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134화 (134/156)

# 134

Chapter 50 - 인터리그 (2)

후반기가 시작되고 유성은 메이저리그에 적응한 모습을 좀 더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덕분에 7월이 마무리 되었을때 기록한 19경기 18승 0패와 아직도 0.5도 안되는 방어율은 클래식 스텟을 높게 치는 자들의 마음에 쏙 들어갈만한 성적이었고, WAR와 같은 스텟에서도 세이버 메트리션들을 매료 시켰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 상대는 세이버 메트릭스가 메이저리그라는 무대에 입성하기 시작한 기점이 된 구단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였다.

오클랜드라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빌리 빈 전 단장일것이다.

바로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오클랜드의 단장이었으나 지난 시즌을 마치고 사장으로 승진하였기에 전 단장이 된것이었다.

어찌되었든 드디어 유성을 만나게 된 빌리 빈은 경기 전부터 언론을 통해 이렇게 이야기를 하며 기대치를 올려두었다.

[우린 이제 클래식 스탯은 물론 세이버 메트릭스에서도 역사상 가장 뛰어나다고 기록될 선수를 상대하게 될것이다.]

"그 빌리 빈이 저렇게 칭찬했는데 어때?"

"세이버 메트릭스에 관심 있는 사람에겐 최고의 칭찬 중 하나지."

"다른 칭찬도 있나봐?"

"보스턴 레드삭스에 있는 빌 제임스는 세이버 메트릭스의 대부라고 불리지. 그런 사람이 칭찬해주면 또 좋겠지."

"그러면 대신 내 칭찬은 어떤가?"

역대급 계약을 맺을때 보았던 이후로 수개월동안 본적이 없었던 시카고 컵스의 사장인 테오 엡스타인이 나타났고, 옆에 같이 나타난 것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인 아롤디스 채프먼이었다.

오클랜드와 만나기 약 1주일 전쯤에 유망주를 4명이나 내주고 트레이드로 그를 데려온 것이었다.

'어찌보면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라고 할 수 있겠지.'

사실 유성의 합류로 역대급 5선발을 구축한 컵스였기에 무리하게 데려올 필요가 없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채프먼의 영입으로 컵스의 불펜은 한단계 더 진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저 영입할때 했던건 거짓말이었나요?"

"아니. 그 이야기가 아니잖아."

"그때 칭찬을 엄청 들어서 지금은 새롭지 않네요."

"...너무하네."

이제 40줄에 들어간 아저씨가 저러고 있으니 이게 뭔가 싶기도 했지만 유성은 무시했다.

경기 준비라는 명목으로 보내버리면 되니깐 말이었다.

다만 바로 준비를 할 수는 없었다.

엡스타인 사장을 따라왔던 채프먼과 또 이야기를 나누어야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팀에 합류한지 좀 되었지만 이렇게 이야기할 틈이 없었으니 기회라면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오늘 등판 될려나?"

"타선이 3점만 뽑느냐 그보다 더 뽑아내느냐가 문제겠지."

"하긴..."

어느덧 유성이 소화한 이닝이 140이닝을 넘었다.

그럼에도 0.5도 안 되는 방어율은 유성에게 경기당 1점도 뽑아내기 힘들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기에 채프먼은 아직 유성이 등판한 경기에는 등판한 적이 없었다.

아무튼 이야기를 마친 유성은 등판을 위해 몸을 풀기 시작하였고, 순식간에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며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클랜드와 이번 시즌에 역대급 시즌을 보내려 하고 있는 컵스가 만났습니다.]

[컵스는 앞서 텍사스를 만나면서 3연전 스윕을 거두며 역사적인 시즌을 보낼 준비를 마쳤죠.]

[네, 오늘 박유성도 그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나서고 있죠.]

[시즌 70승에 가장 먼저 선착한 컵스가 이제 80승 선착을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유성은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컵스 타선은 오늘 따라 처음부터 불타기 시작하더니 1회부터 4점을 뽑아내며 유성에게 큰 지원을 하는 동시에 경기 전에 이야기 했던 채프먼의 등판마저 막아버렸다.

"이거 생각보다 더 화끈하겠는데..."

