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68화 (68/653)

치첸 이트사(2)

인구 수만의 대도시와 그곳으로 향하는 백 명의 병사.

어이가 없을 정도의 세력 차이였다.

보통 선택지는 두 가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협상하든가, 혹은 단념하든가.

그는 그 두 개의 선택지 중 어느 것도 고르지 않았다.

도시가 보이는 곳에 멈춘 상민은 작전 토론을 시작했다.

“…제정신이십니까?”

창양 해군 장교인 낭장 최경현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저들은 분명 내 말대로 반응할 것이다.”

“아무리 저희들이라 해도, 아니 통령께서 가공할 무위를 지니셨다 해도 도시 전부와 싸울 수는 없습니다!”

“도시 전부와 싸우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상민은 씩 웃었다.

고려인들은 공교롭게도 저지대 마야 역사 이래 가장 큰 피의 제례가 치러지는 시기에 이곳에 휘말렸다.

비록 그것 때문에 이 모든 사건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측면은 분명히 있었다.

도시에는 고려인을 포함해서 수백 종류의 부족에서 온 공물, 즉 사람들이 널려 있었다.

정복해와서 공물로 삼고 심장을 뽑을 사이.

치첸 이트사와 주변 부족 간의 관계가 참 돈독하기도 하겠다.

“우리가 저들의 주의를 크게 끌어야 포로들을 구할 수 있다.”

상민은 투구의 끈을 고쳐매었다.

“저 도로의 끝에 뭐가 있다 했지?”

언어학자가 바다새의 말을 듣더니 괴상한 얼굴로 말을 통역했다.

“당신의 신전이 있답니다.”

“그래?”

내 신전이면 내가 직접 가줘야 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나?

* * *

몸이 날래고 은엄폐에 능한 스무 명의 병사들을 도시 밖에 숨겨놓은 상민은 백여 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정문을 향해 보무도 당당하게 행군했다.

마치 테노치티틀란을 행군하는 코르테스마냥.

상민은 그의 일화보다 더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이 도로 위를 말 타고 걷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하다는 듯.

길을 헷갈리지도 않았다.

가야 할 곳은 어차피 한 군데. 곧게 뻗은 도로의 끝이었다.

그는 적제의 고삐를 느긋하게 고쳐 잡았다.

턱은 약간 치켜들고 시선은 저 멀리 목표물에 고정했다.

다소의 오만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그는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자신은 고려의 태조 해민이었다.

수십 년 동안 가장 높은 곳에서 군림해오며 제국의 기틀을 일구었던 자였다.

그가 보여주는 분위기에 주변인들이 압도되었다.

[짐이 그대들을 믿는 것처럼, 그대들 또한 짐을 믿어야 한다.]

물경 수만이 거주하는 도시, 고려의 주요 도시만큼이나 번성한 적들의 도시로 곧장 들어가자는 지휘관의 작전.

객관적으로 볼 때 기어코 미친 인간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청해군은 갑작스럽게 변한 상민의 분위기와 어조에 저항할 수 없었다.

절대적인 위엄은 마치 지고한 고려의 황상을 직접 본 것만 같았다.

긴장이 풀리는 것을 넘어 오히려 감화되고 있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양감에 그들의 대열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목숨보다 소중히 해야 할 대열과 군기, 그것들이 육체에 각인된 청해군은 지휘관의 강력한 통솔력에 적대적이어야 했을 도시의 성문을 기어코 넘고야 말았다.

― 척 척

분명히 적대적이어야 했을 텐데.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도시 문의 문지기는 자신을 보며 경악하며 들고 있던 창을 떨구었다.

주변의 마야인들도 마치 귀신이라도 보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주춤주춤 물러났다.

도시의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창양으로 치면 저잣거리일지도 몰랐다.

다른 방식으로 번화한 도시의 거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소리쳐 노예를 팔고 있던 사람.

누군가 다투고 있던 사람.

굶주린 자가 음식을 훔치고 달아나며 일으킨 소란에 움직이려던 전사들.

분명히 시끄럽고 유난스러워야 할 삶의 현장이었을 텐데.

그 모두가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제자리에 못 박힌 듯 정지했다.

앞에 펼쳐진 도로는 분명 혼잡했었다.

