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215화 (215/653)

톤도 제도(3)

장경창은 기억한다.

장씨와 장씨를 따르는 주의 신민들이 어떻게 죽어 나갔는지.

절강성과 강소성, 그리고 대만섬에서 일어났던 학살들을.

진의 백기도, 위의 조조도 이토록 흉악한 짓을 저질렀을까.

그때의 그 참상을 직접 본 것은 아니었다.

그때 경창은 태어나지도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의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잔혹사의 생생한 전달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조차도 들었을 때 눈물을 흘리며 울분을 토하게 만들었다.

[주(朱)씨는 우리 주(周)의 영원한 숙적이다.]

마지막 거점, 대만섬마저도 잃어버리고 겨우 바다로 도망쳐 나온 후주의 후예들은 섬이 많은 남쪽으로 내려와 거점을 잡았다.

난민들이 모든 물자를 해결할 수는 없었기에 당연하게도 약탈은 필수 불가결했고, 말이 수군의 도독이지 사실상 해적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영위하던 그의 선조들은 배를 이용해 난민들을 먹여 살려야만 했다.

어쩌면 방가시 왕국이 명에 붙은 것도 그런 자신들에 대한 원한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경창은 이미 주씨의 명나라를 몰락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맹세를 한 적이 있었다.

‘일단 이것부터 풀어내야 할 텐데.’

처음 정체불명의 선단이 자신이 매복하려 했던 마닐라 항 입구에서 맴돌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꼼짝없이 자신의 습격계획이 들통난 줄 알아 공격을 감행했었다.

결과는 참패.

게다가 이들 또한 그런 의도가 없었으니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인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도 이들이 자신들에게 마냥 적대적인 세력은 아니라는 사실에 경창은 안도했다.

자신의 목을 베어 명의 관아에 가져다 바친다면, 아마 수만금을 얻을 수 있을 것인데, 이들은 그러한 사실을 몰랐는지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지 재물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자신들을 비롯한 포로들이 갇혀 있는 선실의 창살 사이로 보이는 광경에 경창은 눈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외형은 상당히 묘했다.

중원과 조선, 왜인들은 사실 자세하게 구분되지 않는 면이 많았다.

만약 중원인이 조선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거나, 왜인이 한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면 그들의 원래 고향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자는 드물 것이니까.

그러나 이자들은 그들끼리도 피부가 다소 흰 자도 있었으며, 피부가 다소 붉은 자도 혹은 약간 검은 자도 있었고 심지어 중원인, 조선인들과 똑같이 생긴 자도 많았다.

공통된 면으로는 모두 체격이 컸고 몸이 건장했으며 분위기가 정돈되어 있었다.

‘정규군이다. 어쩌면 명의 수군들보다도 더욱 훈련된.’

그는 무슨 상황이 벌어진 건지, 급하게 뛰어다니는 선원들을 관찰했다.

"@#$^%!"

"@#$^%!"

저 말도 어딘가 이상했다.

얼핏 들으면 마치 조선인이 쓰는 말과 몹시 흡사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무리 중, 험한 기후에 표류해온 바람에 그의 부하가 된 조선인 어부가 하나 있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사투리 억양이 강한 말이라고도 했다.

"경기 사투리와 비슷하다고?"

"예, 도독."

어찌 되었든 조선인 부하가 알아듣는 말이라 하니 한층 마음이 편해지는 구석은 있었다.

필담도 가능하고.

일단은 극악무도한 포도아(葡萄牙, 포르투갈) 놈들이 아닌 것에 만족을 해야겠지.

그러나 경창의 생각은 새로운 전투의 시작과 함께 끊겼다.

― 콰광

귀를 찢는 굉음.

선내에 비치된 수많은 대포들이 일시에 불을 뿜고, 그 반동에 배가 흔들린다.

매캐한 굉음, 소란스러운 전투.

온갖 종류의 화약 무기들이 쏘아지는 발사음에 귓가가 먹먹하다.

창살 너머로 보이는 하부갑판에는 중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실로 거대한 포들이 들어서 있었다.

"@#%&@!"

"꽉 붙잡으랍니다!"

배는 또 측면으로 어찌나 기우는지, 침몰하나 싶었다.

그러나 자신들이 당했듯이 새롭게 조우한 함대 또한 그리 맹렬하게 이들을 몰아붙이지는 못한 모양.

