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씨앗
그 순간, 상민은 놀랍도록 차가워졌다.
스스로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명료하게 자신의 행동을 판별하고 있었다.
마치 저 위에서 단순한 텍스트로 이 상황을 인지하는 것 마냥.
그래서, 내가 이 여인과 관계한다면 어찌 되는 것이지.
자신의 힘 센 수 억 마리 정자는 그 용맹함을 한번 입증했다.
그리하여 ‘명목상’ 용손의 대가 끊기지 않는다면.
그녀가 태후의 자리에 올라 권세를 누리고 자신은 그 정부가 되어 별감의 위에 오른다?
그의 야망과는 다르다.
그는 군주가 되고 싶었을지언정, 권신은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한 것도 또한 사실.
고자 왕온이 덜컥 죽어버린다면, 아예 끊겨버린 왕 씨의 빈자리를 두고 어떤 끔찍한 이전투구가 일어날 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보위별감 중손은 신체적인 한계로 리더십에 금이 가고 있는 상황.
결국 고려는 수많은 피가 흘러야 진정이 될 것이다.
자신과 서로군 일천의 군세로는 그 아수라장에서 도무지 이길 방도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리고 이 여자.
자신이 제의를 거절한다면, 분명 다른 자에게 붙어 비슷한 말을 속살거리겠지.
그리고 그렇게 붙어먹은 자가 권력을 움켜쥔다면.
결과는 다소 뻔했다.
또 다시 자신은 기다려야 했다.
또?
그리하여, 이 삼별초의 병사들이 죄다 늙어 꼬부랑 할배가 되어 더 이상 자신에게 대적하지 못할 정도의 세월이 흘러야 하는가?
그 이후, 이 고려의 사내들이 그동안 쌓아왔던 육군전통이 모조리 소실되고 나서야 자신이 집권하게?
그래, 그것도 하나의 방편이겠지.
하지만 지금 내밀어진 손을 잡으면 그 기회는 너무나 빨리 올 수도 있었다.
이 순간은 마치 하늘이 내린 것 마냥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그 빠른 고민을 멈추고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정중하게 손바닥을 위로 내밀고 출구를 가리켰다.
식충식물의 향기는 곤충이 아닌 인간에겐 작용하지 않으니.
가서 네 격에 어울리는 곤충을 찾아 보거라.
한참동안이나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고 있던 귀비가 화가 난 듯 대흉근을 더듬던 손을 거칠게 떼었다.
이토록 적나라한 제의를 했음에도 생각을 해 보겠다는 답도, 유혹에 넘어가는 태도도 아닌 단호한 거절과 경멸어린 시선.
분노가 서린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다시 웃음기를 띠었다.
소시오패스인가. 문득 소름이 끼쳤다.
그 장단에 맞춰 주기는 싫은지 상민의 표정은 여전히 냉막했다.
“성화전주는 행복한 사람이군요.”
귀비는 그 말과 함께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짙은 사향과, 그보다 더 짙은 여인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신체는 아까도, 지금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돌아선 채로 그녀가 다시금 말했다.
“한 가지 부탁을 더 해도 되나요?.”
“안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칼 같은 거절에 그녀는 웃는 모양을 지었으나 입꼬리가 떨리는 것이 보였다.
“별감이 그대를 부를 때, 딱 한 번만 모른 척 해주시겠어요?”
노골적이라 인상이 찡그려졌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권력을 쥐고 있는 중손인데.
“...안서도호부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오직 고려의 변방을 수호할 뿐입니다.”
복잡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오는 것은 판에 박힌 듯 전형적인 대답.
원하는 말이었는지 그녀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저 소리를 듣기 위해 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문을 넘어 다시 사라지는 것을 본 상민은 절로 한숨을 쉬었다.
천추태후는 권력과 멀어져도 본디 가지고 있는 고귀한 핏줄 하나로 오래도록 살아남았다지만.
자신이 김치양이 된다면, 끔찍한 결말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현실은 게임이 아니다.
언제든지 로드할 수 있는 선택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기 마련.
노골적인 유혹에 넘어가기엔, 내 타입도 아니었고.
아직 정정해 보이는 노인네의 눈길이 무서웠고.
후회하게 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울릴 아내가 너무 예쁜 것도 있었고.
