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
Chapter 48 - 압도하다 (4)
어느덧 유성의 메이저리그 첫 시즌은 7월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유성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지 3개월이 되었다는 이야기였고, 긴 시즌이 어느덧 절반 가까이 진행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6월까지 유성이 거둔 성적에서 눈에 띄는 부분만 정리해봐도 14경기 13승 무패 104이닝 3실점 방어율 0.26 171K라는 터무니 없는 기록이었고, 세이버 메트릭스에 자주 사용되는 WAR로 계산하더라도 이미 7을 넘긴 상태였다.
[보통 WAR 7이 넘어가면 사이영을 노려볼만하다고 평가 하는데요. 시즌의 절반도 안 치룬 상태에서 이런 상황이니... 말이 필요 없겠죠.]
[게다가 거론하지 않은 타격 성적까지 포함한다면...]
[완벽하군요. 올해 사이영상은 물론 MVP까지 노릴 수 있을 수준이 되겠네요.]
"벌써부터 이야기하는건 좀 빠르지 않나?"
"저녀석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이 보통 모습이 아니잖아? 저녀석이 후반기에 시즌 아웃 된다고 해도 손 들어주고 싶을 정도로 터무니 없는 성적이라고."
"뭐... 격차가 나도 정도것 나야지 너무 크게 나고 있으니..."
이야기는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으로 넘어갔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투수들은 오로지 감독 추천으로만 선정된다.
13명의 투수와 내셔널과 아메리칸 리그에서 팬투표 1위로 선발된 각 8,9인의 야수들 그리고 감독 추천으로 선발된 11,12명의 선수들까지 각 리그당 33명씩 총 66명의 선수들이 올스타전에 참가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성은 가장 먼저 감독 추천으로 선발된 선수였다.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컵스가 활약을 펼친 덕분에 컵스 선수들도 여럿 포함된 상태였다.
"일단 올스타전 전의 경기부터 해결해야겠지."
올스타전까지 남은 경기는 11경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컵스로써는 후반기에 반격을 가하는 팀이나 주전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위해서라도 남은 경기에서 더 많은 승리를 거둘 필요성이 존재했다.
"그나저나 다음 상대가 누구지?"
"뉴욕 메츠. 그리고 유성 니가 상대할건 저쪽에서도 떠오르는 신성이군."
"떠오르는 신성?"
"사실 신성이라기에는 이미 리그 최고의 투수라고 검증된 편이지."
제이크 디그롬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유성은 흥미로운 상대를 만났다는듯 웃음을 표했다.
"디그롬..."
바로 2년 뒤 역사상 가장 불운한 승운을 가진 최강의 사이영 위너 중 하나가 되는 선수.
그게 바로 제이크 디그롬이었다.
"재미 있는 경기가 되겠군요."
"역시... 그렇게 이야기할줄 알았어."
뉴욕 메츠의 특징은 누가 뭐라고 해도 강속구의 향연을 펼치는 막강 선발진이었다.
실제로 지난 시즌에 팀 방어율과 선발 방어율이 4위에 달할 정도로 메츠의 선발진은 리그 최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작년에 엄청나게 터져서 올해는 좀 그렇지만...'
지난 시즌의 메츠는 어메이징 메츠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유성이 기억하는 올해의 주인공은 당연히 시카고 컵스였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붙어봐야 알겠죠."
"그래. 붙어봐야 알지. 그래도 니가 이긴다에 걸겠지만."
"그 기대가 헛된게 아니라는걸 다시 알려 드리죠."
"이런 내가 실수 했군."
14경기에 등판해서 모든 경기에서 7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모든 경기에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13승 무패라는 기록은 그렇게 나온 것이었다.
"간만에 하나 때려보라고요?"
"그러지."
그렇게 시작된 시카고 컵스와 뉴욕 메츠의 대결은 시작부터 팽팽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명백하게 지난 시즌보다 약해졌다는 평을 받는 메츠의 타선이지만 방심해서는 안되었다.