만에 하나 유성이 1,2점을 내주더라도 오늘 타선의 모습이라면 불펜 기용 방식 자체가 틀려질 것이 분명했다.

"일단 오클랜드가 어떤 반격을 하는지부터 봐야겠지."

인사 차원에서 초구는 95마일의 투심을 던져주었다.

적당한 구속의 공이 날아왔기에 포심이라 생각하고 선두 타자가 스윙을 했으나 투심은 타자의 예상과 다른 상황을 만들게 했다.

딱!

[쳤습니다! 하지만 3루수 전진해서 잡고 1루로 뿌립니다.]

[결과는 당연히 아웃이죠.]

선두 타자를 1개의 공으로 처리한건 유성에겐 앞으로의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었고, 반대로 오클랜드 입장에선 시작부터 계획이 약간 꼬인 것이 되었다.

"초구부터 투심이라니."

"운이 없었어. 확률상으로 포심을 던지는 가능성이 높았는데 안 그러는걸 보면..."

오클랜드는 세이버 메트릭스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구단이었다.

빌리 빈 취임 초기에 보여주었던 모습만 해도 엄청나다고 할 수 있었다.

비록 몇년 뒤에 당시 역대 최연소에 해당하던 단장이 등장하면서 스포트 라이트가 돌아갔지만 여전히 분석력에서 오클랜드는 최고 수준의 팀이었다.

팡!

2번 타자에게 던진 초구도 94마일의 투심이었다.

오클랜드 타자들은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겠지만 오늘 유성은 투심의 비중을 포심에 맞먹을 정도로 끌어 올릴 생각이었다.

"이놈들..."

VIP석에서 지켜보던 빌리 빈 사장은 오늘 유성의 스타일이 어떤 식인지 알 수 있었다.

최근의 여러 스타일을 혼합한 피칭 타입은 아니었지만 또 새로운 타입의 피칭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매경기마다 발전하고 있구만..."

사실 오클랜드가 돈이 없는 팀은 아니지만 금액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넘어가자 별 수 없이 철수를 해야했다.

사실 21세에 불과한 유성은 규정상 국제 유망주로 분류가 되어야하기에 그정도 금액이 나올 수가 없었으나 그 규정의 허점을 모르는 구단이 없었기에 결국 포스팅비를 30M(3천만불)으로 제한했음에도 머니 싸움이 되었다.

"후... 돈을 좀 더 쓸 수 있으면 좋을텐데."

100승 시즌도 몇번인가 만들어냈던 그였으나 포스트 시즌에는 번번히 실패했다.

그리고 긴 시간동안 배운 것 중에 이것만큼은 확실했다.

단기전인 포스트 시즌에는 단 1경기라도 확실하게 경기를 지배할 에이스가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유성이 필요했지만 빌리 빈의 오클랜드는 실패했고, 돈이 썩어 넘칠 정도로 많았던 컵스는 성공했다.

어쩌다보니 헤이워드가 덤이 되기도 했고 말이었다.

딱!

"파울!"

순식간에 2번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한 유성은 3번 타자와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었다.

2S-1B의 상황에서 간만에 꺼낸 커터에 타자가 헛스윙을 하며 순식간에 2타자 연속 삼진으로 이닝이 마무리 되었다.

"이거 오늘 불펜들은 또 대부분 쉬겠는데?"

"올라간 녀석이 불만 안 지르면 되겠어."

유성이 돌아오는 것을 보며 웃고 있던 컵스 불펜 투수들은 돌아온 유성을 맞이하였다.

오늘 유성이 타격을 안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보면 오늘 박유성 선수가 타석에 없는 것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잠깐 설명을 하자면 인터리그에서 아메리칸리그 팀이 홈일때는 지명 타자 제도를 사용하고, 내셔널리그 팀이 홈일때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죠. 그래서 오늘 오클랜드의 홈에서 경기가 치루어지기에 박유성 선수의 타석이 없죠.]

[네, 말씀드리는 순간 유격수가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로 안타를 하나 훔쳐갑니다!]

[저건 더 간격을 벌리고 싶었던 컵스 입장에서 정말 아쉬운 타구네요.]

