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선과 엑소더스
[중세적 삶으로부터의 해방, 기근과 역병, 도적과 탄압으로부터의 해방.
바다 너머 선박이 향하는 곳은 분명히 진보의 국가였다.]
득팔은 자신을 따라오는 네 명의 흑의인을 바라보았다.
이들과 함께한 지도 어느덧 거의 반년이 되었다.
원래, 고려인의 경우 이젠 상투를 틀지 않고 머리를 적당히 짧게 자르고 다니는 것이 대다수였지만, 이들은 이전부터 이곳에 올 경우를 가정하고 있었는지 머리가 길었고 어설프지만 엄연히 상투까지 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엔 확실히 조선인과 구분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처음엔 약간 우스운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득팔은 함부로 그들을 비웃지 않았다.
온몸은 탄력적인 근육으로 가득해 한 마리의 표범을 보는 듯했고, 눈동자에는 무심한 살기가 언뜻언뜻 엿보였다.
만약 어찌 다툼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와 같은 일반인은 정말로 뼈도 못 추릴 것이었다.
인간 자체가 강한 그의 상사 로베르와 비교해도.
이들은 전문적으로 은밀함과 암습을 교육받았고, 천하의 어떤 장사라도 한밤중에 자다가 단검을 맞으면 황천길을 가지 않을 수 없으니까.
득팔은 이들이 어디 소속인지 궁금했지만 물어보는 멍청한 짓도 하지 않았다.
“조선이란 땅에는··· 많은 위험이 있지요.”
만약 그랬다면 지금 널브러진 저 흉악한 호랑이가 자신의 운명이 되었을지도.
“······.”
보기 드물게 그들이 당황하는 것을 지켜보던 득팔이 허탈하게 웃었다.
“고려표범도 무척이나 사나운 동물이라 들었습죠, 그러나 이 조선의 범이라는 것은 정말로···.”
하지만 득팔은 말을 하면서도 어찌 네 명으로 큰 상처를 입지 않고 호랑이를 죽인 것도 대단하긴 하다 다시금 생각했다.
숨이 끊겨 널브러진 호랑이의 시신을 반대편으로 돌리니, 복부에 꽂힌 화살 두 대가 눈에 들어왔다.
시체의 크기도 그렇게 작지 않았다.
“극독으로 천천히 죽인 덕에 가죽은 많이 상처가 나지 않았군요. 가죽을 잘 벗길 줄 아는 자에게 가져다주면 상품의 호피가 나올 텐데···.”
흑의인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감정의 교류는 별로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들의 눈엔 드물게도 약간의 탐욕 비슷한 것이 보였다.
“황실에 진상해야겠소.”
역시나 그 탐욕은 황실을 위하는 마음가짐에서 오는 모양이었지만.
그러나 다른 흑의인이 고개를 저었다.
“들고 갈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충심은 갸륵하나, 조선에 범은 많고 시간을 지체할수록 위험이 커지니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
“알겠습니다, 조장.”
그날 이후로는 산에서 마주한 동물이 극히 적었다.
일반적인 동물들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범도 범 피를 몸에 묻히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마주하기는 싫었던 모양.
다시금 걸음을 재촉하는 와중에 조장이 물었다.
“대체 이 나라는 어찌 살아가는 것이오? 산중에는 이런 맹수들이 득시글거리는데 어찌 이런 산골짜기에 사람들이 몰려 들어가 산다니?”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법이지요(苛政猛於虎). 말 그대로입니다. 범은 정말로 굶주리지 않는 이상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을 습격하는 일이 드물지만, 포악한 탐관오리와 임금은 그렇지 않으니 사람들이 산속으로 들어가서 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마지막 산을 넘으니, 드디어 목적지가 보였다.
진주목(晉州牧).
남해의 수운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도시였으며, 내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요충지이기도 했다.
진주 관아는 진주성 안에 있었다.
삼국시대 백제에 의해 건설되었다는 이 성은, 본래는 제대로 쓰이지 않다가 근래에 들어서 남부에 왜구와 고려구들이 들끓자 그들을 방비케 하기 위해 새롭게 주목받아 개축을 할 곳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했다.
경상우병영이 존재했고, 경상도 관찰사도 때때로 올 정도의 요지였으니, 진주목사라는 자리도 허투른 사람이 오면 안 되었다.
그러나, 득팔과 흑의인 네 명은 마치 제집처럼 진주성을 드나들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성내로 들어간 득팔은 서둘러 거리의 한 곳으로 갔다.
