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
Chapter 50 - 인터리그 (1)
"후반기 첫 등판은 이날이네. 첫 등판 전까진 타자 출전도 없을 예정이니 하루 정도 늦게 와도 문제 없네."
"제가 안 그럴줄 알고 하는 말이죠?"
"뭐... 그렇지. 진짜 놀고 오는건 아니겠지?"
"아니요. 한국에 있을때도 길게 쉬지는 않았네요."
그렇게 유성의 후반기 첫 등판은 후반기 첫 시리즈이자 인터리그의 시작을 알리는 텍사스 레인저스 3연전의 3차전으로 결정 되었다.
"그러고보니..."
가끔이지만 자신이 아는것과 다른 상황이 있었다.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한국 야구사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라 할 수 있는 타자도 조금은 다른 점이 있었다.
실력이 특별히 뛰어나졌다던가 하는 차이는 아니었다.
다만 잔부상마저 없는 철강왕이 되었다는 점이 유일한 차이였다.
수 많은 경기 중 하나였기에 떠올리기는 힘들었지만 원래대로라면 그는 작은 부상으로 빠져있어야했다.
하지만 철강왕이 된 덕분에 오늘 그라운드에서 그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빨리 만날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래요? 일정표 보면 당연히 떠오르던데."
한국 야구사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라 불리는 추신소.
누군가는 이승연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는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역사상 최고지만 한국 야구 전체로 범위를 넓힌다면 최고들만이 모이는 리그에서 10년 이상을 상위 클래스로 활약해온 추신소가 더 뛰어나다고 평가 할 수 있다.
철강왕이 된 덕분인지 본래라면 2년 연속 20-20 클럽을 기록했겠지만 여기선 3년 연속 20-20 클럽을 기록하기도 하면서 이번 시즌에는 아시아 타자 역사상 최다 홈런 기록까지 가져오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로 큰 영향을 줄만한건 아니니...'
야구라는 단일 종목에서나 변동이 있을뿐이지 다른 분야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추신소가 떠난 이후에야 마무리 되었다.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인터리그 1,2차전은 시카고 컵스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 결과는 컵스 입장에서 기분 좋은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4,5선발을 내세우고 거둔 승리였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럽게 4,5선발 이후는 1선발의 등판으로 이어졌고, 사전에 이야기된대로 유성의 등판이 시작되었다.
[2016시즌 박유성의 후반기 첫 등판이 잠시 후 시작됩니다.]
[인터리그 첫 상대가 텍사스로 결정되면서 경기 전부터 박유성이 텍사스의 추와 이야기 하는 모습이 잡혔죠?]
[네, 같은 한국인이다보니 몇몇 선수들과 이야기하던 모습도 자주 보였죠.]
그때 유성이 상대할 투수가 화면에 잡혔다.
[콜 해멀스. 지난 시즌 텍사스가 우승과 포스트 시즌을 위해서 무려 5명의 유망주를 데려왔었죠.]
[5명씩이나 내준건 조금 컸다고 보지만 대신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에 지구 우승에 큰 힘을 보태고 있으니 그렇게 손해는 아닌듯 하지만요.]
물론 2억 5천만불에 근접하는 돈으로 유성과 7년 계약을 맺은걸 비교하면 싸게 처리했다고 느낄 수도 있었다.
유성이 돈값에 걸맞는 전반기를 보냈지만 후반기에도 같을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메이저리그가... 보수적이라고 해야할까요. 사실 전반기에 충격적인 모습을 보인 이후 후반기에 안 좋은 기록을 남긴 선수들이 많았거든요.]
[그렇죠. 2년 전의 다나카도... 그러기는 했죠.]
[물론 박유성 선수가 전반기에 보였던 모습을 생각하면 후반기에 바로 그렇게 되리라 보기는 힘들겠지만 의문을 표하는 언론이 좀 더 남아있을겁니다.]
한국의 중계진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며 약간의 우려를 보였으나 선두 타자에게 던진 초구가 정확하게 100마일을 기록하며 스트라이크가 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전반기에 활약을 펼치고 후반기에 부진한 케이스는 많지만 그게 나에게 통하는 이야기는 아니지.'
