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
Chapter 51 - 역사에 기록되다 (2)
유성의 시즌 25승 도전 경기인 밀워키전.
막을자가 보이지 않는듯한 그 연승 행진에 수 많은 선수들이 탄식을 했으나 같은 중부 지구이다보니 제일 많이 만난 팀 중 하나인 밀워키는 오히려 편안한 마음이었다.
"녀석의 상대가 어려운건 매경기 달라지는 피칭 패턴과 생각만으로 골치 아픈 다양한 구종 그리고 그 공들을 훌륭하게 제어하는 뛰어난 컨트롤."
"...그냥 소위 말하는 만능형이구만."
"아직 21살... 곧 22살이겠군. 겨우 22살에 불과하니 차후에 좀 더 성장하겠지."
그 말에 밀워키 타자들은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재능의 격차가 적당히 나야 전의를 불태울텐데 유성의 재능은 범접하기 힘들 정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느덧 시즌 200이닝 가까이를 소화하게 되었음에도 0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는게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타격마저 장난 수준을 넘었지."
"표본이 모자라지만 4할에 근접하는 타율. 만약 녀석이 투수를 포기하고 작정하고 타격으로 나왔으면 녀석은 베이브 루스를 이어가는 타자가 됬을지도 모르겠군."
사실 마음 속으로는 지금 유성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베이브 루스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함부러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경기 시작전 유성을 상대하기 위한 회의였지만 밀워키 선수들은 이야기를 할수록 유성을 거대한 벽으로 느꼈고, 몇차례의 대결로 인해 전의를 잃은 타자도 일부 존재했다.
그나마 전의를 유지하고 있는건 각팀의 상징과 같은 클린업급의 타자 정도였다.
라이언 브론 같은 타자는 밀워키에서 그런 위상과 실력을 갖춘 타자였다.
"그래도 최근에 실점 경기가 점차 많아지고 있어. 2실점도 1번 밖에 없지만 최근에 나온거지. 녀석을 공략할 방법이 점점 보인다는 이야기지."
"그래. 거기가 공략 포인트지."
밀워키 타자들이 조금 더 심층적인 분석을 시도하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러 경기 당일이 되었다.
다만 밀워키는 이미 기세를 탄 컵스에게 위닝을 허용한 상황이었기에 유성은 시즌 25승은 물론 스윕을 위해서 등판을 하는 상황이었다.
"젠장... 우승을 내준걸로 모자라 얼마나 더 내줘야하는거지?"
"문제는 일정상 한번 더 만날 예정이라는거지."
"쳇."
우선 경기를 치루어야하니 밀워키 선수들이 움직였다.
자신들의 홈에서 치루어지는 경기였으니 선 수비로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야구라..."
"축구를 하던 자네가 보기엔 좀 그럴려나?"
"아니요. 아무리 저라고 해도 가끔은 다른걸 봐줄 필요가 있어요."
밀워키의 홈구장인 밀러파크는 4만석이 넘는 관중석을 자랑한다.
덕분에 컵스에게 스윕을 내주기 직전인데도 2만을 넘기는 관중을 유지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한 시즌은 162경기 체제로 이루어지는데 그 절반 정도를 홈경기로 치루니 평균적으로 한 시즌에 160만 이상의 관중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덕분에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구장에 찾아왔고, 그것은 타 종목의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저 친구가 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핫한 친구인가 보군요."
"그렇지."
컵스의 공격이 끝나면 바로 마운드에 올라가야하기에 유성은 덕아웃 옆에서 계속 몸을 풀어주고 있었다.
"최근 축구 분야에는 이 정도 수준의 재능이 안 나와서 아쉽군요."
"그래도 전도유망한 선수들은 제법 될텐데?"
"여기도 그렇겠지만 높은 잠재력을 가진 유망주라 해도 성공 확률이 높은건 아니니깐요."
"하긴..."
유성은 데뷔하자마자 포텐을 보여주며 꾸준히 성장한 덕분에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자 프로 4년차 시즌에 엄청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1회 초에 컵스는 득점을 거두지 못하며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그래도 절대 에이스인 박유성이 마운드로 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적당히 조절할게."