외견상으로는 다른 곳과 구분되지 않은 평범한 초옥인데, 집칸의 개수가 많고 마당도 넓은 데다가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것이 숙박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곳이라면 행객들이 의심을 덜 받겠지만, 지금은 의심의 문제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다.
득팔의 얼굴을 흘겨본 늙은 여인이 이윽고 고갯짓을 했다.
“저 자리에 앉아 잡수쇼. 금방 갖다 드릴께.”
“알겠소.”
득팔은 마당의 상에 앉았다.
흑의인들은 한군데 모여 있으면 의심을 살 만한 분위기라, 모두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그를 보고 있었다.
장국, 예전에는 맛이 있다고 느꼈건만.
사람이라는 것이 간사한 게, 격식이 높은 음식을 먹다 보면 미각의 가치관이 바뀌기 마련이다.
― 으음···.
득팔은 다섯 숟갈도 뜨지 못하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상에 뚝배기를 내려놓으니 어떤 남자가 맞은 편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사람을 애타게 찾았다고 들었소이다.”
느긋하게 장국을 들이키는 넉살 좋은 사내는 꺼억 하고 트림을 하더니, 이윽고 어디서 났는지는 몰라도 조그마한 나무 꼬챙이로 이빨 사이를 쑤셨다.
거간꾼.
본래 이들은 사고파는 일이라면 대체로 어느 곳에나 존재했고, 서로 간에 흥정을 붙이며 이윤을 창출하는 자들이었다.
특정한 생산에 대한 업이 없었으니, 조선 시대에는 이들을 마치 기생충과 비슷한 개념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하다못해 상인들조차 필요한 지역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쓸모가 있지만 이들은 단지 중간에서 그 이득을 부당하게 갈취한다 생각되어졌으니까.
반면, 득팔은 이 일을 하면서 이런 종류의 사람들이 정말로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했었다.
“사람을 사고 싶소이다.”
“노비?”
“노비도 좋고, 아닌 자도 좋고.”
거간꾼은 눈썹을 찡그렸다.
덧붙인 말을 볼 때, 무슨 속내를 가지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그는 눈앞의 사람이 조금 위험한 일에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만 실례하겠소, 양인을 사사로이 노비로 만드는 것은 국법에 저촉되는 일이니. 다른 사람을 알아보시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자들이 얼마나 많을진 모르겠지만.
하지만 거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거간꾼의 앞에, 묵직한 주머니가 보였다.
득팔이 건넨 은이었다.
물론 득팔이 예전 로베르에게 받은 돈은 아니었고, 어디까지나 이번 일을 원활하게 하도록 공적으로 지원받은 자금이었다.
그리고 그 자금은 사실, 명과의 담배 무역에서 왔던 것이 분명했다.
― 툭
“······.”
거간꾼은 다시 자리에 앉아 주머니를 열어보았다.
“명의 마제은(馬蹄銀)이요. 품질은 알아서 잘 판단해 보시고.”
거간꾼은 주변을 살펴보며 마제은을 들고 요리조리 뜯어보았다.
입으로는 영 엉뚱한 말을 하고 있는데, 이미 눈에는 탐욕이 깃들어 있었다.
“···그대도 알겠지만, 사람들의 피눈물을 흘리는 일을 했다간 제 명에 못 살지.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게요?”
그러나 득팔은 빙긋 웃으며 대답할 뿐이었다.
“그대의 말대로 피눈물을 흐르게 하면 안 되겠지.”
“······?”
“소문을 내 주시오. 허황되고 자극적인 소문을. 저 바다 건너, 동쪽의 먼 곳에 위치한 미국에 무릉도원이 있다, 이런 말을 내 달란 소리요.”
“뭔···.”
”만약 그 말이 너무나 허황되게 들리거든, 당장 가까운 탐라로만 오면, 배를 곯지 않아도 되고 때리거나 노역에 동원하지도 않을 것이며, 왜구와 조정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소문을 퍼트리시오.
만약 그대가 소문을 잘 퍼트리고 다닌다면, 내 다음 일거리를 주겠소. 그땐 마제은이 더욱 많아지겠지.“
속사포처럼 쏘아지는 말을 들은 거간꾼의 눈동자가 온갖 감정을 담고 떨렸다.
“···여보쇼, 아직 한다고도 말 안 했는데?”
