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
Chapter 53 - 챔피언십 시리즈 (2)
"호오... 디비전 시리즈와는 다르군."
"맥 없이 박유성의 승리로 끝날줄 알았는데 1회 모습만 본다면 꽤나 재미 있는 경기가 되겠군."
1회에 선취점이 없는 것을 보며 유성은 오늘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다저스 타선으로썬 현재의 유성을 공략하기 어려웠다.
팡!
"스트라이크!"
"시간이 필요할꺼야. 아무리 박유성의 공이 때려내기 어렵다고 해도 결국 공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못 칠 공은 딱히 없어."
쉽게 이야기하자면 조합의 문제였다.
[박유성 선수가 사용할 수 있는 구종은... 몇몇 구종은 변형 구종인데 그 하나하나가 다른 구종에 그리 떨어지지 않는 공들입니다. 덕분에 공식적으로 파악된건 무려 10개의 구종이나 되죠.]
[박유성 선수라고 주로 사용하는 공이 없는건 아닙니다. 당장 포심만 해도 배분에 따라 한 경기에서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죠.]
[하지만 매 경기 주력으로 쓰는 구종이 조금씩 달라지죠.]
[네, 박유성을 공략할려면 우연히 노리는 공이 그대로 들어오거나 아니면 박유성이 오늘 사용할 주력 구종을 빠르게 캐치를 해야하죠.]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아무리 유성이라고 해도 모든 구종을 매경기 사용하기에는 꽤 피곤했다.
포수가 그 수 많은 공을 모두 잡기도 어려웠고 말이었다.
'오늘 사용할 공은...'
팡!
"스트라이크!"
팡!
"스트라이크 아웃!"
정석이라면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슬라이더, 스플리터를 중심으로 커브 정도까지만 사용할 예정이었다.
펑!
[여기서 102마일로 단번에 올라옵니다.]
[일단 4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4개의 구종을 보여준 박유성 선수입니다.]
[대충 테마가 나왔죠?]
[네, 추가로 꺼내들 수도 있겠지만 이정도면 오늘 저 구종 위주로 쓰겠다는 이야기니깐요.]
"과연... 오늘은 정석이군."
5번 타자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유성은 2구째 커브를 꺼내들며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 흐름이라면...'
높은 확률로 스플리터거나 아직 꺼내지 않은 체인지업의 가능성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커브가 나올 가능성은 생각 못한 타자는 지켜보다가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파워 커브였어."
"과연 거기서 승부를 보는건가."
덕아웃에 들어와서 구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타자는 그때서야 알 수 있었다.
오늘 슬라이더와 스플리터는 오히려 보조 카드였다.
핵심은 포심과 함께 여러 유형으로 날아올 커브였다.
[그러고보면 박유성 선수가 사용하는 커브가...]
[너클커브, 파워커브 그리고 12 to 6 커브까지 3가지네요.]
[어느새 1가지 더 늘었군요.]
[그러게요. 이러면 11개째가 됩니다.]
"3가지 커브라는 말만 들어도 골치 아프다는게 느껴지는군."
"잊을만하면 슬라이더와 스플리터가 들어올테니..."
다저스 타자들이 유성을 공략할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다.
순식간에 유성이 2회도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무실점을 기록했기에 결국 공은 마에다에게 돌아왔다.
"최대한 길게 버텨야겠군."
"그래야지. 최소한 실마리라도 잡을려면 그래야겠지."
그나마 다행인건 제일 힘든 타순을 1회에 보냈기에 2회는 그보다는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컵스 타선 입장에서 본다면 마에다가 그렇게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기에 단 한순간에 점수를 털어낼 능력이 있었다.
팡!
그러나 지금 그의 공은 그 시점을 미루게 만들고 있었다.
"이거 오늘 경기는 투수전으로 가겠는데?"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과 일본에서도 각자의 나라의 선수를 응원하며 이 대결의 승리를 원하고 있었다.
[마에다가 생각보다 더 잘 버티고 있군요.]
[냉정하게 박유성 선수에게는 미치지 않습니다만 만약 5,6이닝이라도 버텨낸다면 경기의 방향은 알기 어려운 곳으로 갈 수도 있을겁니다.]
