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
Chapter 49 - MLB 올스타 (2)
트라웃과의 승부는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었다.
6구째가 파울이 되고 7구째의 유인구를 다시 트라웃이 참아내면서 어느덧 승부가 풀카운트로 진행되었기 때문이었다.
[올스타전이기에 이루어진 만남이지만 기대 이상으로 치열한 승부를 이어가고 있는 두 선수입니다.]
[박유성 선수도 쉽지 않다는듯 사인 교환 시간이 길어졌어요.]
참고로 포수는 버스터 포지였다.
그도 첫 타자를 3구만에 처리하는 유성의 공격성과 위력에 감탄했으나 트라웃이 이렇게까지 버티는 것을 보며 고개를 저어야했다.
'어떻게 할래?'
'이럴땐 어쩔 수 없이 선택지가 좁아지지.'
'역시 정면 승부로군.'
곧 바로 유성은 8구째를 던졌고, 트라웃은 기다렸다는듯 스윙을 했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멀리 날아갑니다! 하지만 파울 라인 밖에 떨어집니다!]
[무려 100마일(161km)의 공이었는데 엄청난 속도의 스윙으로 때려냈네요.]
[네, 역시 트라웃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죠.]
역시 메이저리그 최고는 달랐다.
100마일 정도는 얼마든지 때려낼 수 있다는듯 트라웃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건 칠 수 있는지 보자고.'
힘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으니 사인 교환은 필요 없었다.
그저 방향만 잡을뿐이었기에 포지는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미트를 가져갔다.
그렇게 유성이 9구째를 던졌다.
유성의 9구째가 날아들자 트라웃을 기다렸다는듯 다시 한번 스윙을 시작했다.
팡!
그러나 이번에는 때려낼 수 없었다.
[헛스윙 삼진! 박유성이 자신의 최고 구속인 103마일(166km)의 포심으로 9구까지 이어진 승부 끝에 트라웃을 처리합니다!]
그 트라웃을 끝내 삼진으로 처리하였다.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이나 중계를 통해서 보던 팬들은 환호성을 지르거나 감탄을 표했다.
무려 103마일에 달하는 공을 던질줄 아는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적기 때문이었다.
- 저 동양인이 103마일을 던졌어.
- 저 친구가 말로만 듣던 컵스 역사상 가장 비싼 선수로구만.
- 내셔널 놈들 대체 어떻게 했길래 0점대 방어율을 허용한거지?
ㄴ 보면 알잖아? 방금 트라웃이랑 붙으면서 무려 103마일을 보여줬어. 최소한 포심은 최고라는거지.
트라웃을 잡아낸 뒤에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매니 마차도였다.
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3루수 중 하나인 그는 지난 시즌 30홈런을 때려내며 제대로 각성한 이후 이번 시즌에도 유력한 30홈런 후보였다.
하지만 트라웃을 상대하면서 감을 잡은 유성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타자를 박살냈다.
단 4개의 공으로 마차도가 삼진으로 물러나게 된것이었다.
[3타자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는 박유성!]
[대단하네요. 아메리칸 리그의 올스타가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루키에게 완전히 봉쇄 당했습니다.]
선취점을 뽑아낸 뒤에 바로 점수를 내주는 경우가 있었기에 내셔널 리그 선수들은 긴장하며 경기를 지켜보았지만 유성이 트라웃을 제외하곤 큰 어려움 없이 AL 올스타 타선을 막아내면서 기분 좋게 유성을 맞이하였다.
"이거 같은 편이 되어서 보니깐 더욱 리그에서 맞붙기 싫어지는데?"
"그렇지? 이번 시즌을 빼고도 컵스에 6년이나 더 뛸테니 나처럼 나이 좀 있는 녀석은 몰라도 너희처럼 한창인 녀석들은 엄청나게 긴장해야할꺼야."
"후... 커쇼나 범가너 같은 녀석들로도 힘든데 말이야."
그렇게 내셔널리그 타자들이 한숨을 쉬며 일부는 아메리칸 리그로 넘어갈 생각을 하고 있을때 NL 올스타의 2회 초 공격이 무득점으로 마무리 되었다.
"사전에 이야기한대로 2회가 끝이다."