“이 사람아, 그대가 그렇게 꼭 마제은을 껴안고 있는데, 어찌 입으로는 계속 거절의 말을 뱉는가?”
득팔은 훌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그리고 정확히 그다음 달.
진주목에서 가장 가깝고 지리적으로 중요하게 취급되는 항구, 삼천포(三千浦)의 북쪽 해안은 여러 사람들로 북적였다.
제각기 무슨 난이라도 난 듯, 이리저리 보자기와 세간살이를 등에 지고 있었고, 어미들은 우는 아이를 달래며 쉬쉬거리고 있었다.
반면 이 일을 결단한 남정네들은 서로 모여서 쑥덕였다.
“미친 짓은 아닐까?”
“보오, 그 생각은 이미 여기 온 이상 늦었소.”
자신의 선택에 대해 의심을 품는 이들과.
“참말로 저들이 이곳에 나타나겠지?”
“약조한 것처럼 탐라에만 가면 나는 물론이고 우리 애까지 배곯지 않아도 되겠지?”
삼남의 산과 강을 따라 흐른 소문을 의심하는 자들도 있었다.
“조정에선 저들을 고려구라 하며 흉악한 도적이라 했는데···.”
“흉악한 도적이면, 저번 사천현에 일어난 변 때 수많은 사람들이 다쳤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정작 사천현의 사람들은 죄다 그때 그 배에 오르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고 울상짓고 있다네.”
그들이 한참 먼바다를 보며 기다릴 때.
휘영청 뜬 달빛을 받고 맹선 몇 척이 다가왔다.
“수··· 수군이다!”
“도망쳐!”
일부 백성들이 혼란에 빠지고 그 혼란이 사방으로 전염될 무렵, 갑자기 맹선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 삐유우
― 펑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하늘에 달덩이가 또 하나 생겨났다.
한 발의 작은 신기전을 이용해 만든 조명탄을 통해 주변의 암초와 해변가의 인원을 파악한 고려군들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그 자리에 얼어붙은 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차례로 줄을 서시오. 질서를 지켜야만 빠르고 안전하게 탐라로 갈 수 있소!”
요란한 폭음이 나고, 사방이 환해졌지만, 조선의 수군은 등장조차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소 안심한 백성들이 천천히 맹선 위에 올랐다.
그들이 탄 배가, 사실은 조선의 수군이 썼던 배인지는 모른 채로.
당대의 조선 사람들은, ‘못 나가다가 삼천포로 가다’라는 말을 만들어 내 당시 가장 먼저 결단을 내려 '해방선'에 오른 자들을 부러워했다.
출애굽기가 아닌 출조선기(出朝鮮記)의 시작이었다.
* * *
시간이 지날수록 고려가 탈환한 탐라부는 연일 사람들로 북적였다.
매월 보름, 고려는 탐라에서 소규모 선단들을 보내 조선의 해안에서 사람들을 실어날랐다.
암초가 가득한 바다라 위험했지만, 조선의 제주 탈환함대를 역으로 포획한 고려는 이제 평저선인 맹선까지도 어느 정도 보유하였기 때문에 연안에서도 나름대로 괜찮게 사람을 실어나를 수 있었다.
이들은 곧 삼도(거문도)에 정박한 플류트선에 탑승하였고, 플류트선은 이들을 다시금 탐라로 수송했다.
조선의 조정이 고려구가 해안가의 사람들을 납치했다 인지하는 것과는 별개로, 고려는 굳이 칼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겁박하여 끌고 오는 것보다는 이미 박살이 난 경제와 민심을 이용한 선동으로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오기를 원했다.
사실, 먹고 살 식량을 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밤의 해안가에 몰려드는 것이다.
조선의 조정은 이들을 단속하려 했으나 소문이라는 것은 성난 불처럼 들판에 번지기 마련이라 어느 순간부터는 도저히 틀어막을 수가 없었다.
수군은 박살이 났고,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상황판단이 옳았던 남방도원수마저 유배를 보낸 탓에 당대의 군 또한 혼란에 빠져 버린즉, 스스로의 업보인 셈이었다.
게다가 박형무가 백성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난이 끝난다면 별수미를 되돌려주겠다 약조한 것도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몇 번 사람들을 성공적으로 실어나르자 소문은 더더욱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갔다.
물에 빠져 죽은 옛 왕씨들이 다시금 살아나, 조선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강림했다는 소문은 애교로 봐야 할 정도였다.
