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148화 (148/156)

# 148

Chapter 54 - 월드 시리즈 (5)

"겨우 6이닝만에 내렸다고?"

"지금 컵스 불펜에서 나올만한 카드가 있나?"

"어떻게 짜내기로 들어갈 생각인가?"

유성을 이어서 7회의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앞선 경기에서 소진이 그나마 덜된 투수였다.

그가 마운드에 오르는 동시에 컵스 불펜에서는 아직 남아있던 마지막 카드가 준비를 시작했다.

"저건..."

[아돌리스 채프먼이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4점차입니다만 그동안 컵스가 연패를 하는 바람에 채프먼은 1차전 이후로 등판을 못 했습니다. 다시 말해 체력적으로 여유가 넘쳐나는 상황입니다.]

"설마 저녀석들 박유성을 7차전에 쓸려고?"

"매드범?"

그때서야 그들은 컵스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대놓고 5차전에 채프먼을 이렇게 기용한 이상 7차전에는 유성을 클로저로 내겠다는 이야기나 다름 없었다.

딱!

클리블랜드가 컵스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을때 채프먼이 준비하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오른 마운드 위의 투수는 하나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으나 직후 2루타를 허용하며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채프먼에게 어느정도 긴 이닝을 소화하게 할려는 생각인거 같은데 1사 2루는 부담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네...]

딱!

[말씀드리는 순간 쳤습니다! 하지만 3루수 잡고 2루 주자 확인하고 1루로! 아웃!]

[지금 브라이언트의 수비는 아주 좋은 수비였습니다. 3루로 움직이는척하면서 2루 주자를 돌아가게 만들고는 타자를 잡아내면서 2사 2루의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득점권에 주자가 나가면서 빠르게 몸을 풀던 채프먼도 그 장면을 보며 페이스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다음 이닝에 맞추어서 준비할 생각도 있었으나 그 다음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면서 스코어는 4대1로 바뀌고 말았다.

2사 1루 상황에서 조 매든 감독은 채프먼의 상태를 확인했다.

"빠르게 준비하다가 지금 페이스 조절 중이었습니다."

"그런가?"

"네, 덕분에 지금 적당하게 준비가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좋아. 바로 가지."

[1이닝을 맡기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점수를 주고 말았네요.]

[네, 그리고는 곧 바로 불펜의 문이 열립니다.]

아돌리스 채프먼이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같이 마운드에 향한 조 매든 감독은 채프먼에게 말했다.

"7개의 아웃카운트면 충분하겠나?"

"얼마든지요. 이런때를 위해서 팀이 절 영입한거 아닙니까?"

"그렇지."

2사 1루 상황에서 시작된 채프먼의 등판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다.

지금의 이닝이 8회가 아닌 7회였기에 더욱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팡!

[초구부터 바로 102마일이 기록되는 채프먼!]

[그러고보면 오늘 박유성 선수가 101마일이 제일 빠른 공이었죠?]

[네, 저정도 구속이 유지된다면 오늘의 박유성보다 조금 더 빠른 공을 던지는 채프먼이 되겠군요.]

최고 구속이야 채프먼이 조금 더 우위라지만 작정하고 포심 위주로 갔을때 딱히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오늘 박유성 선수가 상대적으로 포심 구속을 잘 조절한 덕분에 채프먼이 던지는 공의 위력이 더욱 극대화되고 있네요.]

결국 클리블랜드는 7회에 추가점을 뽑아낼 기회를 날리면서 4대1의 스코어로 경기가 8회로 이어지게 되었다.

"음... 어렵게 됬군."

채프먼이 이렇게 긴 이닝을 버틴다면 컵스 불펜이 회복할 시간을 벌게 된다.

이미 그동안의 시리즈로 양쪽 모두 지친 상태였다.

그나마 클리블랜드는 직전 시리즈인 챔피언십 시리즈때 5차전만에 마무리 하며 덜 지친 상태였지만 이 흐름은 명백하게 7차전을 암시하고 있었다.

"일단 우리도 다음 경기를 준비하지."

유성이 겨우 70구만 던지고 내려갔기에 7차전에 나올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제 할 수 있는건 또 다른 필승 카드인 채프먼의 체력을 최대한 소진 시키는 것 뿐이었다.

'여기서 최대한 많은 공을 던지게 만들면 하루 쉰다고 해도 6차전이 버거워질테지.'