고려인들의 행렬이 가야 할 길을 점유하고 있던 사람이 뒤로 황급히 물러났다.

그러다가 염료를 만들고 있는 자그마한 웅덩이에 빠졌다.

큰 손해를 입게 된 염료상 주인도 그를 책망하지 못했다.

주인 또한 덜덜 떨며 눈앞의 존재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자연스럽고도 선천적이며 절대적인 위엄.

강력한 육신과 무력에서 나오는 자신감과 알 수 없는 흉폭함.

맹수의 그것과도 같이 깔끔하며 절제된 동작.

그것은 분명히 황금빛 비늘의 맹수가 틀림없었다.

거대한 금빛 비늘의 재규어가 대로를 걸어가고 있다.

마야의 대도시는 그 엄청난 인파에도 불구하고 무섭도록 적막이 흘렀다.

침묵이 깨진다면, 저 존재의 발톱이 그들을 후려칠 것이다.

그들은 감히 그 노여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

― 다그닥 다그닥.

생전 처음 보는 비늘.

화려한 깃.

모두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한 존재를 떠올리고 있었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위엄찬 저 모습은 극도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지 않았으나 상민은 저 멀리 왼쪽의 건물에 도시의 지도자나 귀족들로 보이는 자들이 황급히 궁전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

“비켜, 비키란 말이다!”

아하우는 헐레벌떡 밖으로 나와 많은 전사들을 대동하고 그들이 지나가는 대로 가운데 섰다.

지나가는 방향을 보아하니 저 끝에는 분명히 성지가 있다.

아하우는 자신을 따르는 전사들을 포진시켰다.

대체 무슨 심산인지 저리 당당하게 걸어오는….

하지만 아하우는 그 순간 숨 막히는 공포를 목도했다.

두 명의 시선이 마주했다.

동시에 철가면 뒤의 눈동자가 호선을 그렸다.

“마침 잘 되었군.”

알 수 없는 언어를 지껄인 이방인의 우두머리는 타고 있는 괴상한 괴물의 옆구리를 발로 찼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공격명령을 내려야 하지 않는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던 아하우와 귀족들은 갑자기 급발진하여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오는 거대한 동물과 한 인간에 흙바닥을 굴러야만 했다.

전사들은 그래도 몇 명은 정신을 붙잡고 있었는지 반사적으로 쥐고 있던 창을 내질렀다.

하지만 상대가 좋지 못했다.

인마일체(人馬一體).

환두대도로 내질러지는 흑요석 창날들의 아랫부분을 모조리 베어버린 상민은 마치 수급이라도 취한 듯, 바닥에 철퍽 엎드린 아하우의 곁에 멀뚱히 서 있던 대제사장을 등자에서 꺼낸 발로 차 기절시키고는 멱살을 잡아 자신의 안장 앞에 올려버렸다.

“……!”

어어?

마야의 매우 수직적인 위계질서에서 제사장은 절대적으로 고귀한 존재이며 신의 대리인이나 다름없었다.

대낮에 도시를 당당하게 들어온 자들에 의해 눈 뜨고 대제사장을 사로잡힌 마야의 아하우와 귀족들은 아직도 돌아가는 상태가 납득이 되지 않는지 서로를 쳐다보았다.

전사들 몇 명이 이를 악물고 달려들려 했지만, 저 황금 비늘을 입은 자의 앞에 마치 심장이 적출당한 시체마냥 힘없이 쓰러진 대제사장을 보고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게 된 고려인들은 거의 뛰다시피 속보로 도로를 행군하기 시작했다.

끝이 뭉툭한 거대한 피라미드.

쿠쿨칸을 기리는 피라미드 위에는 한 건물이 올려져 있었다.

상민은 말에서 가볍게 내려 발걸음을 옮겼다.

고삐를 쥐고 가지 않음에도 적제 또한 그 뒤를 졸졸 쫓아 제법 능숙하게 계단을 올랐다.

쿠쿨칸의 신전 계단을 지키던 자들이 아차 하며 그에게 창을 겨누었다.

흑요석 창날의 끝이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잘게 떨리고 있었다.

― 히히힝

깝치지 말라는 듯 적제가 뒷발길질을 하자 말발굽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전사가 무너진 코를 부여잡았다.

