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
Chapter 54 - 월드 시리즈 (6)
"우리가 누구지?"
"응?"
"시즌 110승을 거두고 DS,CS를 넘어서 월드시리즈 7차전까지 온 우리가 누구지?"
"컵스."
"그래, 우린 컵스다. 108년만의 우승을 거두기 위한 시카고 컵스의 대표!"
마지막 경기라는 부담감 때문일까 앤소니 리조는 경기 시작 전부터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선수들이 그를 중심으로 뭉치며 결속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흐음..."
"너한텐 조금 그랬나봐?"
"뭐랄까. 흔히 말하는 열혈?"
"듣고보니 그렇구만."
그래도 분위기가 중요한 이 시점에 리조의 모습은 충분히 팀을 좋은쪽으로 이끌만한 모습이었다.
야수들은 물론 일부 투수들도 그 분위기에 동승하며 열기를 보였다.
'그래도...'
아리에타는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가장 중요한 이 7차전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는 이상 실점을 최소화 하면서 긴 이닝을 버텨야했으니 말이었다.
한편 조 매든 감독은 인터뷰를 위해 잠시 나가있었다.
"클루버가 다시 한번 3일 휴식 이후 등판을 할텐데요. 어떻게 될꺼 같나요?"
"음... 아무래도 비슷하겠죠. 첫 경기때 우리의 슈팅스타에게 한대 맞기는 했지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죠."
참고로 여기서 슈팅스타는 유성을 말하는 것이었다.
"2번째 등판때는 첫 경기보다 안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잘 던졌죠. 3번째 경기인만큼 좀 더 힘들어할지도 모르지만 그는 여전히 아메리칸 리그 최고의 투수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꽤나 긴 이야기였지만 조 매든 감독은 쉬지 않고 그대로 쏟아냈다.
그래도 오늘 치루어질 경기가 월드 시리즈 7차전인만큼 기자들도 평소보다 더 집중력을 끌어올린 상태였기에 별 다른 문제는 없었다.
"5차전때 박유성을 조기에 내렸는데 오늘을 위한 것이었나요?"
"음... 생각을 아예 안 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본인의 의사가 컸습니다. 그 시점에 이미 확실한 리드를 잡았기도 하고, 다른 불펜의 피로도가 쌓인 상황에서 채프먼은 그동안 푹 쉬었기에 채프먼을 써볼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말에는 유성이 오늘 나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러면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할 말은 없나요?"
"아니요. 선수들은 평소에 하던게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제가 별다른 말을 할 이유도 필요성도 없죠. 경기는 결국 선수들이 하는겁니다. 그러니 지금 감독이 동기부여를 굳이 붙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경기를 준비하며 이 인터뷰를 보던 선수들은 다시 한번 정신을 무장했다.
"좋아. 슬슬 가보자고."
"그래. 이기러 가자고."
컵스 선수들이 하나둘씩 나서기 시작했고, 반대편에서 클리블랜드 선수들도 마지막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비록 6차전에 끝내지 못했지만 우리가 승리를 거둘 확률은 아직도 높아."
"그래. 아직 우린 이길 수 있어. 녀석들을 잡으러 가자."
"좋아. 나가자."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오고 있습니다.]
[길었던 2016 시즌의 마지막 경기인 월드 시리즈 7차전이 이제 시작되려 합니다.]
컵스의 홈인 리글리 필드에서 치루어지는 마지막 경기의 결과에 따라 한 팀은 오랜 시간동안 이어진 저주를 깰 수 있게 된다.
그런만큼 홈팬들인 컵스 팬들은 시작 전부터 엄청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컵스의 선발 투수는 제이크 아리에타입니다.]
[지난 시즌보단 안 좋았지만 이번 시즌 31경기에서 18승 8패 197.1이닝을 기록하며 3.1의 방어율을 기록했습니다.]
경기가 경기인만큼 많은 부담감을 느낀 아리에타였지만 심호흡을 하며 타자를 보았다.
딱!
[초구 쳤습니다! 우익수! 우익수가 잡아냅니다.]
[기습적으로 노려봤는데 클리블랜드로써는 아쉬운 장면이 되었네요.]
갑자기 타구가 날아가며 긴장하였지만 아웃이 되자 아리에타는 긴장감이 풀린듯 안정적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팡!
