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135화 (135/156)

# 135

Chapter 51 - 역사에 기록되다 (1)

오클랜드에게 승리를 거두며 시즌 19승을 거둔 유성은 곧 바로 20승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번 시즌 21번째 등판이자 20승 도전 경기의 상대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카를로스 마르티네즈라..."

"전에 붙어봤던가?"

"음... 아마도?"

그래도 그는 이번 시즌을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만들며 질주하고 있는 카디널스의 실질적 에이스였다.

사실 카디널스는 이 매치를 원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는 에이스 매치를 피할려고 로테이션을 조정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는데 문제는 컵스의 선발진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다.

유성을 피할려고 해도 뒤에 버티고 있는 투수가 레스터, 아리에타, 헨드릭스라는 터무니 없는 선발진이었으니 에이스 카드를 어디로 내든 쉬운 경기는 없었다.

"이번 시즌만 놓고 보면 박유성은 1선발을 넘어선 0선발 정도는 되는거 같고..."

"0선발이라니."

"레스터, 헨드릭스도 1선발급에 아리에타가 작년보단 못해도 3선발 정도 수준은 계속 보여주고 있지. 래키도 5선발이면서 4선발급은 되고."

컵스의 선발진은 그야말로 판타스틱 4를 넘어선 어메이징 5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박유성의 방어율이 최근에 계속 올라왔는데요.]

[네, 후반기에 실점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곧 0.5를 넘길듯 합니다.]

[그래도 대량 실점으로 무너지지 않는 이상 0점대 방어율이 점차 유력해지고 있죠?]

[네, 오늘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못 잡고 10실점을 해야 겨우 방어율이 1점을 기록하는 수준인지라 후반기에 급격하게 무너지지 않는 이상 역사에 이름을 남길 준비는 마무리 되었다고 볼 수 있겠죠.]

"뭔가 자주 만나는거 같은데 착각이겠죠?"

"같은 내셔널 리그에 같은 지구끼리 만나니 자주 볼 수 밖에 없지."

컵스, 세인트루이스, 피츠버그까지 한국인 선수가 있는 팀이 내셔널 중부에 몰려있었다.

아메리칸 리그에도 한국인 선수 팀이 여럿 있었지만 동일 지구에 모여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너무 자주 만나는거 같은데 말이죠."

"결국 니네팀이 다 이기면서."

"그건 그렇죠."

경기 전 오승훈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유성은 이내 경기 시작이 다가오자 등판 준비를 마무리했다.

컵스의 홈에서 치루어지는 경기인만큼 유성이 먼저 마운드에 올랐고, 카디널스 타자들은 곡소리를 내야했다.

"젠장 저녀석 상대하다가 통산 성적 다 망가지겠군."

"그러게 말이야. 중부 지구에서 떠나던가 해야지."

물론 진담은 아니었다.

자주 만난다고 해도 유성이 등판하는 경기는 그렇게 자주 안 겹치기에 지금의 이야기들은 유성의 공을 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조적인 반응이었다.

다만 오늘도 컵스는 슬로우 스타트를 할 생각인지 타선이 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생각보다 경기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네요.]

[네, 방금 박유성 선수도 제대로 때려내지 못하고 아웃을 당했는데요. 최근에 점점 타율이 내려오고 있었는데 이젠 3할대로 내려오게 됬습니다.]

[그래도 8월 초까진 4할을 유지했다는 이야기니깐요. 아무리 타석이 적다고 해도 지금 수준이면 300타석 가까이 소화할테니 충분히 가치 있는 투타겸업 시즌을 보낼겁니다.]

어찌되었든 3회까지 스코어는 0대0이 유지되었다.

[오늘 박유성 선수가 삼진이 좀 적네요.]

[연속 10탈삼진 기록이야 진작에 멈췄기에 부담은 없지만요.]

4회 초 선두 타자에게 유성은 다시 피치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잡아낸 삼진에 순간 컵스 전광판이 한가지 기록을 보여주었다.

[시즌 250K]

"벌써 250개야?"

