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128화 (128/156)

# 128

Chapter 48 - 압도하다 (2)

"세이프!"

[세이프! 박유성의 연속 무실점 기록이 66.2이닝만에 마무리됩니다!]

[비록 대기록이 멈추고 말았지만 종전보다 무려 7.2이닝이나 더 늘어난 기록입니다.]

언젠가 깨질것이라 생각하였고, 오늘 전체적으로 수비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에 은연중에 조 매든 감독은 오늘 기록이 깨질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유성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듯 평소보다 더 많은 투구수를 소진하면서 실점을 억제하다가 결국 실점을 하고 말았다.

그만큼 실점으로 인한 심리적 리스크가 존재할것이기에 바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이 이닝까지만 끝내도록 하죠."

그러나 유성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멘탈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은 조 매든 감독마저 감탄할만한 것이었고, 결국 유성이 이 상황을 마무리 하기로 했다.

[교체할줄 알았는데 그대로 내려가는군요.]

[불펜이야 박유성 선수가 위기를 맞이했을때부터 준비를 시작했지만요.]

홈으로 쇄도했던 주자 때문에 타자를 견제하지 못하면서 타자는 2루에 도달한 상태였다.

2사 2루 상황에서 유성은 타자를 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어차피 스코어는 컵스 타선이 진작에 5점 이상을 뽑아냈기에 만약의 추가 실점도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팡!

"스트라이크!"

[결국 기록이 깨졌지만 길었던 이닝을 직접 마무리하는 박유성입니다.]

이걸로 유성의 성적은 67이닝 1실점.

방어율로는 고작 0.13에 불과한 수치였다.

7회가 마무리된 시점에서의 스코어도 6대1이었기에 유성은 무난하게 시즌 9승째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어느새인가 9연승을 진행하게 된 박유성이네요.]

[무실점 기록이 워낙 엄청나다보니 주목을 못 받았는데요.]

[9경기 등판해서 9경기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이 분야에서도 대 기록에 도전할 자격이 생긴 상황입니다.]

메이저리그 최다 연승 기록은 15연승.

그 기록을 달성한 투수들을 볼려면 무려 50년 정도 전으로 가야했다.

[그러고보면 수년 전 다나카가 MLB로 넘어오기 전에 NPB에서 단일 시즌 24연승과 개인 28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작성하고 넘어왔는데요.]

[MLB 기록이 아니지만 그 기록은 분명히 대단하죠. 그 정도 승을 거두면서 단 한번도 안 졌으니깐요.]

사실 유성도 KBO에서 연승 기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적이 있었지만 다나카에 비하면 숫자가 모자랐기에 딱히 거론하지 않았다.

애초에 해설진 입장에서 KBO 기록에 집중하기보단 지금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는 MLB 기록에 집중하는게 옳았기 때문이었다.

"아무튼간에 다음 등판이 10승 도전이 되겠군."

"다음 상대가 어디지?"

"필라델피아 필리스."

"거기도 불쌍하다면 불쌍하구만."

며칠 후에 치루어진 필라델피아전은 의외의 투수전으로 전개 되었다.

"생각보다 잘 버티네?"

"그래봤자. 박유성은 또 무실점이고 저쪽은 1실점이라 결과가 뻔하지만 말이야."

오늘 경기까지 10경기째에 등판하게 되는 유성의 소화 이닝을 감안한 컵스는 더 길게 던질 여력이 있었음에도 7이닝째가 되자 다시 유성을 마운드에 내렸다.

사실 오늘도 유성이 답답해서 내가 친다를 시전하며 추가점을 뽑아냈기에 가능한 일이기는 했다.

"이걸로 시즌 74이닝째를 소화했군."

"KBO에서도 200이닝 이상 소화한 경험이 있기는 한데 아직 어린 투수라서 컵스가 관리를 해주고 있군."

"그러고보면 아직도 21세로군. 이런 투수가 나오다니 메이저리그의 묵은 기록들이 쓸려 나가는걸 보게 될지도 모르겠구만."

결국 2대0 상황에서 유성이 마운드에 내려온 이후 컵스 불펜이 남은 이닝을 확실하게 막아내며 유성은 10연승과 함께 시즌 10승째에 도달하게 되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로 이렇게 빨리 10승에 도달한 케이스가 얼마나 있을까요?]

