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147화 (147/653)

연인

1443년 초의 일이다.

잔은 학질과 매독으로부터 살아남았다.

예후는 무척이나 좋았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그녀를 면밀히 진단한 의원들은 더 이상 그녀에게서 어떠한 매독의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실로 대단합니다.”

의사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이 인공열 치료법의 가장 큰 난관은 학질이 주는 고온의 과부하를 육체가 견딜 수 있느냐였다.

체온을 비동도(沸凍度; 창양의 기압에서 물이 어는 온도를 0도, 물이 끓는 온도를 100이라 가정한 고려의 표준 온도 단위) 기준 40도 이상 올려야 했고, 그 상황에서 신체가 매독균을 남김없이 죽일 때까지 충분한 시간 동안 버텨야 했다.

치료에 의해 발생하는 사상자도 대부분 그 고열을 버티지 못해 죽어 나갔다.

40도 이상의 고열은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니까.

그러나 잔은 견뎌냈다.

고열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녀는 어떠한 신음과 호소도 한마디 하지 않았다.

아픈 기색 하나 없는 것이 마치 뼈를 깎으면서도 내색하지 않았다는 관우의 모습과 비슷하려나.

그 모습을 전부 바라보고 있던 상민은 혀를 내둘렀다.

역시 주님초즌의 성기사란 말인가.

상민도 그녀를 살리기 위해 많은 것을 하긴 했다.

최고의 의원들에게서 최고의 의술을 받도록 했으며, 갓 추출한 키닌을 약효가 조금씩 떨어지기 전에 쾌속선을 보내 특급배송을 하도록 시켰지.

그리고 그녀의 손을 붙잡고 의식이 끊어지지 않게 계속 옆에 붙어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가 결과적으로 이렇게 멀쩡하게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 그녀 자신이 가진 초인적인 의지력과 선천적 면역력, 그리고 경이로운 회복력 덕분이었다.

키닌이 투여되고, 고열이 가시자 정신을 차린 잔은 땀에 젖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자신에 대한 신뢰가 뚝뚝 흘러넘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잘 느껴졌다.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주군에 대한 믿음 덕분이었어요.”

상민은 다소 웃음을 머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사이에 이 같은 광경이 펼쳐지리라고는 누가 과연 생각할 수 있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단한 심리적 껍질 안에서 꿇어앉아 평생 순결을 맹세하고 독신으로 살아가는 것을 당연시했던 잔은 이제 상민이 없으면 버려진 강아지마냥 처량한 삶을 이어갈 것만 같았다.

방금 전의 행동도 마찬가지.

자신 딴에는 주군에 대한 충성의 다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제삼자가 보기엔 마치 이것은 주인에 대한 애정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관계에서나 볼 법한 행동이었으니까.

어쩌면 매독이라는 극도로 충격적인 질병이 있었기에, 그녀는 온전히 상민의 것이 되었을 수도.

악재라 생각했던 것이 호재였나.

‘못된 생각이군.’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사특한 생각을 떨쳐버린 그가 잔을 부축했다.

키는 여전하나 체중은 엄청나게 감소했기 때문에 이제는 보기 좋게 마른 것을 넘어 숫제 앙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확인이 끝났으니 오늘 퇴원합시다.”

매독 그리고 치료의 목적으로 쓴 학질은 이제 완치되었지만, 고열로 인한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있었기에 그녀는 요양이 더 필요했다.

그렇다고 이 환자를 생물학적으로 위험한 청해의 녹유도 병원에 남겨놓을 수는 없었기에 상민은 자신의 거처로 그녀를 데려가기로 마음먹었다.

“아 참, 자료는 모두 폐기했겠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상민은 그녀에 대한 자료를 전부 폐기하라 명했다.

이곳에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도록.

의원들은 조금 아쉽게 여겼지만 인공열 치료법의 가장 우수하고 완벽한 사례로 꼽힐 그녀는 치료받았다는 기록조차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 * *

청해의 통령 저택.

정녕당은 재상의 거처지만 국가의 자산이었기에 청해의 저택만이 온전히 그의 사택이라 할 수 있었다.

