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3화 (3/653)

Universal Kingdoms(2)

‘한반도를 보자.’

대저, 그에게 있어서 대전략게임이란 결국 자국 딸딸이에 불과했다.

월드워즈나 임페리얼 렐름을 할 때 다른 나라들을 제 아무리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해보려고 해도 결국에는 동쪽의 퍼런 것을 완성하는 것이 매번 상민의 레퍼토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최애 게임 유로피안 킹즈에선 동아시아를 전혀 플레이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불합리했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유니버설 킹덤즈가 나와 자신의 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달래주니 다행이었다.

‘흐음.’

기원후 1000년 이후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역사는 고려 왕조 이후부터 선택이 가능했다.

당연히 고려지.

물론 게임을 가급적 오래 해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고려의 근본은 말해 무엇하랴.

한민족의 얼과 정신이 담긴 국호다 이거야.

아무리 뭐 한반도 역사에 고조선이 있었다지만 국호 자체의 사용을 명나라에게 허락받은 조선?

아 이건 좀.

상민은 일단 고려를 선택하고 국가의 특징을 뜯어보았다.

‘다른 건 쥐뿔도 없는데 핵심 영토 방어만 높은 편이네.’

고증은 맞다. 너무 잘 맞다.

심지어 여요전쟁과 여몽전쟁의 판도도 세밀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장수들의 이름과 능력치 또한 마찬가지.

역사적 사실 고증은 솔직히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울 지경이다.

어디 유능한 동양사학자라도 뽑았나.

거대 모드의 모드제작자답게 그는 넘치는 탐구욕을 절제하지 못하고 게임 하기도 전에 알트 텝을 눌렀다.

그리고는 게임 파일을 뒤적이며 다른 고려 이벤트 체인 및 플레이어블 캐릭터 파일을 뜯어 보았다.

‘그래 이 놈들아. 니들도 마음먹고 하면 이렇게 할 수 있잖아.’

양놈들 특유의 일뽕은 아직 건재한 모양이지만. 한반도 국가들도 유럽 메이저 국가들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정도로 사실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를 비롯한 국산 명품 흑우들이 많아지면서 어쩔 수 없더라도 신경을 써야만 했겠지.

게임을 한답시고 파일을 뜯어보길 몇 시간, 열 두 시 직전이 되어서야 그는 첫 시나리오를 결정할 수 있었다.

‘아, 그래도 처음 하는 게임은 좀 화끈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 게임도 모순사 특유의 불친절한 가이드라인과 방대한 인터페이스, 그리고 초심자에겐 괴랄한 난이도로 적어도 500시간이 넘어야 뉴비 딱지를 뗄 수 있겠지.

자신이 전 시리즈 고인물이라도 지금은 0시간 한 핵뉴비에 불과하다.

그는 손을 풀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화면을 띄웠다.

‘아 역시 점수 제한 있었네.’

사기 캐릭터를 방지하고자 특성 총 점수 제한이 있었다.

이 게임은 이상한 것이, 개인의 능력치 점수가 나오질 않았다.

대신 특성들로 그것을 대신했는데, 특성의 종류가 정말 엄청나게 많았다.

특성은 나라의 군주들과 장군, 문신들의 능력으로 국가와 단체에 이로운 효과를 주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절세의 능신이나 명장, 명군은 좋은 특성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으니까.

마치 이분처럼.

강감찬(姜邯贊)

- 불굴의 의지, 카리스마, 통찰력, 전술의 천재, 대담함, 근면함, 문무겸전.

한반도 삼대 명장의 다른 두 분도 아마 비슷하게 사기 특성을 가지고 계시겠지.

반면 안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서, 그들은 희대의 간신이나 암군으로 꼽혔다.

아 정정하자, 절세의 간신은 그래도 사악하지만 유능한 특성을 가지고 있긴 했었다.

이자겸이나 최우가 그런 예다.

반면 암군(暗君)인 런조나 런도못한조는 들먹이지도 말자.

자신의 특성을 세팅하려고 옆의 특성 목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본 상민은 갑자기 한 가지 궁금증이 들어 모딩툴을 키고 특성파일을 뜯어보았다.

‘역시 이럴 줄 알았다.’

불로불사(不老不死, Immortality)

고인물에겐 게임을 십노잼으로 만드는 특성이긴 했으나, 컨셉을 잡고 자신의 캐릭터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계속 살아 나가는 것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긴 했다.

물론 만능은 아니다. 전장에 나가 활 맞거나 칼 맞으면 그냥 죽는 거다.

하지만 질병과 독살에는 면역이라 군주로 플레이할 시 엄청난 메리트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페널티가 몇 가지 있긴 하지만.’

왜인지 인게임 캐릭터 커스터마이저에선 선택 자체를 할 수 없었지만 이 정도 장애물을 바꾸는 것은 그에게 있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분도 채 되지 않아 표적 파일을 손봤다.

짜고 짠 100 포인트에서 숫자 하나를 더 추가해 1100 포인트로 늘리자 여러 특성을 덕지덕지 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불로불사 하나가 천 포인트를 집어먹긴 한다.

늘리려면 한없이 늘릴 수 있었지만 먼치킨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 그냥 하기로 했다.

불로불사를 넣고, 백 점을 채우려 몇 가지 특성도 좀 넣고.