― 콰직

포탄 하나가 마침 그들이 가둬져 있는 선실의 벽을 할퀴고 통과하며 경창과 그의 부하들을 위협했으나 아무도 상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 조그마한 틈으로 이번엔 배 안이 아닌 배 밖을 관찰할 수 있었다.

"어찌 저 커다란 배가 저렇게 쉽게 제압되는가?"

경창이 혀를 내둘렀다.

저놈들은 몇 번 마주친 적이 있긴 했다.

지독한 포도아 놈들.

잔인무도하며, 역겨운 놈들이지.

그런 포도아 놈들이 끌고 다니는 저 무지막지한 배가 마침내 백기를 들어 올렸다.

경창이 타고 있는 배는 급격한 기동을 멈추고 승자의 여유를 만끽하는지 경계를 하는 것인지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고.

하지만 경창의 혼잣말에, 부하들이 하나같이 답했다.

"도독, 우리들이 갇혀 있는 이 배가 저 배보다 족히 두 배는 더 큽니다."

물속에 빠져 의식을 잃었던 그는 자신이 타고 있는 배의 크기를 객관적으로 비교해 볼 기회가 없었다.

경창은 그 말에 침묵에 잠겼다.

* * *

"마긴다나오라 했었지."

톤도 제도에는 수많은 부족들과 마을들이 난립해 있었다.

이들을 일컬어 바랑가이(barangay)라 하는데, 작게는 몇십여 가구, 크게는 몇천 가구가 사는 곳도 있었다.

강력한 바랑가이들은 각자의 섬에 대한 패권을 주장했다.

따지고 보면 옛날에 조우한 톤도 왕국도 제대로 된 중앙집권적 왕국이라기보다는 아주 큰 바랑가이였을지도 몰랐다.

톤도 왕국 다음으로 큰 바랑가이는, 가장 남쪽의 섬 민다나오(Mindanao)에 있는 마긴다나오(Maguindanao).

신원길의 항해 지도에서는 간단히 마긴다나오라는 지명과 항구의 이름만이 적혀 있었을 뿐,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

톤도 왕국과 약간의 적대적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던 것 정도가 전부였다.

톤도 왕국이 멸망했고, 방가시 왕국이 그 자리를 메꾼 지금에도 그 적대적인 관계는 계속 유지될 거라는 생각과 상대적으로 남쪽이며 낙후된 지역이니만큼 명의 손길이 닿지 않았으리라는 계산에 이광영은 금의호를 돌려 남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도착한 지금, 눈 앞에 펼쳐진 마긴다나오 수도 코타바토(Cotabato)는 명백히 포르투갈의 공격을 받아 도시 이곳저곳이 불에 타고 있었다.

누누이 말했다시피 본래는 범선이 요새화된 항구를 공격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운 일이라 한다지만, 불행하게도 이번 항구에는 마닐라 항의 조잡한 명나라 화포도 뭐도 없는 모양이다.

화약도, 제대로 된 무기도 없는 덩치가 큰 바랑가이.

그래도 풍요로운 톤도 제도의 특성상 포르투갈의 탐욕스러운 시선이 닿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일 것이 분명했다.

포르투갈의 공격을 어떻게 알아차렸냐 하면.

큰 반도를 돌아 눈 앞에 펼쳐진 만(모로만) 앞에 그들의 국적기가 휘날리는 범선 다섯 척이 있단 말이지.

마닐라 항 앞바다에서 주나라 잔당 해적들과 벌인 해전은 해전이라고 보기에도 조금 미안했다.

고려인들의 눈에 주와 명의 배들은 쓰레기 같은 배(junk ship)에 불과했으니까.

주나라 해적들에게서 나포한 배들은 해상전에 사실 쓸모가 없다.

어디 숨겨놓아야 할 참이다.

그러나 포르투갈의 배는 차원이 달랐다.

저들 또한 유구한 해상전통을 가지고 있는 자들.

배의 구조 또한 튼튼하고 좋았으며 선원들의 능숙함과 공격력도 강했다.

함선의 숫자도 열세이니 자칫 잘못하면 패배의 쓴 물을 들이켤 수 있었다.

그리고 바다의 패배란, 망망대해에서 상어 밥이 되거나 무인도에서 굶어 죽는 것을 의미했고.

순간 광영은 이번 임무를 맡으며 직접 시중과 독대한 자리에서 서신과 함께 당부의 말을 전해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귀관이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네.]

광영은 망설이지 않았다.

고려인들은 광영의 고함에 따라 다시금 전투를 준비했다.

[머나먼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제국이 보호해 주지 못해. 증거도 아무것도 없는 마당이니.]