"스트라이크!"
[순식간에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는 아리에타!]
[이건 좋은 흐름이네요.]
[네, 기나긴 경기의 첫 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아냈으니깐요.]
아리에타가 1회 초를 막아내자 경기는 빠르게 1회 말로 이어졌다.
마운드에는 다시 한번 3일 휴식 뒤에 등판한 클루버였다.
[이번 월드 시리즈에서만 3번째 등판을 맞이하는 클루버인데요. 포스트 시즌 5경기에서 3승 2패 30.1이닝동안 1.19라는 방어율을 기록하고 2번의 등판을 치룬 월드시리즈에 들어와선 그보다 더 낮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컵스에게 박유성이 있다면 클리블랜드에는 클루버가 있다고 할 수 있죠.]
1회 초에 아리에타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는데다가 기록에서 알 수 있듯 클루버의 페이스가 워낙 좋았기에 3일 휴식 뒤의 등판임에도 불구하고 팽팽한 투수전이 될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경기는 시작부터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딱!
[걷어올렸습니다. 중견수 뒤로. 담장을... 담장을 넘어갑니다!]
[파울러가 리드오프 홈런을 터트리며 컵스가 먼저 앞서 나갑니다!]
대망의 월드시리즈 7차전이 첫 이닝부터 희비가 갈리었다.
갑작스러운 홈런에 기회인것을 직감한 컵스 타자들이 매섭게 공세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클루버는 여전히 클루버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어려운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끝내 1대0의 상황을 유지 시키며 1회를 마무리 하였다.
이후 2,3회에 양팀은 팽팽한 투수전으로 경기를 이끌어 갔다.
그러나 4회 초가 시작되자마자 클리블랜드 타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딱!
[쳤습니다! 내야를 빠져나가는 타구! 좌익수 옆으로 굴러갑니다!]
[빠르게 잡아서 던지지만 타자는 순식간에 2루로!]
이어서 클리블랜드는 번트를 통해 2루 주자를 3루로 보내며 1사 3루를 만들어냈고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기다렸다는듯 다시 안타를 만들어냈다.
[1루! 뛰어오르지만 잡지 못합니다! 우익수 앞 안타! 그리고 동점을 만드는 클리블랜드입니다!]
"큭."
"괜찮아. 이제 원점으로 돌아왔을 뿐이야!"
동점이 만들어진 가운데 1사 1루의 상황이 이어지게 되었는데 여기서 아리에타가 기막힌 병살 코스 타구를 유도해내며 타구는 유격수 방향으로 흘러갔고, 이대로 이닝이 마무리 되는듯 했다.
하지만 여기서 컵스의 수비진이 흔들리고 말았다.
[유격수가 2루수에게... 아! 놓쳤어요!]
[6-4-3 병살이 가능했는데 2루로 오던 주자만 아웃 판정이 나왔네요.]
[그런데 지금 클리블랜드 벤치에서... 네. 비디오판독 요청이 나왔습니다.]
"흠..."
"어떻게 할까요?"
"불펜 준비 시켜."
"네."
4회 초라는 시점을 생각하면 누가 봐도 빠른 타이밍이었지만 뒤가 없는 7차전이었기에 조 매든 감독은 불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세이프]
그때 비디오 판독 결과가 나오며 아웃이 세이프가 되고 말았다.
이닝 종료나 2사 1루가 될뻔했던 상황이 1사 1,2루가 되고만 것이었다.
"끙..."
그래도 그 사이에 포수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던 아리에타는 별거 아니라는듯한 모습으로 이 위기 상황을 순식간에 진압하기 시작했다.
딱!
[3루! 잡아냅니다! 브라이언트가 3루를 지나갈뻔 했던 직선타를 잡아냅니다! 바로 돌아서 2루! 주자 스타트를 끊었기에 바로 복귀 하지 못하고 아웃!]
[브라이언트가 위기를 마무리 합니다!]
4회 초가 그렇게 마무리되고, 컵스는 4회 말에 바로 반격을 시작하였다.
좋은 수비를 펼쳤던 브라이언트가 안타를 치고 나가며 무사 1루 상황이 만들어졌고, 그것을 시작으로 컵스는 순식간에 브라이언트를 3루로 보냈다.
딱!
그리고 연달아 이어진 타구가 좌익수와 중견수, 유격수 사이로 아슬하게 날아갔다.
