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230화 (230/653)

여조관계(2)

“후욱, 후욱.”

한동안 싸움박질을 한 뒤라 숨이 찼다.

― 퉷

로베르는 바다에 걸쭉한 침을 툭 뱉었다.

이제는 조금 진정이 되어,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병장기와 고함 소리, 산발적으로 울리던 총소리는 이제 조금 잠잠해진 모양이었다.

“끙··· 앞으론 그냥 화포를 쏘는 것이 어떻겠나?”

그는 입을 열어 친우에게 투덜거렸다.

“염두에 두지. 그러나 이들을 살려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네.”

“그놈의 증거는···.”

재작년부터 업무적으로 많이 마주친 덕에 로베르와 이광영은 이제 말까지 편하게 놓을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되었다.

“고귀한 가문에서 나고 자라 머릿속에 유먹(油墨)만 든 도련님인 줄 알았는데, 제법이야?”

지구력은 좀 부족했는지 지금은 헉헉대고 있었지만 로베르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마치 성난 물소마냥 조선군들을 집어 들고 바다에 던져대었다.

바로 곁에서 싸웠던 광영이 그 광경을 떠올리고는 혀를 내둘렀다.

체격과 신장 자체는 자신과 비슷할 정도로 컸지만, 용력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천부적인 선물이 분명했다.

너털웃음을 터트린 로베르가 환도를 도집에 수납했다.

“그대와 같은 제대로 된 무장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나도 숭무의 기운이 짙은 가문에서 자라왔네. 자네는 내 선조들의 이름을 다시 한번 떠올려야 할 거야.”

“···그래, 그렇지···.”

광영은 앙왕가를 언급하기보다는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그도 나름대로 대단한 가문이었긴 했지만 왕가들에 대해서는 입조심을 하는 것이 좋았다.

대신 그는 줄줄이 포박된 조선군들을 바라보았다.

“꾀죄죄하구만. 굶주려 볼과 눈두덩이는 움푹 들어가 있고.”

조선의 수군은 대체로 끼니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듯 그 몰골이 시원찮았다.

개별 병사들이 착용한 무구도 변변찮았다.

도검조차 제대로 줄 만한 사정이 아니었는지 일부의 병사들은 몽둥이를 들고 있었고 병사들 중 대다수는 제대로 된 엄심갑도 입지 못해 나무를 잘라 만든 목찰갑을 착용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로베르가 한심하다는 듯 뇌까렸다.

“가관이군, 이게 국가를 지키는 군인의 몰골인가? 이들의 군무부는 대체 뭘 하길래 수병을 이렇게 대우하나?”

고려의 상황에만 익숙하여 조선군의 무구는 국가의 지급 품목이 아닌 개별로 알아서 들고 와야 했다는 것을 모르는 자의 발언이겠지만, 어찌 되었든 고려인들이 보기에 조선군 병사의 행색은 남루하기 그지없었다.

정예군이라는 북방군은 좀 다를까.

반면 고려의 해군 선원들은 건량과 육포, 그리고 신 김치가 싫다며 하루 종일 투덜거리고는 있었지만 배를 곯는 상황과 거리가 있었다.

좁은 배 위에서 지내야 하는 까닭에 평상시에는 중무장을 하지 않았지만 전투가 일어날 것 같으면 흉부를 감싸는 철제 흉갑을 입고 거기에 더하여 팔을 보호하는 완갑과 정강이보호대, 낭심보호대(착용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가장 중요한 부위라 한다)를 착용하는 자도 있었다.

무기는 더욱 좋았는데, 사수들이 쓰는 기다란 수석식 소총과는 별개로 모든 선원들이 비좁은 선상 내의 근접전을 대비하여 곡률이 높고 다소 짧은 환도를 보유하고 있었고, 평상시에는 물건을 자르는 용도로 쓰이지만 전투 시에도 쏠쏠하게 쓰일 수 있는 단검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갑판장이나 항해사와 같은 고급선원들은 제각기 호신용 권총과 화약낭을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따라서 천 명의 숫자는 겉으로만 봐서는 판단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게다가 부산포 앞바다에 정박한 이상 이러한 일들은 당연히 예상 가능한 범주하에 있었다.

전략에 실패한 장군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경계에 실패한 장군은 용서받을 수 없다.

