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187화 (187/653)

셰피 해전

잉글랜드.

셰피 섬(Isle of Sheppey) 앞바다.

템즈강에서 나오고 있던 고려해군은 적과 마주했다.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던 해적들은 일자로 죽 늘어진 단종진(單從陣)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 번쩍

멀리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적 함선에서 번쩍이는 섬광과 연기가 쏟아져 나오자, 김홍이 다급하게 외쳤다.

“고개를 숙여라!”

― 콰과광

포탄이 사방에 날아다니며 배의 구조물을 박살 냈다.

나무의 파편이 튀며 칠해지지 않은 새하얀 목재의 속살이 보여졌다.

자욱한 먼지. 그리고 비명과 신음성.

“전하, 전하는 어디 계시느냐!”

“제독대행, 나는 잘 있어요.”

“선장실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갑판은 위험합니다!”

사실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포탄이 위해를 가하지 않길 기도하는 것밖에 없긴 했으나, 김홍은 왕비와 공주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미의 선장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 콰과광

두 번째 포격.

그리고 다시금 이어지는 충격.

“쿨럭, 쿨럭.”

김홍은 시야를 가리는 먼지를 손으로 털며 저 멀리 보일 해적 놈(사략선장 잭 디건의 악명은 고려 내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었다.)의 얼굴을 상상하며 욕설 섞인 기침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는 그 순간에도 잉글랜드 해적의 원거리 포격이 그렇게까지 강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독! 대응사격을 실시할까요?”

“아니. 이대로 돌파한다.”

“…허나…….”

“왕립해군이 아직 보이지 않는 걸 뭐라 생각하느냐? 해적이 아닌 제대로 된 해군이 온다면 우린 이 자리에서 모두 죽는 게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할까?”

김홍은 함선을 돌려 대응사격을 실시하지 않고, 오히려 우직하게 정면으로 돌파해 나갔다.

돛대의 그물에 매달린 고려의 선원들이 펼친 돛을 분주하게 고정했다.

― 쐐애액

포탄이 돛을 찢고 통과하는 광경을 보며 진땀을 흘리는 선원들 덕에 함대의 속도는 오히려 더욱 빨라졌다.

함대는 자연스럽게 추행진(錐行陣)으로 전환했다.

본래는 제독의 기함이 선두에 서는 것이 일반적이었겠지만, 적의 포화에 가장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부담이 커 왕비를 태운 함선이 할 만한 행동은 되지 못했다.

김홍의 부하 장수가 앞장서 선두에 서자, 고려함대는 해적들의 포화를 받아내며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물론 갑판의 포수들은 대포 몇 문을 선두방향으로 배치하여 단발적인 포격을 이어나갔지만, 쏘는 포탄보다 맞는 포탄이 훨씬 더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아악!

부서진 선수부 난간 파편이 복부에 박힌 선원 하나가 신음을 흘리다 이윽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 옆으로는 휑하게 아랫배를 내보이며 침몰하는 협저선이 있었다.

다시 그 옆에는 물에 떠서 비명을 지르는 선원들까지.

‘…….’

김홍은 눈을 감지 않았다.

* * *

김홍의 참담한 심정과는 달리 해적들의 장거리 포(Long gun)로는 선박을 완전 침몰시키기 어려웠다.

중범선은 거대한 배.

포탄이 아무리 나무를 깎아낸다 하더라도 일격을 때리지 않는 이상 단숨에 침몰되지 않았다.

중범선의 취약부분, 즉 돛대를 직격하지 않는 이상 배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시대의 원거리 포격전에서 돛대를 의도적으로 노려 부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러나 중범선은 다른 약점도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화약을 가득가득 채운 고려의 함선은 더욱더.

“……!”

선두에 선 부하 장수 함선의 화약고에 포탄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화약고라 하더라도, 날아오는 철환에 의해 흑색 화약이 유폭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멀쩡해야 했을 텐데.

― 콰아앙

중범선 한 척이 화려하게 폭발했다.

어마어마한 연기와 화염이 삽시간에 범선이었던 잔해를 휘감았다.

김홍은 서둘러 함대를 움직여 선두의 장애물, 즉 불타고 있는 범선을 돌아가게 했다.

― 아아악!

― 살려줘!

폭발이 배를 말 그대로 두 동강 냈고, 화염은 나머지 잔해와 사람에 옮겨붙어 있는 끔찍한 광경.

불타는 선원이 바다로 뛰어들었고, 다시 수면 위로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도와줄 수는 없었다.

김홍은 함대가 아닌 강변을 바라보았다.

포탄이 날아온 방향이 아까와는 달랐다.

