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156화 (156/156)

# 156

외전 Chapter - 2017 WBC (5)

[2017 WBC 결승전이 진행되는 이곳은 LA 다저스의 홈 구장인 다저스타디움입니다.]

[현재 1회는 양팀 모두 완벽하게 막힌 상태인데요. 빠르게 2회 초로 경기가 이어집니다.]

타자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단번에 공략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한 있으나 마나 같은 느낌이지만 100구의 제한도 어느정도 활용할 필요가 있었기에 1회의 탐색전은 좋은 판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10구와 14구."

"이 간격이 더 벌어지느냐 마느냐가 관건이겠군."

"한쪽은 완봉을 하고도 남는 숫자고 다른쪽은 7이닝 페이스."

"7이닝이 절대 모자란게 아닌데 다른쪽이 너무 압도적이라 눈에 띄는군."

딱!

[2루수 잡아서 1루로! 단 1개의 공으로 4번 타자를 처리하는 박유성!]

[이러면 박유성 선수는 더욱 여유로워지죠.]

[네, 1회에 10개를 던졌다면 이번에는 그보다 적게 던지겠다는듯한 기세네요.]

이렇게 맞춰잡는 피칭이 가능한건 유성이 1회에 완벽하게 미국 타선을 찍어눌렀고, 그로인해 미국 타자들이 공세로 방향을 전환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5번 타자를 2구만에 처리하고, 6번 타자도 삼구삼진으로 해결하며 이번 이닝에는 아예 단 6개만을 던지며 2회를 마무리한 유성이었다.

"...더 벌어지는군."

지금의 이닝으로 유성은 만약에 경기가 연장으로 접어들었을때 9이닝 이상이 가능한 수준에 올라섰다.

"어차피 연장으로 가면 승부치기가 있잖아? 버틸 수 있다면 우리가 이길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그래. 거기까지 버티는게 험난할꺼 같지만..."

곧 바로 이어진 2회 말.

스트로먼은 한국의 4번이자 지난 시즌까지 메이저에서 뛰었던 이대오를 보며 조금은 공격적인 피칭을 시작했다.

팡!

'의식했군.'

3개국 프로리그를 모두 경험한 그였기에 스트로먼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었고, 기다렸다는듯 2구째를 받아쳤다.

딱!

[쳤습니다! 유격수 아슬하게 잡지 못하는 곳에 떨어집니다!]

[이대오의 안타가 터지며 오늘 경기 첫 안타가 나옵니다.]

[좋습니다. 기세를 잡았어요.]

거기에 대응하듯 바로 뒤에 있던 손아성도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타구는 다시 한번 내야를 벗어났다.

[연속 안타! 순식간에 무사 1,2루가 만들어집니다!]

[1회에 잘 막았던 스트로먼이 갑자기 흔들리네요.]

[아무래도 박유성 선수를 의식했나보네요. 박유성 선수가 2이닝동안 겨우 16개만 던지니 의식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사실 유성의 성적이 너무 터무니 없었다.

겨우 16개의 공을 던졌는데 동시에 삼진을 4개나 뽑아냈기에 이 경기를 배움의 장으로 하려던 스트로먼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좋아. 계속 밀고 가자!"

대한민국에게 아쉬운 점은 오늘 미국 투수들의 공을 받고 있는게 다른 포수도 아닌 버스터 포지라는 점이었다.

"침착해. 배움의 장으로 하겠다면서 그렇게 의식하면 어쩌자는거야?"

"솔직히 저걸 어떻게 의식을 안 하겠어."

"뭐... 나도 저녀석 상대할 자신이 없기는 한데."

이미 몇번이고 붙어봤던 버스터 포지였기에 유성을 상대할려면 작정하고 붙어야하는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전력은 최고의 전력도 아니고 유성을 상대하고 있는 스트로먼도 아직 최고의 투수는 아니었다.

유성과의 경기에서 배우겠다는 소리가 나온것도 다 그런 의미에서였다.

'트라웃이나 올려다가 못 온 슈어저라도 있었다면...'

스트로먼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자신의 위치로 돌아온 포지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음 사인을 보냈다.

"아깝네."

"뭐가?"

"아니, 유성이 표정이 왠지 아깝다는 표정이야."

"...그런가?"

사실 조건만 맞았으면 트라웃은 물론 브라이언트나 코리시거 같은 선수까지 모두 합류 할 수 있었던 미국 대표팀이었다.

하지만 이미 유성을 차출한 것으로 큰 지출이 있었던 컵스가 브라이언트를 지켰고, 그것을 보고 각팀의 코어 일부도 불참을 했다.