팡!
팡!
순식간에 이어진 2번째 포심과 스플리터는 순식간에 타자에게 헛스윙 삼진을 뽑아내며 후반기 첫 등판을 삼진으로 시작한 유성이었다.
[대단하군요. 어느정도 우려가 있었는데 그걸 힘으로 눌러버리네요.]
[사실 박유성은 매경기마다 여러 모습을 보여주었죠. 떄로는 지금처러 불같은 파이어볼러가 되기도 하고 구속 조절을 한 뒤로는 다양한 변화구를 통한 기교파 유형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곧 바로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추신소.
그를 보며 유성은 초구 구속을 90마일 중반으로 낮추었다.
대신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에 최대한 걸치는 공이 들어갔고, 유성이 생각했던 그 존에 정확히 주심이 스트라이크를 판정했다.
'이건...'
[구속이 살짝 낮아졌지만 구석을 정확하게 공략했네요.]
[전반기 막판부터 주로 보여줬던 모습은... 네. 컨트롤 아티스트의 모습에 가까웠죠.]
2구째도 다시 바깥쪽을 공략하는 슬라이더였다.
초구가 스트라이크가 되는 것을 보았기에 추신소도 배트를 움직였으나 유성의 슬라이더가 워낙 날카롭게 휘어져서 건드리지 못하고 헛스윙만 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가 만들어졌고, 지금 유성의 피칭 스타일이 무엇인지 깨달은 추신소는 고개를 저었다.
"대단하군."
"이번에는 또 어떤 의미로 대단한거지?"
"전반기에 박유성이 보여준 모습은 크게 3가지였어. 첫번째는 파이어볼러, 두번째는 각종 변화구를 앞세운 기교파. 그리고 세번째가 지금..."
팡!
"스트라이크!"
"3구 연속 같은 코스에 정확히 던질 수 있는 컨트롤러."
3구째는 90마일 후반으로 약간 구속이 올라온 포심이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유성이 던진 3개의 공은 모두 같은 코스에 정확히 들어왔다.
"과연..."
단순하게 보면 기교파와 컨트롤러의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지만 기교파로써의 유성은 변화구가 포심보다 비중이 높을 정도였고, 지금의 유성은 구속은 기교파일때와 비슷하지만 더 정확한 제구력을 보이고 있었다.
"평소에 이렇게 안 하는건..."
"제구에 더 심혈을 기울이는것보단 더 빠르게 던지는게 녀석의 스타일에 맞는거겠지."
그러는 사이에 3번 타자마저 처리한 유성은 1회 초의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다음 일은 타선의 일이었다.
물론 유성이 점수를 뽑아낼 수도 있지만 계속 유성이 기점이 되거나 해결사가 된다면 타자들도 면목이 없었기에 초반부터 해멀스에게 강하게 압박을 넣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판타스틱4라고 불리던 선발진의 일좌를 담당하던 투수이자 현 텍사스의 에이스인 그는 쉽게 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빠르게 점수를 내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는 컵스 타선을 역으로 흔들어내며 1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에이스끼리의 대결이야. 당연히 쉬운 경기가 될리가 없지."
그리고 2,3회에 유성이 보여준 모습을 보며 스카우터들은 더욱 고민에 빠졌다.
단 3이닝동안 유성은 파이어볼러, 기교파, 컨트롤러의 모습을 돌아가면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터무니 없군."
"그래. 보통 하나의 모습을 쭉 밀고 가다가 변동을 주는건 봤어도 3가지 모습을 돌아가면서 사용하다니..."
"그래도 기본적으로 본인이 파이어볼러인건 까먹지 않았는지 다른 유형일때도 잊을만하면 100마일이 넘는 공이 들어가는군."
3회까지 막아내고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유성을 보며 스카우터들은 의견을 계속 교환했다.
"사실 아쉬운 감도 있어. 구속이 아무리 낮아져도 93마일(150km)이 최소거든. KBO에선 더 낮은것도 던졌다고 들었는데..."
"거기 머물면서 봤던건 KBO는 아예 90마일(145km) 아래를 던져도 못 치는 타자들이 꽤나 많다는거였어."