고려의 해상패권이 확실한 남려 근해나 중북려 앞바다에서 해전이 발생한다면, 고려는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원인당사자에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었다.

그러나 대동양도 아닌 태평양 너머에 있는 함대는 그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화약과 포탄을 포구에 집어넣는다.

한창 항구를 뒤집어 놓고 있던 포르투갈의 대형 카라벨라와 나우가 등 뒤에서 출현한 세 척의 고려 순양함을 발견했는지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전투를 준비하며 순풍을 타고 미끄러지듯 나아간 순양함들이 마침내 사선에 먹잇감을 두었다.

포르투갈의 컬버린과 고려의 중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말은, 저들 또한 마찬가지란 소리지.]

광영이 고려 조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지역에 와 있다면, 마찬가지로 포르투갈의 함대 또한 동일한 조건에 놓여 있었다.

창양과 톤도 제도의 거리만큼이나 리스보아와 톤도 제도 간의 거리도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어디 한번 날뛰어 보게나.]

물론 시중께선 당부의 말씀을 하기도 했다.

[다만, 고려의 군인으로서 가지는 긍지를 떠올리며 그대 스스로가 괴물이 되지 않게 주의하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당하.’

물러서는 것은 애초부터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그는 바다를 지배하는 제국의 해군이다.

게다가 금의호와 순양함들은 충분히 저 구식 범선들을 농락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배운 교리들도.

"바람을 타라. 측풍의 방향을 선점한다!"

측풍의 방향(weather gage)을 먼저 선점하여 풍상(風上)의 위치에 놓인 순양함들의 선체가 다소 앞으로 쏠렸다.

곡사의 각을 낮춘 고려 배들의 중포가 저각으로 바람을 타고 날랐다.

포술장의 인도에, 첫 타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지만 화망 자체는 거의 적선에 근접했다.

"준비된 화포부터 발포! 발포 후엔 바람을 등지고 일제 변침한다!"

포르투갈의 범선들도 빠르게 해안포격을 멈추고 반대편의 포를 잡았다.

풍하의 위치에 있으니 노리는 것은 분명히 고려의 돛대일 것이다.

그러나 저들의 포가 쏘아질 무렵, 이미 금의호의 선단은 선수가 만의 외곽 방향으로 빠진 후였다.

"침로는 동쪽, 바람을 등져라! 돛은 모두 유지한다. 속도를 잃지 마!"

"바람을 등집니다!"

빠르게 바람을 등지고 침로를 바꾼다.

포르투갈의 포탄이 물보라를 일으키는 것을 뒤로한 채 뒤꽁무니를 보인다.

변침을 하며, 이제는 역풍이 되어버린 바람.

그러나 이미 돛은 바람을 안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바람을 안아라!"

역풍을 안고 관성을 살려 침로를 바꾸어 내니 마침내 다른 쪽 면이 포르투갈의 함대를 향했다.

실로 무시무시한 범선 기동.

포르투갈의 함대는 자신이 대체 무슨 장면을 본 건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멍청하게 한 바퀴를 순식간에 돌아버린 고려의 배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나우(카락)와 대형 카라벨라(캐러밸)은 이런 급격한 기동이 불가하다.

특히 선체가 높은 나우는 이런 기동을 성급하게 시도했다가 균형이 무너져 아마 자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체가 낮고 균형점이 아래에 있는 순양함은 순풍을 등지는 위험천만한 급기동을 하는 와중에도 큰 위기를 겪지 않았다.

반대편 화포가 마침내 적을 향해 정렬하고 발포할 때가 돼서야, 저들은 만 안에 가둬진 자신들의 형세가 극히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허둥지둥 닻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 * *

불타는 코타바토.

원주민들의 도시가 박살이 난 광경을 둘러보며 광영이 침음성을 내뱉었다.

"마을을 제압하기 위해 해안포격을 실시하는 줄 알았는데, 사후의 포격에 불과했는가."

어째서?

유흥거리마냥 마을의 잔해에 쏘던 포탄 이전에도, 이미 상륙했었던 포르투갈인들은 이미 무차별적으로 마긴다나오인들을 학살한 후였다.

마긴다나오가 제아무리 강성한 바랑가이라도 감히 포르투갈에 대적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그러나 네놈들에겐 자비가 없느냐?’

원주민들의 시신들은 무참하게 도륙당해 있었다.

목이 잘린 채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남자.

주위에는 피가 흥건하다.

장대에 꽂힌 노인.