만고의 격언이자, 고려군에서도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지는 말이었다.

교대로 잠을 자는 야밤에도 당직병들은 깨어있었다.

돛대에 달린 높은 망루에서 사방을 지켜보던 병사에 의해, 전문적으로 은밀함을 교육받은 요원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조선 수군의 야습 시도는 금방 들통났다.

더욱이 예전부터 전투병이 적은 플류트선은 해안과 거리가 먼 곳에 정박하라 했었고, 전투병들이 많은 순양함이 해변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으니, 조선군들은 잠에서 깨어나 화가 잔뜩 난 고려군들이 갑판 위에서 그들이 탄 맹선을 노려보는 것을 목도해야만 했다.

그리고 기습의 실패는 필연적으로 기습을 시도한 자의 큰 패배로 다가왔다.

* * *

간밤에 부산포 앞바다가 시끄러웠다.

황당선에 횃불이 오가고, 병장기가 마주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나중에는 숫제 총포까지 쏘아대니 분위기는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남아있던 조선군은 혹시나 불의의 사태를 대비해 경계했다.

박형무는 부산포에 정박한 조선 수군을 부르려다, 강흠을 필두로 한 자들이 응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사건의 전말이 어떻게 되었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경거망동하지 말라 신신당부를 할 것을.

그는 가슴을 쳤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군령의 지엄함이 이토록 바닥에 떨어졌는데, 어찌 조선이 환란에 견딜 수 있겠는가?”

결국 다음 날 아침, 박형무는 고려군이 질질 끌고 온 수사 강흠과 그 무리들을 넘겨받고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강흠은 잔뜩 얻어터져 눈이 검게 변해 있었지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엎어져 있는 그의 어깨가 분함인지 치욕스러움인지 모를 감정으로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그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기에 박형무는 시선을 돌리고 이광영과 대면했다.

그러나 다소 호의적이었던 과거의 회담과는 달리, 그의 얼굴에는 냉랭한 기운만이 감돌 뿐이었다.

“그래서 이것이 귀국이 우리 고려에게 주는 답신이오?”

“···나의 뜻은 아니었소. 본관이 이 일에 대해 사죄를 할 것이니···.”

“사죄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이오? 그대의 임금은 협상할 의지가 전혀 없고, 또한 그대의 부하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데!”

“······.”

“그대의 나라가 앞으로는 인과 의를 들먹이지만 사실은 신의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소이다! 내 지금은 그대와 피 흘리며 싸울 생각이 없지만, 부디 기억하시구려. 앞으로 이 바다에서 우리를 만난다면 온전히 안위를 보장하지 못할 것이니!”

봉두난발이 된 강흠을 사납게 내팽개친 고려군들은, 어떠한 대답을 듣지 않고 다시 배 위에 올랐다.

일자진을 펼치고 동래 앞바다를 겨냥하고 있던 고려의 배는 천천히 수평선 너머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 * *

고려의 함대는 그 이후로는 소식을 듣기 어려웠다.

이계는 도원수 박형무와 수군절도사 강흠, 병조참의 이거를 불러들이고는 이 사건이 원활히 해결되지 못했음을 들며 셋 모두를 유배 보냈다.

그러나 조선의 조정이 애써 이 일을 잊어버리고 다시금 북방의 변란에 집중할 무렵,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되어 되돌아왔다.

조선이 이 일을 잊는다 해서, 고려가 이 일을 잊겠는가.

하나를 당하면 둘로 되갚아주는 것이 고려인들의 가치관이었다.

두 달 뒤.

제주목사가 추레한 몰골로 한양 조정에 올라와 울며 고했다.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쫓겨난 자의 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보였다.

수염은 불탄 흔적이 보였고, 상투는 풀려서 마치 죄인마냥 다북쑥처럼 된 봉두난발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목사는 자신의 몰골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였다.

한 지역을 책임지는 목사라는 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온 것부터 이미 충분히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적들이 제주목을 점거하여 나라에 올리는 물산을 빼앗고 백성들을 현혹시켜 반란을 획책하고 있사옵니다!”

“···뭐··· 뭐라!”

천인공노할 소식을 들은 이계와 조정의 대신들은 격노했으나, 불행한 소식은 하나가 아니었다.

이튿날, 전라도관찰사가 보낸 장계가 도착했다.

