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
Chapter 49 - MLB 올스타 (1)
"이게 누구야? 나한테 한번도 안 지던 투수잖아?"
"하퍼."
"그래, 드디어 이렇게 만나게 되었네. 내가 널 너무나 반가워한다는거 알지?"
"당연하겠지."
내셔널리그 야수 분야 8명의 팬투표 명단에서 시카고 컵스의 선수들은 무려 5명이나 되었다.
1루, 2루, 3루, 유격수, 우익수까지 내야에서는 사실상 컵스 내야진으로 팀이 구축된 것이었다.
투수 분야에서도 무려 3명의 선수들이 선발 되었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대미문의 경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유성이 가장 먼저 포함 되었고, 2점대 방어율을 유지 하며 2,3선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제이크 아리에타와 존 레스터도 올스타전에 참가 하게 되었다.
"루키인데 루키 같지가 않단 말이지."
"비록 규모는 여기에 비할바가 아니지만 한국에서 3년 내내 올스타에 선정된 경험이 있으니 그렇게 신기할건 없죠."
"과연..."
한국에서의 올스타전은 축제의 분위기였지만 메이저리그의 올스타전은 그와는 약간 분위기가 달랐다.
왜냐하면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승리를 거둔 리그가 월드시리즈에서 1,2,6,7차전 홈경기 개최 권한을 가지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번 올스타전에서 내셔널리그만 해도 33명에 달하는 선수 중 컵스 선수만 8명이나 될 정도로 포스트 시즌 진출이 유력한 팀의 선수들이 대다수였다.
이 점이 바로 한국의 올스타전과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부분이었다.
비록 이 규정은 바로 다음 시즌인 2017시즌부터 변경 되지만 현재의 시즌은 2016시즌이었기에 선수들은 승리를 좀 더 추구해야했다.
"올스타전 3이닝 등판 같은거 생각 없어?"
"후반기 대비 해야하는데 3이닝씩이나 힘 쓰는것도 좀 그렇지 않나요?"
"아쉽네."
"솔직히 선발로 나선다고 해도 2이닝이 적당하다고 봐요."
"그런가..."
레스터와 아리에타가 유성의 말을 들으며 머리를 굴리고 있을때 조 매든 감독이 찾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올스타전의 선봉을 맡을 생각이 있나?"
"제가요?"
"솔직히 말해서 전반기에 자네보다 잘 던진 투수가 몇이나 되지? 없어.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정이야."
생각해보면 쉬웠다.
각팀의 클로저나 셋업맨들이 경기 막판을 책임질테니 반대로 선봉으로 나서서 아메리칸 리그 타자들을 상대할 카드도 필요했다.
"한국에서도 3년 내내 선봉으로 나섰으니 어색한 위치는 아니네요. 얼마든지 받아들이죠."
"고맙군. 자네말대로 2이닝 정도가 진행될거야."
"준비해두죠."
그렇게 조 매든 감독이 떠나고 이어서 컵스 야수들이 유성을 찾아왔다.
"다들 여기 있었네?"
"아직 경기 시간도 많이 남아있으니깐."
"하긴... 유성. 올스타에 왔는데 인터뷰 좀 해야지?"
"보통 끝나고 하지 않나?"
"그렇기는 한데 감독님에게 들었어. 오늘 선발이라면서? 5분도 안 걸린다더라고."
"그래요? 5분이면 뭐..."
그렇게 마련된 경기 전의 인터뷰는 정말로 5분도 안 걸려서 마무리 되었다.
"사실 투수에 따라서 거절하는 선수들이 더 많은데 박유성 선수는 달랐네요."
"한국에서도 이런 경험이 꽤나 있기도 했고 경기 준비를 5분 정도 늦게 하는건 큰 영향 없으니깐요."
"그렇군요. 오늘 경기 잘 치루시길 바랍니다."
적당히 손을 흔들어준 유성은 이내 경기 준비를 시작했다.
***
[2016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이곳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인 펫코 파크에서 잠시 후 치루어지게 됩니다.]
펫코 파크는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투수 친화 구장이었다.
