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린(2)
변흠규와 똑같은 생각을 한 돈차드는 고려와 접촉하는 것에 성공했다.
오브라이언가(家)가 총대를 메고 자신들의 영지 수도이자 에린에서 가장 큰 항구 중 하나로 꼽히는 리머릭에 대한 정박권을 내어주기로 결정을 하자, 게일인 영주들의 불만은 일시적으로 수그러들었다.
자신의 땅이 아닌 이상, 왈가왈부할 일은 아닌 것이다.
어쩌면 그 맹렬한 반대 자체가 오브라이언가가 총대를 메길 원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에린섬에 어찌 손을 내밀까 생각을 하고 있던 변흠규는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젊은 게일인의 서신을 받자마자 빠르게 작은 함대만을 꾸려서 리머릭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흠규는 낯선 땅에서 낯선 영주 콘초바와 악수를 나누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화롭고 고요한 땅.
함정 같아 보이진 않았다.
잉글랜드와의 혈전이 벌어진 탓에, 성은 군데군데 박살이 나 있고 수도는 이리저리 불탄 흔적이 역력한 상태였지만 오히려 변흠규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신뢰감을 주었다.
그래도 말할 것은 말해야지.
함대가 주둔할 곳을 둘러보던 변흠규는 몇 번 헛기침을 하다가 콘초바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아국의 함대가 정박하기에는 조금 여건이 되지 않을 것 같군요. 리머릭 서쪽으로 나아가 새 항구를 건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리머릭이 에린섬에서 꽤 큰 항구임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유럽의 다른 도시와 비교한다면 실로 누추했다.
게다가 있는 설비들도 공성전으로 인해 왕창 박살 난 후였으니.
가장 큰 문제는 중범선들이 오고 가기엔 리머릭 부근의 강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다.
콘초바의 얼굴은 약간 붉어졌지만 분노하지는 않았다.
“귀국의 결단에 대한 아국 조정의 성의입니다. 잉글랜드의 만행으로 부서진 성을 증축하는 데 조금 보태시지요.”
황금이 가득 찬 궤짝 두 개가 열리자, 그의 얼굴이 삽시간에 평정을 되찾았다.
이 정도면 성을 보수하고 새로운 항구를 건설하는 것 이상으로 충분한 금액이다.
고려는 리머릭을 근거지로 두고 토벌 작전을 시작해 나갔다.
변흠규 제독은 몹시 정석적이며 규칙을 중시하는 인물이었다.
다소 완고한 기질이 있지만, 이러한 대함대를 운용함에 있어서는 어떠한 변수도 허락하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말 그대로 제국의 함대를 이끌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한 인선이라 상민이 믿고 보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흠규는 중범선들을 호위선들과 묶어 여섯 개의 조로 재편성했다.
유럽으로 파견된 무적함대의 숫자는 전투용 중범선만 모두 육십여 척.
열 척의 중범선들과 그를 호위하는 함선으로 구성된 분함대들은 일개 해적들로는 도무지 감당이 되지 않는 규모였으며 각개격파가 불가능했다.
비스케이만과 켈트해, 그리고 심지어 저 북대동양을 넘어 진주와 화주까지 위협한다는 잉글랜드 사략해적들은 코앞에 주둔한 무적함대에게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잉구(剩寇) 놈들, 별거 없구만.”
고려인 선장들은 코웃음을 쳤다.
게일인들 또한 해적들이 소탕되고 평화로워진 바다를 바라보며 고려에 대한 우호적인 생각들을 가지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은 새로운 작물 감자의 본격적인 도래였다.
고려인들은 본국에서 감자를 가져와 그들 주둔지 근처에 심기 시작했는데, 온갖 방법으로 다양하게 먹고 있었다.
감자는 이베리아와 프랑스 남부, 혹은 이탈리아 일부에 머물고 있을 뿐 아직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진 않았다.
생긴 것도 이상하고 햇볕에 두거나 오래 방치하면 싹이 터 독성이 생겨나는 것도 컸다.
고려 함대의 주둔 전까지만 해도 에린섬에 감자는 아직 전래되지 않았다.
생전 보지도 못한 작물을 맛있게 먹는 광경을 바라본 게일인들도 고려인에게 씨감자를 얻어와 땅에 심었다.
감자는 토지가 척박한 데다 기후 또한 잉글랜드 이상으로 변화무쌍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내리는 에린에서도 무척 잘 자랐다.