[두 선발끼리만 놓고 보면 박유성 선수가 이긴다는 이야기죠?]
[뭐... 그렇죠.]
딱!
"1루!"
"아웃!"
팡
"아웃!"
다시 안타를 내주었으나 5-4-3 병살타를 만들어내며 마에다는 순식간에 위기를 빠져나갔다.
"결정적인 차이가 보이는군."
"투구수 말이지."
2회를 마친 시점에서 유성의 투구수는 겨우 17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 가까스로 이닝을 마친 마에다는 벌써 30구를 넘어간 상태였다.
게다가 뒤로 갈수록 흔들리던 모습을 보여왔던 마에다였기에 아마 5회가 한계일것이다.
반대로 유성은 후반에 피안타율, 피출루율이 소폭 오르기는 했지만 크게 약점을 보인적이 없었기에 완봉까지 안정적으로 이어갈 여력이 있었다.
"다음 경기를 대비해야하니 적당히 80구 근처에서 끊죠."
"괜찮겠나?"
"한국에서도 제한 상황에서 자주 던져봤고... 지금 흐름이면 7이닝 정도는 가뿐하니깐요."
"음, 확실히..."
불펜이 너무 경기에 못 나서고 있었기에 유성의 말대로 유성을 아끼면서 불펜을 사용해볼 필요가 있었다.
이후 경기는 제법 순탄하게 흘러갔다.
3회는 하위 타순이었기에 그렇다고 치지만 상위 타순으로 돌아온 4,5회마저 마에다가 버텨내며 호투를 이어갔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0의 행진이 5회를 지나 6회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흐름에 곧 변동이 생길듯 합니다.]
5회가 마무리 된 시점에서 유성의 투구수는 52구로 사전에 이야기한 투구수까지 약 30구 정도가 남은 상태였다.
"지금 투구수면 8회까지 던질만한 수준인데 그럼에도 아껴두겠다는 의도는..."
"위를 염두에 두고 있는거겠죠."
여기서 위는 당연히 월드 시리즈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불펜의 체력이 충분한 상황이니 물량전으로 가면 5차전까지 치뤄야했던 다저스에 비해 컵스가 유리했다.
게다가 잘 버티던 마에다의 투구수가 어느새 90개를 넘긴 상태였다.
그마저도 5회에 제대로 맞은 장타가 수비의 호수비에 막히지 않았다면 점수로 이어질뻔 했기에 다저스 불펜은 진작에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발목을 잡힐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이 점에 대해서 컵스 타선은 깊이 반성했다.
설마 디비전 시리즈에 무너졌던 투수가 챔피언십 시리즈에 이렇게까지 버텨내다니 상상 이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교체 할려나?"
"투구수를 감안하면 1이닝 정도 더 갈수도 있겠는데..."
그때 유성이 6회를 다시 한번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앞선 이닝과 달리 이번에는 유성도 위험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1사에 3루까지 주자를 보내며 실점 위기가 될뻔했지만 끝내 삼진과 내야 플라이로 막아내며 0의 행진을 이어간 것이었다.
[이걸로 6회 초까지 스코어는 0대0이 유지됩니다.]
[다저스 불펜이 움직이고 있는데 과연 마에다가 나올까요.]
[오늘 놀랍게도 다저스의 몇 안되는 안타 중 하나를 뽑아냈기에 좀 전의 타석에 들어섰는데 덕분에 컵스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복잡할겁니다.]
마에다가 6회에 그대로 나올 것인가 불펜이 올라올 것인가는 단순해보이지만 6회라는 시점을 생각하면 꽤나 복잡한 수였다.
[대타를 빠르게 꺼낼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갈것인가 그도 아니면 좀 더 본격적인 변화를 줄것인가. 모든 수를 견제하는 마에다의 타석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오늘 마에다는 박유성 선수의 투구수도 제법 늘리는데 일조했으니깐요.]
"나올꺼야."
"응? 누가?"
"이런 흐름이라면 마에다는 6회에도 나올꺼야."
3회의 첫 타석때는 아쉽게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이미 마에다는 체력도 소진된 상태였다.