"적당히가 제일 무섭더라. 아무튼 알았어."
가장 먼저 정규시즌의 지구 우승을 달성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지금 컵스의 투타 밸런스는 물론 퀄리티도 최고조에 올라왔다.
그 정점에 해당하는게 유성이 중심을 잡고 있는 선발진이었지만 불펜이나 타선 그리고 수비까지 컵스는 100승 이상을 기록할만한 팀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 오늘 경기에 맞게 적당히 돌려볼까."
1회 말 선두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고, 유성의 초구는 98마일이 기록되는 포심이었다.
"오... 저게 km로 하면 어느정도죠?"
"km라면 158km 정도겠군."
"과연..."
2구째는 슬라이더였다.
이 공은 타자의 배트를 유도해내고 그 배트가 헛돌게 만들며 다시 포수 미트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2스트라이크에 타자는 표정을 굳힐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쉴틈 없이 몰아치듯 이어진 3구째는 타자가 배트를 내밀 생각조차 못한 100마일의 포심이었다.
[가만히 지켜보면서 삼진! 오늘도 빠른 속도로 삼진을 잡아내는 박유성!]
[과연 리그 최고의 파이어볼러이자 닥터 K다운 모습입니다.]
선두 타자를 처리했으니 다음은 2번 타자의 순서였다.
그러나 유성은 길게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
딱!
[쳤습니다. 3루수 전진! 잡아서 1루로! 아웃!]
[순식간에 2아웃까지 카운터가 만들어집니다.]
"확실히 다른 종목이군요."
"그렇지."
순식간에 2아웃을 만든 유성은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다음 타자에게 더 거세게 몰아쳤다.
팡!
하는 소리가 연달아 3번 울려퍼졌다.
다시 한번 삼구 삼진을 거두어낸 유성이 3아웃을 만들어내며 이닝을 마무리한 것이이었다.
[이닝 종료까지 5분도 안 걸렸습니다.]
[기본적으로 박유성 선수가 템포가 엄청나게 빠르기도 합니다만 2번 타자를 공 1개로 처리한게 더 영향을 주었네요.]
"보통 투수들은 일부러 시간 끄는 경우가 많은데 녀석은 역으로 빠르게 덤비고 있어. 사실 우리가 타석에서 생각할 시간이 모자란것도 그 영향이 있지."
"문제는 간격이 늘어지게 만들어도 상대가 쉬워지는건 아니라는거지."
그러는 와중에 밀워키는 2회 초에 선취점을 내주며 컵스가 1대0으로 앞서가는것을 헌납하고 말았다.
"큰일이군."
"겨우 1점 뽑는것도 어려운 놈인데 이젠 이길려면 2점이 필요한가..."
"솔직히 1점으로 막는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야."
"끙..."
불편한 진실이 있다면 방금의 이야기일것이다.
후반기 들어와서 유성이 실점을 하는 경기가 늘어났고, 최근에는 첫 2실점 경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유성이 노디시전조차 나오지 않고 승리를 계속 거두어왔던건 리그 최고의 타선 중 하나인 컵스 타선이 필요한 점수를 꾸준히 뽑아내줬기 때문이었다.
2회 말로 넘어온 이닝에 밀워키 타자들은 우선 4번 타자인 크리스 카터를 먼저 보냈다.
그 파워는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리그 최고의 공갈포인 그에게 컨택 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러고보니 이번 시즌에 홈런왕을 차지하고 방출 됬던가..."
메이저리그는 점차 파워만 강한 공갈포 유형보다는 어느정도의 컨택이 보장되는 타자를 원했다.
실제로 유성이 기억하던 밀워키는 다음 시즌에 테인즈를 데려왔고, 테인즈는 그 카터의 자리를 적절하게 매꾸었다.
"어찌되었든 파워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타자니깐... 치기 어려운 곳으로 들어가야겠지."
초구는 바깥쪽 높은 코스.
과감하다면 과감한 코스지만 카터가 칠 수 없는 코스라는 것을 확신했기에 초구는 그곳에 들어가며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냈다.
그러는 사이에 밀워키 타자들은 머리를 굴렸다.
유성은 매 경기 공격적인 피칭을 하면서 매우 빠른 템포의 투구를 이어갔다.