섬의 일부에서만 자랄 수 있었던 밀과 보리와 같은 다른 주요 작물들에 비해 감자는 정녕 게일인 모두를 구원할 작물이라고 칭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섬사람 특유의 이방인에 대한 경계 서린 눈길로 고려인들을 바라보던 게일인들은 이윽고 마음을 열고 고려인들을 환대하기 시작했다.
고려 해군도 처음엔 현지 주민들에게 어떠한 대민 물의를 일으키지 말라는 말을 들었기에 행동이 조심스러웠지만 이내 잘 어울리기 시작했다.
* * *
“이게 전부이더냐?”
고려의 해적토벌 작전은 1486년 반년이 넘게 지속되었다.
켈트해를 비롯한 브리튼섬 서남부의 해적들은 기세를 크게 잃었다.
에드워드에게 진상되는 사략함대의 노획물 또한 크게 줄었다.
에드워드는 눈앞, 자신에게 진상된 사략함대의 공물을 보고 험상궂게 인상을 찌푸렸다.
뱃사람들이 아무리 거칠고 용감하다 하더라도 지랄 맞은 왕이 어떻게 나올지 도통 알 수 없었기에 공물을 운반한 선원들은 제각기 목을 움츠렸다.
한 사람만 빼고.
“제독?”
“이게 전부요.”
선원들 가장 앞에 있는 턱수염이 수북한 거친 남성 하나가 입을 열었다.
왕 앞에 알현한다고 가꾼 게 저 모습이니 평소에는 얼마나 지저분한 외관을 가지고 있을지.
그러나 해적 ‘블랙 잭’, 잭 디건(Jack Degun)은 절대 얕보여서는 아니 될 인물이었다.
얼마나 비바람을 맞았는지 거무튀튀해 본래의 색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코트는 여전히 위엄이 서려 있었다.
분명히 의복에서 뿜어나오는 것은 아닐 테다.
에드워드의 앞에서도 고개가 실로 꼿꼿한 이 대해적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북해는 물론 전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거대한 해적이었으며 지금도 가장 강력한 사략함대를 이끌고 있었다.
그리고 고려의 분함대와 조우했을 때 일격을 주고받은 유일한 인물이기도 했다.
“만나보니 어떠하냐?”
“만만치 않더이다.”
단 한 번도 눈앞의 남자에게서 약한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에드워드는 크게 놀랐다.
예전, 사략면허장을 주기 전에 에드워드 역시 로열 네이비를 파견하는 등 온갖 고생을 하였지만 잭 디건은 끝까지 토벌당하지 않았었다.
잭의 함대가 범선을 다루는 광경은 그가 해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감탄성이 나올 정도로 대단했다.
또 어찌나 신출귀몰하며 은밀한지.
왕립해군은 잭의 코트 자락조차 잡아본 적이 없었다.
결국은 첩자를 통해 모처에 숨겨놓은 잭의 어린 자식들을 인질로 삼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나 잭은 에드워드에게 충성맹세를 하는 와중에도 절대 무릎을 꿇지 않았지.
그의 자존심은 단 한 번도 그가 허투루 약한 말을 내뱉는 것을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잭은 고려의 함대를 평가할 때 몹시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그들의 대포는 우리의 대포보다 사정거리가 길며 내구성이 뛰어나오. 또한 포수들은 숙련되어 있으며 화약이 풍부하지.”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도 화약의 시대가 도래하며 화약제법을 발달시키고 있었다.
에드워드 4세는 대륙의 여러 장인들을 초빙해서 잉글랜드 내에서도 염초를 생산할 수 있게 기틀을 다졌다.
똥 반죽과 흙, 썩은 나뭇가지와 풀들, 오줌과 석회가루, 재 등을 적당히 섞어 공기가 잘 통하는 올바른 방법으로 숙성시킨 뒤 끓이면 초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똥오줌을 이용한 초석 제조법은 엄연히 한계가 있었다.
온갖 똥오줌을 손에 묻히며 만드는 잉글랜드와 다르게 고려는 자신들의 땅, 광활한 남려의 서해안의 아타카마 사막에 널린 바싹 마른 새똥을 채취하기만 하면 되었다.
사막의 초석은 실로 압도적인 규모였으며 건국 이후부터 초석에 대해 특별관리에 들어가 아직도 몹시 풍부했다.
거대한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인위적인 ‘초석밭’과는 차원이 달랐다.
안 맞으면 말고 맞으면 좋고.