이곳은 그 크기와 규모는 작지만 치밀하고 빼곡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일꾼들이 분주하게 무언가 짐을 나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어수선함 사이에서 연화는 잔을 이끌고 사택을 소개했다.

“당분간 경께서는 이곳에서 머무실 거예요.”

“…….”

잔은 졸래졸래 연화의 뒤를 따라갔으나, 그녀의 말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아직 상민과 어떠한 관계도 없었음에도 잔은 무언가 그녀의 앞에서는 죄를 지은듯한 느낌을 받았다.

연화는 몸을 돌려 답이 없는 등 뒤의 귀빈을 바라보았다.

잔은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재상의 부인은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어쩐지 약간의 심술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죄송합니다.”

“무엇이 죄송할까요?”

“…….”

헛기침을 하는 잔은 꽤 어색하게도 고려의 귀부인들이나 입을 법한 옷을 입고 있었다.

현 고려는 관복이 아닌 일반 평복에 대한 규정이 그렇게 엄격하지 않았다.

몇몇 신수와 특별한 상징들을 제외하곤 재질과 옷의 형태에 대한 것은 많이 간섭받지 않았다.

목화가 널리 퍼지고 재배되는 상황, 이제 대부분의 복식은 면으로 바뀌었지만 날씨가 더운 곳에는 여전히 모시옷을 입었으며 상복은 여전히 삼베옷을 쓰고 있었다.

남자의 복식은 군인에 대한 높은 사회 인식에 따른 동경 덕분인지 상당히 활동성을 중시하는 기풍이 스며들었고, 상, 하의 모두 수구(소매)를 비롯한 여러 가지 부위의 품을 줄이며 신체에 맞게 입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포를 비롯한 겉옷은 여전히 품이 넓었고 기장 또한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도록 넉넉하게 만들었다.

먼 길을 떠나는 여행객들은 그 위에 판초나 유럽의 로브를 껴입기도 했다.

여인의 옷차림 또한 시대가 지나며 유행이 바뀌었다.

하늘하늘함을 돋보이게 하는 비단 재질의 옷감은 이제 구할 수가 없는 까닭에 같은 의상이라도 재질이 면으로 바뀌어 밑으로 축축 처지는 감이 있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형태는 비슷하다.

잔은 겉에 하늘색의 포를 걸치고 있었다.

형태는 직령(곧은 깃)이라 칭할 수 있었으나, 여미지 않았다.

은사로 꽃무늬가 수놓아진 이 포는 밖으로 보이는 옷답게 꽃 말고도 여러 기하학적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 안에는 농도가 훨씬 얕은 백색의 상의가 있었다.

상의는 우임이었으며 옷고름은 우측으로 쏠려 포 밑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역시나 남성들의 옷처럼 서서히 치렁치렁한 소매통이 좁아져 진동선 위로 올라가는 경향이 있었다.

현청색 폭이 넓은 대(띠)를 상의 하단에 매었는데, 포 밑의 옷의 형태와 맵시를 잡는 용도였으며 이것 또한 화려하게 수가 놓여져 있었다.

치마는 허리 부분과 그 아래 부위가 서로 색깔이 다른 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길이가 길수록 신분이 높은 것을 의미하였기에 거의 발목에 닿을 정도였으나, 요즘은 치마의 끝부분이 땅에 닿는 건 보기 좋지 않게 여겼기에 발을 완전히 덮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몹시 화려하며 미에 신경을 많이 쓰는 고려의 전형적인 복식이라 할 수 있겠지.

흑발이라 그러한가, 연화는 그녀가 입은 고려의 의복이 다른 유럽인에 비해 자못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식은땀을 흘리는 잔을 바라보던 연화가 이윽고 굳은 얼굴을 풀었다.

장난이 조금 심했다.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이 여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환자였고, 지금도 휴식이 필요한 환자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었다.

‘부탁받은 것도 있고.’

남편과의 대화를 넘어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은 연화는 이윽고 진지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저는 오히려 당신이 그분의 곁으로 오게 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잔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녀를 끔벅이며 쳐다보았다.

“예?”

연화는 자신의 한계를 잘 알았다.