[흉적들이 삼도(거문도)를 점거하였습니다. 게다가 저들이 영남과 호남의 바닷길을 손에 쥐고 조운선을 약탈하니, 피해가 실로 막대합니다. 또한 해안가의 백성들이 납치되어 끌려가니, 바닷가에는 통곡을 하는 소리만이 끊이지 않을 뿐입니다. 대체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장계를 받은 이계는 머리를 부여잡고 졸도했으며, 그날의 조참은 즉시 파했다.

조선을 골치 아프게 만들었던 왜구의 숫자는 고려의 등장 이후로는 지극히 줄어들었다.

동래에서 보았던 것처럼 고려인들이라고 왜구를 딱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고려의 함대가 왜구를 바다에서 박살 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이 조선에게 좋으냐 물으면, 그것은 확실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 고려구(高麗寇)들은 왜구보다 더욱 강력하며 큰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백성들의 피는 덜 흘렀을 것이긴 했다.

고려구들은 도적치고는 개개인의 성품이 온화하여, 잔악하며 사람 죽이기를 가축 죽이기보다 더욱 쉬이여긴다는 왜구와 비교하기엔 큰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 세력이 가진 화력 자체는 일개 왜구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니, 적어도 조선의 조정은 거대한 타격을 입었다.

백 년 전, 태종에 의해 합병되어 제주목이 설치되었던 제주도는 이제 외세 아닌 외세에 의해 점령당했다.

게다가 이 고려인들은 뻔뻔하게도 그곳에 자국의 깃발을 휘날리며 대고려국의 지극히 적법한 영토―탐라군―를 다시금 되찾았다 선언하고 있었다.

그뿐이랴.

이 고려구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재물과 가축, 곡식보다도 가호(家戶)의 납치에 열을 올리며 해안가의 사람을 싹 쓸어갔다.

일단은 그들이 대부분 탐라에 갔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혹자들은 탐라에 있는 사람이 차례로 다시금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먼 길을 떠나는 중이라고도 했다.

이 사실을 그저 손가락만 빨며 볼 수 없었던 조선의 조정에서는 억지로 전국의 수군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이 부대를 하나로 통합하여 제주 탈환을 꾀했다.

객관적 전력 자체는 조선 건국 이래 손에 꼽힐 만큼 많았다.

왜구에 의해 조금 피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아직 맹선의 숫자 자체는 꽤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보낸 배들은 전부 소식이 끊겼다.

함흥으로 간 차사도 이 정도로 감감무소식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서야 뻥 뚫린 수군 공백과 그에 따른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이계는 벌벌 떨며 남은 수군 ‘조각’들을 그러모아 강화도에 진성을 쌓고 한강으로 오는 길목을 방비케 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고려의 수군은 삼남의 백성들을 납치하는 것에 골몰할 뿐, 조선의 조정을 타격하는 것에는 별반 신경을 쓰지 않았다.

* * *

득팔은 충청도 홍주(洪州) 사람이었다.

본래의 업은 아마 아비를 따라 어업에 종사하게 되었을 것이었다.

다만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는 와중에 풍랑을 만났고, 영 엉뚱한 곳으로 떠내려와 주나라 해적들에게 잡혔으니, 그때부터 그의 인생은 상당히 독특한 곳으로 흐르게 된 것이었다.

그는 특유의 생존력으로 해적들 사이에서 버텨나갔다.

다행스럽게 시간이 지날수록 득팔은 해적들 사이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해적의 우두머리 장경창은 특별히 그를 불러 다시금 조국에 되돌아갈 기회를 주기도 했었으니까.

그러나 득팔은 그 기회를 딱히 잡진 않았다.

자신이 조선에 돌아간다 하더라도 대체 뭘 할 수 있겠는가.

물고기를 잡는 것은 그의 야망과는 맞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괴상한 자들이 다가왔다.

첫 만남은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가면 갈수록 이 고려인이라는 자들은 득팔의 마음에 상당한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득팔은 더 이상 성장에 한계가 있는 해적질을 그만두고는 로베르의 동아시아회사에 투신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택은 그의 인생 중에서 가장 현명한 행동이었던 것 같았다.

‘이 사람들은 내 출신성분을 문제 삼지 않는구나.’

조선에서 그는 일개 어부에 불과했다.

