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
Chapter 53 - 챔피언십 시리즈 (4)
매경기 치열한 투수전으로 빠르게 전개된 챔피언십 시리즈는 어느덧 5차전으로 넘어왔다.
그동안 다저스가 2,3차전을 잡고 드디어 타선이 터진 컵스가 4차전을 잡아내며 시리즈 전적은 2승 2패로 동률이 이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4차전에 컵스 타선이 깨어난게 요주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네, 앞선 경기와 4차전의 컵스 타선은 명백하게 다르니깐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다저스 선발인 마에다가 1차전에 잘 던지기는 했지만 오늘도 잘 이어갈지는 의문이 드는군요.]
"오늘 경기는 어떨꺼 같아?"
"마에다가 얼마나 버틸지가 관건이겠지만 솔직히 유성이 진다는 그림이 안 나와."
"그렇지. 그건 나도 그래."
레스터도 2차전에 훌륭한 피칭을 했지만 커쇼에게 간발의 차이로 밀리면서 결국 상대적으로 묻히게 된 상태였다.
"당장 이번 시즌의 경기도 정말 극적이거나 대기록이 나온 경기 아니면 기억이 흐릿해지는 상황에 포스트 시즌 경기도 장기적으로 보면 승자만이 기억에 남겠지. 그 승자는..."
"월드 시리즈의 승자."
"그래."
팡!
"준비는 이정도면 충분해."
"그러면 가자."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드디어 시작된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
[바로 하루 차이로 아메리칸 리그측에선 승자가 결정된 상태입니다.]
[네, 아메리칸 리그 우승자이자 월드시리즈에 먼저 도달한 팀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무려 19년만의 리그 우승이자 월드시리즈 진출을 달성하면서 68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는 팀이죠.]
[비록 오늘 경기를 치룰려는 이 팀에 비하기에는 모자라겠지만요.]
무려 100년이 넘는 시간이었다.
우승을 거두지 못한 시간만 가히 100년을 넘어가는 가운데 리그 우승 및 월드시리즈 진출도 71년째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분위기라면 많은것이 걸린 팀들끼리의 대결이 되겠군."
반대편에서 클리블랜드에게 탈락한 토론토는 마지막 우승이 22년 전으로 나름의 한이 있었으나 70년에 근접한 클리블랜드의 아성을 넘지는 못하였다.
마찬가지로 다저스도 30년 가까이 우승을 못하며 나름 한이 쌓인 상태이나 그 상대는 100년이라는 역사를 업고 있는 컵스였다.
"어찌어찌 1승 2패로 리드를 잡아서 다저스가 월드시리즈를 노리는가 했는데 4차전에 컵스 타선이 깨어난게 결정적일듯 하군."
"오늘 마에다가 깨어난 컵스 타선을 상대로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관건이겠지."
"3이닝 정도는 어떻게 버틸꺼야. 하지만..."
"한 타석은 막아도 2번째 타석부턴 어렵다는거지. 그렇게 생각하면 오프너 전략도 나쁘지 않을꺼 같은데..."
"아직 다저스라 해도 그정도까지 불펜 활용이 높아진 상태는 아니니깐."
"흐음.... 어떻게 생각하나?"
"뭘?"
"메이저리그가 앞으로 투수를 어떻게 운영할지."
"일단 탄탄한 선발진을 기반으로 단기적으로는 불펜 활용이 더 광범위 하게 늘어나겠지."
그것은 최고의 선발진을 갖춘 컵스가 어느정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유성과 레스터가 매경기 7,8이닝을 버티고 헨드릭스, 아리에타, 래키가 평균 6이닝을 소화한다.
덕분에 정규 시즌에 컵스 불펜이 감당해야했던 이닝이 줄어들었고, 그만큼 컵스 불펜이 물량전으로 나선 경우가 많았다.
'그와중에 셋업맨과 마무리는 지켜놨지만...'
이번 시즌 컵스는 25인 로스터를 넘어서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투수를 모두 활용했다.
유성의 투타겸업이나 선발의 휴식이 필요한 경우를 위해 몇몇은 선발 등판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불펜으로 최소 5경기 이상 등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보통 25인 로스터에 투수는 12명이나 13명으로 구상하지. 12명이라고 가정하면 선발 5명에 셋업, 클로저를 빼면 5명이 필승조나 추격, 패전조로 움직이지."