그라운드 규모로 따지면 컵스의 홈 구장인 리글리 필드가 살짝 작은 편인데 사실 리글리 필드에는 없는 특성을 펫코 파크가 가지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바람이 생각보다 많이 부는데?"
"그래, 여기가 투수 친화 구장이 된 가장 큰 이유지."
머지 않은 곳에 위치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장타를 억제해주는 또 다른 벽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마산구장도 바람이 도와준적이 많았지.'
비록 구장 크기는 여기에 비할 수준이 아니지만 마산구장도 바다 바람이 도와주었기에 구장 크기에 비해 투수 친화 구장이 될 수 있었다.
그래도 태생적으로 작은 구장 크기 덕분에 타자들이 마냥 손해를 보지도 않았기에 나름 균형이 잘 잡힌 구장이었으나 듣기로는 현재 건설 중인 신구장은 조금 더 큰 크기가 될 예정이라 확실한 투수 친화 구장이 될 예정이었다.
"거기서 뛸 기회가 없을꺼 같지만..."
"응? 어디서 뛰어?"
"아니, 그냥 이전에 뛰던 팀이 신구장을 만들고 있어서."
"아하 난 그쪽 리그는 잘 모르겠지만 신구장이면 꽤나 볼만하겠는데?"
"듣기로 구장 설계를 양키 스타디움 포함해서 20개 야구장을 설계한곳이 했다던데."
"양키 스타디움을 포함해서 20개 구장이라... 나중에 한국에 갈 일이 있다면 구경 해봐야겠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왔다.
구장은 내셔널리그의 샌디에이고 홈 구장을 사용하지만 홈팀 위치로 경기를 치루는 것은 아메리칸 리그였다.
다시 말해 유성의 등판은 1회 말이 될 예정이었고, 처음에는 타자들의 경기를 지켜보게 되었다.
"저쪽은 크리스 세일이 나오는군."
"불펜 보니깐 코리 클루버가 있더라고."
"시작부터 봐주는게 없구만."
"우리쪽이 할말은 아닌거 같지만 말이야."
아무리 아메리칸 리그가 지명 타자의 존재로 인해 평균 방어율이 더 높다지만 그 핸디캡을 감안해도 내셔널리그에서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유성의 성적은 규격외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였다.
"오, 점수를 냈군."
1회부터 벤 조브리스트, 브라이스 하퍼, 크리스 브라이언트, 윌 마미어스로 시작된 터무니 없는 타선이 가장 중요한 선취점을 뽑아낸 것이었다.
전반기에 치룬 16경기 중 첫 3이닝 안에 점수를 얻어낸 경우가 5번 밖에 안되는 유성이었기에 이 1점은 매우 힘이 되는 점수라고 할 수 있었다.
"좋아. 그럼 나가볼까?"
[드디어 이 선수가 이 마운드에 오르는군요.]
[아시아 선수로는... 꽤나 오랫동안 올스타 출전 기록이 없었네요.]
[다르빗슈 유가 2013년에 출전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시점에 DL에 가면서 무산되었죠.]
[한국인 선수로 하면 역대 3번째 올스타가 되는데요. 바로 직전의 한국인 올스타는 무려 14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텍사스와 계약한 추가 의외로 한번도 올스타에 참가한적이 없더군요.]
[추의 경우 스텟을 보면 모자란게 없지만 임팩트가 모자랐다고 봅니다.]
해설진들이 이야기를 마치는 사이에 유성은 공을 던질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꺼내든 초구는 정확하게 100마일이 기록되었다.
[초구부터 100마일을 기록합니다.]
[리그와는 달라요. 길어도 2,3이닝만 던지니 좀 더 전력으로 던질 수 있으니깐요.]
[한국에서 뛸때 재미 있는 기록이 있는데 매 올스타전마다 최고 구속을 갱신했다더군요.]
[마치 올스타전을 위해서 아껴두었던 것 같네요.]
2구째는 102마일이 기록되면서 유성이 작정하고 전력 투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3구째로 날아든 97마일에 달하는 고속 스플리터가 순식간에 타자에게 헛스윙을 유도해내며 첫 타자부터 삼진을 잡아냈다.
