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146화 (146/156)

# 146

Chapter 54 - 월드 시리즈 (3)

양팀의 에이스들은 에이스라는 이름에 걸맞는 1회 피칭을 선보이면서 양팀 타선을 봉쇄해버렸다.

대신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양팀의 타선은 투수들의 투구수를 늘리는 탐색전으로 경기를 전개하기로 하였다.

2,3회에서 박유성과 코리 클루버라는 이름의 양팀의 에이스들은 단 한번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으며 이닝을 틀어막았다.

[오늘 경기는 치열한 투수전으로 전개되고 있군요.]

[양팀 모두 첫 타순은 별 다른 성과가 없는데요.]

[둘 다 투구수도 34구와 46구로 어느정도 차이가 있지만 상황이 조금만 바뀌어도 사라질 수 있는 수치이기에 큰 차이라 하기는 힘들 정도로 팽팽합니다.]

"역시 쉽지 않군."

"이닝을 어떻게 할까요?"

"클루버가 내려가는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

앞선 시리즈에 있던 등판때는 이미 승부가 결정되어 있었기에 유성을 빨리 내릴 수 있었지만 오늘은 그런 분위기가 쉽사리 나올것 같지 않았다.

실제로 4회에도 유성과 클루버는 출루를 허용하지 않으며 4이닝째 퍼펙트를 이어갔다.

"방법 없나?"

"음... 다음 내 타석까지 투구수 늘리기?"

"역시 그런 방법 뿐인가."

3회에 유성은 범타로 물러났으나 무려 8구나 던지게 만들며 클루버의 투구수 차이를 급격하게 늘려버렸다.

"일단 5,6회를 잘 막아야겠지."

유성의 투구수는 이닝당 10,11구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유지 되고 있었으나 슬슬 클리블랜드 타선이 움직일려는 조짐을 보았기에 패턴의 변화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포수인 윌슨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유성은 5회 초의 마운드로 향했다.

[순식간에 경기는 5회로 이어집니다.]

[투구수 격차가 조금 더 벌어지며 클루버는 6회 정도가 마지막 이닝이 될듯 한데요.]

[컵스로써는 그 전에 어떻게 1점이라도 뽑아내고 싶을텐데요.]

클루버가 내려가면 최고 수준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클리블랜드 불펜이 움직인다.

물론 지금의 투구수 차이라면 유성이 어느정도 커버를 할것이다.

"저쪽도 그리 무리할 생각은 없을겁니다. 아마 100구는 커녕 90구쯤 되면 내리겠죠."

"이런 상황에 한방만 때려내면 좋을텐데..."

"세이버를 보는 친구들 이야기에 따르면 이렇게 팽팽한 경기에 유성이 해결할꺼라더군요."

"유성인가."

떠올려보면 실제로 시즌 중에 유성이 직접 선취점을 뽑아낸 경기가 제법 많았다.

답답해서 내가 친다라고 할 정도로 유성의 해결사로써의 능력은 최고 수준이었다.

"정말 야구 혼자서 하는군."

팡!

"스트라이크!"

초반과 달리 유성의 구속은 90마일 중반으로 내려온 상태였다.

대신 변화구 비중을 조정했기에 여전히 타자들이 출루를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공을 던지고 있는 유성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불펜 싸움으로 가면 클리블랜드가 유리해. 그렇다면 클리블랜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나한테 1점을 뽑아내던가 내가 더 빨리 내려가게 만들어야할텐데...'

여러 의문이 들었으나 유성은 계속해서 타자들을 처리했다.

어찌되었든 오늘 경기가 계속 이런 전개로 흘러간다면 7이닝 이상을 버틸 필요가 있었으니 말이었다.

그렇게 유성이 5회를 마무리하자 클리블랜드 감독인 프랑코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좋아. 저쪽은 아직 우리 작전을 깨닫지 못한 모양이야."

"그런데 괜찮을까요?"

"어떤 부분 말인가? 클루버도 그렇고 다들 동의한 작전 아닌가."

"음... 그렇기는 한데 말이죠."

"냉정하게 생각하면 우리 타선은 물론 메이저리그의 그 어떤 팀도 저 투수에게 대량 실점을 만들어낼 수 없네. 유일한 3실점 경기도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겹치며 나온 결과였고 말이야."

클리블랜드는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유성에 대한 분석을 거듭했으나 오히려 하나의 결과에 도달한 상태였다.

"우승은 6차전쯤에 할 수 밖에 없을듯 합니다."

"어째서인가?"

"예정대로라면 박유성은 1,5차전에 나설텐데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 2경기를 잡을 가능성은 5%도 안 됩니다. 이것도 높게 잡은거라 실전에선 더 낮아지겠죠."

"그렇다면..."