저항하다 잘린 것인지, 팔꿈치 아래의 부위가 존재하지 않았다.

어린 아들을 끌어안은 어미의 시신으로 보이는 것.

바싹 타버려, 그 얼굴과 생김새 제대로 구별할 수는 없지만 형태는 여전히 남아있다.

시신의 온기가 차마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근래에 자행된 학살.

천여 가구가 넘게 살았을 가장 강성했던 바랑가이는 지금은 활발한 생기가 아닌 고기 타는 악취와 역겨운 피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참상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마을의 가운데에는 잘린 채로 한 군데 모여 쌓인 수급들의 산이 있었다.

아까 바다에 떠 있던 남자의 목 또한 이곳 어딘가에 있겠지.

그 맨 위, 원망과 증오가 가득 담긴 채 어딘가를 노려보는 수급의 시선이 보였다.

증오는 공허하게 흩어져, 복수조차 보지 못했을 것이다.

광영은 입술을 씹으며 부릅떠진 그 두 눈을 감겼다.

"생존자들이 있습니다!"

고려인들은 마을을 뒤지다, 한 곳에 몰려 가두어진 여인들을 발견했다.

"···그렇지, 그렇겠지."

걸친 옷가지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여인들, 온몸에는 포르투갈인들이 자행한 끔찍한 짓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여인들은 무참하게 살육당한 마을 사람들을 보며 혼절할 듯 울면서도 적의를 담아 이방인들을 노려보았다.

고려는 군자의 나라가 아니었다.

그래도, 고려의 군인들은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무기를 들지 않은 자들을 죽이는 것은, 그 와중에서도 정말 치졸하고 저질스러운 행위로 간주된다.

‘네놈들의 종교···.’

아니, 이런 생각은 그만하자.

고려 내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앙주의 성공회인들과 진주의 정교회인들의 행동을 떠올려보면 이러한 행위의 근원은 교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당장 지금 분노하는 그의 부하들 중에서도 목에 십자가를 건 자들도 있었으니까.

허리춤에 손을 댄 광영이 고함을 질렀다.

"놈들을 끌어내라!"

이미 금의호와 두 고려 함선뿐 아니라 나포한 선박의 감옥에까지 주나라 해적이 꽉 차 있었기에 포르투갈의 포로들은 육지에 다 꿇려 앉혀져 있었다.

수가 많다 보니 족쇄도 모자라긴 했었다.

졸지에 자신들의 족쇄가 벗겨져 포도아인들에게 채워지는 광경을 바라보던 주나라 해적들은 서로 쑥덕쑥덕거리면서도 도망가지 않았다.

장경창이 팔짱을 끼고 이곳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어떤 처결을 내리실 겁니까?"

지금의 고려인들 중 이 광경을 보고 분노를 참을 수 있는 자는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광영은 흉흉한 살기를 뿌려대며 입을 열었다.

"고려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자, 셋을 골라라."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느낀 포르투갈인들이 앞다투어 고함을 질렀다.

대부분은 포르투갈 말이었고, 일부는 카스티야어, 이탈리아어를 지껄이는 자도 있었다.

그리고 물론 고려어를 할 줄 아는 자도 있었고.

"나! 나는 할 수 있소!"

"이보시오, 나는 용경도와 기주에서 무역 활동을 한 적도 있소! 나는 고려어를 잘할 수 있소!"

고려인 선원들이 그중에서 두엇을 골라내었다.

선택받지 못한 포르투갈인들이 고함을 질렀다.

"그대들은 같은 문명인들이면서 대체 우리를 어쩌려는 것이오!"

선택받지 못한 자들은 이내 고려 선원들이 수석식 소총의 화약 접시에 화약을 담고 장전을 하는 것을 바라보더니 더욱 발작적으로 외쳤다.

"야만인에 대한 계도(啓導)는 문명인들의 당연한 권리인즉, 어째서 그대 고려인들은 정교회와 성공회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우리를 죽이려는 것이오? 우리는 우리의 몸값을 지불할 능력이 있소! 저기, 말라카(Melaka)의 바스쿠 다 가마(Vasco da Gama) 총독을 찾아간다면!"

광영은 손짓으로 그 말을 끊었다.

그는 이미 물리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충분히 준비된 것으로 보이는 병사들에게 눈짓했다.

"화약과 총알은 아껴라. 한 명당 정확히 한 총탄으로 사살한다. 시신은 모두 모아 태우도록. 다만 저들의 시신보다 현지인들의 장례를 우선시하라."

"명을 받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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