대포가 닿지도 않아 보이는 사정거리부터 포격을 해오는 고려의 군함들은 흑색화약 귀중한지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과 같았다.
“총지휘관은 몹시 완고하여 얕은꾀에 흔들리지 않더군.”
에드워드는 가만히 잭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대해적의 얼굴은 당당했다.
“무언가 수가 있나?”
“…해군 특유의 멍청하고 답답한 면은 여전히 있지.”
잭의 말에 에드워드의 신하들 중 몇 명이 발끈하였으나 에드워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가능성이 있다는 소린가?”
“전하께서 결정을 해주셔야 할 것이 있소.”
“뭐지?”
에드워드가 무시된 자신의 말에 찡그린 채 물었다.
아무리 그의 인내심이 눈앞의 대해적에 한해서는 관대하다고 하나, 거듭되는 무례에 끊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잭의 다음 말은 정곡을 찔렀다.
“이제 그만 선전포고를 하시오. 준비는 진작 되어 있었을 텐데.”
고려와 잉글랜드 간의 미묘한 분쟁은 커질 듯, 커지지 않고 있었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왕비에게 가졌던 예전의 애틋했던 감정과 고려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전히 전쟁을 선포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애매모호한 태도들로 인해 그의 사략함대는 지금까지 손실만을 보았다.
“바다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배에 묶여 있는 줄을 끊어내야 한다는 것은 세 살배기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 아니오?”
에드워드가 고민에 빠지며 눈을 감은 사이에도 잭은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전하께서도 알고 계셨지 않소? 전하의 결혼 생활이 파국으로 치달은 이후부터 두 나라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을.”
에드워드는 눈을 떴다.
사실 준비는 진작부터 되어 있었다.
처음 그는 결혼동맹으로 두 나라 간의 평화를 구해보았지만 수년간의 시간 속에서 에드워드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서쪽의 제국이 가진 끝없는 탐욕을 직시할 수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정말로 끝도 없는 탐욕.
북유럽회사가 런던에 자리 잡은 이후 잉글랜드의 상권은 고려인 상인들이 장악해 나가고 있었다.
그 지긋지긋한 구두쇠 유대인들조차도 고려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 광경에 억울해서 사략을 장려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이 무역을 통해 잉글랜드도 얻는 부산물들이 상당히 많았지.
그러나 고려인들이 한 번 들여오는 그 막대한 곡물의 상황에 따라 미들섹스는 물론 잉글랜드 전역의 경제가 요동치자 에드워드는 공포감이 들었다.
그리고 고려인 상인들이 식량으로 대륙의 종교전쟁을 은연중에 부채질하는 광경을 보면서도.
그 공포감이 왕비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졌을지도 몰랐다.
‘소리 없는 악마여.’
오를레앙의 마녀가 말했던 것 중 하나는 옳았다.
그 마녀도 결국 저 제국의 마수에 걸려들었지만.
얻은 것은 오직 시간이었을 뿐.
그러나 확보한 시간은 갈취된 금보다 귀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칼을 뽑았다.
고려도, 포르투갈도, 카스티야도 아닌 브리타니아가 앞으로 바다를 지배해야 했다.
자신의 후대가 될 군주들은 너무 늦을지도 몰랐다.
“전군을 소집하라(Assemble the army)!”
* * *
항구가 완공되었다.
리머릭 서쪽 작은 어촌마을 이니스맥노튼(Inismacnaughton)에는 이제 고려 함대가 주둔할만한 접안시설과 식량창고, 군수창고 및 여러 가지 시설들이 건설되었다.
항구가 완성되자 사람들도 몰렸다.
강력해 보이는 범선들이 있는 까닭에 잉글랜드의 침입으로 뒤숭숭한 치안이 이곳에서는 다를까 생각해서 피난 온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고려인들은 이들 또한 환영했다.
항구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는 것이 좋았다.
게일인들에게도 함대 항구가 이곳에 만들어지는 것은 몹시 좋은 일이었다.
에린의 젖줄이라고 볼 수 있는 섀넌강의 주도권은 이제 완벽하게 고려가 장악하게 되었으며 리머릭은 강을 건너는 종류의 공격에 대해서도 한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리머릭 수성전이 게일인들의 큰 승리로 끝났다 하더라도, 아직 에린―잉글랜드 전쟁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이맥항(利麥, 이니스맥노튼 항의 고려 줄임말)의 완공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연회를 열 수는 없었다.
