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으로(2)
뱃멀미가 조금 났다.
긴 항해에 흔들리는 배에서 적어놓은 것들을 보고 있으니 더 심해진 것 같았다.
얼른 눈을 돌려 저 멀리 지평선을 바라봤다.
거의 다 와 가긴 하는구나.
고려의 국경요새가 저 멀리 보였다.
당금의 고려는 건양에 둥지를 튼 후 당연히 그곳에만 머물지 않았다.
건양 외곽의 미개척 토지도 아직 널려 있는 상황이지만 그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토지는 넓고 노동력은 적으니 인구수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니까.
또한 수도 주변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선 완충지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북쪽의 노천 철광석 광산에 적석(赤石)이라는 작은 마을을 두었고,
서쪽의 큰 강 옆에 교하(交河),
그리고 동쪽 우리가 처음에 배를 타고 온 방향 쪽의 장소를 동원(東元)이라 이름 붙였다.
딱히 참치가 잡히는 것 같진 않다.
전략적 광물 철광석의 산지인 적석을 제외한 나머지 두 거점은 경제적 자립의 기능이 없고 위급상황 발생 시 언제든지 주둔군을 해상이나 육지로 철수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주둔군이라고 해 봤자 오 백 명도 되지 않았고 일반 농민은 아예 없었다.
상민의 일행은 그 중 고려의 서쪽 끝에 위치한 교하에 도착했다.
물론 이곳이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꼭 부풀어 오른 빵 같단 말이야.’
고려의 영토는 초기와 비교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커졌으나 실속은 없었다.
‘우리는 그 빵의 겉에 박힌 건포도가 되겠지.’
누군가 그 빵을 먹으려면 제일 먼저 입을 댈 먹음직스러운 부분.
상민이 설치할 거점은 변방 제일 먼 곳에서 이민족들을 우선적으로 억제하는 도호부(都護府)로서의 기능을 해야만 했다.
“잠시 쉬었다 가자.”
군 주둔지는 정말 작았으나 방어적 기능은 제대로 되어 있었다.
강을 낀 주둔지 반대편을 넓게 둘러싼 2.5미터 정도의 토성과 그 밑의 1.5미터 정도의 깊은 해자, 그리고 토성을 보강하는 목책들.
난공불락이라 볼 수는 없었지만, 언제든지 버리고 튈 용도로는 제격이다.
“부마께서 오신다는 전갈은 이미 받았습니다.”
“고생이 많구려.”
언제부터 내 직책이 부마가 되어버린 건지.
군 주둔지 최고책임자는 좌별초 조시적 낭장이었다.
면식도 있고 성격도 유하여 모난 구석이 없었기에 사이도 나쁘지 않았다.
문경과도 조금은 친하다고 들었는데 사실인 것 같았다.
둘이 서로 눈인사를 하는 것이 보였다.
또한 별감의 측근이기도 했지.
측근 장수를 보낼 정도로 중앙의 상황이 좋은 건가.
아니면 그를 못 믿어서 감시역을 파견한 걸까.
그는 의심과는 별개로 도리어 살갑게 굴었다.
같은 배를 탄 처지라는 것을 어필이라도 하는 것처럼.
“변방에 나와서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그대와 같은 무신들이 있기에 고려가 평안한 것이 아니겠소?”
조금 꿍쳐온 맥주들 중 몇 통을 그에게 주니 그의 입이 찢어지려 했다.
“이것은, 소장이 받을 수 없는 것인데...”
“양이 적어 대취할 만큼 마시지는 못하겠으나 가끔 적적함을 달래기에는 좋을 것이오.”
“이...이러시면.”
“어허, 주는 사람 팔 빠지겠네!”
시적은 그 맥주 통들을 몇 번 겸양한 것 치고는 소중히 쓰다듬고는 부하들을 불러 안전한 곳에 보관해놓으라고 지시했다.
- 하하하!
- 허허허!
맥주 몇 통에 분위기가 절로 화기애애해졌다.
시적은 그들을 맞이하는 조촐한 연회를 열었다.
어느새 고려의 명물이 되어버린 물쥐(뉴트리아)고기를 뜯으며 상민이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그대는 얼마에 한 번 교대하는 게요?”
“소장은 대충 4개월에 한 번 교대합니다. 후임으로는 누가 올지는 모르겠군요.”