그 생각대로 클리블랜드 타자들은 남은 이닝동안 채프먼의 투구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했다.

이미 컵스의 불펜은 비어있었다.

다시 말해 채프먼의 뒤가 없다는 이야기였고, 그만큼 클리블랜드 타선은 차곡차곡 투구수가 늘어나게 만들었다.

팡!

"스트라이크!"

[경기 종료! 채프먼이 2.1이닝 무실점의 피칭을 펼치면서 경기를 마무리 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공을 던졌습니다. 어떻게 6차전에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리스크가 존재할겁니다.]

[대신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상황에서 컵스는 오늘 선발인 박유성을 예상보다 빨리 내리면서 7차전에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래도 컵스 입장에서 5차전의 승리는 매우 중요했다.

1승 3패로 몰려있던 상황에서 연패를 끊는것과 동시에 최강의 카드를 7차전에 꺼낼 가능성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박유성 선수는 어디있나요?"

"미안하지만 선수가 끝날때까지 인터뷰를 거부한다는군요."

눈치가 있다면 컵스의 계획 정도는 얼마든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만큼 굳이 나설 필요 없다는것을 알고 있는 유성은 그대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구단 전용기에 먼저 갈게요."

"그래."

오늘 경기에서 선발 등판을 마친 선수인만큼 컵스는 유성을 최대한 관리했다.

비록 클리블랜드 팬들은 여기서 끝을 내고 싶었지만 이미 경기의 끝은 시카고에서 결정이 나게 되었기에 컵스 팬들은 6,7차전의 날을 기다렸다.

[가까스로 컵스가 5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덕분에 월드시리즈는 내일이나 모래 리글리 필드에서 펼쳐지는 6,7차전에 결착이 나게 되었습니다.]

[일단은 클리블랜드가 3승 2패로 리드를 잡고 있는데 누가 이길까요?]

[클리블랜드가 예상 외의 일격을 맞기는 했지만 아직 불펜도 그렇고 여력이 있습니다. 아마 6차전에 끝을 볼 생각으로 덤비겠죠.]

그 말에 방송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클리블랜드 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되었든 클리블랜드는 1승만 더 거두면 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었다.

[그렇다면 컵스는 어떨까요?]

[이미 3패를 했기에 5차전처럼 전력을 다 해서 경기를 치룰것입니다. 특히나 6차전에 모든 전력이 투입될듯 합니다.]

[그건 왜 그런가요?]

[바로 5차전 선발인 박유성 선수가 겨우 70구만 던지고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4차전 선발이던 헨드릭스와 5차전 선발인 박유성. 두 사람 모두 7차전에 나설 준비를 할겁니다.]

[7차전까지 가면 뒤가 없으니깐요?]

[그렇죠.]

[그렇다면 6차전은 양팀의 총력전이 펼쳐지겠군요.]

명백하게 2014 월드시리즈에서 범가너가 보여준 모습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와 다른점은 그 당시 범가너는 5차전에 완봉승을 거두며 7차전이 불가능하다 여겨진 상태에서 나온 것이었고, 유성은 겨우 6이닝만을 소화하며 대놓고 7차전을 암시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아무튼... 저희로써는 7차전까지 갔으면 싶네요.]

[시청률 때문인가요?]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7차전까지 가면 광고 수익도 빵빵하거든요.]

"응? 저렇게 말해도 되는거야?"

"그건 나도 잘 모르지. 그래도 틀린말은 아니네. 월드시리즈 6,7차전 정도면 공수 체인지마다 광고를 보내야 할 정도로 몰렸을테니 말이야."

"흐음..."

"어찌되었든 7차전까지 잘 깔아달라고."

"그래. 믿고 맡겨달라고. 에이스."

***

그렇게 하루의 시간을 거쳐서 다가온 월드 시리즈 6차전.

다시 리글리 필드로 돌아와서 경기가 펼쳐지게 되었다.

[오늘 컵스의 선발은 존 레스터. 반대로 클리블랜드는 3차전에 나섰던 조시 톰린이 나섭니다.]

[다만 톰린은 3차전에 70구도 안 던졌기에 그나마 부담이 덜합니다.]

레스터도 5일이나 쉬었기에 체력적인 문제는 없는 상황이었다.