"지금 전력도 터무니 없는데 100%가 아니라서 그렇다고?"

"헐..."

유성과 자주 이야기를 하던 김태곤이나 주환에게 물어본 선수들이 상황을 파악했을때 벤치에 있던 또 다른 베테랑들이 상황을 정리했다.

"괜히 시즌 시작 전부터 저녀석한테 깨져서 사기라도 떨어지면 곤란하니 막은거 같은데?"

"아무래도 그렇죠? 풀전력을 쓰고 완봉으로 털리면 좀 그럴테니..."

대한민국 선수들 입장에서 유성이 완봉을 거두는건 기정사실이었다.

그러는 사이 스트로먼이 가까스로 2아웃을 잡아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이대오가 기상천외한 주루 플레이를 보여주며 홈에 들어왔다.

[세이프! 이대오 선수 저 체구로 저 움직임이 말이 됩니까!?]

[감탄 밖에 안 나오네요.]

직접 보고도 말이 안 나오는 득점이 나오며 대한민국 벤치의 분위기는 최고조로 올라갔다.

이른 실점에 스트로먼이 살짝 흔들렸으나 1루의 엄청난 호수비 덕분에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는 않게 되었다.

"끝났군."

"결승전에서 이 1점은 너무 커."

"박유성이 1점 정도 실점을 할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흐름이면 대한민국이 더 앞서나가는게 빠르겠군."

게다가 스트로먼이 2회에 던진 공은 무려 16개로 유성과의 간격이 더욱 벌어지게 되었다.

"16대30."

"이게 현재 박유성과 녀석의 격차로 볼 수도 있겠군."

"뭐... 진짜 될 녀석이면 이걸 발판으로 성장하겠지."

단 1점이지만 그 점수는 유성에게는 매우 충분한 점수였다.

3회 초에 만난 그 타자만 아니었다면 말이었다.

빠르게 선두 타자를 처리한 상황에서 만난 타자는 지안카를로 스탠튼이었다.

'이번 시즌에 건강한 스탠튼이 어떤 타자인지 보여주지.'

다시 말하자면 스탠튼의 각성 시즌이 바로 2017 시즌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녀석의 위압감은 보통이 아니었다.

[스탠튼과는 처음 붙어보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사실 오늘 미국이 선발로 내세운 선수 대부분이 처음 상대하는거지만요.]

[그렇죠. 일단 박유성 선수가 잘 막아내고 있는데 이 타자는 좀 우려가 되네요.]

[파워 하나는 메이저리그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타자니깐요.]

팡!

단번에 98마일(158km)까지 올라온 구속은 유성이 스탠튼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오늘 경기 가장 빠른 공이 96마일이었던 박유성 선수가 단번에 98마일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박유성 선수도 아는거죠. 스탠튼의 위험성을 말이죠.]

"그 박유성이 날 상대로 전력을 보이려 하다니 기쁘구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집중력을 더 끌어올리기 시작한 스탠튼은 유성의 다음 공을 그대로 넘겨버리겠다는듯 풀스윙 연습을 한번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터무니 없군. 박병후 선배도 저정도는 아니었어.'

공을 던지는게 아님에도 김태곤은 반사적으로 긴장감을 끌어 올렸고, 그로인해 사인 내는 속도가 느려졌다.

다행인건 유성이 눈치채고 대신 사인을 보내면서 상황이 정리 되었다는 점이었다.

팡!

2구째는 간발의 차이로 존에 걸치는 슬라이더.

이 공은 확실히 곤란했는지 스탠튼은 주심을 슬쩍 보았으나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다시 유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포심과 슬라이더로 2스트라이크를 잡았지만 사인 교환이 길어지고 있네요.]

[오히려 마무리가 더 어려운거겠죠. 잘못 맞으면 그대로 담장으로 날아갈 수 있으니깐요.]

- 저녀석이 그렇게 위험한가?

- 박병후가 커피면 저녀석은 TOP다.

- 좀 유리몸인가 보네?

ㄴ 그래서 풀스탠튼은 최소가 50홈런이라는 소리가 있지.

ㄴ 메이저 50홈런이면 보기 힘든거 아니냐.

약의 시대가 끝난 이후 50홈런을 보기 힘든 기록이 되었다.

그렇기에 풀시즌의 스탠튼은 여기서 전조를 보여주었다.

딱!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타구가 파울라인의 담장을 넘어갔다.

파울 홈런이었음에도 모든 선수가 얼어 붙었다.

유성은 오히려 기다렸다는듯 다음 공을 이어갔다.