“해안포…….”

해안에 있는 대포들.

김홍은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끼며 품속에서 망원경을 꺼내 그곳을 바라보았다.

잉글랜드인들이 해안포를 이용해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이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사항이었지.

그리고 지금 고려가 애를 써서 추행진으로 저 단종진을 돌파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가장 큰 근거 중 하나였고.

그러나 김홍은 계속 강변을 바라보았다.

방금의 일격은 일반적인 공격이 아닌 듯했다.

단 한 발의 정타로 화약고를 유폭시켰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저 해안포는 무언가 특별한 점을 가지고 있었다.

‘…….’

역시나, 김홍은 해안포 옆에서 조그마한 화로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화로에서 꺼내어진 붉게 달아오른 포환이 대포의 입으로 들어가고, 이윽고 그 탄환이 이곳으로 날아왔다.

잉글랜드의 핫샷(Hot shot).

뜨겁게 달아오른 저 포환이 다시금 탄약고에 스치면….

김홍은 입술을 깨물었다.

“해안포에 사격을 실시하라!”

진행 방향과 나란히 있는 해안포는 고려의 대응사격 범위 아래에 있었다.

그의 명령에 쏘아진 함포에 모래사장에 나와 있던 해안포 몇이 박살 나는 광경이 보였다.

그러나 단단한 방어물로 보강된 구조물 뒤에 있는 소수의 해안포들은 대응사격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곳이 내 무덤이 될 수도 있겠다.’

함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들었다.

* * *

그러나 지금은 해가 금방 뜬 아침.

아직 육지가 바다보다 차가웠다.

차가운 육지가 생성하는 고기압과 따뜻한 바다가 생성하는 저기압의 대류현상은 육풍(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부는 바람)을 형성했다.

고려의 함선은 팽팽한 바람과 물의 진행방향이라는 두 이점을 모두 가지고 빠르게 동쪽으로 돌파했다.

설상가상으로, 해안포는 동이 터 오는 햇빛으로 인해 고려의 함대를 제대로 조준할 수 없었다.

“…준비하라!”

그러나 잭 디건은 이들을 이곳에서 생존시켜 내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의 명을 받은 해적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주철 대포에 화약과 탄환이 채워졌다.

잉글랜드의 화기 역사 또한 무척이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전쟁은 진보를 낳는다.

화약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던 백년전쟁 말기, 처음으로 등장했었던 잉글랜드의 공성용 캐논은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청동 대포였지만 잉글랜드인들은 꾸준히 주철 대포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이어갔다.

청동은 너무 비쌌기에 대량생산에 적합하지 않았으니까.

이윽고 유럽에 해상십자군이 터지고, 장미전쟁이 본격화되며 대포가 시대의 흐름으로 완벽하게 자리 잡자 에드워드의 어머니, 앙주(Anjou, 프랑스)의 마르그리트는 남편을 도와주며 내전 중에도 꾸준하게 대포를 개량하는 시도를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서식스의 조병창에서 만든 주철대포가 실용화되었다.

신이 축복하심이 분명한지, 잉글랜드의 주철대포는 프랑스나 다른 대륙국가들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었다.

주철대포답지 않게 내구성이 뛰어났던 것.

인이 풍부하게 함유된 서식스의 철광석 덕분이라는 것을 이 시대 사람들은 몰랐을 것이다.

물론 아무리 서식스의 주철대포라도 청동대포에 비한다면 여전히 내구성이 낮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가격’은 훨씬 쌌다.

잉글랜드가 사략함대를 통해서라도 북해의 경쟁자들 중 누구보다 빨리 해상 패권을 노릴 수 있었던 것은 이 주철대포의 몫이 상당히 컸다.

거기에 더해 잭 디건은 자신의 사략선단을 위해 주철대포를 특별하게 주문 제작했다.

주철대포는 내구성을 제외하고도 명백한 단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무게가 더 무겁다는 사실이었다.

유연한 청동대포와는 달리 쉽게 깨지는 바람에 포신이 더 두터워야 한다는 사실.

동급의 청동대포와 사거리로 경쟁하는 것은 어불성설.

그렇다면 사정거리로 경쟁하지 않는 것이 어떨까.

화약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잉글랜드인들이 굳이 먼 거리에서 고려인들과 포격전을 할 이유가 있을까.

가까이에서 확실한 일격을 날리는 편이 어떨까.

[사정거리를 포기하고 파괴력을 늘린다.]

잭 디건의 주문포는 그의 이름을 따 디건포라 불렸으며 상당히 독특했다.

짧고 뭉툭한 포신을 이용해 대포를 경량화한 것.