“이 정도면 딱인데.”

이제 슬슬 시작해도 되겠는데.

여몽전쟁기.

고려의 가장 암흑의 시대라 불릴 수 있을 정도로 끔찍한 시기.

나라가 개경 조정과 삼별초로 쪼개져 내전 급의 충돌을 치룬 시기였다.

물론 두 단체의 체급 자체를 비교할 순 없겠지만.

그래서인지 삼별초를 선택하자 게임 내 자체 난이도 표시기에서 무지막지한 수치가 적혀 있었다.

정식 조정도 아니고 심지어 반군이다.

또한 고려는 현재 무시무시한 세력을 자랑하는 몽골 제국의 종속국이라 종주국과도 싸워야 했다.

‘뭐 어때. 못 버티면 대만으로 런하지 뭐.’

어차피 자신의 캐릭터는 이모탈이 걸려 있다.

길게 보고 대만에서 존버하면서 남방정책을 실시하면 그것도 꿀잼일 수 있었다.

“음, 역사적 주요국 버프는 그대로 가고... 인물의 유사성도 조금 높게 설정....”

하나하나 체크해 가던 상민은 맨 마지막 작게 쓰인 이상한 항목에 잠시 머리를 갸웃거렸다.

이것만은 붉은 색 표시에 폰트가 굵었는데, 누가 봐도 호기심을 자극하게 생겼다.

-실제 역사 반영-

클릭해보니 체크 표시가 뜬다.

게임 실행을 눌러보니 당혹스러운 문구가 화면에 팝업되었다.

[Warning] You can ACTUALLY change world history.

뭐라는 거야? 당신은 실제로 세계 역사를 바꿀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도 알 법한 단순한 문장에도 내가 영어를 잘못 배웠나, 그는 잠시 머리를 굴렸다.

‘이게 바로 양놈들 유우-먼가.’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클릭을 한 다음 머리를 긁었다.

‘업적 달성하라는 뜻인가.’

시작 세력 : 고려 반군 ‘삼별초’

시작 위치 : N34.6, E126.3

시작 인물 : 미확인 캐릭터.

시작 시간 : AD 1270

그러고 보니 맥주가 비었다.

어쩐지 허전하드라.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확인 창을 누르며 일어나는 순간 상민이 갑자기 휘청거렸다.

다리에 쥐가 난 모양이다.

키보드를 무심결에 주르륵 누르며 책상에 기대 겨우 자신의 몸을 지탱한 상민은 인상을 찌푸렸다.

시야가 제멋대로 일그러진다.

땅이 핑핑 도는 느낌.

대학 시절, 새내기들 앞에서 폼 잡느라 호기롭게 조별 술 대전에서 선봉장으로 나서 소주와 이온음료를 일대일로 섞은 니함뒤져봐라 칵테일을 그릇 째로 들이킨 기분이다.

‘이 무슨?’

시야가 흐릿하다.

졸음을 참을 수 없다.

억지로 눈을 떠 보려 하지만, 이미 육체는 정신의 통제를 따르지 않았다.

그가 술 하루 이틀 마셔봤겠나. 이건 정말 취하는 것 정도를 넘어섰다.

그래, 마치 예전에 했던 수면 대장 내시경 같은 느낌이다.

의식이 넘어가는 와중에도 그는 투덜거렸다.

아 새로 산 폰 액정 깨지면 안 되는데...

상민이 쓰러진 컴퓨터 화면에는 다른 내용이 팝업되어 있었다.

쓰러진 상민이 키보드를 잘못 누른 탓에, 컴퓨터는 랙이 걸린 듯 버벅거렸다.

시작 세력 : 고려 반군 ‘삼별초’

시작 위치 : - N34.6, E126.3

시작 인물 : 미확인 캐릭터.

시작 시간 : AD 1270

[시작 위치 오류.]

[위치를 재설정 중입니다.]

시작 세력 : 고려 반군 ‘삼별초’

시작 위치 : S34.62 W53.77

시작 인물 : 미확인 캐릭터.

시작 시간 : AD 1270

[시나리오 실행, 파일을 불러오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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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기 안 옴?]

작성자 : 개드럭만10새기

내용 : 유니버셜 킹덤즈인가 뭐시기 뇌피셜 행복회로 어그로 끌던 새기 요즘 보임?

- qwerty1234

그러게 요즘 ㄹㅇ 안보이던데

컨셉 잡고 연재한다는 기분으로 보면 꽤 재밌었는데ㅋㅋ

- TRUEROMEISOTTOMAN

그래도 그 인간이 만든 예전 월드워즈 국뽕 모드 잘 하고 있었는데 ㅋㅋ 아마 모드 업뎃 빨리하라는 인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정신이 나가버린 게 아닐까?

- PolskaSTRONK

(폴란드볼이 우는 이모티콘)

- 개소리하는사람

닉언ㅈ목좀 하지마 ㅂㅅ들아

- GermanDanzig

언제부터 연재작가, 모더 언급이 ㅈ목이었음?

- 룸아니야

아 ㅋㅋ 모순사 샛기들이 그런 갓겜을 만들겠냐고 ㅋㅋ

- 환단개고기

아 돌아와 ㅡㅡ 국뽕모드 2.4.0 업뎃하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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