시중의 아내가 되었지만, 자신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내조? 어차피 수많은 고용인들의 보살핌을 받는 그가 자신의 내조를 과연 필요로 할까?

그녀는 시중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알 수밖에 없었다.

살을 맞대는 사이의 사람이 어찌 배우자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하겠는가.

시중이라는 신분도 지고한 존재였지만, 상민의 본래 신분은 그것보다 한참은 더 높았다.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존재.

게다가 이 관계 또한 결국 자신이 좋아서 먼저 다가간 것이 아닌가.

시중은 자신을 위해 옆을 허락해 주었었고 지금까지도 그녀를 아껴주었지.

이 정도는 충분히 양보할 수 있었다.

또한 연화는 상민이 꾸미고 있는 대계를 차치하고도 잔이 남편을 여러모로 도와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은 저 프랑스의 대단한 장군이었다고 알고 있어요.”

“…제가 받은 계시대로 행했을 뿐입니다.”

어쩐지 잔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은 듯싶었다.

딱히 즐거워하거나 보람차다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

“그 정도 능력이라면 그분이 행할 일에 언제나 도움이 되겠죠.”

그들이 저 먼 북방으로 가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

짐꾼들이 짐을 포장하여 실어나르는 것도 이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듣기로는 최악의 식인종들이 사는 야만의 땅이라 하던데.

연화는 그곳에서 홀로 고군분투할 자신의 남편이 외롭게 모든 것을 짊어지길 원하진 않았다.

“저는 언제나 주군의 곁에서 그 뜻을 받들 겁니다.”

잔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충직하게 말을 받았다.

성정이 착하고 순해서 다행이다.

연화는 아직 남아있던 마음속 경계심과 질투심마저 조금씩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 생각해보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가 더 남아 있었다.

“저 혼자만으로는 벅찬 일도 있어요. 당신이라면 도와줄 수 있을지도.”

“무엇이든 말씀만 해 주십시오. 기필코 제가….”

연화는 그 아픈 몸을 이끌고 소매를 걷어 올리려는 잔을 웃으며 제지했다.

“그렇게 성급하게 굴 필요는 없어요. 그 일은 이런 대낮이 아닌 늦은 밤, 침대 위에서만 할 수 있을 테니까.”

“…예?”

잔은 한 박자 늦게 이해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기겁했다.

“저는 주군을 단지 기사로서….”

연화는 짓궂은 얼굴을 한 채 입술 끝을 말아 올렸다.

조금 더 놀려주고 싶었다.

“시중께서 얼마나 강인하신지 알고 있죠?”

“…네, 알고 있습니다.”

무인들 간의 교류는 전에도 있었다.

목검을 서로 주고받은 기억은 항상 잔의 패배로 끝났지만.

잔은 그 쓰라린 패배의 상처를 굳이 곱씹지는 않기로 했다.

도무지 이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뭐, 주군이 강하면 좋지 않은가.

연화는 다시금 자신만의 세계로 침잠해 들어가려는 잔을 폭탄과도 같은 말로 끄집어내었다.

“시중께서는 침대 위에서는 그보다 열 배는 강하세요.”

잔의 얼굴이 순간 멍해졌다 이윽고 붉게 변했다.

“숨이 멎을 정도의 쾌락도 한두 번이어야지요. 저는 혼절하고 또 혼절할 때도 몇 번이나 있었어요.”

다음 날이 너무나 피곤하답니다.

걷지도 못할 정도였어요.

꽤나 외설적인 연화의 묘사에 잔이 눈을 질끈 감았다.

“…….”

“너무 어렵게 생각하진 말아요. 조금 더 노골적인 육체 사이의 대련이라고 생각하면 편할지도 모르겠군요.”

연화가 진심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을 본 잔이 어질어질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상민은 잔과 빠르게 관계가 진전되었다.

그 뒤에는 자신의 아내인 연화의 노력이 덧붙여져 있었다.

상민은 그녀를 거둔 이후 오랜만에 감정다운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정하자.

이용가치니 뭐니, 운운해도 결국 그냥 끌린다는 거지.

남자는 첫사랑을 결코 잊지 못한다.

그 첫사랑은 자신에게는 왕예였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테지.

