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
외전 Chapter - 2017 WBC (2)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17 WBC 1라운드 그 첫경기가 잠시 후에 시작됩니다.]
[우리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의 경기로 시작하죠?]
[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게 박유성 선수가 어떤 경기에 나서느냐였는데요. 첫 경기인 이스라엘전이 아닌 2번째 경기인 네덜란드전에 나서기로 했다는군요.]
[아무래도 전력상 네덜란드가 더 위협적이니깐요.]
[일단 오늘 경기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찬오 해설위원님?]
선수단에 유성과 오승훈이 합류하며 이목을 끌었다면 해설진에는 무려 박찬오가 합류하며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은 상태였다.
- 투!
ㄴ 머치!
ㄴ 토커!
ㄴ 호흡 잘 맞는거봐라.
[네, 비록 이번 대표팀에서 타선이 이전보다 더 약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투수진은 그리 떨어지지 않거든요? 이스라엘이 쉬운 상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맥 없이 질만한 상대는 아니라고 봅니다.]
[말씀하신대로 이스라엘의 전력이 우려가 되기는 하지만 우리가 쉽게 질 정도의 약팀은 아닙니다.]
"넌 오늘 경기 어떻게 생각해?"
"양팀 합해서 5점도 안 나올꺼 같네요. 간발의 차이로 이기거나 지거나겠죠."
"흐음... 그렇다면 투수들이 바쁘겠군."
오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장원중은 KBO에서 손꼽히는 좌완 투수였다.
비록 베스트 폼은 아니었지만 평소보다 낮은 구속으로도 얼마든지 상대 타자들을 상대할 능력이 있었다.
실제로 65구라는 제한에도 불구하고 이날 가장 많은 이닝인 4이닝을 소화하며 그가 왜 KBO 최고의 투수인지를 증명하였다.
문제는 8회를 지나 9회가 되었음에도 스코어가 여전히 1대1이 유지되면서 연장으로 접어들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8회 초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던 오승훈 선수가 이번 이닝에도 삼자범퇴로 틀어막아내는 괴력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스코어는 1대1로 대한민국 대표팀은 마지막 이닝을 치루게 되었습니다.]
[대타 카드를 전부 꺼내들기는 했는데 타선이 영 안 좋네요.]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유성이 예상했던 것처럼 양팀이 오늘 뽑아낸 점수는 합해서 겨우 2점에 불과했다.
경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몸을 풀면서 경기를 지켜보던 유성은 김인신 감독에게 말했다.
"감독님. 대타로 나가도 될까요?"
"응? 타격은 왠만하면 안 한다면서?"
"흐름 바꾸는데 저 같은 타자는 나가야죠."
"...그렇지. 사실 쓸만한 카드가 애매했어."
경기는 9회 말로 이미 대타로 나간 타자가 하나 아웃을 당하며 1아웃 상태가 되어있었다.
[여기서 또 다른 대타가 나오는데요. 박유성 선수가 나옵니다.]
[여기서 이 선수가 나올줄은 몰랐는데요.]
첫 경기 바로 전에 있던 시범경기때 대타로 1번 들어서면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유성이지만 이 중요한 순간에 바로 투입되는건 예상 밖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찌되었든 박유성 선수가 타석으로 향합니다.]
- 이야 경기력 개판인데 그래도 볼거리가 생겼네.
- 나 이런 상황 어디서 많이 봤어.
ㄴ 그러고보니 나도 본거 같다.
평소에 유성이 타석에 들어섰을때 워낙 결정적인 타구를 자주 만들어내다보니 자연스럽게 기대감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거기서 몇몇 선수들은 갑자기 그라운드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건..."
"이게 바로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의 위압감이라는건가."
모두의 시선이 유성에게 집중 되었을때 유성은 이스라엘 투수의 초구를 지켜보며 타이밍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정도인가..."
WBC에서 치루는 경기보단 시범경기때 치루는 경기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WBC의 후유증이 나오는건 무리하게 시범경기를 넘어 본 시즌 수준의 폼을 끌어 올리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유성은 이번 WBC를 시범경기 대신으로 생각하며 준비를 했다.
딱!
"그래도 지금은 이정도로도 문제 없지."
[쳤습니다! 큰 타구가 순식간에 날아갑니다! 그리고 이 타구는 볼것도 없이 굿바이! 박유성의 끝내기 홈런이 9회 말에 터집니다!]