"이거 단일 시즌 최다도 노려보겠는데?"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최다 삼진은 1974년 놀란 라이언의 383K였다.

300K 자체도 지난 시즌에 커쇼가 달성할때 12년만에 나온 기록으로 칭송 받았는데 지금 유성은 그 수준마저 뛰어넘으려고 하고 있었다.

[오늘이 21번째 등판이니 한 9번 정도 더 등판할겁니다.]

[9번이면 역대 최다는 조금 아슬하겠군요.]

[9경기라고 가정하면 매 경기마다 평균 14.3개 정도를 잡아야겠군요.]

[지금도 평균 12개에 근접할 정도인데 그보다 더 올릴려면 엄청난 도전이 되겠군요.]

[사실 300K만 해도 최연소 기록이고 그 이후도 최연소 기록이 될겁니다.]

이미 각종 최연소 기록을 휩쓸거나 도전하고 있는게 바로 유성이었다.

마이너에서 2,3년 단련 이후 바로 메이저를 폭격하는 선수들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성은 그런 선수들의 데뷔 시즌을 한참 초월하고 있었다.

"될것 같나?"

"솔직히 무리라고 하고 싶은데... 이번 시즌에 보여준 모습이 워낙 터무니 없어서 말이지."

KBO에서도 매시즌 발전하던 선수가 이번 시즌에는 아예 진화 수준으로 발전했다.

4회 250K를 달성한 유성은 그 기세를 타고 다시 삼진 페이스를 회복하였다.

카디널스의 마르티네즈도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6회를 넘기지는 못하였다.

유성부터 시작된 컵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3점을 헌납하고는 마운드에서 내려가고만 것이었다.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유성은 6회 3점의 지원을 받은 덕분에 7회까지만 던지고 등판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박유성이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마운드에서 내려갑니다.]

[이걸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는건 물론 21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기록하게 되었군요.]

이후는 불펜의 영역이었는데 채프먼 영입 이후 한층 더 단단해진 불펜은 단 1점의 추격조차 허용하지 않고 승리를 지켜냈다.

그 결과가 바로 유성에게 돌아온 메이저리그 최연소 20승이었다.

[이제 박유성은 3개의 홈런만 더 때려내면 전대미문의 20승 20홈런의 고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아쉬운 점은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서 감각 유지가 까다롭다는건데요. 그래서인지 박유성 선수의 홈런이 꽤나 길게 안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겸업으로 인한 체력적 부담도 있을테니깐요.]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기에 준비 자체는 철저하게 해왔으나 그럼에도 몸이 느끼는 피로도가 달랐기에 유성도 슬슬 부담이 느껴지고 있기는 했다.

특히나 이동거리가 문제였는데 사실 KBO는 이동거리로 불평을 말하기에는 조금 민망할 정도로 큰 부담잉 없었는데 메이저리그는 거리가 길 경우 아예 비행기로 이동 해야할 정도로 이동으로 소진되는 체력이 상당했다.

"좀 더 고생하라고."

"그래, 넌 덜 던지니깐 문제 없다는거지?"

"그것도 있지만 너처럼 로테이션을 많이 거른적은 없어서 말이야."

"그래그래. 나 관리 좀 받았으니 고생 하라는거지."

"자꾸 이야기가 이상해지는데."

어느덧 8월 중순을 지나가고 있는 시점이었기에 시즌 종료까지 남은 기간은 2달이 조금 안 되었다.

물론 컵스는 포스트 시즌 진출의 8부 능선을 넘긴 상태였기에 좀 더 긴 시즌을 치루겠지만 정규 시즌 종료는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8월에 3경기, 9월에 5경기 정도 등판 할려나..."

"응? 1경기는 어디 갔지?"

"사실 포스트시즌에 못 가면 니가 1경기 더 나설 일정이 되는데 우린 포스트시즌에 갈 예정이니 아무래도 조정될꺼 같네."

"그래? 하긴..."