"컵스는 40인 로스터에 있는 나머지 8,9명의 투수를 돌아가면서 기용하며 메인 불펜 투수들의 과부화를 줄였지."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들의 평균적인 소화 이닝을 보면 50에서 80까지 다양하게 분포 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컵스는 40인 로스터를 폭 넓게 사용하면서 핵심 불펜의 소화 이닝을 65이닝 아래로 조절하는 관리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와중에 포스트 시즌에 들어와서도 선발들이 모든 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로 들어가고 있으니 불펜 소모도 크게 없고."
"전력 유지까지 충분하다는건가."
어찌되었든 다저스의 홈에서 치루어지는 5차전에 먼저 마운드에 오른것은 마에다였다.
[마에다가 1차전처럼 5이닝만이라도 무실점으로 틀어막아주면 다저스로써는 큰 힘이 될겁니다.]
[문제는 1차전의 컵스 타선과 5차전의 컵스 타선은...]
팡!
"어려운건 알지만..."
최소한 첫 타석 정도는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다저스로써는 마에다가 5이닝을 던지는걸 기반으로 계산을 하고 있었지만 직접 컵스 타선을 상대한 마에다는 5이닝을 버티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하였기에 적당한 시기에 불펜 가동을 요청하기로 했다.
'나도 변한거 같군.'
일본에선 최고의 에이스 중 하나로 군림하던게 바로 마에다였다.
그런 투수도 메이저리그에선 평범한 3,4선발 정도에 불과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마에다에 앞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다르빗슈나 다나카는 최고를 넘어서 정점에 군림하던 투수들이었다.
[그 다르빗슈는 NPB의 7시즌 중 무려 5시즌동안 1점대 방어율을 유지해왔습니다. 덕분에 통산 방어율도 1.99에 달하는 상태로 넘어왔었죠.]
[그 부분은 박유성 선수도 비슷했죠. 첫 2시즌에 1점대를 기록하고 마지막인 3번째 시즌에 0점대를 기록하면서... 사실 리그 수준 차이를 감안하면 박유성에게 다르빗슈보다는 나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했습니다.]
[실제로 컵스가 그 기대치를 보여주는 금액을 투자하기도 했는데... 박유성은 우리 상상을 뛰어넘었죠.]
[규정 이닝 0점대 방어율이 다시 나올 수 있는 기록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후반기에 방어율이 흔들리던걸 생각하면 박유성도 다음 시즌에 재현할 가능성에 의문이 생기니깐요.]
꽤나 많은 공을 소모하며 마에다가 1회 초를 0점으로 막아냈다.
이어서 마운드에 오른 유성은 자신이 다음 시즌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미리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듯 초반부터 강하게 밀고 나가기 시작했다.
'1차전에 80구 아래로 끊어서 그런가 체력이 많이 남아있어.'
이것이 이야기하는 것은 간단했다.
오늘 유성은 조금 더 많은 공을 던지고도 월드 시리즈에 여유롭게 제 페이스로 던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팡!
[초구부터 101마일!]
[역시 시작은 트레이드 마크인 강속구로 시작하네요.]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으니 더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순식간에 유성은 오늘 사용할 변화구들을 풀어두기 시작했다.
3종 커브, 2종 체인지업, 2종 스플리터까지 무려 7가지 구종을 꺼내든 것이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투심마저 꺼내들며 포심까지 오늘 9가지 구종을 사용하겠다고 암묵적으로 선언한 유성이었다.
그 결과는 순식간에 다저스 타순이 1바퀴 도는 동안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쓸려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괴물 같은 놈..."
첫 3이닝동안 유성은 당연하게도 무실점을 넘어 퍼펙트로 틀어막고 있었고, 마에다도 힘겨운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어찌어찌 첫 3이닝을 틀어막았다.
"일단 불펜 준비는 시작했네."
힘겨움을 느낀 마에다는 3회가 끝나자마자 불펜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고, 상황을 지켜보던 다저스 벤치도 기다렸다는듯 준비를 시작한 상태였다.
[예상보다 빨리 다저스 불펜이 움직이기 시작하는군요.]
[아무래도 마에다가 힘겨움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네요.]
[최대한 끌고 가다가 불펜 투입으로 이 0의 행진을 이어갈 생각인듯 한데 말이죠.]