[최연소 10승은 아닙니다만... 네 박유성이 메이저리그 역사상 데뷔 이후 가장 빨리 10승에 도달한 선수가 되었습니다. 10번의 등판에서 10승을 기록한 첫번째 투수가 되었네요.]

그렇게 10승을 도달한 유성은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다음 상대가 다시 한번 만나는 워싱턴이라는 점과 이전에 이야기하였던 투수와의 대결이었기 때문이었다.

[범가너 다음에는 이 투수를 만나게 되었군요.]

[이전 대결때 박유성 선수가 그랬죠. 슈어저 정도는 데려오라고 말이죠.]

[그렇죠. 그 맥스 슈어저와 대결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슈어저도 연승 기록에 도전한적이 있었죠?]

[네, 3년 전인 2013시즌에 13연승을 기록한적이 있었죠. 이제 10연승인 박유성 입장에선 슈어저를 포함해서 3명을 더 뛰어넘어야 슈어저의 기록에 도달 할 수 있게 되는겁니다.]

[그렇다면 오늘 슈어저의 동기부여도 확실하겠군요.]

"열심히 막아볼테니깐 저녀석한테 점수 좀 뽑아보라고. 이대로 계속 당하다가 포스트 시즌에서도 틀어막힐 생각이야?"

"그건 아니지."

"이미 한번 붙어봤으니 우리가 나름의 우위를 잡고 있다고 할 수 있어. 우리가 누군지 녀석에게 보여주자고."

7년 2억 1천만불이라는 커쇼와 유성 다음으로 거대한 메가딜의 주인공인 슈어저는 그 금액에 걸맞는 모습을 이번 시즌에도 보여주고 있었다.

겨우 며칠 차이로 유성에게 밀렸지만 메이저리그 역사상 7번째 20K를 달성하기도 하면서 현존 최고의 투수와 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핫한 투수의 대결이 되었다.

"그러고보면 범가너와 붙을땐 결판을 못냈는데 말이야..."

최근 경기에서 꾸준히 이닝 관리를 받기도 했고, 오늘 경기를 위해 타자 출전까지 조절했기에 유성은 다시 한번 끝장 승부를 볼 생각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후... 저녀석 상대할려면 못해도 8이닝은 버텨야하는데..."

유성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지 2달이 넘었다.

그리고 그동안 수 많은 모습을 보여주며 스카우터들은 철저하게 유성을 분석해왔다.

그런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는건 유성이 빅매치에서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흠..."

잠시 생각에 잠기며 호흡을 가다듬은 슈어저는 이내 눈을 떴다.

"좋아. 여기가 어딘지 가르쳐주마."

***

경기 초반은 두 투수의 위력쇼라고 할 수 있었다.

워싱턴의 홈에서 치루어지는 경기였기에 먼저 나선 슈어저가 삼진을 잡아내면 유성이 그에 응수하듯 삼진을 잡아냈다.

[헛스윙 삼진! 이닝 체인지.]

[3회가 끝났는데 두 투수가 팽팽하네요.]

[양팀 타선도 뭐랄까 적극적으로 덤비기보단 탐색의 느낌을 보여주었고요.]

그 덕분에 첫 3이닝동안은 양팀 모두 단 한명도 출루를 못한 상태였다.

그런 탐색전 분위기의 경기 초반이 끝난 4회 초부터 경기의 흐름이 달라졌다.

딱!

[쳤습니다! 하지만 3루수 시프트에 걸리면서 1루에서 아웃!]

[잘 때렸지만 시프트를 깨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컵스 타자들이 잘 준비 해왔네요. 비록 수비 시프트 덕분에 효과는 잘 못 보고 있지만요.]

앞선 3이닝이 탐색전이었다는 것을 잘 보여주듯 컵스는 슈어저를 공략하기 직전까지 몰고 갔다.

비록 수비 시프트에 전부 걸리는 바람에 안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번 이닝에 슈어저는 단 하나의 삼진도 잡지 못했다.

"슬슬 빡빡한데..."

"오늘을 위해서 패턴을 더 준비해오기는 했는데..."

"저녀석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거지?"

"뭐... 그렇지."

유성이 다룰 수 있는 구종이 워낙 많다보니 이러한 차이가 나오게 된 것이었다.