해적들에게도 그는 어디까지나 일개 조선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고려인들에게는 그는 상당히 현지어에 능숙한 인재(人材)였으며 머리와 행동이 모두 민첩한 자원으로 분류되었다.

사는 나라도, 신분도 보잘것없는데, 고려인들은 그러한 허물을 보지 않고 온전히 사람의 능력만으로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들이 오가는 바다가 얼마나 드넓은지.

복선과 한선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른 배를 타고도 정말 두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꼼짝없이 항해해야 하는 긴 항로를 타고 가면, 미주라는 별세계가 나온다.

으리으리한 건물들.

도로를 돌아다니는 마차.

삼삼오오 모여 조보라는 것을 들고 토론하는 사람들.

거리에 풍기는 맛있는 음식의 냄새.

저녁에는 해가 지는 노을을 뒷배경으로 삼아 아름다운 여인들이 모여 백사장에서 물장구를 치니.

서쪽에서 바닷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 미원에서 한 달을 지내보니 그동안 그가 가져왔던 기존의 세계가 산산이 부서져 재구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이 정녕 사람이 사는 곳이 맞는가?

‘나뿐만이 아니겠지. 조선인이라면 모두가 그럴 것이야.’

미주의 도읍 미원이 이 정도인데, 고려 제국의 제도(帝都) 창양은 대체 어떤 곳이란 말인가.

미주에서 보낸 시간 이후, 득팔은 상당히 큰 고뇌에 빠졌다.

‘왜 고향의 조선인들은 이러한 것들을 누리며 살지 못하는가?’

혈관 속에 흐르는 피는 다 같이 붉을진대, 왜 한쪽은 폭정을 피해 논과 밭, 심지어 스스로의 몸까지 팔아 양반의 노비가 되며 착취를 당하고, 한쪽은 자신의 땅을 가지고 부족하지 않게 살아가는가?

왜 한쪽은 군역이라는 명목 아래 정군과 봉족 모두 수탈당하는 처지이고, 다른 한쪽은 가슴을 펴고 자랑스럽게 붉고 푸른 군복을 입길 스스로 원하는가?

왜 한쪽의 위정자는, 수염을 쓸어내리며 팔자걸음으로 나아가 논두렁에 밭을 일구는 자들의 인사를 받길 원하고, 다른 쪽의 위정자들은 항의하는 농민들의 분노를 진정시키느라 식은땀을 흘리는가?

왜 한쪽의 임금은 저렇게 어리석은데, 다른 한쪽의 임금은 그렇지 아니한가?

그렇기에 득팔은 로베르가 따로 불러 그에게 은밀한 지시를 했을 때, 형언할 수 없는 사명감을 느낀 것이었다.

“···저보고 조선에서 조선인들을 납치하라 하셨습니까?”

“표현이 과격하지만, 결론적으론 얼추 의미가 같구만. 그래, 나는 그대가 조선 내부로 파고들어 조선인들을 선동하여 스스로 고려에 귀부하게 만들길 원한다네.”

“······.”

“무리가 있겠는가? 물론 그대가 적임자라 생각하여 이러한 말을 꺼냈지만,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니 내 강요하진 않아. 자네는 다방면의 언어에 능한 기재고 우리 회사에서도 중하게 쓰고 있으니, 조정에 말한다면 아마 이번 임무에서 제할 수 있을 것이야.”

하지만 그가 반대를 했겠는가?

절대 아니었다.

물론 관의 눈길을 피해 혼란한 조선의 산천을 누비는 위험한 일이었지만, 그는 듣자마자 이 일이 자신이 해야 할 일생의 목적이라 생각했다.

“만약 이 일이 잘 진행된다면, 그대는 합당한 사례를 받을 걸세. 평생 먹고 살기에 모자람 없는 재물을 내려주겠지.”

― 찰칵

로베르가 내민 손바닥만 한 작은 궤짝에는 은전이 잔뜩 쌓여 있었다.

“또한 그대가 주선하여 고려로 건너오는 사람당 따로 계산되는 부분도 있으니, 그대의 능력에 따라 벌어들이는 돈이 더욱 많아질 것이네.”

고려인들은 사람을 다룰 줄 알았다.

사명감과 재화가 모두 충족되니 이미 득팔의 눈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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