다만 항구가 증축되며 훨씬 살기가 좋아지고 그동안 고려인들의 호의를 받았던 어촌 주민들이 직접 물고기와 감자를 그 비싼 기름(사실 이 면실유도 고려인들이 가져왔다)에 튀겨 고려 해군들에게 대접하니, 이것이 에린의 감자생선튀김(Iasc agus sceallóga, fish and chips)의 유래였다.
고려인들도 이 친숙한 음식을 외지에서 대접받게 되어 감동했다.
게일인 특유의 흰 피부와 주근깨, 그리고 적발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미녀들과 어울려 모닥불에 춤을 추는 해군들은 오랜만에 해적이건 뭐건 다 잊고 푹 쉴 수 있었다.
다음 날.
혹시나 대민 물의를 일으키진 않을지 병졸들을 매의 눈으로 바라보느라 제대로 연회를 즐기지도 못했던 변흠규는 배를 살살 문질렀다.
부관이 옆에서 지켜보다 말했다.
“어디 편찮으십니까?”
“…흐음, 속이 좋지 않군.”
그는 내심 억울했다.
어제 게일인 미망인이 건넨 음식을 조금 먹은 것이 전부였는데.
“의원을 대령할까요?”
“되었다. 내 발로 갈 터이니 휴식 중에도 군의 기강이 완전히 풀어지지는 않게 하라.”
“예, 제독.”
태연자약하게 나온 흠규는 부관의 옆에서는 내색하지 않았던 복부의 고통에 식은땀을 흘리며 변소를 찾았다.
일단 의원을 만나기 전, 볼일부터 해결하는 것이….
“으윽!”
뒷간에서 억눌린 욕망을 분출한 흠규는 찰나간의 해방감과 다시 엄습하는 고통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무슨!”
자신의 흔적에는 분명 피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
평소 운동을 비롯한 자기관리에 엄격하고 잘 앉아있지 않았던 흠규는 치질이나 다른 항문성 질환을 겪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이 심각한 복통은, 이는 그의 뇌리에 있는 다른 병명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초췌해진 얼굴로 변소에서 나온 흠규는 고통에 찬 얼굴로 의원을 찾았다.
근엄하던 평소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제독은 구겨진 얼굴과 식은땀을 흘리는 추태를 보이고 있었다.
주변에 있어야 할 다른 병사들이 근무를 제외하곤 전부 마을 주민들이 대접하는 연회에 참석해 잔뜩 취해 자고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
다행인가?
만약 그의 생각이 맞다면….
주둔지의 의무실에 도착한 흠규는 군의관에게 자신의 질환을 상세하게 말했다.
군의관은 이윽고 고개를 흔들며 병명을 말했다.
“이질일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흠규의 뇌리에 있던 병명과 같았다.
“이런….”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의학과 발달한 의료체계를 자랑하는 고려답게 이질은 이제 몹시 보기 드문 병이었다.
청결한 식기 도구를 사용하고, 손을 씻고, 식수와 음식물을 가열하여 섭취하면 잘 걸리지 않은 병이니까.
그러나 한번 이질이 걸렸다면 여전히 몹시 무서운 것은 변함이 없었다.
특히 군대와 같은 밀집 생활을 하는 자들에게는 더욱더.
흠규는 고통 속에서도 빠르게 판단을 내려 자신을 비롯한 병환을 보이는 자들을 격리시키기로 했다.
이질은 꽤 전염성이 높은 병.
천만다행인 것은 기초 보건교육 덕분인지 고려군영 내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지는 않았다.
게다가 가장 증상을 먼저 보인 이가 제독 자신이었으니 고려군 수뇌부의 대응도 무척이나 빨랐고.
걸린 이들은 주둔한 병력의 이할.
모두 연회에서 한 곳에 몰려 있었던 자들이었다.
이에 짐작건대, 현지인들이 베푼 연회의 음식 중 극히 일부가 잘못된 것으로 보였다.
‘그들이 주로 대접했던 생선튀김과 감자튀김은 고온에서 가열해야 하니 아마 이 음식들은 이질의 원인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이질에 걸린 흠규와 병졸들은 주둔지 동쪽에 천막을 치고 격리되었다.
환자들은 꼬박 앓아누워야 했다.
이질 자체는 주변에서 전해질과 수분을 보충해줄 여건이 된다면 다른 지독한 병들에 비해 그렇게까지 무시무시한 병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