너무 많은 구종을 다루는 것은 분명히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성은 기존 구종에서 조금씩 변형을 하는것으로 구종 숫자를 늘렸기에 별다른 리스크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덕분에 타자들 입장에서는 악몽이나 다름 없는 상황들의 연속이었지만 컵스 입장에서는 역대급 루키에서 최강의 에이스로 발전하고 있는 유성을 보며 웃을 수 있었다.

[박유성이 결국 4회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합니다.]

[이 승부는 3번째 타석이 오는 7회 정도는 되어야 변화가 올듯 하네요.]

[그러게요. 시즌 초반과 달리 하퍼의 컨디션도 떨어진 상태에다가 대안이 될 수도 있었던 나바스도 작은 부상으로 빠진 상태라 워싱턴 타선으로써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듯 합니다.]

그 말처럼 슈어저는 이닝을 마무리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유성은 경기 초반과 비슷한 수준으로 빠르게 이닝을 마무리하였다.

그러나 슈어저의 공은 유성이 직접 타격을 한다고 해도 때려내기 어려웠다.

딱!

2S-1B로 몰린 상황에서 가까스로 걸치는 공을 파울을 만들어내며 유성은 슈어저가 5구째를 던지게 만들었다.

'역시 타격 부분에서도 까다로워.'

첫타석은 주심의 약간 애매한 판정 덕분에 이득을 보았지만 그래도 승리를 자신할만한 타자가 아니었다.

"투수도 모자라서 타자까지 이러고 있으니... 은퇴 시기를 당겨야하나..."

이번 시즌을 제외하고 봐도 유성과 5년 정도는 더 맞붙어야한다.

만약 자신이 내셔널리그 잔류를 선택하면 그 기간은 더 길어질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5구째가 볼이 되자 유성을 수년간 더 봐야한다는 사실에 말못할 기분을 느낀 슈어저는 유성을 어떻게 상대해야할지 고민하며 중얼거렸다.

"그렇다고 아예 공략할 방법이 없는건 아닌데..."

그나마 6회에 아직 체력이 어느정도 남은 지금이나 가능한 것이지 만약 경기 후반에 유성을 만나게 되면 불가능한 것이 되는 그런 방법이었다.

"심플 이즈 베스트"

딱!

"파울!"

6구째는 파울이 되었으나 그 구속은 99마일에 달하였다.

이것을 보자마자 해설진은 슈어저가 기어를 바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타석에 어떻게든 승부를 볼려고 하는 슈어저네요.]

[그러게요. 구속이 갑자기 올라왔네요.]

슈어저는 경기 초반에는 낮은 페이스로 시작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구속이 올라오는 스타일의 피칭을 펼쳤다.

그런 상황에서 후반에 나와야할 구속을 중반에 해당하는 지금 시점에 꺼내들었다는건 길게 볼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팡!

결국 슈어저는 7구 승부 끝에 유성을 잡아내며 6회의 피칭을 마무리하였다.

거기에 대응하듯 유성도 구속을 한층 끌어 올리며 6회를 똑같이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경기를 7회로 넘겨버렸다.

"후... 저걸 어떻게 공략해야하나..."

"어떻게 테이블이라도 차려지면 뭐가 되었든 해보는데 테이블도 없으니..."

7회 말이 되면 3번째 타석을 맞이하게 되는 워싱턴의 상위 타순은 심각한 표정으로 수비를 위해 그라운드로 나섰다.

일단 7회 초를 막아야 7회 말로 넘어가게 되는만큼 워싱턴 타자들은 컵스 타선의 공세를 몸을 날려서라도 막아냈다.

"처참하군."

"어디가? 워싱턴이?"

"그래, 지금 슈어저의 투구수와 박유성의 투구수만 비교해도 서로가 가지고 있는 여유에서 차이가 나고 있어."

"음..."

실제로 유성이 페이스를 올리기는 했지만 아직 최고 구속에는 도달하지 않았다.

허나 슈어저는 이미 최고 구속에 도달하였고, 남은 이닝도 많지 않았다.

그래도 슈어저는 슈어저였기에 슬슬 힘이 떨어져가는 7회에도 다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유성이 마운드에 오르자 꾸준히 칼을 갈고 있던 워싱턴 타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기는 어느덧 7회 말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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