물론 덕분에 사정거리는 정말 삼분의 일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하부 갑판의 롱 건과 상부 갑판의 디건포의 조화는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디건포는 사정거리를 포기한 대신 고유한 장점을 가졌다.

일단 길쭉한 포에 비해 가볍고 짧은 덕분에 운용인원이 훨씬 적은 점.

그렇다는 말은 동일한 면적의 갑판에 더 많이 실을 수 있다는 말이었고, 이는 전반적인 화력이 증대되는 것과 의미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지.

다음으로는 화약을 적게 넣는다.

어차피 근거리용, 대포가 나아가기만 하면된다.

세 번째론, 탄환의 속도가 느린 것이 오히려 이득이 되기도 한다는 것.

고려의 중포는 먼 거리를 날아가지만 이 고속의 탄환은 선박을 관통하기만 할 뿐이었다.

반면 디건포는 저속의 탄환을 날려 근거리에서밖에 사용할 수 없었지만, 이 느릿느릿한 탄환은 배를 헤집고 들어가 이리저리 튀어 부수적인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고려의 함대가 단종진을 꿰뚫었다.

너덜거리는 와중에도 야수는 거칠게 그물망을 찢어내고 있었다.

“발포!”

잭 디건은 그러한 야수의 숨통을 끊을 창을 찔러 넣기로 했다.

짧고 뭉툭한 창과 같은 대포.

그러나 느릿하게 날아가는 저속의 포환은 롱건과 고려의 중장포에 비해서 훨씬 파괴적이었다.

― 콰드득

기존의 대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상흔이 중범선들의 옆구리를 할퀴었다.

상대방 제독의 얼굴이 참담함에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네놈. 살아갈 수 있다고 믿었느냐?”

* * *

맙소사.

김홍은 짧은 대포에서 뿜어지는 느릿하지만 강력한 탄환을 맞아본 뒤 경악 섞인 비명을 내질렀다.

고려의 해군전술은 긴 사거리와 풍부한 화약을 이용한 원거리 포격전이었다.

강력한 해군력으로 적을 박살 낼 수 있는 전술이며 아군의 피해를 별로 입지 않는 전술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질적인 단점, 즉 떨어질 수밖에 없는 명중률을 가지고 있었지.

그러나 이전까지의 해양경쟁자들은 원거리 포격전으로도 충분히 유리했었다.

반면 잉글랜드는 달랐다.

이들은 롱 건을 위시한 원거리 포격을 아예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근거리의 포를 주력으로 개량시켜 왔었다.

회피기동 및 원거리 포격을 교리로 채택한 고려에 맞서 근접기동 및 근접포격을 채택한 것.

서로 장단점이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분명히 후자가 유리했다.

방금의 짤퉁한 대포에서 쏘아지는 포격은 동일한 숫자의 고려 중포들이 서너 발은 쏴야 입힐 수 있는 피해를 단 한 차례의 포격으로 입힌 것이다.

‘…대양이었다면 기동전으로 임했을 터인데.’

근거리에서 싸워줄 이유가 전혀 없는 대양이라면, 고려 해군은 잉글랜드의 선박과 바다에서 숨바꼭질을 하면서 사거리를 이용해 공략을 시도했을 것이다.

어쩌겠는가.

김홍 스스로 이곳에 발을 디뎠는데.

김홍은 명령을 내렸다.

“중포를 모두 포도탄으로!”

고려 또한 근거리에서 쓸 수 있는 화기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포를 다루는 선원들이 피를 흘리면서도 악에 받친 채 포도탄을 발사하자, 갑판 위의 소총병들 또한 정신을 차리며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너희들이 쓰는 그 디건포의 단점이라면.

너와 우리 모두 총격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겠지.

총병의 총술은 고려가 압도적이었고.

해적과 고려군은 갑판 위에서 맹렬하게 총격전을 벌였다.

심지어 디건포에 의해 휑하니 박살이 난 함선의 옆구리 틈에서조차 소총병들은 장전과 발사를 시도했다.

물론 바다에 떨어지는 시체들은 대부분 잉글랜드의 해적들이었다.

“으아악!”

엄폐물 없이 배의 밧줄에 매달려 있는 자들이 손쉽게 사냥당하며 해적선들의 기동력도 느려졌다.

근접한 사략선들과 고려 배들이 요란하게 뒤엉키자, 전장에서 계속 울려 퍼지던 포성이 순간 잦아들었다.

근접전이 시작되었다.

일부 작은 해적선들은 사방에 총탄이 날아다니는 와중에도 접근을 시도했다.

“오냐! 와라!”

백병전?

어울려주지.