내 일신의 능력이 감히 저 여자의 궤계(詭計)보다 더 크다고 자부할 수 있었기에.
가족을 지키지 못하는 자가 천하를 어찌 논하겠나.
“후우.”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아직도 남아있는 귀비의 사향이 실로 독했다.
이런.
아직도 공기 중에 끈적이는 불쾌한 냄새를 맡은 그가 고개를 저었다.
상민은 처소에서 저 머나먼 서쪽 길을 거쳐 가져온 귀한 소금을 팍팍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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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거지로 복귀하는 삼 일간의 여정은 끝을 내렸다.
바람 운이 좋아 빨리 도착한 편이다.
하지만 대동한 손님에게는 꽤 길었던 모양.
속도와 멀미로 인해 핼쑥해진 예는 내리기 전에도 몇 번이나 헛구역질을 했다.
“와아!”
그러나 땅에 닿는 순간 다시금 기운을 차렸는지 그녀가 나지막이 감탄을 터트렸다.
그럴 만도 하지.
상민은 그 옆에서 괜스레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루 근처에는 이상한 건물들도 보였다.
커다란 날개를 단 건물은 느릿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창강에도 꽤 커다란 수차가 몇 개나 움직이고 있었다.
내부로 파인 약간의 물줄기에 따로 설치되어 움직이는 수차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으나 일정하게 움직였다.
그녀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보는 눈이 많아 부부는 서로 존대했다.
“저것들이 다 뭐지요?”
“음, 곡식을 빻는 것들인데 사람 품을 절약할 수 있는 기구들이오. 보시겠소?”
쌀 만큼이나 밀이 중요한 자리에 올라왔기에, 제분소의 개발은 필수적 요소였다.
아주 먼 옛 고려(고구려)시절에도 수차의 개념은 있었다.
효용성이 문제였지.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남편은 신난다 하며 부인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바람이 어떻고, 물이 어떻고.
“옛 반도와는 달리 하상계수가 그리 크지 않고, 또한 겨울에 물이 얼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는 일방적 대화에 예는 머리가 아팠다.
수차와 풍차에 대해 남편은 그동안 억눌려왔던 자신의 공로를 마음껏 뽐내고 있는 중이었다.
“내 이것을 만들기 위해 며칠 밤을 세웠는지, 부인께서 꼭 알아야 될 텐데.”
그녀는 애써 웃었다.
“게다가 본디 나는 문과라오.”
엉뚱한 곳에서 자부심을 찾는 남편을 의문 섞인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자기는 대고려의 무장이 아니시옵니까.”
“문과였었지...”
예는 문득 뱃멀미와 배고픔, 그리고 피로함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으나 남편이 너무 신을 내는 까닭에 어울려주고 있었다.
험난할 뻔한 여정은 결국 사려깊은 준의 울음소리에 중단되었다.
그들은 관아로 향했다.
곧게 뻗은 단단한 도로.
넓은 중앙의 도로만큼은 벽돌로 포장이 되어 있었고 옆에 간단한 배수구까지 시공되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는 가로수. 그리고 저 멀리 야트막한 언덕에 보이는 관사까지.
탁 트인 광경은 상민의 다소 집착적인 도시 설계를 반영한 듯 효율적이었다.
넓은 도로는 빗물에도 진흙탕이 되지 않았으며 그 존재 자체로도 알 수 없는 위엄이 있었다.
“아직 벽돌의 세기가 그리 세지 못해 짐을 가득 실은 수레는 대로를 피하라 한 상태이지요.”
과연 뒷골목을 보니, 번듯한 중앙도로와는 다르게 아직 진흙길이 보였다.
그래도 길의 단정함과 단단함이 도성보다도 나았다.
예는 도로를 걸으며 쉼 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인구수가 겨우 칠천에 달하는 도시는 그 규모보다 확연히 생동감이 넘쳤다.
몇 명의 농부들이 거처에서 나가다 상민을 보고 깊게 읍하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눈에는 분명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들은 수레 안에 철제 농기구를 집어넣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것을 끌고 농지로 향한다.
“송아지와 망아지가 크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터라.”
손을 잡고 걷는 중 자꾸만 남편이 궁시렁거리는 것이 들려왔지만 예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대체 이 사람은 누구지.