[유격수 먼저 포기하고 좌익수, 중견수! 중견수가 잡습니다. 아! 바로 홈으로! 3루의 브라이언트가 움직였습니다!]
[승부의 결과는 브라이언트의 발이 조금 더 빨랐습니다! 2대1로 다시 앞서가기 시작하는 컵스!]
"준비 시켜."
"네."
다시 리드를 내주자 클리블랜드도 불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사이를 버티지 못하고 클루버는 1점을 더 내주고 말았고, 스코어는 어느덧 3대1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가까스로 추가 공격을 막아낸 클루버가 이닝을 마무리했지만 3대1이라는 스코어는 지금 컵스의 페이스와 아직 나오지 않은 카드를 감안했을때 클리블랜드에게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3대1까지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양팀 모두 불펜이 가동되고 있는데요.]
[래키와 헨드릭스가 보이네요.]
[아리에타가 나쁜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지금 분위기에서 불안한 감이 있으니깐요.]
딱!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느낌이 묘하다 싶으면 꼭 안 좋다니깐..."
전광판의 스코어는 정확히 3대3이 되어있었다.
동점 투런 홈런이 터진 것이었다.
[컵스로써는 안 좋은 상황이네요.]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경기는 겨우 4회니깐요.]
[그건 클리블랜드도 그렇지만요.]
이런 상황이라면 교체를 할법도 한데 조 매든 감독은 주자가 사라진것을 이유로 아리에타를 그대로 밀고 갔다.
결국 아리에타는 동점을 허용했으나 5회를 마무리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수고했다."
"네."
이닝 마무리는 아리에타에게 맡겼지만 게속 던지게 놔둘 이유는 없었다.
"헨드릭스, 래키. 둘이서 3이닝 정도 가능하겠나?"
"얼마든지요."
"롱맨치고 나선 일이 많지 않아서 체력은 충분하네요."
"좋아. 준비가 마무리 되는쪽부터 나가지."
컵스가 교체를 준비하고 있을때 클리블랜드가 먼저 불펜을 가동하였다.
코리 클루버가 4이닝 3실점의 성적을 기록하며 물러나고 불펜 에이스인 앤드류 밀러를 끌어 올렸다.
[여기서 밀러가 나오네요.]
[오늘은 어떻게든 이겨야하는 경기니깐요. 카드를 아낄 여력도 이유도 없는 클리블랜드로써는 바로 출격 시켜야죠.]
[반면 컵스는 래키와 헨드릭스가 준비를 하고 있지만 박유성 선수는 아직입니다.]
[사실 지금 컵스 불펜에 래키, 헨드릭스라면 박유성이 굳이 안 나서도 되는 수준이기는 합니다.]
딱!
그런 상황에서 컵스는 5회에도 다시 2점을 추가하며 동점이 만들어졌던 스코어를 다시 팀이 리드하는 상황으로 바꿔버렸다.
컵스로써는 이 상황이 기쁠 수 밖에 없는게 그 클리블랜드 불펜을 공략하기 시작했다는 점과 이제 타선이 완전히 깨어났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경기에서 밀러가 가까스로 5회 말를 마무리합니다.]
[너무나 뼈 아픈 2점을 주고 말았지만요.]
"헨드릭스. 준비 됬나?"
"물론이죠."
"좋아, 6회부터는 니 차례다."
동점을 허용할때는 철렁하는 심정으로 지켜보았지만 빠르게 다시 리드를 잡은 덕분에 조 매든 감독은 편안한 마음으로 2번째 투수인 헨드릭스를 내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컵스 불펜에 2명의 선수들이 더 준비를 시작했다.
[이제 경기는 6회 초로 이어집니다.]
[헌데 박유성 선수는 아직 덕아웃에 있네요.]
[배트를... 들고 있는데요. 어쩌면 투수보단 대타로 나설 가능성도 있겠네요.]
"대타?"
"확실히 지금 상황이라면 컵스 투수진은 굳이 유성을 안 꺼내도 되는 상황이야. 그렇다면 대타로 써도 무리 없겠지."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우리에겐 기회라는 이야기고 말이지."
"그래. 일단 저녀석을 무너트려야겠지만 말이야."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유성은 중얼거렸다.
"이제 페이즈 2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