"네. 트라웃이 예상보다 끈질기기는 했지만 나머지는 문제 없을겁니다."
"기대하지."
[1회 이후 투수를 바꾼 AL 올스타와 달리 NL 올스타는 박유성을 다시 마운드에 올립니다.]
[그래도 다른 투수들이 준비하고 있는걸 보면 2회까지만 할 모양입니다.]
[그렇죠. 1회 투구수가 16구로 시즌 중과 비교하면 조금 많은 상태지만 말이죠.]
"이번 이닝은 더 빠르게 몰아칠게."
"1회도 빨랐는데?"
"트라웃 때문에 늘어졌잖아? 그렇게 됬으니 올스타전답게 임팩트를 만들어줘야지."
"과연..."
납득했다는듯 포지는 자신의 자리로 향하였고, 유성도 마운드로 향했다.
먼저 홈플레이트 뒤에 앉은 포지는 유성을 보며 이번 올스타전에 배운 사실을 복기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이렇게 직접 볼을 받아본 덕분에 좀 더 확실하게 알겠군.'
그때 타석에 AL 올스타의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봐, 포지. 저녀석의 공을 받아보니 느낌이 어때?"
"...그걸 물어보실줄은 몰랐는데."
빅 파피 '데이빗 오티즈'
보스턴 레드삭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지명타자인 그가 유성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포지는 그 이전에 의문점을 물어보았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시는 분이 알아도 딱히 필요 없지 않을까요?"
"뭐,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저런 녀석이라면 언젠가 AL로 넘어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거기까지 들은 포지는 납득했다.
비록 도핑 문제로 인해 명예의 전당은 장담할 수 없지만 레드삭스에서 영구결번에 선정할 것이 유력하다고 이야기 되는 실정이었으니 정말로 유성이 차후 AL로 넘어간다면 레드삭스도 움직일 것이다.
그때 유성이 마운드의 플레이트를 밟고 공을 던질 준비를 마쳤다.
"이런 더 이야기하는걸 볼 생각이 없나보군."
"그러게요."
팡!
초구는 101마일의 포심.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트라이크였다.
공을 다시 유성에게 던져준 포지가 끊어졌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녀석은 메이저리그에서 겨우 반시즌 밖에 안 뛰었고, 저도 1이닝 밖에 공을 안 받아봤지만..."
그렇게 말끝을 흐리며 2구째의 방향을 잡은 포지가 말을 마무리했다.
"어쩌면 컵스가 지불한 가격은 흔히 말하는 혜자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
2구와 3구는 커브와 스플리터였다.
100마일이 넘는 포심을 본 뒤에 들어온 공이었기에 수준급 선구안을 자랑하는 오티즈라고 해도 쉽게 때려낼 수 없었고, 공을 건드리지 못했으니 그 결과는 당연히 삼진 아웃이었다.
[마지막 올스타전을 맞이한 오티즈가 첫 타석에는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오티즈가 지금 박유성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줬네요.]
[그렇네요. 단 한타석이지만 박유성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알았다는거겠죠.]
"나쁘지는 않네."
도핑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이곳 메이저리그에서 몇 없는 리빙 레전드의 인정을 받았다.
지켜보던 레드삭스 팬들은 당연히 유성에게 이목을 집중하였다.
- 빅 파피가 칭찬을 했군.
- 왜 저 친구를 영입 못했던거지?
- 컵스가 그렇게 많은 돈을 또 쓸줄 누가 알았겠어.
- 하긴 지난 시즌에도 우승을 노리다가 못 했으니 염소의 저주를 깰려면 저정도 금액을 쓰기는 해야했어.
그러는 사이에 유성은 5번 타자마저 삼진으로 잡아내며 해설진들이 놓치고 있던 기록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5타자 연속 삼진.]
[올스타전에 5타자 연속 삼진을 기록한 선수가 있었던가요?]
[제 기억으로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5개의 삼진을 잡아냈지만 그게 연속 기록은 아니었습니다.]
