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
Chapter 52 - 디비전 시리즈 (2)
디비전 시리즈 3차전까지의 결과는 시카고 컵스의 2승 1패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어진 4차전에 컵스는 제이크 아리에타를 내세웠다.
만약 5차전으로 이어지면 유성이 나서야하는데 컵스는 가능하면 유성을 아끼고 싶어했기에 그동안 1번도 등판이 없던 존 래키를 무조건 쓰겠다는 심정으로 준비를 했다.
"문제 없겠나?"
"너무 쉬어서 걱정인데요."
본래 포스트 시즌에선 유성의 타격은 투수 등판때만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포스트 시즌에는 양팀 모두 최고의 투수들만을 내면서 양팀 모두 타선이 제대로 터지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보면 컵스의 타선은 매경기 3점 정도는 꾸준히 뽑아내고 있었지만 헨드릭스나 아리에타가 유성이나 레스터처럼 무실점이나 1실점으로 막아낼 정도로 상태가 좋은게 아니었기에 조금 더 많은 점수를 뽑아낼 필요가 있던 컵스였다.
"시작 전엔 1선발만 3명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1선발 2명에 3선발 2명이군."
"이번 시즌 헨드릭스가 포텐이 터지기는 했지만 아직 경험이 많다고 하기는 힘드니깐."
오늘 유성까지 투입하는 이상 컵스로써는 무조건 승리를 거두어야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평소와 달리 유성의 타순을 6번까지 앞당기며 타선을 강화하였다.
사실 유성의 실력이라면 더 앞으로 가도 되지만 앞에 있는 타자들이 그동안 맞추어온 조합을 생각하면 여기까지가 최대치였다.
[오늘 박유성이 타자로 그것도 6번에 배치되었습니다.]
[오늘 최대한 점수를 뽑아서 빠르게 승부를 결정낼 생각인 모양이네요.]
[아무래도 아리에타가 후반기에 안 좋았으니깐요. 이제 경기 시작인데 래키가 불펜에 어슬렁 거리는거만 봐도 컵스는 오늘 끝낼 생각일겁니다.]
유성의 위치는 좌익수.
시즌 중에 1/3 가까운 경기에서 좌우익수로 나서며 수비를 검증한 상태이기에 약점이라고 할만한 위치도 아니었다.
"곤란하군."
기본적으로 유성의 주력은 상위권이라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지라 넓은 범위를 커버 할 수 있는데 송구까지 빠르니 오늘 자이언츠로써는 좌익수 방면으로 타구를 보내기도 힘들었다.
"일단 붙어보자고."
"그래야겠지...."
그렇게 시작된 디비전 시리즈 4차전.
SF 자이언츠의 홈에서 이어지는 경기였기에 컵스가 먼저 공격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첫 이닝부터 자이언츠의 선발인 맷 무어가 경기를 5차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기세로 공을 던졌기에 1회에는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생각보다 준비가 잘 됬어."
"오늘도 어렵게 가겠군."
"안 어려웠던 경기가 있었나 싶지만 말이야."
"하긴 그렇구만."
이어진 1회 말 수비에서 자이언츠는 초반부터 승부를 내겠다는 컵스의 생각을 읽은듯 공세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딱!
"주자가 쌓이기 시작했군."
이 안타로 1사 1,2루.
유성의 송구를 의식해서 3루로 가지 못했지만 다음 타구의 방향에 따라 바로 홈을 노릴 수 있는 위치였다.
물론 그 방향도 유성이 커버하는 범위 밖으로 가야하는게 기본이었다.
[놀라운 기록이 있는데요. 박유성 선수가 외야수로 나선 경기는 60경기가 좀 안 됩니다. 그런데 보살이 무려 8개나 있습니다. 단순히 빠른 공만 던지는게 아니라 그 먼 거리에서 던져서 정확하게 보낼 능력까지 된다는거죠.]
[보통 한 시즌을 치루면서 많이 잡는 선수가 그 정도 나오지 않나요? 그런데 1/3 정도로 그정도 수치라니 터무니 없군요.]
[투수나 타자로는 자주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수비수로도 박유성 선수는 최고의 외야수 중 하나라고 자신 할 수 있습니다.]