[경기 종료! 9회 말 1아웃에 터진 대타 박유성의 솔로 홈런으로 스코어 2대1이 되며 대한민국 대표팀이 WBC 1라운드 1차전에서 승리를 가져가게 됩니다!]
원래라면 한국 대표팀은 여기서 점수를 내지 못하고 연장 패배를 하였겠지만 유성이라는 이레귤러의 존재가 그 결과를 바꾸었다.
"와..."
"많은 타석에 들어서지 못했다지만 메이저에서 3할 7푼이나 되는 타율을 찍은 타자가 어느정도 실력인지 잘 보여줬네."
"다들 잘 봤지? 저게 KBO를 3년만에 박살내고 메이저리그로 넘어가서 똑같이 박살내버린 괴물이야."
정상 컨디션이 아닌데도 단 한번의 타석으로 경기를 끝내버렸다.
이런 선수가 타격을 주로 하는게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터무니 없는 재능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대타 박유성의 극적인 9회 말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대표팀.]
- 와, 분명 에이스 역할만 해달라고 불렀는데 대타로 일 다 함.
- 빠따들아 어떻게 겸업하는 사람보다 못하냐!
ㄴ 너무 그러지마라. 전업했으면 타격으로 MVP 먹었을게 박유성인데
어찌되었든 1승을 거둔만큼 대한민국 대표팀은 WBC 2라운드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었고, 바로 다음날에 이어진 1라운드 2차전인 네덜란드전에 더 많은 이목이 몰리게 되었다.
그 박유성이 오랫만에 한국에서 공을 던지기에 경기 시작 전부터 경기가 진행되는 고척돔은 엄청난 분위기가 만들어진 상태였다.
팡!
"142km라..."
"괜찮을까요?"
"뭐, 애초에 못 올뻔 했던 녀석이 와준것만으로도 고마워 해야하던거니..."
"첫 경기에 제 역할을 해줬지만 타격이었으니... 계획대로면 오늘 유성이가 최대한으로 해줘야 하는데 말이죠."
"잘 할꺼야. 세계 최고들이 모이는 리그에서 최고가 된 녀석이니깐."
적당히 몸을 푼 유성은 경기 시작이 다가왔기에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홈 팀으로써 경기를 치룬 1차전과 달리 오늘 경기와 다음 경기는 원정 팀의 위치에서 경기를 치루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특이한 경험이라면 특이한 경험이네요."
"그런가..."
"형이랑 조합 맞추는것도 오랫만이고요."
"당연히 그렇겠지."
3년 연속 우승팀인 MC 다이노스의 주전 포수로써 대표팀에 합류한 김태곤이 오늘 안방마님 역할을 하게 되었기에 유성으로써는 좀 더 편하게 던질 수 있게 되었다.
"그래. 그러면... 오늘은 얼마나 공격적으로 던질꺼야?"
"1이닝당 10구도 안 쓰는걸 목표로 해볼려고요."
"뭐?"
"원래의 구속까지 안 올라가지만... 그렇기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거든요."
"과연... 수 없이 생각해왔다만 역시 넌 대단해."
순수한 의미에서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유성은 새로운 패턴을 자신과 함께 사용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네덜란드 정도의 팀이라면 절대 방심할 수 없는 그러한 팀인데 유성은 상관 없다는듯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단순히 규격 외의 선수로 보기에는 유성의 클래스는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유성과 네덜란드의 차이는 잠시 후에 시작된 경기에서 확실하게 실감 할 수 있었다.
선공을 가져간 대한민국 대표팀은 전날의 답답한 타선을 이어가듯 오늘도 점수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되버렸으니 유성이 마찬가지로 무실점으로 막아줘야 최소한의 흐름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1회 말에 유성은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었다.
다만 그 구속은 142km에 불과했다.
[박유성 선수의 구속이 평소보다 낮은데요.]
[아무래도 WBC 준비 기간을 생각하면 박유성 선수도 원래 폼은 아닐듯 하네요.]
[괜찮을까요?]
그 말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었다.
박찬오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유성이 던진 2구째를 보고는 말을 시작했다.
볼카운터는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
주요 패턴 중 하나인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커브도 평소보다 느리네요.]
[딱히 걱정할것 없어 보이네요.]
[그런가요?]