어찌되었든 월드시리즈 준우승까지 간 타선이 대부분 남아있었으니 말이었다.
팡!
그게 유성의 움직임을 막을만한 이유가 되지는 못했지만 말이었다.
"오늘도 좋구만."
"96마일. 요즘들어 강속구 보기가 힘들어졌지만 더 안정적이군."
"그래. 투심이나 스플리터의 구속을 감안하면 지금이 딱 괜찮아. 그러고보니 체인지업도 구속이 조금 낮아졌더라고."
거의 모든 구종을 완급 조절할 정도로 유성의 구종 활용도는 최고 수준으로 올라온 상태였다.
결국 1회는 양팀 모두 무실점으로 마무리 되었고, 메츠가 2회에 먼저 움직였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녀석이 사용하는 구종이 5,6가지로 줄었다. 여전히 많지만 그래도 이전보단 상대하기 편하지."
"게다가 녀석은 포심을 제외하고는 한 구종을 2번 연속으로 던진적이 없어. 그러고도 몇번이고 상대했던 피츠버그 같은 팀이 당했던걸 감안하면 녀석의 볼배합이 그만큼 예상을 뛰어 넘는다는 이야기지."
모든 구단이 전력 분석팀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메이저리그는 데이터로 가득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3개월간의 데이터는 유성을 상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을 찾을만한 시간이기도 했다.
딱!
[쳤습니다! 하지만 유격수가 잡아서 1루로! 아웃!]
[잘 때렸지만 유격수 시프트가 걸려있었네요.]
하지만 그 시간동안 컵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유성이 언젠가 분석될게 뻔하였기에 꾸준히 상대 타선에 대해 분석하며 준비를 해온 컵스의 시프트는 높은 확률로 적중하며 메츠의 타선을 꽁꽁 묶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몇차례 메츠의 강력한 공세를 버텨낸 컵스가 4회 반격을 시작했다.
팡!
"스트라이크!"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시카고 컵스가 프렌차이즈 스타로써 키우고 있고, 본인도 그에 걸맞는 포텐을 점차 보여주고 있는 차세대 스타였다.
그는 오늘도 3회까지 0득점인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만약 이번에도 점수를 못 내면 그런 상황은 더 길어질게 뻔했다.
2구째는 볼이 되었다.
디그롬의 구속은 현재의 유성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상대 투수를 분석하는 동시에 유성의 자료를 확인해왔던 브라이언트는 유성의 변화를 꾸준히 알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상대하기가 쉬워진다.
현재의 MLB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는 자신 있게 유성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었으니 만약 그런 유성을 상대하게 될때를 위해 브라이언트의 배트는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큽니다! 멈추지 않고 날아가는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갑니다! 균형을 깨는 브라이언트의 솔로 홈런!]
[메츠의 공격이 꽤나 강하게 들어온다 싶더니 기다렸다는듯 한방에 분위기를 뒤집어 버리는 컵스네요.]
"허..."
잘 던지던 디그롬으로써는 유성보다 먼저 실점했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었고, 수비를 하고 있던 메츠 선수들도 이 상황에 할말을 잃었다.
유성이 데뷔한 이후 14경기에서 단 3경기에서만 실점을 하였다.
21.4%에 해당하는 실점 경기 비율이지만 그 3경기 모두 1실점만 했다는 점과 아직 치룬 경기가 많지 않은걸 감안하면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경기는 간만의 무실점 페이스로 가고 있군요.]
선취점을 내준 이후 메츠 타선은 조급해질 수도 있었지만 침착하게 유성의 공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앞선 3이닝동안 꽤나 적극적으로 덤벼들었다면 이번 이닝부턴 꽤나 신중한 승부를 펼치는 모습이었다.
팡!
"스트라이크!"
또 하나의 타자를 처리한 유성은 잠시 마운드에서 내려와서 생각을 정리했다.
'투구수를 노리는건 아닌거 같고...'