사실 유성이 마음만 먹으면 더 낮은 공을 던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KBO도 아니고 MLB에서 강속구의 이점을 포기하고 그렇게 던질 이유가 없었기에 그러지 않았다.
팽팽한 투수전이 계속해서 이어지는듯 했으나 끝내 유성이 답답해서 내가 친다는 다시 재현하였다.
딱!
[쳤습니다! 후반기 첫 타석부터 담장을 넘기는 박유성! 시즌 13호 홈런!]
[그러고보면 오늘이 16연승 도전 등판인데 홈런까지 추가하네요.]
[그렇죠. 엄청난 페이스입니다. 말로만 하던 20-20을 정말 실현 시킬듯한 그런 기세입니다.]
유성의 솔로 홈런으로 스코어는 1대0으로 바뀌게 되었고, 그 분노를 뒷 타자에게 풀며 이닝을 마무리한 해멀스지만 유성을 계속 의식할 수 밖에 없었다.
"노려보는게 느껴지는데..."
"니가 보통 잘하는게 아니잖아?"
"그럼 좀 더 악몽을 꾸게 만들어줘야겠네요. 어차피 다시 만날려면 한참 걸릴테니."
4회 초에 페이스를 올리기 시작한 유성은 강속구 위주로 추신소를 포함한 텍사스 타자들을 힘으로 찍어누르며 4회를 마무리하였다.
당연히 해멀스도 간격을 넓히지 않기에 4회를 막아냈으나 유성은 해멀스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듯 5회에는 변화구 위주로 그리고 6회에는 컨트롤 위주로 텍사스 타자들을 상대했다.
그야말로 변화무쌍이라는 말에 가장 적합한 모습을 오늘 경기에서 보여주고 있는 유성이었다.
덕분에 스카우터들은 알 수 있었다.
겨우 반시즌으로는 유성을 공략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말이었다.
"시즌을 치루면서 계속해서 성장하는 투수에 대해 들어봤나?"
"지금 보고 있잖아?"
"그렇지. 한국에서도 단기간에 새로운 구종을 장착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미국에 건너온 이후의 성장이 더 엄청나군."
이날 해멀스는 무려 8이닝을 던지며 괴력을 과시했으나 단 1실점이 차이를 만들었고, 마찬가지로 8이닝을 소화한 유성은 끝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해멀스는 완투패라는 성적을 가지고 물러나야했다.
동시에 텍사스는 스윕패라는 참사를 당하며 잠시 흔들림을 겪게 되었고, 반대로 컵스는 스윕을 통해서 역사적인 기록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다.
[엄청난 페이스로 승리를 챙겨온 덕분에 지금부터 컵스가 쌓는 승수는 모두 역사상 최단기간에 도달한 승수가 되겠군요.]
[네, 덕분에 역대 최다승에 도전할 수도 있게 되었죠.]
그 역대 최다승의 주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카고 컵스였다.
시애틀 매리너스도 그와 동급의 기록을 기록하였지만 컵스 입장에선 자신들의 기록을 갱신했다는게 더 보기 좋았기에 시카고 언론에서 따로 보도를 하지 않았다.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3연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유성은 또 하나의 기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바로 이전부터 이야기 되었던 16연승이라는 기록이었다.
"그 긴 역사에서 이런 기록이 새롭게 작성될줄은 몰랐네요."
"난 아직도 보여줄게 남아있는 자네가 더 놀랍군."
"아직 놀라시면 안됩니다. 보여드릴게 더 많이 남았거든요."
"그렇지. 시즌은 길지."
이후 유성은 7월 2경기에서 14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무실점에는 실패했으나 여전히 방어율을 1점대 아래로 유지하면서 7월을 마무리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승을 계속해서 챙기면서 유성의 승수는 어느덧 18승째에 도달하였고, 삼진 기록도 가장 먼저 200K를 넘기며 각종 타이틀에서 점차 1위를 확정 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은 누구지?"
"음... 오클랜드."
"오클랜드라... 좋군."
세이버 메트릭스가 시작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머니볼의 팀.
유성의 다음 상대는 그렇게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