“가족이 있는데 적적하시겠소?”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좋구려.”
상민은 어느새 그 핵노맛에 적응이 되어버린 맥주를 내려놓고 물었다.
“그렇다면 이 인근의 지도는 아직 완전 밝혀진 것이 없는 게요?”
“예. 탐사할 여력도 없고 이유도 없는 셈입니다. 또한 소규모의 정찰대를 파견해 본 결과 끝도 없는 평야지대가 펼쳐지기에.”
“탐은 나는군.”
“맞습니다. 하지만 뭐 농사 지을 사람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겠지요.”
“야인들의 동태는 어찌 돌아가는지 아는 바가 있소?”
시적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것이 좀 이상한 구석은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소장의 어설픈 사견이라 어찌 말을 해야 하는지.”
“그대의 사견이라도 듣고 싶소이다.”
상민은 흥미가 동한다는 표정으로 가까이 당겨 앉았다.
그가 몇 번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몇 번 거듭된 토벌로 건양 주위의 부족들이 사방으로 밀려나 근방에서 위세를 떨치는 놈들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놈들이 꽤 많이 모여 있지요.
건양은 건드리지 못하더라도 교하를 위협하기 충분한 규모의 부족들인데 어찌하여 남하를 하지 않는지 궁금하여 관찰을 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알아낸 것이 있소?”
“이쪽에 있는 부족들이 강 건너편의 부족들과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강 상류에서 야인들의 시신이 둥둥 떠내려 온 적이 몇 번이나 있었으니 말입니다.”
“저들끼리도 싸운다 이 말이군.”
“예.”
상민은 생각에 잠겼다.
맞는 말이다.
이 넓은 땅에 유랑하며 사는 민족이 하나의 균질한 단체라고 보는 것이 웃긴 소리였다.
‘나도 참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군.’
한반도 북쪽에도 수많은 이민족들이 나뉘어 있었다.
조선시대 여진족도 해서여진, 건주여진, 야인여진으로 나뉘어 있었고 같은 계열이라고 보이는 여진도 유심히 살펴보면 몇 개의 부족으로 쪼개져 있었으니까.
그들은 한반도 국가와의 사이보다 그들 부족끼리 사이가 더 안 좋았던 경우도 많았다.
‘흐음.’
강 건너편의 원주민들이라.
흥미롭다.
강 이쪽, 건양 주변의 원주민들과 고려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고려의 계속된 토벌로 엄청난 숫자가 죽었고 엄청난 숫자가 노비로 끌려왔으니까.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들이 다짜고짜 고려의 척후를 공격했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았으나 명분은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다.
세상 어떤 민족이 자기 땅을 침범하는 데 그냥 넙죽 어서옵쇼 하고 반기겠는가.
‘유랑 민족에게 그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는 차치하고.’
물론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 생각은 없다.
이 시대는 오로지 힘의 논리가 우선하는 시대이니.
저들이 기마를 가지고 강력한 지도자 아래 단합한다면 제2의 몽골이 되어 건양을 침략할 지 누가 알겠는가.
가만히 있었던 고려가 몽골에게 죽기 직전까지 얻어터진 것처럼 결국 국가는 힘이 있어야 했다.
힘이 곧 정의다.
그렇다고 매번 피를 흩뿌리는 전쟁을 할 이유는 없었다.
하루하루 발전해 나가는 시점에서의 시간과 내정이란 금처럼 귀해 아무리 전쟁에서 승전보를 울린다 하더라도 그것은 피로스의 승리가 될 가능성이 컸다.
이이제이(以夷制夷).
만고의 대전략이지.
그리고 원교근공(遠交近攻).
가까운 곳을 토벌하고 먼 곳과 친하게 지내는 전략과도 이치가 통했다.
상념에 빠진 상민은 시적의 물음에 정신을 차렸다.
“부마께서는 어디로 향하실 요량이십니까?”
“교하보다는 서쪽으로 가는 것이 맞지 않겠소?”
“그러려면 강 건너편을 가야 하는데, 꽤 멀고 험할 것입니다. 어떤 놈들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실 테지요.”