딱!
문제는 첫 타석을 막힌 컵스 타선이 더 봐주지 않고 마에다를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4회 초 드디어 첫 점수가 나옵니다!]
[컵스가 1대0으로 앞서가기 시작하면서 승기가 기울기 시작합니다!]
힘겹게 2아웃을 잡은 상황에서 내준 점수였기에 마에다도 다저스도 아쉬움을 표했다.
결국 마에다가 강판되고 이어서 올라온 불펜이 나머지 하나의 아웃카운트를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 했으나 이 1점은 여러 의미로 큰 점수였다.
[마에다가 3.2이닝 1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간 가운데 박유성은 변함 없이 4회 말을 힘으로 찍어누르고 있습니다.]
[마치... 카운트 다운을 세고 있는듯 하네요.]
서로 5번의 이닝이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리드를 잡은 컵스와 달리 다저스에게는 패배의 카운트 다운을 세는 기분이었다.
팡!
실제로 컵스 타선이 5회를 지나 6회에 극적인 투런 홈런으로 간격을 3대0까지 벌렸음에도 다저스는 아직도 유성을 공략하지 못하면서 2경기 연속 도미넌트 스타트를 허용하게 생긴 상황이었다.
"저놈을 공략할 수가 없어..."
이미 다저스는 4번째 투수를 내보내고 있는데 컵스는 아직도 첫번째 투수인 유성이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점차 6차전의 승률마저 컵스에게 유리해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다저스의 분위기가 매우 어두워 보이네요.]
[3대0의 스코어만 해도 지금 박유성의 페이스와 컵스 불펜을 감안했을때 따라 잡을 가능성이 전무하니깐요.]
'대체 뭘 던지는거지?'
승부가 거의 결정된 순간에도 유성은 계속해서 복잡한 볼배합을 이어갔고, 오늘 경기에서도 7이닝 무실점과 함께 80구 이하만을 던지면서 월드 시리즈를 위한 여력을 남겼다.
[대단하다는 말 말고 할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오늘의 박유성 선수는... 네. 그렇네요. 대단하다는 말보다 더 대단합니다.]
결국 유성의 7이닝 무실점을 앞세운 컵스는 8회 초 공격에 5점이나 터트리는 빅 이닝을 만들어내며 8대0까지 스코어를 늘렸고, 그 이후 불펜을 차근차근 투입한 컵스가 막판에 1점을 내주기는 했으나 최종 스코어 8대1로 승리를 거두면서 5차전을 가져가게 되었다.
[이걸로 챔피언십 시리즈의 승부는 컵스에게 기울어지게 되었습니다.]
[3승 2패로 단 1번의 승리만 더 거두면 컵스가 월드 시리즈로 향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볼 수 있는 결전의 장소는 시카고 컵스의 홈 구장인 리글리 필드입니다.]
이날 대량의 불펜을 소모한 다저스는 이동일을 통해서 최대한 불펜의 체력을 회복 시키려고 했다.
어떻게든 총력전으로 나가서 7차전으로 승부를 끌고 가야 막판 뒤집기 승리의 가능성이 생기는 상황이니 다저스로써는 당연한 조치였고 반대로 컵스도 여기서 끝을 보기 위해 총력전을 준비했다.
"이미 저쪽은 5차전에 끝내면서 4일이나 쉴 수 있게 되었어. 6차전에 끝낸다고 하면 우린 2일 밖에 못 쉬지."
"그래도 하루 쉬는것보다는 나으니깐요."
"그래. 만약을 위해 5차전에 나섰던 유성과 7차전에 나설 헨드릭스를 제외한 모든 투수가 대기 상태로 들어간다."
만약에 6차전에서 진다고 해도 7차전에 모든 승부가 끝나는 이상 4차전 선발이었던 아리에타도 6차전에선 불펜 대기를 해야했다.
'물론 겨우 2일 쉬었던 아리에타가 나설 일은 왠만해서는 없겠지만...'
이 시점까지 온 이상 모든 경우를 대비해야하니 조 매든 감독은 6차전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투수를 준비 시켰다.
그것은 다저스도 마찬가지였다.
만약을 위한 7차전 선발인 리치 힐을 제외한 모든 투수가 대기하면서 양팀의 모든 전력이 밀집된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이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