김홍은 도를 휘두르며 갑판 위에 올라오려는 해적들을 베어냈다.

“끄르륵.”

그의 도에 목이 갈라진 해적이 목을 부여잡고 바다에 떨어지니, 수면이 붉게 물들었다.

― 타앙

멋있게 밧줄을 던져 중범선에 오른 잉글랜드 해적이 그의 등 뒤를 노리다 김홍이 뽑아 든 권총에 의해 피거품을 뿜어내며 갑판에 거꾸로 떨어졌다.

목이 부러져 죽었을까 총탄에 심장이 꿰뚫려 죽었을까.

쓸모없는 뇌리의 질문에 대답을 구하지 않은 채 김홍이 목 놓아 외쳤다.

“투척병!”

김홍의 말을 들은, 일부 덩치가 큰 선원들이 화약고에서 둥그런 폭탄을 가져왔다.

진천뢰.

덩치 큰 선원이 심지에 불을 붙이자, 반대편 배에 남아있던 해적들이 크게 놀라며 서둘러 그에게 총을 겨누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선원의 근육이 꿈틀대었다.

그의 손을 떠난 진천뢰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다 해적선의 갑판 위에서 화려하게 폭발했다.

― 콰아앙

요란한 폭음과 함께 사방에 핏물이 튀기고 갑판은 폭심지에 둥그런 구멍을 남긴 채 검게 그을렸다.

해상이라는 환경과 투척자의 안전을 고려해(잘못 던지거나 늦게 던지면 오히려 던진 사람과 배가 박살 나니) 다소 경량화된 진천뢰라 배를 박살 내는 극적인 효과는 없었지만, 투척자의 안전은 확실히 보호되었다.

경량화된 덕에 몸의 절반 이상을 가린 채 던질 수 있었던 것.

그리고 당하는 입장에서는 여전히 사기가 뚝뚝 떨어지기 마련이었고.

게다가 육전의 위력 또한 고려 선원들이 더 강하니 해적들은 막아낼 수 없었다.

“젠장, 젠장!”

잭 디건은 고함을 내지르고 부하들을 독촉했지만, 추행진은 단종진을 뚫고 바다로 나가기 시작했다.

너른 바다에는 아직 아침의 해무(海霧, 바다 안개)가 짙게 끼어 있었다.

저곳으로 향한다면, 막질 못한다.

해적들은 고려함대에 엄청난 상처를 입힘과 동시에 그들 스스로도 엄청난 피해를 입은 상태.

게다가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지고 있었다.

떠오른 해에 의해 바닷물이 데워지며 육지와 바다의 온도차가 실로 미미하게 되었다.

아마 시간이 더 지난다면 오히려 바다에서 해풍이 육지로 불어올 것이었다.

고려함대는 단종진을 돌파하며 살짝 느려지긴 했지만 이미 아까부터 가속력을 받은 상태였고.

원리 자체는 모르더라도 바람이 도와주지 않는 사실을 인지한 잭이 분노를 내질렀다.

“빌어먹을 해군은 대체 어디에 있나!”

잭 디건은 답답함에 스스로의 망원경으로 동남부의 해안을 바라보다 욕설 섞인 한탄을 했다.

마게이트 쪽에서 무언가 어른거리는 형체가 보였다.

“Speak of the devil and he doth appear(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느려빠진 로열 네이비 같으니.

잭의 명령에 따라 포츠머스에서 잠복하고 있던 로열 네이비로서는 상당히 억울할 만한 입장이겠지만, 어찌 되었든 그들도 뒤늦게나마 고려의 함대를 공격하기 위해 바다 안개가 낀 곳으로 헐레벌떡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너덜거리는 고려함대가 사라진 자욱한 안개에 대고 포를 조준할 때, 안개에서 뾰족한 외침이 들려왔다.

분명히 여성의 외침이었다.

“나는 잉글랜드의 왕비다. 나에게 포를 쏠 셈이냐?(We are the queen of England. Art Thou really going to shoot at us?)”

실로 어마어마한 기백을 보여주는 왕비의 고함에 로열 네이비의 화포는 끝끝내 불을 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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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주철대포를 만들 수 있는 인이 풍부하게 함유된 철광석 산지가 서식스에 있던 것은 정말 그들에게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논문에서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잉글랜드가 강력한 해군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하더군요.

디건 포는 카로네이드 포 초창기 모델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려의 중포, 컬버린도 컬버린이지만, 카로네이드도 그 나름대로의 상당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잉글랜드 왕비의 말 중 주어는 Royal we, 장엄한 1인칭(majestic plural)이 사용되었습니다. Art thou는 중세 유럽의 Are you에 해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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