경상도를 중심으로는 신라의 문무왕이 되살아나 만파식적을 이용해 백성들을 구한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심지어 유학자들이 치를 떨 만한 말들, 즉 미륵정토니 뭐니 하는 말들도 들렸다.
이 소문의 근원에는, 확실히 같은 언어를 쓴다는 동질감이 있었다.
외견은 달랐지만 의사소통이 된다는 그 한 가지 거대한 장점으로 인해 고려인들과 조선인들의 문화적 장벽은 처음부터 엄청나게 견고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게다가 애초부터 이곳에 인구를 빼 올 목적으로 접근했던 고려인지라, 동아시아회사의 인물들과 고려 해군은 상당히 인간적으로 조선 난민들을 대우해주었다.
맹선에 오르다 물에 빠진 조선인 아이를 구하기 위해 갑옷을 벗고 물에 뛰어들어 아이를 구한 고려인 장수의 이야기도 들렸으니까.
득팔은 이 소문을 재가공하여 육지에 뿌렸고, 거짓과 진실이 적당히 버무려진 소문은 들판에 번지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결과로 다가왔다.
어느 순간부터는 약속된 시간, 약속된 해안가에 사람들이 너무 몰려, 오히려 고려가 그들을 자제시키며 돌려보내야 했을 정도였다.
그때, 조선과 고려 양측에서 버림받았다고 서럽게 울던 사람들도 있었다 한다.
* * *
사람이 많은 것도 꼭 좋은 일은 아니다.
이광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너무 몰려 오히려 식량이 빠듯하군. 남해를 오가는 조운선을 약탈하지 않았다면 크게 힘들 뻔했어.”
“본국에 서신을 보냈으니, 건량과 육포는 다음 주기에 훨씬 더 많이 적재해 보낼 게야.”
로베르가 그를 위로했다.
“그래, 그때쯤이면 감자와 고구마도 적당히 수확할 시기가 되니 괜찮겠지만···.”
고려인들은 그 와중에 탐라에 구황작물을 기르기 시작했다.
내륙과 달리 탐라의 토양은 독특하여 벼나 다른 일반적인 작물이 잘 안 자라는 경향이 있었다.
‘감자와 고구마는 조금 다르길 빌 수밖에.’
따뜻한 저고도 해안가에는 고구마를, 한라산이라는 중심부 고지대 주변에는 감자를 기르도록 했지만 정확한 소출량은 수확 시기가 되어봐야 알 것이었다.
로베르는 푸념했다.
“영남과 호남의 세곡을 우리가 다 쓰면 안 되나? 대체 왜 그 세곡의 삼분지 일이나 북쪽으로 올려보내야만 하는가?”
그러나 이광영은 그 건에 대해선 일관성 있었다.
“조선은 북방에서 큰 변란을 겪고 있네, 만약 영남과 호남의 조운이 위로 아예 못 올라가게 된다면 조선은 큰 곤경에 빠질 걸세.”
그러나 로베르는 여전히 설득된 얼굴이 아니었다.
친우의 표정을 바라본 이광영이 설명을 덧붙였다.
“조선이 너무 일찍 망하는 것도 바라는 바가 아니야. 게다가 저 북방군에게 우리가 군량을 대준다면, 조정에서 북방군을 나중에 어떻게 생각하겠나?”
로베르가 그 광경을 생각하다 피식 웃었다.
“자넨 참 악랄하단 말이야. 내가 알기로 자네도···.”
이광영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말을 끊었다.
“그만하지.”
로베르는 실눈을 뜨고 이광영을 바라보다 툭 질문을 던졌다.
이전과 같은 맥락은 아니었다.
다만, 이번엔 광영을 비롯한 고려의 무관 모두에게 묻는 질문과도 같았다.
“심경이 복잡하겠지?”
이광영은 조선과 탐라의 지도를 내려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할 수 없구만.”
몽골.
그 존재를 ‘고려’의 무관들이 대체 어떻게 반응하겠나.
“···과거란 것은 대체로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지만, 앞으로의 일에 영향을 주곤 하니까.”
“사심이 대사(大事)를 그릇되게 하진 말게나.”
“이를 말인가.”
그러나 광영은 말꼬리를 흐렸다.
자신의 감정은 충분히 통제 가능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는 조그맣게 기원했다.
“이대로만 있어 주었음 좋겠네. 이대로만.”
그러나 그의 희망과는 별개로, 서쪽 명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