[네, 저기 마운드 위에 있는 투수가 누구입니까?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투수입니다. 100%가 아니라도 이정도는 얼마든지 막아낼 능력이 되는 선수라는거죠.]
[그렇군요.]
게다가 평소처럼 빠른 템포의 투구 덕분에 순식간에 3구째 체인지업으로 선두 타자에게 헛스윙을 유도해내며 삼진을 챙기며 유성은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때리라고 던진건데 헛스윙을 당하네..."
특히나 오늘 컨셉은 삼진이 아니라 맞춰잡는 피칭이었기에 유성은 잠시 고민하다가 김태곤에게 빠르게 사인을 보냈다.
'OK.'
유성은 WBC를 어느정도 시범경기 대용으로 보고 있었다.
상위 라운드에 올라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겨우 1라운드에서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딱!
[쳤습니다. 하지만 2루수가 앞으로 나와서 1루로 가볍게 처리해냅니다. 2아웃.]
[이건 슬라이더였나요?]
[음... 커터 같네요.]
실제로 유성은 투구수 소모를 줄이기 위해 커터를 꺼내들었다.
1라운드 65구라는 투구수 제한이 있는만큼 네덜란드로써는 유성의 투구수를 늘릴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선두 타자를 상대하며 유성이 100%가 아니라는 것을 은근하게 보여주며 네덜란드에게 혹시라는 생각을 불어넣게 만들었다.
단 한 타자를 상대로 한걸 기반으로 한 이야기였지만 네덜란드 대표팀이라면 얼마든지 이 떡밥을 물을 것이라 생각했다.
딱!
연달아 3번 타자에게 초구로 슬라이더를 던진 유성은 그마저 1구만에 처리하며 결과적으로 5구만에 첫 이닝을 마무리하며 투구수를 절약하였다.
"뭔가 네덜란드 팀이 급한거 같은데?"
"그냥 속은거 아니야?"
"음..."
"유성이가 머리를 잘 쓴거야."
"그래?"
오늘 유성의 등판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중에는 고등학교 시절 유성과 같은 학교였던 동창생도 있었다.
"상대가 정말로 강한 팀이었다면 여기서 좀 더 신중한 모습을 보였을꺼야. 하지만 어중간하게 강한 팀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어."
"어째서?"
"야구도 심리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종목이니깐."
유성이 단 5구만에 이닝을 마무리했으나 대한민국 타선은 여전히 마땅한 수를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투수전이 길어질듯 하네요.]
[그러게요. 타선의 상태가 좋다고 하기는 힘드네요.]
물론 이런 모습을 예상했기에 유성은 투구수 소모를 최소화 하는 피칭을 준비 해왔다.
빠르게 이어진 2회 말에도 유성의 패턴은 비슷했다.
물론 유성의 투구수가 생각보다 적게 유지되는 것으로 인해 네덜란드 타자들은 가능하면 공을 지켜보려고 했다.
하지만 유성이 3구만에 끝내겠다는 기세로 변화구를 몰아 넣는 바람에 2회에도 유성은 단 7개의 공으로 이닝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삼진을 1개 더 추가한것은 덤이었다.
[대단합니다. 단 2이닝동안 던진 공이 불과 12개에 불과합니다. 그러면서 삼진도 2개나 챙겼고요.]
[이 페이스면 완봉도 노리겠는데요?]
[이닝을 진행하다보면 투구수가 늘어나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그건 어렵겠지만 아무튼 지금 박유성 선수의 페이스는 감탄 밖에 안 나오네요.]
"젠장. 감쪽같군."
"저게 100%가 아닌 박유성이란 말인가..."
90마일도 안되는 최고 구속을 중심으로 한 제구와 변화구 위주의 피칭에 완벽하게 밀리고 있었다.
대한민국 타선도 상태가 안 좋아서 아직 0대0의 상황이지만 한방을 갖추고 있는 타자들이 있기에 방심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가까스로 3회 말에 12구를 던지게 만들었으나 여전히 투구수를 24구에 불과했다.
완봉 페이스에서 8이닝 페이스로 줄어든게 다행이라면 다행인 수준이었다.
"유성이가 7이닝은 잡아줄듯 하군요."
"그렇다면 우리도 그 안에 1점이라도 뽑아내야겠군."
3회가 끝나고 4회 초가 시작 되려고 할때 김인신 감독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1점을 짜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노장이었기에 경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