이 먹는 것과 비슷한 맛있는 술과 음식이 철장 안에 놓여져 있었지만, 안에 들어가 있는 바르수 볼라드와 비슷한 연배의 청년은 그저 멍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서······ 설마?"
"그래, 저놈이 바로 그 주우철(朱祐哲)이다, 그 주우철이!"
― 으하하하!
대원대몽골국의 장수들이 그 말에 하나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거친 사내들이 바닥을 치고, 술잔을 부숴 먹을 듯이 쨍그랑거리며 광소하자, 명의 황제, 화평제 주우철은 그제서야 사방을 둘러보더니 이윽고 두 눈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모습을 본 장수들과 바투뭉케, 그리고 그의 아들들은 이제는 아예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폭소했으며,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한 바르수 볼라드 또한 그동안 쌓인 근심 걱정을 잊고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자, 네 형들이 그래도 동쪽에 나아가 저 못된 조선의 무리들과 싸우느라 고생했을 너를 위해 저놈의 후궁들을 조금 남겨두었지. 오늘은 고기를 먹고 술을 퍼마시며 계집들을 정신없이 취해도 봐줄 터이니 어서 가서 즐기거라!"
"으하하하! 황상, 오늘 손주를 보시는 것이 아닙니까?"
대원의 장수 한 명이 눈치 없이 말을 했지만, 이내 다른 장수들이 그를 두들김으로써 황가에 모욕이 될 수 있는 말을 더 못하게 하는 광경이 보였다.
바르수 볼라드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아버지의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어 물었다.
"대체 주우철의 후궁들이 이곳엔 어찌 와 있습니까?"
돌아가는 상황으론, 연운십육주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영주와 막주를 공격한 명이 스스로 보정으로 진격하는 와중에 아버지 바투뭉케가 저들을 크게 깨트렸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대체 왜 저 명 황제 주우철의 후궁들이 이곳까지 와 있는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그 대답은 그의 둘째 형이자, 장남과는 쌍둥이인 올로스 볼라드가 대신 해주었다.
"저 병신이 전장에 자신의 후궁들을 데리고 왔으니까. 그것도 무려 일백 명이 넘는."
"······."
바르수 볼라드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주우철을 바라보았다.
그도 놀라운 군사적 식견을 가진 아버지에 비해서는 스스로가 범재(凡才)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런 미친 짓을 하진 않았다.
형제의 말을 들어보니, 주우철은 명의 사십만 대군을 일으키며 친히 북진해 왔지만, 그 와중에 일백 명이나 되는 자신의 후궁을 전장에 데리고 와 연일 연회를 벌여댔단다.
황제가 그렇게 행동하니 대체 명군의 기강이 얼마나 무너져 있었을지 바르수 볼라드는 그 광경이 불 보듯 선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내가 상대했던 조선군이 명군보다 숫자로는 사분지 일이었지만 군의 기강과 정예함으로는 열 배는 더 강했었을 것이다.’
빌어먹을 늙은이.
심양성 누대에서 보인 꼬장꼬장한 늙은 조선군 장수의 얼굴을 떠올린 바르수 볼라드는 어딘가 억울함을 느꼈는지,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아 고기와 술을 들이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바투뭉케가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이제는 이 아비가 네 복수를 대신 해 줄 테니."
"회수 이남과 건강(경사, 남경)을 먼저 치지 않으십니까?"
장남의 물음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황제가 우리의 손에 넘어왔을지라도, 오히려 덕분에 명에 암운을 드리운 환관 놈이 신료들에 의해 죽었지. 저들이 이제 풍전등화가 된 화북을 포기하고 다시금 회수(淮水, 회하)의 밑에서 방비를 새롭게 한다면 우리는 남명(南明)을 칠 때 다시금 시간을 들여 천천히 공세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명은 국사에 유례없는 치욕, 즉 후대에는 주우철의 연호에 따라 화평의 변이라 일컬어질 사건을 겪고 엄청난 혼란과 당혹에 빠져 있는 모양.
그러나 덕분에 암군의 눈을 가리던 유근이 죽으니, 시간이 지나면 호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었다.
주우철 말고 새로운 천자를 등극시킬 수도 있겠지.
물론 지금 당장은 엄청난 인질을 잡고 있고 대패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이상, 함부로 명이 원을 공격하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전에 조선을 친다 이 말씀입니까?"
"그래."
반대로, 원이 지금 당장 명을 공격하는 것도 무리수가 있었다.
이미 이번 전투로 얻은 영역의 규모도 작지 않았다.
게다가 명은 대패하고 큰 수모를 겪었지만, 워낙 군세 자체가 많다 보니 패잔병들이 절반 넘게 살아서 회수 이남으로 도망가는 것에 성공했다.
회수 이남, 남명의 저력도 강력했다.
풍요로운 회하 주변부뿐만 아니라 강남은 이미 충분히 개발된 지역이었고 거주하는 한족의 숫자도 워낙 많으니 방어를 위해서는 다시 엄청난 군세를 일으킬 수 있는 저력이 있는 곳이었다.
더군다나 회하는 짧으나 수량이 많고 진령산맥(秦嶺山脈)을 끼고 있어 방어에 용이했다.
그곳의 요새들엔 이제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 제남과 같이 엄청난 숫자의 불랑기포가 깔려 있을 것이 불 보듯 뻔했기에, 안 그래도 회수의 도하에 운용할 수군도 형편없는 원은 도저히 공세를 이어갈 자신이 없었다.
따라서 바투뭉케는 이번에는 화북을 온전히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반면 조선은.
바투뭉케도 눈이 있고 귀가 있기에, 현 조선의 임금 또한 멍청하기 짝이 없고 속은 계집처럼 비좁아 장수들을 믿지 못하는 암군이라는 것을 충분히 들어 알고 있는 상황.
게다가 흉년과 왜구 같은 일로 후방 또한 요란하다니, 지금은 조선을 다시금 원의 지배 아래 편입시켜 후방을 안정케 할 더도 없이 중요한 기회였다.
바투뭉케는 일단 당장은 큰 피해를 입은 바르수 볼라드의 군세를 물리도록 했다.
그러나 하북을 포함한 화북을 제대로 손에 넣고 현지의 치안을 안정시켜 그곳에서 첫 번째 곡식을 거둔 뒤엔 스스로 대규모의 군세를 다시금 일으켜 조선을 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