주위도 잠시 둘러보았다.
컵스의 수비시프트는 쉴틈 없이 가동 되고 있었다.
아직 표본이 많은건 아니겠지만 유성의 투수로써의 수비력은 외야수 경험 덕분에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붙어봐야 알겠지."
딱!
팡!
"어우..."
다음 타자에게 던진 초구가 맞아나갔고, 그대로 유성을 스쳐 지나가는듯 했으나 반사적으로 움직인 유성의 글러브가 그 타구를 잡아내며 투수 직선타로 다시 한번 타자가 아웃을 당했다.
"와우, 반응속도가 엄청난데?"
"아무리 외야에서 뛰었다고 해도 내야와는 다른 부분이 명백하게 존재하는데 놀라울 정도로 수비가 안정적이단 말이지."
컵스 스카우터들은 그들대로 분석을 하지만 타팀 스카우터들 입장에선 골치 아픈 존재가 유성이었다.
"번트는... 무리일려나?"
"매 경기마다 퍼펙트 페이스로 시작하고 있고 번트를 대기도 어려운 공들을 던지고 있어서 말이지. 만약에 쓰더라도 초반에나 써먹을 수 있을껄."
이미 경기 초반은 지나갔다.
사실 유성을 상대하는 것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최근 들어서 유성이 페이스 조절에 나섰기에 빈도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유성의 공을 건드리는것 자체가 어려웠다.
이것은 유성이 뛰어난 범타 유도 구종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 구종들까지 활용하여 대량의 삼진을 잡아내는 닥터K라는 사실에 기인한 것이었다.
[메츠가 쉽게 박유성을 공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절대 에이스라는 표현이 안 아까울 정도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니깐요. 쉽게 공략할 수는 없겠죠.]
[그러고보면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죠?]
[음... 있었죠.]
[과연 박유성의 지금 폼이 클래스로 인정될려면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릴까요?]
컵스 해설진이나 시카고 언론들은 이미 유성을 수년에 걸쳐서 메이저리그 최고로 분류된 선수들과 동급의 위치에 두고 있었고, 중립 언론들도 점차 유성의 평가를 올리고 있었다.
아직 유성을 저평가 하는 언론들도 유성이 활약하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유성의 지금 실력을 유성의 클래스로 인정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그 시간을 단축 시킬 방법이 있었다.
당장 올해 유성이 사이영상을 획득한다면 그것부터 최연소에 해당하는 것이며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MVP까지 수상한다면 그야말로 올해는 단 한명의 선수의 해가 될것이 분명했다.
그런 와중에 유성의 무실점 행진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결국 컵스가 7회에 1점을 더 추가하며 2대0으로 스코어 차이를 만들어낸 덕분에 유성은 7회까지만 던지고 등판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남은 2이닝을 컵스 불펜이 안정적으로 틀어막으며 유성은 시즌 14승째를 거두게 되었고, 며칠 후에 치룬 또 다른 경기에서마저 복붙을 한듯 7이닝을 틀어막으며 유성은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시즌 15승을 완성하게 되었다.
그것은 다시 말해 메이저리그 최다 연승 기록 타이를 세운 것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놀랍군요. 1실점을 하면서 방어율은 0.31로 올라왔습니다만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다인 15연승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건 역사를 바꾸는 것인데 이건 후반기로 미루어지겠군요.]
[네, 어제의 등판으로 박유성의 2016시즌 전반기 등판이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타자로써는 조금 더 출전을 하겠지만요.]
늘 그렇듯 타자로써의 유성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덕분에 적은 경기수인것을 감안하여도 유성은 타격 부분에서도 4할의 타율을 유지하며 전반기를 마무리 하게 되었다.
"드디어 올스타전이구만... 준비 됬나 미스터 올스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미스터 올스타는 멀었지."
"크크크 그렇기는 하지만...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그 기대 얼마든지 받아주죠."
그 말을 끝으로 수 많은 이목이 집중될 2016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