남편의 역량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아내는 그저 이 별천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규격화된 벽돌로 지은 단정히 건축된 신축건물들.
그 위에 올려진 기와.
다른듯, 비슷한 듯 고려의 가옥은 상당한 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심지어 거주하는 사람은 일반 백정이다.
빈틈없이 발라진 종이 창문들.
“아직은 전(塼)집들이 그리 많지 않으나, 앞으로 오 년 내에는 전 가구가 이런 집에서 살 것이라오.”
그는 그 담벼락을 손으로 훑으며 말했다.
“전 백성이 말입니까?”
“그렇소.”
“그게 가능하나요?”
상민은 피식 웃었다.
“강 하류엔 질 좋은 진흙과 모래들이 많고 전공(塼工)들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어찌 불가능하겠소. 이 풍요로운 땅에서 그 정도도 하지 못하는 것은 위정자의 역량 문제이지요.”
조정에 대한 폭풍 디스에 그녀가 머쓱하게 웃었다.
길을 걸으니, 중간쯤에 큰 광장이 보였다.
“이보시오! 이보시오! 관에서 또 행정명령이 내려왔소!”
“또?”
뭐라 하는지 귀찮지만 들어보겠다는 사람들이 모여 북적북적했다.
관의 명령을 따라서 손해 볼 것은 지금까지 없었다.
“흰개미와 쥐, 그리고 모기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말할 터이니 모두 집중해서 들으시오!”
목청이 좋은 사내가 고래고래 말을 했다.
괜히 그들 사이를 걸어가 군중교육시간을 뺏고 싶진 않아서 상민은 호위에게 명하여 기다리도록 했다.
두 번에 걸쳐 단상에서 안내사항을 읽은 자가 내려오고 군중들은 삼삼오오 다시 흩어졌다.
광장 위쪽에는 시전(市廛)이 있었다.
무슨 이 조그마한 도시의 시전이 얼마나 잘 돌아가겠냐고 의문을 가져도,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그런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염료, 모시, 삼베, 어물은 민간에서 팔았고
관에서는 직접 기기서에서 만든 철기와, 조지서에서 만든 종이를 싸게 팔았다.
도호부가 다소 손해를 보았지만 철기는 농업 생산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고 종이는 거주지와 건강에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에 감수할 사항이었다.
거래는 대부분 옷감으로 이루어졌는데, 덕분에 모시와 삼베를 다루는 전은 반쯤 미곡과 옷감을 바꾸는 환전 은행이나 다름없었다.
사람들이 소리 높여 말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항상 그랬듯이.
병사들 몇 명이 큰 소란에 팔짱을 끼고 무력사태로 번지지는 않은 지 감시하고 있었다.
“사람 사는 내가 나요.”
무심결에 버릇대로 개입하려던 상민을 만류한 예가 고갯짓으로 조금 돌아가자 했다.
남편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럴 필요도 없었고.
결국 상점 주인이 졌는지 쌀 포대를 들고 나지막이 욕하며 물건을 내놓자, 손님이 헤벌쭉 웃으며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부인께서 보시기엔 이 도시가 변방의 그저 그런 도시로 보이시오?”
“전혀. 혹여 누가 그런 말을 하였나요?”
상민은 피식 웃었다.
“아닙니다. 그저 심성과 외모 둘 다 곱지 못한 사람이 실상을 모르고 한 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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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관아에 들어가자, 자신의 무장들과 자신의 문신들이 모두 도열해 있었다.
“전하를 뵈옵니다!”
그들 모두가 예를 표하는 광경은 사뭇 질서와 규율이 있었다.
예는 놀라운 표정으로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았다.
군신의 관계처럼.
또한 이는 마치 분조(分朝)와 같지 않은가.
저들은 의도적으로 전하의 호칭만을 말했다.
물론 그것은 자신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상민은 천천히 다가가 그들에게 물었다.
“내 없을 적 별 일은 없었나?”
“이번 외유가 기셨기에, 처결해야 하실 것들이 조금 있는 편이옵니다.”
“그래. 곧 가지.”
장수들 앞에서는 위엄 있던 남편이 휙 고개를 돌리며 그녀에게 실없이 웃어보였다.
“일단 집 안내를 좀 하고.”