다시 한번 파울이 나왔고 이번에는 펜스에 직격하는 타구가 되었다.

"투구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군."

"이래도 스트루먼보다 적을꺼 같지만."

딱!

[쳤습니다! 담장! 넘어가느냐! 넘어가느냐! 중견수 펜스...펜스를 이용해서 잡아냅니다! 엄청난 호수비가 나옵니다!]

"와우..."

"어메이징."

메이저리거들이 봐도 터무니 없는 호수비가 나왔기에 모두가 놀랐고, 홈런이 되는줄 알았던 유성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3회를 마무리 했다.

[다시 봐도 엄청난 수비네요.]

[두 선수의 대결에서 갑자기 날아오르며 끼어든거 같네요.]

그만큼 엄청났던 호수비를 뒤로 하고 1대0의 리드를 지켜낸 대한민국 대표팀은 더욱 기세가 오르기 시작했다.

반면 미국은 그나마 대등하게 붙던 스탠튼이 엄청난 수비에 막히자 기세가 꺾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차이는 WBC 결승전이라는 무대에서 크게 작용하게 되었고, 결국 추가 실점을 하게 된 스트루먼은 5이닝 2실점으로 물러나게 되었고, 미국 불펜도 1점을 더 내주며 순식간에 스코어는 3대0으로 벌어지게 되었다.

유성의 경우 6회에 다시 스탠튼을 상대하게 되었지만 5회에 수비 실책으로 주자를 보내며 퍼펙트가 깨졌기에 예상 외의 고의사구로 스탠튼을 치워버렸다.

덕분에 스트루먼과 달리 유성은 순조롭게 8이닝을 87구만에 소화해내며 완봉을 코 앞에 두게 되었다.

[엄청난 피칭입니다. 고의 사구 1회와 실책 1번으로 단 2번만 주자를 허용한 박유성이 이제 9회의 마운드로 향합니다.]

[동시에 노히트 노런이라는 대기록까지 단 3개의 아웃카운트만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더 끌고 갈 이유가 없었기에 유성은 빠르게 9회 초의 마운드로 향했고, 미국 타자들도 그로인해 빠르게 타석에 들어서야했다.

딱!

[높게 뜨는 타구. 좌익수가 전진해서 잡아냅니다.]

[이제 2개 남았네요.]

팡!

[헛스윙 삼진! 여기서 오늘 경기 15번째 삼진을 잡아내는 박유성!]

[WBC에서 15K는 최다 기록이었죠?]

[네, 이미 3경기 누적으로 40K가 넘은 박유성이 단일 경기 삼진도 자신의 것으로 만듭니다.]

[정말이지 WBC 역사에서도 길이 남을 선수로군요.]

노히트를 깨기 위해 9회에 3장의 대타를 투입한 미국이었지만 이젠 경기 종료까지 단 1개의 아웃카운트만이 남게 된 상태였다.

"예상했지만 정말 졌군."

"노히트씩이나 주게 될줄은 몰랐지만 말이죠."

만약 유성이 안타를 1개라도 맞았다면 9회는 오승훈의 무대였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록이 걸렸기에 유성이 그대로 이어가게 되었고, 이제 마지막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쉴틈 없이 밀어붙이죠."

"그래."

마지막으로 김태곤과 이야기를 마친 유성은 뒤에 있는 수비수들을 한번씩 보고는 마운드의 발판을 밟았다.

그렇게 WBC가 마무리 되었다.

팡!

"스트라이크!"

마지막 순간에 기록된 100마일의 포심으로 마지막 타자를 유성이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말이었다.

[경기 종료! 2017 WBC 결승전의 승자는 대한민국 대표팀입니다!]

[그 정점에 노히트 노런으로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둔 박유성 선수가 존재합니다!]

[작년에 각 언론이 말했던것처럼 기록파괴자나 다름 없군요.]

[저는 그와 동시에 기록을 만드는 자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기록을 파괴하는 자와 기록을 만드는 자라는 두가지 별명과 함께 유성의 WBC는 마무리 되었다.

이제 다시 메이저리그라는 거대한 무대로 돌아갈때가 되었다.

하지만 앞선 시즌과 WBC를 거치며 유성은 더욱 완벽해졌기에 두려운 것은 없었다.

***

"박유성이라는 선수의 긴 이야기의 전반부가 이렇게 마무리 되는군."

"후반부는?"

"뻔하지. 매시즌 기록을 파괴하고 만들고... 긴 메이저리그 역사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기록을 부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지."

그것으로 유성의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기록 파괴자(Record Breaker)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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