시적은 건양에서 가져온 그의 지도와 현지에서 업데이트 된 지도를 비교해 가며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우리 요새와 접해있는 넓은 강의 이름은 임시로 광하(廣河)라 부르고 있습니다. 저 쪽의 강은 아직 이름붙인 것이 없으나 이쪽만큼 넓고 길다 합니다. 양 측의 강이 맞닿는 이 지형은 일견 매우 비옥하고 좋게 보이지만 자주 범람하는지 습지가 많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도시를 건설하기에는 별로 좋지 않겠구려.”
“예. 반대편 강의 남쪽은 지반이 높고 단단한 곳이 많아 그보다는 좋겠습니다. 그러나 야인들이 자주 관찰되는 것이 흠이지요.”
시적은 몇 마디 말을 덧붙였다.
“또한 별감께서는 부마께서 너무 먼 곳에 자리 잡으시면 보급의 문제도 있고 하니 건양과는 되도록 가까운 곳에 자리 잡길 원하실 터. 차라리 그냥 이 강의 하구 부분에 거점을 세우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교하 맞은편에 말이오?”
“예, 바다와 접해 있는 것이 접근성이 매우 편할 것입니다.”
거기 바다 아니라니까 그러네.
시적이 지도에서 콕 집은 곳은 아주 유명한 곳이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위치한 곳.
바다와 다름없는 라플라타 강을 끼고 있어 매우 접근성이 좋았다.
괜히 스페인의 리오데라플라타 부왕령의 수도가 자리한 곳이 아니었다.
상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 장점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
지금 당장 건양의 수군이 포위한다면 옴짝달싹 못하다 죽을 그러한 도시라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상민으로썬 앞으로 도래할 화약의 시대와 식민시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기에.
이 시대에 한 나라의 수도가 완벽하게 바다와 접해 있으면 매우 위험하다.
물론 수도는 수원지로 삼을 강과 접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륙에는 위치해 있어야지.
그래야 강어귀에 방어시설도 건설하여 어느 정도의 저지력을 갖출 수 있을 거니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며 살펴보자.’
지도상으로 위치는 좋은 곳들이 있을 테지만 부동산 매물을 살 때에는 직접 봐야한다.
여러 단점들이 거래한 뒤에 우르르 튀어나오지 않으려면.
“그대의 말이 참으로 도움이 되는구려.”
현지 정찰대의 도움을 받아 주변 지도를 갱신하고 상민은 다음날 다시 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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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하에서 출발하여 이름 없는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이제부터는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지도를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가면서 지도를 그려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큰 삼각주를 지나고,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 마냥 고차원적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강가를 따라 간다.
공기는 맑고 깨끗하다.
혐기만 조금 없었으면 좋겠는데.
이놈의 땅은 모기가 왜 이리 많은지.
하긴 팜파스의 온화한 기후는 사람에게도 살기 좋지만 그놈들 입장에선 사시사철 영업시간이겠구나.
- 찰싹!
‘미치고 팔짝 뛰겠네.’
피를 잔뜩 머금은 모기가 곤죽이 되어 손바닥에 누워 있었다.
모기만 제외하고는 날씨는 정말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따뜻하고 바람이 불 때는 시원하다.
거대한 평야에 지는 해는 매번 봐도 질리지 않는 장관이다.
건양에서 출발할 때 먹구름이 잔뜩 끼었던 장수들의 기분도 엊그제 조촐한 연회 덕분에 조금 풀린 듯 했다.
“속이 다 시원합니다.”
“외유를 나간다 생각하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습니다.”
처음에는 외지로 나가 고생한다는 인식 때문인지 이 처분에 대해 신의군 내에서 격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건의한 상민이 절로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 사실이 알려졌으면 정말 하극상이라도 일어났을 법 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외부에 나가서 눈치 볼 것 없이 지낼 수 있고, 나름대로 구색을 갖춘 지원도 있었으니 차라리 이 상황이 더 낫다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 것 좀 보소! 이 물고기 참 못생겼구려!”
갑판에서 낚시를 하던 사의가 생전 처음 보는 물고기를 낚았다며 난리법석을 피웠다.
주위의 장수들이 신기해하며 그것을 뜯어보았다.
“이빨이 날카로운 것이 잘못 물리면 애 좀 먹겠네.”
“구워 볼 텐가? 맛이 궁금한데?”
“생긴 것은 꼭 네놈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박량과 사의가 한바탕 엉겨 붙는 것을 무시하며 상민은 그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생김새에 피식 미소지었다.