애초에 4점이라는 지원을 받았기에 유성은 추가점이 안 나오더라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2회는 추가점 없이 마무리 되었고, 유성도 기대가 없었기에 이닝이 마무리 되자마자 바로 마운드로 향했다.

점수가 더 안 나오면 반대로 이쪽에서 찍어눌러줄 필요가 있었으니 말이었다.

***

3회가 되자 컵스는 3점을 더 추가하며 스코어를 7대0으로 벌려냈다.

당연히 유성은 그 사이에 오클랜드 타선을 차례차례 봉쇄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비록 6회에 보이지 않는 실책이 겹치며 1점을 주기도 했지만 마지막이 될게 유력한 7회 말의 마운드에 오르며 유성은 던졌던 공과 던질 공을 정리했다.

[확실히 박유성 선수가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실점이 늘어난 편이기는 합니다. 오늘 경기까지 4경기 밖에 안 치루었지만 전반기와 비교하면 0.5 가까이가 올라간 상태죠.]

[그럼 후반기 진행에 따라 방어율이 1점대로 올라갈 가능성도 있군요.]

아무리 분석이 어렵다고 해도 수개월간 수 많은 전력 분석팀과 인력이 갈려나갔다.

슬슬 유성의 공에 익숙해진 팀들도 제법 보이는 상황이었으니 방어율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물론 전반기에 비해 그렇다는것이지 후반기의 유성은 여전히 0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였다.

팡!

[스플리터가 예술이네요.]

[보통 투수들은 많아야 3개 정도 변화구를 구사하는데 박유성 선수는 투심을 빼고 봐도 무려 8개나 되는 변화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 8개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가진 구종들이라는거죠.]

순식간에 7회도 2아웃이 만들어졌고, 이제 하나만 더 잡으면 오늘 유성의 등판이 마무리 될 예정이었다.

그때 오클랜드가 대타를 냈다.

[여기서 대타가 나오네요.]

[사실 이쯤오면 6점차를 뒤집기는 쉽지 않거든요? 어떻게 본다면 경험 획득을 위한걸지도 모르겠네요.]

[네, 얼마 전에 마이너에서 올라온 유망주인데... 엠마뉴엘 잭슨이라는 유망주 랭킹 50등 안에는 들어와 있는 선수군요.]

[흥미롭군요. 작년에 중간에 합류해서 마이너리그 경기를 얼마 못 뛰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짧은 기록으로 이 순위라면...]

"옛날에 보던 녀석이 또 나타났군."

여기서 옛날은 당연히 회귀 전이었다.

이전에 워싱턴에서 봤던 나바스처럼 그도 훗날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차세대 올스타 중 하나였다.

그런 녀석을 또 만나게 되었으니 유성은 환영 인사도 할겸 단번에 구속을 100마일로 끌어 올렸다.

팡!

[여기서 오늘 처음으로 박유성의 100마일이 기록됩니다!]

[루키에게 환영 인사를 보내는듯 한데요. 생각해보면 박유성도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죠.]

[듣고 보니 그렇네요. 루키가 루키에게 보내는 환영 인사라... 재미 있는 장면이네요.]

2구째는 96마일의 고속 스플리터.

아직 미완성이라는건지 이 공에 속아넘어가며 가볍게 2스트라이크가 만들어졌다.

"재능 자체는 확실한 녀석들이니 다음 시즌에는 확연히 달라지겠지만..."

일단 이번 시즌에 조금은 눌러둘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유성은 체인지업을 이용한 구속 차이로 오늘 데뷔전을 치룬 차세대 올스타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7회를 마무리 하였다.

[박유성이 7이닝 1실점으로 오늘 등판을 마무리합니다.]

[여전히 스코어는 7대1로 컵스의 압도적인 우위입니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불펜이 가동되고 있네요.]

[네, 오늘 경기는 이제 컵스가 거의 다 가져갔다고 봐야겠죠.]

실제로 8,9회에 움직인 컵스 불펜은 오클랜드의 막판 공세를 완벽하게 막아내며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 하였다.

이것으로 유성은 시즌 19승째를 달성하며 이제 20승에 도전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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