와일드카드는 둘째치고 디비전 시리즈, 챔피언십 시리즈, 월드 시리즈까지 최소 3경기에 시리즈 운영이 꼬이면 6,7경기까지 등판 할 수도 있었다.

"운 좋으면 포스트시즌까지 11경기고 나쁘면 15경기인가..."

"최대치로 보면 거의 100이닝은 더 던지겠는데?"

"좀 더 힘을 아끼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네."

최연소 20승에 최단기간 20승 거기에 여러 기록까지 하나둘씩 자신의 것으로 기록들을 바꾸어나가던 유성은 이야기대로 8월에 3번의 등판을 더 하며 22이닝 3실점으로 MLB 데뷔 첫 2실점 경기를 펼치기도 하면서 점차 분석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이유가 그것이었고, 실제로는 포스트시즌 대비를 위해 유성이 페이스를 더 안정적으로 조절하면서 비율 스텟이 조금 더 변동이 온것이었다.

"이정도면 아슬하게 350K 도전 정도는 할 수 있을꺼 같은데..."

"내가 볼때 역대 3위 정도는 노려볼꺼 같은데?"

"역대 3위? 음... 확실히..."

역대 1위는 어렵지만 역대 3위라면 한 경기 정도만 제대로 미쳐주면 노려볼만한 수준이었다.

2001년 랜디 존슨이 기록한 372K의 기록이 바로 그 기록이었다.

"하긴 기록을 기억해도 1위를 기억하고 좀 더 기억해도 3위까지나 기억하니..."

마침 최연소로 300K를 달성해서인지 삼진에 일가견 있던 레전드들은 기다렸다는듯 유성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특히나 스카우터들이 이야기했던 역대 3위의 주인공인 랜디 존슨은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제 5경기 정도 더 등판할듯 한데 라이언은 몰라도 제 기록은 깨줬으면 좋겠군요. 기록은 깨라고 있는거니깐요."

과연 빅유닛이라 불리는 거인다운 발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유성은 9월 첫 등판에 8이닝동안 1실점을 했지만 17K를 잡아내며 레전드의 이야기에 화답했다.

"이젠 한경기 한경기가 중요해."

"그렇지. 이제 매직 넘버도 얼마 안 남았어."

"시즌 100승도 머지 않았고 말이지."

유성의 압도적인 기록의 행진에 많은 시선이 몰린 가운데 컵스도 그에 걸맞게 역대급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었다.

벌써부터 컵스가 앞으로 몇승을 더 할 것인가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고, 이러한 점은 유성의 승리 횟수도 마찬가지였다.

후반기 들어와서는 노디시전마저 없는 상황이었기에 이론상 28승까지 획득이 가능했다.

"그래서 다음 상대는 누구지?"

"음... 밀워키."

정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다보니 최근에 일정을 확인 못했던 유성은 밀워키 브루어스가 시즌 25승 상대라는걸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그나저나 벌써 24승이라..."

"한국에선 몇승이었지?"

"그때 27승인가 하고 왔었지."

"거의 따라왔군."

"아쉽게도 내가 등판하기 전에 우승이 확정날듯 하지만..."

"그정도는 다른 녀석들에게 기회를 주라고."

"그래야지. 솔직히 이 시점이 되니 개인 기록이 신경 쓰여서 말이야."

워낙 수 많은 기록들이 걸려있고, 언론이나 동료들까지 기록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유성도 꾸준히 기록에 신경 쓸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기록에 따른 옵션이 존재했기에 언론이 떠들지 않았어도 유성이 알아서 신경 썼을 가능성이 높지만 어찌되었든 그 이야기대로 컵스는 순항하였다.

그 결과 8년만의 지구 우승을 달성하며 이번 시즌 가장 빨리 우승을 확정한 팀이 되었다.

남은건 역대 기록에 도전하는것 뿐이었는데 조 매든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모아서 이야기했다.

"이제 너희는 역사에 기록될 시즌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후회를 남길지 환희를 남길지는 모두 너희에게 달렸다. 가자, 긴 역사에 종지부를 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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