‘영화로만 보던 물고기를 실제로 볼 줄이야.’
한국에서도 수족관에는 몇 마리 있긴 하겠지만 그에게는 참 생소한 물고기였다.
피라냐(Piranha).
공포...라기엔 너무 B급 감성이 짙은 영화에나 등장하는 단골 생선이다.
과연 아랫니가 툭 튀어 나온 것이 흉악해 보였다.
종류가 수십 가지가 넘겠지만.
“이 놈의 이름은 피라나(鈹邏懧)라 하지.”
“왜 그렇습니까?”
유일하게 한문을 아는 연수가 궁금한 듯 물었다.
“이빨은 창날처럼 날카로우니 피(鈹)요, 무리지어 순라하고(邏), 혼자 있을 때는 겁이 많고 나약하니 나(懦)라 하는 것이다.”
“?”
연수의 두 눈이 의문을 가득 담고 있었다.
미안, 무리수를 뒀나봐.
다른 이름 짓기가 귀찮아서 저렇게 지은거야.
피라나 이름도 느낌 있잖아.
“대체 형님은 어찌 그 사실을 알고 계시는 겁니까?”
그의 질문에 상민 대신 문경이 투덜대었다.
“강휘 형님이 저러는 거 하루 이틀이냐, 그냥 그러려니 해라.”
“아니, 평소에도 형님은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 같습니다. 온갖 이상한 것까지 다 알고 계시니 아우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상민은 너스레를 떨었다.
“어찌 참새가 대붕의 뜻을 알리오.”
“......”
잡담을 나누는 사이에 문득 시간을 재보니, 어렴풋하게 목적한 곳에 다 온 것 같았다.
노를 저으며 올라온 까닭에 꽤 많은 거리를 이동했을 것이다.
상민은 강기슭을 천천히 살폈다.
굽이치는 강기슭의 분위기가 어느 순간 바뀌어 있었다.
‘이젠 습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수림 너머로 고저차가 살짝 느껴지는 야트막한 언덕도 보이는 것이 겉보기에는 훌륭하다.
그는 똘똘이와 군마 몇을 하역하고 소규모의 척후대만 대동한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서 갑주를 벗고 나무를 타고 올라 사방을 바라보니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젠장, 쉽지 않을 건 알고 있었는데.”
머릿속에 생각한 여건과는 조금 떨어져 있었다.
같이 고생을 하는 부하들에게 미안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살 곳인데.
“여기는 주변에 고지대가 없고 너무 평탄하다. 다른 곳을 찾아보자.”
“예, 알겠습니다.”
“여기도 탈락.”
“예”
“아까 거기보다 좋지 않은 곳인데? 좀 더 가보자.”
“...예”
“아니다, 차라리 아까 본 곳이 제일 낫겠구나. 건양과도 가깝고 말이야.”
“......”
그는 결벽증에 걸린 사람처럼 예민하게 굴었다.
대업을 이룰 장소인데 함부로 결정할 수는 없었다.
거의 삼일이나 배에서 오르락 내리락 개고생을 한 신의군들이 마침내 상민의 얼굴에서 만족한 표정이 떠오르자 제각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배들에서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드디어 도착이다!"
사람들이 감격의 목소리를 내었다.
땅에 입맞춤을 하려는 자도 있었다.
새 터전을 향한 경배의 몸짓이라고 해석해야 하나.
상민은 고개를 돌려 배들을 바라봤다.
식량과 물자를 하역한 배들은 휴식을 취하고 텅텅 빈 채로 다시 건양으로 돌아가리라.
앞으로 몇 번 더 군량을 가져다주긴 하겠지만.
정말 목줄이 중손에게 잡힌 느낌인데.
자신들이 온 길을 지도에 다시 한 번 기록하던 연수가 입을 열었다.
"형님, 이곳을 무어라 할까요?"
상민은 수통을 꺼내 목을 축이고는 나뭇가지를 들어 바닥에 슥슥 한자를 썼다.
"창양(昌陽)"
연수가 바닥에 쓴 글자 그대로 적으려 하자 상민은 만류했다.
"너무 야심만만한 이름이니 윗선에 보고할 땐 바꿔야지. 창양(蒼陽)으로 써 넣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