딱!
아쉽게 다음 타구는 유성의 범위인 좌익수가 아닌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의 범위로 향하면서 1점을 주는 것을 막지 못하였다.
1회 말 SF 자이언츠가 선취점을 획득하며 앞서가기 시작했다.
"3루인가..."
공이 투수에게 돌아가고 다시 바라본 상황은 1사 3루.
이미 선취점을 내주었다.
더 흔들리면 오늘 경기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 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리에타가 삼진을 잡아내며 우선 외야 플라이로 달릴 가능성을 막아버렸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끝내주면 좋은데..."
그런 유성의 말을 듣기라도 한건지 이어진 타자를 내야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결국 자이언츠는 1점만 뽑고 이닝을 마무리 해야했다.
반대로 이어진 2회는 컵스에게 반격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뭐든지 하나만 출루 해보라고."
"또 때려버리게?"
"내 타순이 당겨진 이유가 뭐겠어. 장타든 뭐든 확실한 한방으로 받쳐주길 기대해서잖아."
"그렇지."
2회 초 컵스의 선두 타자는 앤서니 리조였다.
클럽하우스 리더이기도 한 그는 유성의 말을 넘겨듣지 않았다.
이미 이번 시즌에 유성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기에 그도 무작정 장타를 노리기보단 출루에 신경을 썼다.
'어차피 내가 선두라서 출루에 집중하는게 더 좋지만.'
한편 자이언츠의 투수 무어는 생각에 빠졌다.
궁지에 몰린 자이언츠는 어제의 연장 접전 때문에 불펜도 어느정도 소진된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오늘 무어 입장에서는 실점을 최소화 하는 동시에 긴 이닝을 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팡!
'출루만 집중한다지만 공략하기 까다롭겠군.'
딱 하나의 공을 보고 내린 리조의 결론이었다.
지금 상태로는 역으로 당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했기에 최대한 신중하게 승부를 이어갔다.
[점수를 먼저 내줘서 그런지 리조가 승부를 길게 가져갑니다.]
[바로 점수를 찾아오는게 베스트고 뒤에 있는 타자들은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으니 출루에 집중하고 있는듯 하네요.]
결국 꽤나 긴 승부를 거친 리조가 출루에 성공하며 무사 1루로 동점 주자를 만든 컵스였다.
비롯 뒷 타자가 맥 없이 당하며 아웃 카운트만 하나 늘어나게 되었으나 유성은 달랐다.
'분위기부터가 다르군.'
뒤에 앉은 포지의 감상이었다.
1루의 리조도 유성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것은 마운드의 무어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의 녀석은 투수가 아닌 왠만한 클린업급 타자로 보는게 옳겠지."
타율, 출루율, 장타율 모두 뛰어난데다가 수비, 주력까지 좋은 사실상 만능형 타자라고 할 수 있었다.
신중하게 유성을 상대로 던질 공을 골라낸 자이언츠 배터리는 초구로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냈다.
[어렵게 가져갈것이라고 봤는데 초구부터 들어오는군요.]
'어렵게 상대하는건 맞지만 녀석이 초구를 휘두를 확률이 10%도 안되는 상황에서 초구를 버리기는 아쉽지.'
그렇게 1스트라이크로 시작된 대결은 유성이 연달아 들어온 2,3구의 유인구를 모두 무덤덤하게 지켜보며 견디며 1S-2B로 바뀌게 되었다.
"쯧. 다시 봐도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입이군."
"컨택 좋고 선구안 좋고 파워까지 좋아. 게다가 주력마저 뛰어나니..."
딱!
4구째를 때려내는 소리가 들렸을때 모두가 움찔하며 시선을 집중했다.
[컵스에게는 아쉽고 자이언츠에게는 다행인 파울이 나왔군요.]
[저정도 크기면 리조가 들어올만 했을텐데요.]
[결과적으로 파울이 되었으니 다음 공이 더 중요해졌네요.]
"아깝다."
누가봐도 아쉬운 타구였다.
하지만 유성은 곧 바로 표정을 바꾸고 다시 타격에 집중했다.