"네, 우린 박유성이 나오는 경기를 버립니다."

그들의 도박은 이런 것이었다.

클리블랜드는 에이스 카드인 클루버를 통해서 유성을 소진 시킨다는 과감한 도박수를 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대놓고 4선발을 내면 녀석들도 알아차릴 수 밖에 없지만 이렇게 에이스 매치로 가면 쉽게 멈출 수 없지."

타선은 컵스가 약간 더 강하지만 그래도 양팀의 타선은 비등하다고 평가 받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불펜진이라 불리는 클리블랜드의 불펜은 유성이 나오지 않는 경기에 확실한 힘을 보여줄 능력이 있었다.

"아무튼 클루버가 최대한 길게 버텨줘야해."

냉정한 분석 끝에 클리블랜드 입장에서 유성을 제외하면 두려운 선발은 하나도 없었다.

이런 클리블랜드의 계획에 따라 클루버도 5회를 틀어막으며 경기는 여전히 0의 행진을 이어갔다.

[5회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박유성의 투구수는 불과 55구. 하지만 클루버는 어느새 76구가 되었습니다.]

[이 흐름이라면 7이닝 정도겠지만 클리블랜드의 불펜을 생각하면 다음을 위해 6이닝만 던지고 내려갈 가능성이 높겠군요.]

그러나 유성은 그렇게 긴 이닝을 허용할 생각이 없었다.

6회 초 하위 타순으로 돌아온 클리블랜드 타선이었기에 유성은 부담없이 포심 위주의 피칭을 하며 아웃 카운트를 늘려갔다.

비록 단순하게 가는 패턴을 읽히면서 오늘 경기 첫 안타를 내주고 말았지만 그정도는 별것 아니라는듯 여전한 피칭을 보여주며 6회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오늘 유성은 일종의 분기점에 서게 되었다.

2번째 타석이 들어오는 6회 말을 맞이한 것이었다.

[이제 경기는 6회 말로 이어집니다.]

[컵스로써는 슬슬 점수를 뽑아낼 필요가 있을텐데요.]

문제는 클루버가 쉽게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컵스 타자들이 끈질기게 덤비면서 투구수를 늘려두었으나 유성 앞에 테이블을 깔지는 못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유성 선수가 오늘 2번째 타석을 맞이합니다.]

[첫 타석에는 8구 승부 끝에 아쉬운 삼진을 당했는데요. 슬슬 점수가 필요한 시점에서 맞이한 타석인데 과연 이번 타석에는 어떤 결과를 낼지 지켜보시죠.]

유성이 타석에 들어서는 것을 보며 클루버는 생각했다.

유성을 잡아낼 방법을 말이었다.

앞선 타석의 그 8구의 승부는 유성에게 절대 헛된것이 아니었다.

그 8구를 기반으로 유성은 클루버의 공을 공략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클루버도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녀석을 잡으면 좋겠지만...'

투구수가 아슬했다.

5차전을 염두에 두고 90구쯤에 내려가기로 했기에 클루버로썬 유성에게 많은 공을 던지기 어려웠다.

팡!

그래도 유성이 초구를 지켜보는 경우가 75% 이상이라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1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머리 아프겠군."

"이미 체력도 대거 소진 되었고, 쓸만한 패턴도 다 사용했으니... 이런 상황에서 저녀석을 어떻게 잡아낼 것인가."

"솔직히 어렵지."

2구째는 그 말이 맞다는듯 아슬하게 볼이 되는 공으로 유인을 시도해봤으나 유성은 관심도 없다는듯 무시하며 1S-1B이 된 볼카운트를 보며 클리블랜드 팬들은 직감했다.

'오늘 경기는 틀렸다.'

서로의 에이스가 나서는 경기라면 단 한순간에 흐름이 바뀌게 된다.

경기장에서 집중하며 경기를 지켜보던 클리블랜드팬들은 그 흐름을 느꼈다.

딱!

[3구째 쳤습니다! 이 타구는 다시 한번 컵스를 이끄는 선수가 누구인지 증명하는 타구가 됩니다! 담장을 넘어가는 박유성의 솔로 홈런!]

기어코 6회 말에 유성이 홈런을 때려내며 기나긴 0의 행진에 1이라는 숫자를 박아넣었다.

"혹시나 했는데 예상대로 졌구만..."

클루버는 허망한 기분으로 유성이 그라운드를 도는 것을 보았다.

그래도 유성이 빠르게 그라운드를 돌았고 그 사이에 컵스 타자가 빠르게 타석에 들어섰기에 그런 기분은 오래 가지 않았다.

대신 유성의 뒷타자에게 마지막 힘을 쏟아부었다.

팡!

"스트라이크!"