[어메이징... 이제 6번 타자 에릭 호스머가 타석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린 역사가 작성되는걸 직접 보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4타자 연속 삼진이 하필 오티즈를 대상으로 진행 되었던 것이었기에 3타자 연속 삼진을 기록해놨던 해설진들도 순간적으로 기록을 놓치면서 5타자 연속 삼진이 되어서야 위대한 기록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상황에서 AL 올스타의 6번 타자인 에릭 호스머가 타석에 들어섰다.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는거야?"
이번에는 타자를 상대하지 않은 포지는 빠르게 유성에게 투구를 요구했다.
그 모습을 보고는 약간의 이채를 보인 유성은 바로 자세를 잡아서 초구를 던졌다.
팡!
[다시 한번 102마일이 기록됩니다.]
[저걸 칠 수 있는 타자는 정말 손에 꼽히겠죠?]
[네, 아마 트라웃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준다면 쳐낼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지금 타석에 있는 호스머가 강속구를 못 때리는 타자는 아니었다.
단지 유성의 포심은 수 많은 변화구들의 보조를 받고 있기에 더욱 난공불락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타자들에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 2구째인 고속 스플리터에 완벽한 헛스윙을 하고만 호스머는 고개를 저으며 배트를 새롭게 잡았다.
"망할... 생각도 못한 대기록을 주게 될줄은 몰랐는데."
그의 독백을 조용히 들은 포지는 마지막 공의 위치를 조정했다.
그리고 유성이 던진 3구째는 유성이 새로운 벽을 넘어섰다는 것을 알리는 공이 되었다.
팡!
[헛스윙 삼진! 6타자 연속 삼진을 올스타전에서 기록하는 박유성! 그리고 마지막 공은 자신의 최고 구속에 달하는 104마일(167km)의 공입니다!]
[대단합니다. 이런 투수는 쉽게 볼 수 있는 유형이 아닌데 말이죠.]
올스타전 6타자 연속 삼진
과거 1999년에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올스타전에서 4타자 연속 삼진 이후 한번 건너서 삼진을 한번 더 잡으며 2이닝간 5개의 삼진으로 올스타전 MVP에 선정된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유성은 그것을 뛰어넘어 2이닝동안 6개의 삼진 그리고 6타자 연속 삼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가장 유력한 후보군에 올라서게 되었다.
물론 홈런을 때린 브라이언트도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유성만큼의 임팩트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유성의 화려한 올스타전 첫 등판이 마무리 되고, 이후의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 되었다.
아메리칸리그가 1점을 따라 붙으며 1대1 동점이 만들어졌지만 기다렸다는듯 내셔널리그가 1점을 추가하며 스코어는 2대1 상태로 팽팽한 상황이 이어졌다.
경기 막판에 아메리칸리그의 역전 투런포가 터지면서 역전패를 하는듯 했으나 내셔널리그가 응수하듯 극적인 역전 투런포가 터지면서 최종 스코어 4대3으로 내셔널리그가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2016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의 승자는 내셔널리그로 결정 되었습니다.]
[이걸로 2016 월드시리즈는 내셔널리그 팀이 1,2,6,7차전을 홈구장에서 치루게 됩니다.]
이것은 분명히 과거와 다른 흐름이었다.
왜냐하면 유성이 기억하는 컵스의 마지막은 홈인 리글리 파크가 아닌 원정 구장에서의 승리였기 때문이었다.
"뭐... 이것도 나쁘지 않나?"
한편 MVP에 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
마지막 순간 다시 경기를 뒤집는 역전 홈런을 때려낸 타자에게 수여를 할것인가 경기 초반에 역사에 남을 기록을 남긴 유성에게 수여를 할것인가로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경기가 마무리 된 이후 MVP는 유성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2016 올스타전 MVP의 주인공은 내셔널리그 시카고 컵스의 투수 박유성입니다!]
[투수로써는 2013년 마리아노 리베라 이후 3년만의 수상이고, 선발 투수로 한정할 경우 앞서 이야기한 페드로 마르티네즈 이후로 17년만의 수상이네요.]
[하나하나가 기록이군요.]
이미 전반기에도 각종 기록을 세워둔 상태였기에 올스타전을 통해서 유성을 알게 됬거나 그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은 후반기에 유성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감을 표했다.
그렇게 올스타전이 마무리된 메이저리그는 이제 후반기로 접어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