코뼈가 주저앉았는지 삽시간에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과연 위대한 존재가 기르는 동물답게 사납고 흉폭한 것이 틀림없었다.

오히려 물어뜯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주저앉아 코피를 흘리고 있는 전사 옆으로 덤비지 못한 다른 전사가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갔다.

일단의 해프닝에도 불구하고 줄줄이 고려군의 행렬들이 그 계단을 올랐다.

청해군은 계단을 오르면서도 다소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지?

청해에 있는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수만 명이 있는 적의 도시 한복판을 당당하게 걸어 거대한 사원을 점령했다 말한다면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상관은 한 편의 구전설화를 찍고 있었다.

계단이 미끌거렸다.

수많은 제물이 피로 적시며 흘러내린 곳인가.

그 역겨움을 참으며 그는 꼿꼿하게 허리를 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높이가 만만치 않은 계단은 대충 세었지만 아마 91개였던 것 같다.

단숨에 오르기엔 꽤 힘든 높이라 뒤따라오는 모두가 헉헉거리며 숨을 고르는 사이.

상민이 신전 본관에 들어갔다.

꽤 넓은 신전의 안에는 곧 있을 의식을 준비하던 여인들이 세 명 있었다.

모두가 화들짝 놀라며 주춤주춤 물러났다.

반항의 의사는 없었다.

상민은 적제의 등에서 빨랫감처럼 널어놓은 대제사장을 바닥에 내려놓고 포승줄로 꽁꽁 묶으라 지시했다.

“월척이군.”

누구인지 정확히는 몰랐다.

원래 의도했던 자는 잡지 못했으나 옆에 있던 이자 또한 화려한 복식으로 미루어볼 때 상당히 고위급 인사임이 틀림없었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자신의 앞에 그리 무방비하게 다가왔는지.

물론 말이란 동물을 본 적도 없는 그들로선 상당히 억울할 만한 생각일 수 있었다.

주변에만 거의 이백 명에 달하는 전사들이 있었는데 그 모두가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어버렸으니까.

자신도 몹시 억울한 듯 꽤 빨리 깨어난 대제사장이 뭐라 괴성을 질러대었다.

그 옆 여사제들이 눈물을 흘리며 신파극을 찍고 있는데 청해군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재갈까지 물려버렸다.

상민은 사원 내부를 둘러보다 코끝을 스치는 희미한 피비린내를 맡았다.

아직 그 어떤 제물도 바쳐지지 않았는데 벽과 바닥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느껴졌다.

이곳에도 그려져 있는 저 수많은 벽화들

처음엔 저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으나 이젠 달관한 느낌이다.

그는 이곳에서도 자태를 뽐내는 쿠쿨칸에게 바쳐질 제물들이 위치할 곳, 그들의 심장이 올려질 차크몰의 석상을 쳐다보았다.

석상은 괴상한 포즈로 누워 있다.

달관은 개뿔.

상민은 도를 뽑더니 무서운 기세로 석상의 머리를 날렸다.

“꺄악!”

여인들이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땅에 엎어졌다.

마야인으로서 꿈에도 상상할 수 없는 불경을 저지른 상민은 태연자약하게 그 석회암 덩어리를 한 손에 올렸다.

꽤 묵직했다.

대제사장과 그를 포박한 청해군 모두 경악했다.

그 이유는 제각기 달랐다.

‘어찌 사람이 검으로 돌을 자를 수가 있단 말인가!’

‘이 야만인들!’

그러거나 말거나 상민은 그 돌을 들고 밖으로 나가 높은 계단의 위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금까지 대낮의 도로에서 벌어진 희대의 만행에 경악한 사람들이 마치 콘서트장에 서 있는 아이돌을 보는 것마냥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상민이 조용하게 말했다.

“최 낭장. 이곳에서 싸운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쿠쿨칸 피라미드의 가장 위.

네 방위의 계단을 점한다면 수만의 대군과도 싸울 수 있을 정도의 입지였다.

기어코 적진의 도시로 와 높은 사람을 납치하고 거대한 사원에서 이교도 신의 석상의 목을 잘라낸 상관을 멍한 눈으로 보던 청해군 장교 최경현이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저들이 이곳에 몰려온다고 하더라도 능히 수천을 상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킹론상 그렇겠지.