[저 모습을 보세요. 잠시 아쉬운 표정을 하더니 곧 바로 표정을 바꾸고 다음 공을 노리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쉬움은 짧게 하고 다음 공에 바로 집중하고 있네요.]
[몇번을 봐도 타자를 안 하는게 아쉽네요.]
"여기서 끝낸다."
그런 생각으로 맷 무어가 던진 5구째가 날아들었고, 유성은 동시에 배트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멈추지 않고 갑니다! 중견수 따라가는데요! 넘어가느냐! 넘어가느냐! 넘어갑니다! 선취점에 응수하는 박유성의 역전 투런 홈런! 스코어는 단번에 2대1로 뒤집힙니다!]
"성공이군."
유성의 투입과 전진 배치는 공격력과 수비력 모두를 강화 시키는 효과를 가져왔고, 실제로 유성이 역전 투런을 때려내며 컵스는 2회에 다시 리드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후의 전개는 쉬운 편이었다.
비록 아리에타가 4회에 동점을 허용하면서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여기서 유성이 다시 엄청난 송구로 역전을 막아내면서 경기 분위기가 넘어가지 않았고, 컵스는 그 기세를 몰아 5회에 3점을 몰아치며 순식간에 스코어를 5대2로 바꾸었다.
유성은 이번에 추가점의 발판을 깔아주며 경기가 사실상 컵스에게 기울어지게 만들었다.
[오늘 박유성의 활약이 엄청나군요.]
[네, 2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2득점. 만약 1번의 기회를 더 받으면 쐐기를 박아버릴 정도의 기세입니다.]
그러나 아직 남은 경기가 많았기에 조 매든 감독은 6회까지만 유성이 뛰게 만들고 교체를 시켰다.
"사실 후반까지 있었으면 등판하는것도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건 제일 위로 갔을때나 생각하게. 우린 아직 치뤄야할 경기가 더 많이 남았으니깐."
"그렇기는 하죠."
아리에타도 6회까지만 던진 이후 래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3차전에 컵스도 불펜 소모가 제법 있었고, 래키가 아직 등판이 없었기에 이루어진 교체였다.
여기서 래키가 2이닝동안 2실점을 하며 스코어 5대4로 위험한 장면을 만들어 냈으나 9회에 컵스 타선이 다시 한번 터지며 스코어가 더욱 벌어졌다.
[7대4의 스코어로 경기는 9회 말로 접어듭니다.]
[여기서 컵스가 꺼낼 카드는 뻔하죠.]
[네, 2일을 쉰 채프먼이 디비전 시리즈 3번째 세이브를 위해 마운드에 오릅니다.]
유성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는 채프먼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100마일의 공을 미친듯이 뿌려대기 시작했고, 이 시점에서 100마일이 넘는 공을 상대해야했던 자이언츠 타자들은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가고 말았다.
"이겼네."
"그러게. 결과적으로 쓸만한 카드는 다 썼지만."
"그래도 3일의 휴식이 생겼으니 다시 나부터 로테이션이 돌꺼야."
"그러면 챔피언십 시리즈를 얼마나 빨리 끝내느냐가 관건이 되겠구만."
"느낌상 5차전쯤에 끝날꺼 같아. 내가 2번 등판하는 시나리오지."
"음... 5차전이면 4일 휴식인가."
이럴때는 올스타전의 승리가 다행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내셔널리그가 이번 시즌의 올스타전에 승리를 거둔 덕분에 1,2,6,7차전을 홈에서 치루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관리한다면 2차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겠고 아니면 그대로 1차전도 가능한 일정이네."
"일단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이겨야 할 수 있는 이야기겠지만 말이야."
팡!
[스트라이크! 게임 셋!]
[가을의 전설이 마무리 되고, 시카고 컵스가 2년 연속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합니다!]
[완벽에 가까운 운용이었습니다.]
[네, 적절하게 기용해서 이긴 덕분에 체력 소모도 그렇게 많지 않았고, 투수 운용도 계산대로 굴러갈 수 있게 된 컵스입니다.]
"좋아. 그러면 우리 상대는..."
"여기도 양반은 못 되나 보네. 방금 정해졌어."
예상대로라는듯 유성은 웃으며 말했다.
"LA 다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