"템포는 우리가 타석에서 억지로 조정 시키면 되지만 녀석이 패턴을 바꿀려면 녀석이 위협을 느낄만한 타자가 있어야해."
"문제는 우리 팀에 그런 타자가... 있나?"
옆에서 듣고 있던 밀워키의 감독도 오늘 경기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 중에 그럴만한 선수가 있는지 떠올렸다.
'한정된 자원에서 다시 한정권 카드. 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어렵군.'
사실 밀워키는 이번 시즌 리빌딩을 진행 중이었던지라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프런트에서도 이번 시즌보단 다음 시즌이나 그 다음 시즌을 이야기 하고 있었으니 잠시 선수단을 고민하던 감독은 힘을 빼고 편안한 자세를 잡았다.
'어차피 지금 전력으로는 못 이긴다.'
선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성은 무자비하게 타자들을 휩쓸었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왕의 모습과도 같았다.
"100여년만에 정점을 노리는 왕인가..."
어느새 카터를 삼진으로 처리한 유성은 5,6번 타자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안겨주었다.
2회 말도 마찬가지로 무득점은 물론 출루조차 할 수 없었다.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3회를 준비하기 위해 잠시 눈을 감은 유성은 좀 더 차분한 기분이 되어가는것을 느꼈다.
"왠지 모르게..."
"응?"
"오늘은 뭔가가 될것 같네."
그것은 밀워키에게 사형 선고와 같은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컵스 타선이 점수를 뽑지 못하며 1대0의 상황이 계속 유지된 가운데 이어진 3회 말은 여전히 유성의 페이스로 경기가 이어졌다.
2명이 삼진으로 물러나고 1명은 가까스로 공을 건드리며 범타로 물러났다.
어느새 3이닝만에 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삼진 페이스를 미친듯이 끌어올린 유성은 타순이 한번 돌았으니 다음 이닝부터 대응이 달라질 것을 염두에 두며 구상을 진행했다.
그 옆은 당연히 계속해서 의견을 조율해야할 포수가 지키고 있었다.
"흠..."
"그걸로 충분해?"
"물론이지. 이미 수 없이 맞붙어왔으니 녀석들의 실력은 거의 알만해. 좀 더 효율성을 추구할 필요성이 있지."
이정도까지 오니 아무리 옆에서 꾸준히 지켜보던 컵스 선수들이라 해도 말 못할 느낌까지 받았다.
"유성은 확실히..."
조 매든 감독이 무엇인가 이야기하려 했으나 이닝이 4회 말로 넘어왔기에 그저 유성을 지켜보아야했다.
"내 착각인가. 아니면 오늘의 유성이 범접 불가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건가."
타순이 한번 돌았으니 그에 걸맞는 대응이 필요했다.
다행스럽게도 밀워키 타자들은 아직 전의를 잃지 않은 모습이었으니 말이었다.
"후... 최근 실점이 좀 있어서 제대로 준비 해온 모양인데 아쉽겠구만."
이렇게 말하며 유성은 선두 타자에게 93마일의 공을 던졌다.
그 공은 바로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포심 중심으로 진행된 첫 타석과 달리 두번째 타석에선 투심을 중심으로 밀고 갈 생각이었다.
거기에 앞선 이닝에 꺼내지 않았던 커터와 스플리터가 투심과 함께 나오기 시작하면서 인터넷으로 중계를 보던 한 야구팬은 이런 채팅을 남겼다.
- 이닝 시작할때 잠깐 화장실 다녀왔는데 이닝이 끝났네.
ㄴ 이게 그 화장실 다녀오니 이닝 바뀌었다는 그거지?
- 유성이 터무니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기는 해.
- 최근에 실점이 좀 있어서 걱정도 됬는데 괜한거였어.
4회 말에도 2개의 삼진을 추가하며 유성은 단 4이닝만에 9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괴력을 과시하였다.
밀워키에게 더욱 끔찍한 소식은 이제 4회 말이 끝났기에 9회 말까지 5번의 공격에서 더 유성에게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망할..."
당연히 밀워키 선수들은 무기력한 모습의 자신들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그렇게 경기는 5회로 넘어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