주 계단의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풍경을 감상하던 상민이 뒤로 손짓했다.

마치 유적지에 관람이라도 나온 듯 여유롭기 짝이 없었다.

언어학자와 바다새의 부리가 그의 곁으로 공손하게 다가왔다.

잘 짜여진 대본의 완성을 위해서는 완벽한 발음을 구사할 수 있는 현지인이 필요했다.

바다새의 부리가 그의 부름을 받아 그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자신과 같은 층을 써서는 안 된다 생각했는지 계단을 두어 칸 내려가 조아렸다.

그가 자리 잡는 것을 본 상민이 한 손에 들고 있던 돌덩어리를 계단에 굴렸다.

― 텅 텅 텅

차크몰 석상의 머리가 계단에 부딪히며 내려갔다.

돌가루가 비산하는 것을 본 사제들이 고함 비슷한 비명을 질렀다.

신의 머리를 베어버린 행위는 마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충격과 공포에 빠진 마야인들.

상민은 차크몰의 머리를 떨어뜨리고는 그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심리전의 시작이다.

바다새의 부리가 약속된 말을 크게 외쳤다.

― 이 땅의 사람들이여!

단일한 부족이나 단일한 사회를 이루고 있지 않더라도 마야인들의 언어는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다.

― 대기근과 대역병에도 쿠쿨칸께선 응답하지 않으셨다!

충격적인 말에 마야인들이 웅성거렸다.

― 이것은 오로지 아하우와 제사장과 귀족들의 잘못이다!

구구절절이 그들의 만행을 말하는 바다새의 부리의 목소리는 점차 힘을 얻었다.

약속된 말은 통역의 한계상 단순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말에 차츰 화자 자신이 뼈대를 붙여가는 것이다.

자신이 일평생 느낀 바 그대로 말을 하고있는 그의 말은 호소력 있었으며, 간절했다.

또한 등 뒤의 존재에 대한 숨길 수 없는 신앙심이 짙게 깔려 있었다.

불신자가 신의 존재를 믿게 되면 더욱 광신적이 되는 법.

그의 말에는 대제사장을 능가하는 힘이 실려 있었다.

― 그들은 멍청하고 어리석으며 탐욕스러워 스스로 진정한 신의 말씀을 왜곡하고 날조하였다.

일반 백성들과 지도자를 분리하는 그 말은 정치적 수사법과 비슷했다.

― 그리하여 오늘 쿠쿨칸께서 이곳을 직접 단죄하러 오셨다.

마야인들은 신적인 존재와 그 대리자의 말에 금방 공포에 빠졌다.

방금의 광경, 역시나 신적인 존재가 일으킨 일이니 그들과 같은 존재들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당연했다.

― 사악한 자들의 수많은 피가 흐를 것이며 신전이 피로 물들 것이다.

― 화를 입지 않길 원한다면 오늘 둥근 달의 빛에서 벗어나 눈을 가리고 어두운 곳에 숨어 있어라.

한바탕 고함이 끝나니 어느덧 서쪽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거대한 신전의 북쪽 계단, 그 자리에 좌측에서 비춘 햇살이 닿았다.

황금 비늘을 하고 깃털을 뽑은 자의 발아래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그 그림자는 계단 아래로 슬그머니 기어와 원래부터 있었던 뱀의 머리조각과 함께 거대한 뱀의 형상을 만들어 내었다.

공교롭게도 그 앞에는 잘려진 차크몰 석상의 머리가 놓여 있었다.

그 구불구불한 뱀이 석상의 머리를 삼키는 광경을 보던 마야인들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

“쿠쿨칸께서 우리를 단죄하려 하신다!”

대혼란이 도래했다.

절름발이 마야인이 말한 내용처럼 그들에게 드디어 파멸의 시간이 온 것이다.

치첸 이트사의 엘 카스티요(El Castillo)는 독특한 건축물입니다.

매 춘분과 추분에 북쪽 계단에 벽면의 그림자가 생깁니다.

의도한 것이라, 그 계단만 맨 아래에 뱀머리가 있죠.

쿠쿨칸, 즉 뱀신을 모시는 것답게 장치를 해 놓았다고 합니다.

다음 편에 나오겠지만 지금 작중 시점은 개천 42년 3월 15일, 춘분의 근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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