장수들이 절도 있게 군례를 취하고, 소수의 문신들도 읍하며 다시금 자신의 관청으로 이동했다.
예는 남편의 위엄, 그리고 그에 따른 부하들의 군기와 그 정예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단연코 옛 고려의 왕, 혹은 지금의 부황에게서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이 도시, 마치 작은 도성과 같지 않은가.
아니, 오히려 개경과 건양을 비교해 봐도 같은 면적 당 주거환경의 쾌적함과 미관은 창양이 우위에 있었다.
그리고 민초들의 웃음까지도.
그녀는 앞으로 머무를 처소에 도착하자 상당히 놀랐다.
앞서 겁을 준 것과는 다르게, 예전 성화전보다도 더 큰 건물이 있었기에.
안은 휑할 정도로 텅 비어 있었지만, 그 크기와 생김새만큼은 상당히 위엄이 있었다.
높은 기단.
날렵하게 솟은 기와지붕과 날카로울 정도로 솟은 처마, 그 끝에 단정히 붙은 막새.
견고하게 쌓은 벽돌 벽과 기둥, 그리고 실험적인 구조들.
아직은 사람의 손길, 특히 여인의 손길이 닿지 않아 그저 삭막하기만 했지만 그 규모로 인한 위엄만큼은 괜찮았다.
상민은 나름대로 준비한 서프라이즈 파티를 보며 내심 지숙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본디 상민 자신이 머물던 곳은 꽤 허름한 집이었고 이를 고칠 생각은 딱히 없었다.
다른 곳에 쓸 인력을 괜히 낭비하는 것 같았기에.
하지만 어느 날 밤중에 지숙이 오더니 말했다.
- 부사, 모름지기 외교를 하는 것에 있어서 밖으로 보여 지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우리가 야인들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인데 이 도호부의 수장께서 이리 허름한 곳에 거처하시는 것은 위엄이 손상될 것이고, 위엄이 손상된다면 어찌 인과 예를 배우지 않은 야인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분명 우리를 무시하며 소란을 일으킬 것입니다.
상민은 반박을 하려다, 이내 논리에서 흠결을 찾을 수가 없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 자신이라고 풍찬노숙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그 때의 그 결정이 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A형 텐트보다 못한 곳에서 노숙을 할 수는 있지만 아내와 아들은 안 되니까.
“지난날, 그대의 말을 듣기 잘한 것 같구려.”
주군은 유독 가족에 대해선 팔불출이 따로 없다.
지숙은 머쓱해하며 화제를 돌렸다.
“부사께서 기꺼워하실 소식이 있어 빨리 전하고자 합니다.”
“그렇소?”
호기심을 자극하여 상관을 업무현장으로 복귀시킨 지숙이 도착한 곳은 권농서.
그 아들 인근이 상민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종종걸음으로 다가가 공손히 자루를 내밀었다.
"중랑장 황사의가 가져온 씨앗입니다. 지금 황 중랑장이 탈진하여 쉬고 있어 직접 보고를 못하는 것을 용서해주소서."
“설마?”
아들 대신 지숙이 입을 열었다.
“이것이 부사께서 저희에게 그리 강조하셨던 작물들의 씨앗 중 하나랍니다.”
상민은 대체 이것이 무엇일까 궁금해 하다가, 지숙의 표정을 보고 눈치챘다.
목소리가 절로 떨렸다.
“이게... 대체... 어떻게?”
“이것이 무엇이기에 그리 평정을 잃으십니까.”
도리어 자신의 격한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지숙이 되물었다.
그는 말을 하는 와중에도 믿기지가 않은 지 다시금 그 괴상한 씨앗을 들어보았다.
마른 탓에 쭈글쭈글해진 방울토마토 같이 생긴 것.
“씨앗 껍질, 아니 열매는 독성이 강하다 하니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답니다. 취급에 주의하소서.”
상민은 인근의 말에는 그저 대답하지 않고 그것을 살짝 찢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이.”
쪼개진 열매 사이로 조그마한 연갈색 씨앗들이 우수수 나왔다.
너무나 작고 초라한 씨앗.
하지만 상민은 그것들을 소중하게 쓰다듬었다.
대계를 위한 첫 번째 씨앗.
“고려를 구할 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