고려의 왕족이자 창업의 명분이기도 했었지만 그것을 넘어 정치적 파트너와 후계를 이을 아이들의 교육자 역할까지 성실히 해주었던 왕예는 천의무봉한 황후였다.

그러나 삶은 실로 길었다.

첫사랑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

남아있는 육신은 위엄차고 호화로운 무덤에 누워있겠지만 새하얀 백골이 되어 있을 것이었다.

상민은 인정해야만 했다.

현 부인 연화에게서 느끼지 못한 감정들을.

그녀는 매력적인 여인이었고, 좋은 사람이었으나 자신의 일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반면 잔은 달랐다.

그녀는 더할 나위 없는 봉신이자 친구였으며, 역동적인 사회를 직접 경험해 살아왔던 당사자였다.

그에 비해서는 몹시 짧은 세월이겠지만 단일 압축적 경험은 그녀 또한 참으로 드라마틱했으니까.

둘은 취미 또한 비슷했다.

밤새 화기를 가진 병과를 운용하는 모의전을 하며 전략을 주고받기도 했으며, 나가서 한바탕 검무를 추기도 했다.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게 바뀌었다.

국정에 대한 이야기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

유럽과 고려의 이야기들.

놀랍게도 이제 그녀는 상민과 서서히 닮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모든 가치판단을 신의 이름으로 행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당신이 내 눈을 뜨게 해 주었어요.”

침대 위, 그녀는 엎드려서 책들을 읽던 것을 그만두고는 그의 품속으로 엉겨 붙으며 중얼거렸다.

과연 잔은 무예를 수련한 기사다웠다.

다시금 몸을 회복한 그녀는 예전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

몸에 와닿는 피부는 탄력이 넘쳤으며, 신체는 역동적이었다.

남녀 관계 또한 마찬가지.

잔은 무예에서는 상민을 한 번도 이겨내지 못했으나, 밤에는 실로 호각을 다투었다.

백년 전쟁 당시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든 성녀의 진면목을 이 세상에서 마침내 혼자만 알게 된 상민은 그 대단한 회복력을 가진 자신의 신체도 가끔은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을 수 있었다.

실로 무시무시한 여자였다.

물론 전혀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아쉽군.’

그 결과로 상민은 이제부터 몇 달간 행동을 조심해야 할 것이니까.

상민은 그녀가 베고 있는 부위의 반대편 팔만을 들어 어질러진 책들을 옆의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문맹에서 벗어난 지금, 그녀의 무예 수련 다음의 취미는 독서인 모양.

이제 당분간 무예 수련을 할 수 없으니 그녀는 그동안 문맹이라 무시받았다는 한을 풀기라도 하듯 엄청난 양의 책들을 읽어내렸다.

분명 항상 읽던 옛 카톨릭 성경은 아니었다.

겉표지에 적힌 것은 마티외가 쓴 성공회의 교리들과 최근 유행하고 있는 베설 한스포르트가 쓴 개신교의 신학 서적들.

종교에 대해 여전히 우호적인 그녀였지만, 이제는 마냥 맹목적이진 않았다.

그것은 그녀가 읽을 책더미 사이에 껴 있는 서적이 이를 증명한다.

순수이성비판.

저자는 또 이도.

물론 상민은 순수종교비판과는 달리 저 책을 즐겨보진 못했다.

‘수면제가 따로 없지 않은가.’

두께도 두꺼운 것이 베개로 쓰면 딱 좋다.

그러나 잔에게는 의외로 잘 맞는 모양.

이도의 책은 그녀에겐 처음이 아니었다.

처음 이곳에 오는 배에서 다른 책, 즉 순수종교비판을 펼쳐보았을 때, 그녀는 극도의 불경을 저지르는 것 같아 내용을 읽다가 책을 덮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마지막 장까지 전부 다시 훑어볼 수 있었다.

감정의 동요는 여전했으나 그녀는 이것이 아플 정도의 진실이라는 것을 이제 인지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잔은 계몽주의를 받아들일 준비를 끝마쳤다.

그렇다면 자신 또한 할 일을 해야겠지.

이미 깊이 잠든 여인을 바라보던 상민이 촛불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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