"최대한 길게 버텨줘. 가능하면 한 120개씩 던지는것도 생각하고."

"...진짜 그러라는거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그냥 하는 말이야. 지칠쯤에 바꿀테니 전력으로 가자고."

5차전에 유성과 채프먼이 대부분의 이닝을 소화하면서 나머지 불펜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덕분에 컵스로써는 6차전에 모든 불펜을 가동할 수 있는 올인을 사용 할 수 있었다.

딱!

하지만 경기는 초반부터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5차전에 드디어 월드시리즈 들어와서 처음으로 2점 이상의 점수를 뽑아냈던 컵스 타선이 6차전에도 연달아서 터지기 시작합니다!]

[시리즈 내내 터지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컵스를 어려운 고지로 몰고 갔던 타선이 드디어 터집니다!]

오늘 특히나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바로 애디슨 러셀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돌아가기 시작한 그의 매서운 방망이는 초반부터 컵스가 1점, 2점씩 차곡차곡 점수를 쌓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3회 말 공격에서 다시 컵스의 찬스가 만들어지자 클리블랜드는 더 이상의 실점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고 톰린을 강판 시켰다.

하지만 만루 상황에서 다시 타석에 들어선 러셀이 경기를 끝내버렸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멀리! 저 멀리 날아갑니다! 그리고 담장을 넘어갑니다!]

[러셀의 그랜드 슬럼! 스코어는 단번에 7대0으로 바뀝니다!]

사실상 경기가 넘어간 순간이었다.

이후 레스터가 약간의 실점을 하기도 했으나 이미 만들어진 7점의 리드 덕분에 안정적으로 6이닝 2실점으로 경기를 틀어막았다.

[이렇게 7대2의 스코어로 경기가 7회로 넘어갑니다.]

[컵스 불펜이 모두 준비 중인데요. 5차전에 긴 이닝을 소화한 채프먼도 있네요.]

[대량 득점을 했지만 방심하지 않고 총력전으로 가겠다는 생각인듯 하네요.]

5차전에 던진 유성과 7차전에 나설 아리에타를 제외한 모든 투수들이 불펜에서 대기 상태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컵스 불펜의 철통방어가 시작되었다.

무려 4명의 투수들이 2이닝동안 연달아 마운드에 오르며 클리블랜드의 공세를 틀어막으며 무실점을 기록하였고, 경기는 순식간에 7회에서 9회로 이어지게 되었다.

[9회 초에 여전히 스코어는 7대2로 컵스가 리드를 잡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컵스인데요. 놀랍게도 9회에 세이브 요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채프먼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불펜을 쏟아부은건 이걸 위한것이었나 싶기도 하네요.]

팡!

"스트라이크!"

5차전에 2.1이닝을 던졌으나 하루의 시간이 있기에 채프먼은 어느정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클리블랜드는 이런 시점에 나온 채프먼에게 막히면서 더 이상의 추격을 하지못하고 그대로 패배하고 말았다.

[경기 종료! 1승 3패까지 몰렸던 시카고 컵스가 3승 3패로 다시 동률을 만듭니다!]

[이제 경기는 7차전으로! 양팀 모두 마지막 전면전이 남았습니다!]

"결국 왔군."

"사무국이 웃고 있겠군."

"그렇지. 합계 174년짜리 시리즈가 7차전까지 갔으니..."

결국 7차전까지 가게된 시리즈였으나 컵스는 웃을 수 있었고, 반대로 클리블랜드는 표정이 어두워질 수 밖에 없었다.

"자자. 모두 집중해라."

하마터면 5차전에 끝났을지도 모를 시리즈가 7차전까지 이어지자 조 매든 감독은 마지막으로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일단 내일 선발은 아리에타. 니가 나선다."

"네."

"그리고 레스터를 제외한 모든 투수도 7차전에 나설 준비를 하도록."

5차전 선발인 레스터를 제외한 모든 카드를 투입한다.

그것은 5,6차전 연달아 던진 채프먼도 예외가 아니었고, 대놓고 5차전부터 이 경기를 준비하던 유성도 본격적으로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좋아. 모두들 몸 관리 제대로 하고 내일 보도록 하지."

선수들의 분위기를 본 조 매든 감독은 가볍게 박수를 치며 이야기를 마무리 했다.

그렇게 기나긴 시즌의 끝을 가를 결전의 월드시리즈 7차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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