다저스 입장에선 5차전까지 가면서 소진된 불펜을 조금이나마 더 아끼겠다는 생각이었겠지만 그것이 악수가 될 것이었다.
[자, 마에다가 6회에도 마운드에 오릅니다.]
[5이닝과 6이닝은 무게감이 다르죠.]
[그렇죠. 퀄리티 스타트의 기준도 일단 6이닝을 소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니깐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에 29경기 모두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한 박유성 선수는 감탄 밖에 안 나오네요.]
[그러면서 무려 28번의 도미넌트 스타트가 덤으로 붙었죠.]
여기서 도미넌트 스타트(DS)는 8이닝 1자책 이하를 기록하거나 7이닝 2자책 이하에 7K까지 기록해야하는 기록이었다.
이번 시즌 유성은 단 2번의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10K 이상 경기를 기록했고 그마저도 7K를 넘겼기에 단 1번 있던 3실점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QS+이자 DS를 기록한 것이었다.
"지금 페이스면 디비전 시리즈에 이어서 이번에도 도미넌트 스타트를 하겠군."
"그러게."
그때 유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6회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온 마에다를 상대하기 위해서 말이었다.
[마에다와 달리 박유성 선수는 딱히 페이크 카드로 쓸 이유가 없죠.]
[네, 투타겸업을 하면서 25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했으니깐요. 게다가 20홈런까지 기록한 장타까지 갖춘 타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직 투구수의 여유도 있는 시점에서 일부러 아낄 이유는 없죠.]
"후..."
그러나 다시 마운드에 오른 마에다는 유성에게 부담감을 느꼈다.
그래도 여기 올라온건 자신의 의지였기에 초구를 던져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확실히 지쳤군.'
공에서 알 수 있었다.
마에다가 한계에 도달했다는것과 여기서 이변이 생기면 바로 마운드에서 내려갈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 시점에서 이런 대결이 나오자 한국에선 유성의 승리를 외치고 있었고, 일본에선 마에다의 승리를 외치고 있었다.
2구째도 다시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결정구와 같은 슬라이더를 과감하게 써먹은 것이었다.
"녀석을 잡을려면 그만큼 과감해져야해."
시즌 중의 대결을 통해 배웠고, 오늘 첫타석의 대결에서 다시 실감했다.
평범한 녀석은 유성을 막을 수 없다.
이어지는 3구째는 볼이었다.
여기서 그는 잠시 땀을 닦아내며 손에 힘을 살짝 주었다가 풀었다.
'역시 몸이 한계인가...'
지금 로테이션대로 흘러간다면 5차전에 다시 유성과 맞붙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차라리 5회가 끝나고 내려가는게 옳았을지도 모르지만 마에다는 여기서 승부를 보기를 원했다.
"다음 경기에 오늘처럼 운이 따라주고 할 수는 없어. 그러니 이번 포스트 시즌에 가장 흐름이 좋은 지금 너를 눌러두는게 좋겠지."
그대로 마에다가 4구째를 던지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온다.'
여러 구종이 떠올랐지만 순식간에 범위를 2가지로 좁혔다.
그리고 마에다가 공을 던지는 순간 유성은 그 2가지 중 하나의 선택지를 고르고 스윙을 시작했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멀리 날아갑니다! 멈추지 않고 가는 타구는 드디어! 담장을 넘어갑니다!]
[길었던 0의 행진이 마무리 되고 6회 말 시카고 컵스가 솔로 홈런으로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유성에게 이길려면 평범한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다.
그렇기에 변칙적으로 움직였으나 마지막 순간에 녀석은 정직하게 덤벼 들었다.
그러나 혼신의 힘을 다 한 공은 결국 유성에게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홈런을 허용한 마에다는 5이닝 1실점의 성적으로 강판 당했다.
반대로 유성은 6이닝 무실점에 솔로 홈런까지 추가하며 오늘 경기를 점차 승리의 경기로 굳히기 시작하였고, 컵스 타선이 7회에서야 2점을 추가해내며 유성은 부담 없이 7회를 끝으로 등판을 마쳤다.
이후 간만에 등판한 컵스 불펜이 조금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4대2의 스코어로 승리를 거두며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을 가져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