[헛스윙 삼진!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강속구 투수인지 그 위력을 이곳 올스타전 무대에서 과시하는 박유성입니다!]
[대단하네요. 초구부터 한가운데에 꽂아넣더니 타자가 정신 차리기 전에 몰아쳐서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습니다.]
"뭐 저런 놈이 있어?"
"말로만 듣던거보다 더 한가보군."
당연히 실전에선 유성을 처음 상대해본 아메리칸 리그 타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타자도 아니고 그 호세 알튜베가 순식간에 휩쓸려 나갔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투수 분야에 커쇼가 있다면 타자 분야에는 그가 있지."
마이크 트라웃.
흔히 사용되는 20/80 스케일과 별개로 스카우터들 사이에선 OFP (Overall Future Potential)이라는 평가 항목이 있다.
흔히 20/80 스케일이 컨택, 파워, 주력처럼 세분화된 점수를 측정한다면 OFP는 종합적인 점수를 측정하는 항목이었다.
그를 발굴한 그렉 모하트라는 스카우터는 80점 만점의 OFP에서 트라웃에게 72점이라는 점수를 매겼는데 66점만 되어도 메이저리그에서 스타라 불릴만한 성적을 기록할 포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 받는데 그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이었다.
원래라면 인터리그나 포스트 시즌에서나 만날 수 있는 상대지만 올스타전이라는 특수성이 이런 만남을 성사한 것이었다.
"기대되는 만남이 성사되었군."
트라웃이 프로에 입성한 이후에 남긴 업적은 2011년 데뷔 이후 12~15시즌까지 4번의 시즌 중 3번의 시즌에 WAR 9 이상을 기록하고 그 기간동안 MVP 수상 1회와 2위 3회를 거둔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현존 최고의 타자와 최고의 투수가 지금 맞붙습니다.]
팡!
초구는 101마일에 달하는 포심을 꽂아넣으며 만들어낸 스트라이크였다.
'쉽지는 않겠군.'
그 알튜베가 순식간에 당했다.
그리고 초구를 본 순간부터 트라웃은 유성이 커쇼와 맞먹는 수준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솔직히 수년간 쌓아온 커리어는 당분간 따라가기 힘들겠지만... 단일 시즌 그리고 현재의 모습만 따지면 저녀석의 공을 칠 타자는 없어."
딱!
99마일의 포심을 트라웃이 건드려냈으나 뒤로 날아가며 파울이 되었고, 트라웃도 2스트라이크로 몰리게 되었다.
"지금부터가 진짜로군."
2스트라이크까지 몰린 이상 그 어떤 변화구가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다.
시작은 12 to 6 커브였다.
12시 방향에서 6시 방향으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커브에 보통이라면 맥 없이 헛스윙을 돌릴 수도 있지만 최고의 선구안을 자랑하는 트라웃은 이 공이 유인구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과연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구안답군.'
흔히 통산 기록에서 3할의 타율, 4할의 출루율, 5할의 장타율을 기록하는 타자를 최고의 타자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트라웃은 그 3.4.5를 완벽하게 실현하고 있는 완성형 타자였다.
잠시 생각을 접어둔 유성의 4구째는 본격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노리는 슬라이더였으나 트라웃이 그 공을 건드려내면서 다시 파울이 되었다.
"역시 쉽게 가지는 않네."
5구째는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듯 하지만 볼이 되는 정말 아슬한 공이었다.
이 공에 반응한 트라웃은 스윙을 하려고 했으나 반사적으로 유성의 공이 체인지업인 것을 본 트라웃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하던 배트를 멈췄다.
풀스윙을 하는 이상 보통 피지컬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행위였으나 트라웃은 그렇게 어렵지 않게 해내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한창때는 트라웃과 MVP 싸움을 하기도 했었는데 말이야."
딱!
순간 과거가 떠올랐던 유성은 트라웃이 때려낸 타구의 방향을 보고는 다시 트라웃에게 고개를 돌렸다.
생각보다 승부가 더 길어질듯 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