[잘 던지다가 단 1방에 점수를 내주고만 클루버였지만 6이닝 1실점 10K라는 엄청난 성적을 기록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옵니다.]

이미 투구수도 92구에 도달하였기에 예정대로 클루버의 등판은 다음 경기를 위해 마무리 되었다.

어차피 홈런을 맞기 전부터 클리블랜드 불펜이 준비를 시작했기에 그래도 이번 이닝이 끝이었기지만 말이었다.

"불펜이 돌아가고 있군."

"우리는..."

"유성의 투구수라면 90구로 8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겁니다."

"음... 그래. 일단 두는게 좋겠지."

[그야말로 혼자 야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입니다.]

[매경기 7이닝 이상을 던지고 필요에 따라 직접 점수를 뽑아내죠. 시카고 컵스는 이 선수에게 투입한 2억 1500만불이라는 금액을 전혀 아까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로 유성은 이후 6개의 아웃카운터를 처리하며 1개의 피안타를 더 허용했지만 4개의 삼진과 함께 클리블랜드 타자들을 무너트리며 정확히 90개의 공으로 8이닝을 소화하는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워낙 압도적인 피칭이다보니 조 매든 감독은 완봉을 맞길 생각이었으나 유성은 며칠간의 휴식을 이야기하며 만약을 위해 몸을 풀고 있던 채프먼이 마운드에 올라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운드에 오른 채프먼이 마지막 이닝까지 막아내며 월드 시리즈 1차전의 승리팀은 시카고 컵스가 되었다.

1차전만 보면 누가 봐도 컵스의 기세로 경기가 진행 될것처럼 보였지만 2차전이 되자마자 클리블랜드는 1차전의 침묵이 거짓이었다는듯 존 레스터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딱!

딱!

2개의 타구의 결과는 2개의 투런 홈런이었다.

레스터는 이로인해 5이닝 4실점이라는 성적을 기록하며 예정보다 빠르게 물러나게 되었고, 충분한 휴식을 취했던 컵스 불펜이 뒤를 틀어막으며 추가 실점은 없었으나 오늘 경기에서도 컵스는 단 1점 밖에 획득하지 못하였다.

결국 월드시리즈 1차전의 1대0 영봉승의 기세를 잃어버리고, 2차전에 1대4로 패배하며 시리즈는 1대1로 균형을 맞추게 되었다.

이걸로 유성이 월드 시리즈 2번째 등판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 가운데 하루의 휴식을 통해 경기가 치루어지는 그라운드가 변경 되었다.

[3차전부터 5차전까지는 클리블랜드의 홈 구장인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경기가 진행됩니다.]

[오늘 컵스는 아리에타를 내보내고 반대로 클리블랜드는 톰린을 내보냅니다.]

[다만 클리블랜드는 2차전의 순탄한 승리 덕분에 아직 불펜에 여유가 많습니다. 반면 기본적으로 투수가 하나 모자란 컵스로써는 선발이 좀 더 길게 잡아줘야할텐데요.]

한편 3차전부턴 아메리칸 리그팀인 클리블랜드의 홈에서 경기를 치루기에 컵스는 미리 엔트리에 포함 시켰던 지명 타자 카일 슈와버를 타선에 투입하며 공격력을 강화 시켰다.

이 부분은 2경기 연속 1득점에 그친 타선을 깨우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는데 상황에 따라 유성도 대타로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였다.

"누가 이길꺼 같나?"

"왠지... 클리블랜드가 안방에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잡아갈꺼 같군."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경기는 항상 예상 외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원정 경기인만큼 아리에타가 제 모습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와 달리 아리에타는 자신이 왜 지난 시즌에 사이영상을 받았는지 보여주듯 6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비록 클리블랜드도 톰린이 5이닝을 채우기 전에 내리며 불펜을 가동하는 방법으로 무실점을 이어왔기에 3차전마저 경기는 0대0의 스코어로 이어졌다.

[박유성 선수가 대타로 나설 준비를 하는거 같죠?]

[그렇군요. 이번 월드시리즈는 엄청난 투수전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유일한 홈런도 박유성 선수의 기록이죠.]

[이 3차전을 잡으면 2승 1패가 되기에 어느팀이든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컵스의 경우 박유성 선수가 5차전에 준비되고 있기에 3차전을 잡을 경우 5차전에 3승이나 우승을 확정 할 수 있게 되죠.]

이젠 유성의 등판이 승리라는것을 기반으로 이야기하는 해설진이었으나 딱히 반박할만한 내용이 아니었기에 중계로 경기를 지켜보던 클리블랜드 팬들은 표정을 굳이기만 하면서 지켜보았다.

그렇게 월드 시리즈 3차전은 아리에타가 내려간 이후 7회를 지나 8회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때 유성이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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