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127화 (127/156)

# 127

Chapter 48 - 압도하다 (1)

이제 9회 초로 넘어온 마지막 이닝에서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만을 만들어내더라도 유성은 대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자이언츠 타자들은 의욕을 잃은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지금의 유성의 페이스라면 다음 경기에서 기록을 연장 시킬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 다가온 이 상황에 자이언츠 타자들은 침묵에 빠졌다.

"일단 대타 전부 준비해."

단 1점이면 이 상황을 멈출 수 있으나 유성은 전혀 점수를 내줄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9회 초로 넘어온 지금 시점에서도 스코어가 0대0이었으니 이 시점에서의 실점은 패배를 말하는 것이었다.

더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유성의 등판은 이번 이닝이 마지막이 될 예정이었다.

[박유성의 마지막 이닝이겠죠?]

[일단 오늘 경기 이후로 로테이션을 한번 거를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그래도 남은 시즌을 생각하면 여기서 끝내는게 좋겠죠.]

등판 일정 조정으로 인해 휴식 없이 등판을 이어갈 수도 있었으나 이미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에서 1위를 기록하며 2위와 간격을 늘려가고 있던 컵스였기에 유성을 무리하게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다.

유성의 초구가 정확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하기 위해 날아갔고, 타자는 과감하게 스윙을 하였다.

딱!

[쳤습니다! 하지만 유격수가 잡아서 1루로!]

[아웃! 28년 묵은 대기록이 지금 이 순간 갱신됩니다!]

결국 유성이 또 하나의 기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끝내 유성에게 대기록을 헌납한 자이언츠는 결국 나머지 타자들까지 맥 없이 유성에게 당하며 유성의 무실점 행진은 60이닝째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9회 말에 범가너가 다시 마운드에 오르면서 어렵게나마 컵스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경기는 연장전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양팀의 불펜은 연장 14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컵스 타선이 1점을 뽑아내며 승리를 거두었다.

[전후무후한 60이닝 무실점에 도달한 박유성]

[허샤이저의 기록이 깨지는데 28년이 걸렸다. 박유성의 기록은 과연 어디서 멈출것인가?]

어찌되었든 유성은 사전에 이야기된대로 SF 자이언츠전 이후로 로테이션을 한번 거르게 되었다.

대신 그 사이에 타자로 8경기를 출전하며 팀 타선에 큰 힘을 불어넣으며 컵스가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리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로테이션을 한번 거르면서 타격감을 잡은 유성의 로테이션 복귀전은 LA 다저스와의 경기였다.

"커쇼와의 경기가 아니라서 아쉽나?"

"나중에라도 기회가 있을테니 괜찮아요. 그리고... 유리아스 정도면 마냥 무시할 상대는 아니라고 보니깐요."

훌리오 유리아스.

이번 시즌 유성처럼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다저스가 기대하고 있는 투수 유망주였다.

그래도 유성에 비해서는 모자란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에 그렇게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오히려 팀레전드인 허샤이저의 기록을 갱신한 유성의 기록 저지를 위해서 다저스 타선이 더 집중력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비록 우리가 저녀석의 기록을 저지하지는 못했지만 더 이상의 기록을 헌납하는 것도 좋지 않다. 어떻게든 끊어낸다."

LA 다저스 류연진의 구단이자 과거에는 박찬오가 전성기를 보냈던 어쩌면 국민 구단이라고 할 수 있는 팀이었다.

유성 덕분에 컵스의 위상이 제법 올라왔지만 아직 다저스만큼은 아니었다.

"오늘은 적당히 7이닝 정도 하죠."

"거참... 보통 투수면 적당히라는 말도 못할텐데 말이야."

이제는 단순히 루키로 취급하기에는 메이저리그 9번째 등판을 준비하고 있는 어느덧 한팀의 확실한 에이스 카드가 된 유성이었다.

"다저스 타선은 독보적인 타자는 없다고 해도 되겠죠."

"뭐 그렇지."

"그리고 보통은 그런 팀이 더 위험할때가 많죠."

"...뭘 말할려는지 알겠어."

이런 유성의 말을 통해서 컵스의 포수인 몬테로는 유성이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사실 현재의 몬테로는 한 팀의 주전으로 기용되기에는 아쉬운 포수였다.

바로 몇년 전이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나이가 든 지금 시점에선 노쇠화 기미까지 보이며 컵스로써는 다음 시즌에라도 대안을 찾아야하는 상황이었다.

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느냐면 오늘 다저스의 타겟이 유성이 아닌 몬테로였기 때문이었다.

팡!

"스트라이크!"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나는 박유성]

[이걸로 무실점을 62이닝째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투구수는 평소보다 많아졌습니다. 몬테로가 2번 연속으로 실책한게 타격이 컸는데요.]

[박유성의 개인 능력으로 실점은 막았지만 이런 흐름이면 곤란하거든요.]

"로스를 준비 시키지."

"네."

유성의 압도적인 능력치로 위기 상황을 커버했지만 그래도 베테랑이기에 유성을 잘 도와주라는 의미로 붙여둔 몬테로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컵스로써는 곤란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흠... 몬테로의 노쇠화가 생각보다 빠른가?"

"그 부분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는데 일단 타격에선 냉정하게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베테랑이니 어느정도는 반등할 수 있을겁니다."

"그래도 지금이 아쉬운데 말이야. 마이너에 쓸만한 포수가 있나?"

"음... 타격도 그렇고 쓸만한 녀석이 트리플A에 있습니다."

"트리플? 아 윌슨인가."

"그렇죠. 나이도 적당하니 세대 교체 차원에서 기용해보는게 좋죠."

결국 몬테로의 실책이 예정보다 이른 유망주의 콜업을 불러오게 되었다.

"미안."

"괜찮아요. 맨날 위기 없이 던졌으니 이런 상황도 있어야죠."

몬테로로써는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팀내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수령하며 그 연봉값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 유성의 힘은 아무리 데뷔 시즌을 치루는 루키라고 해도 무시 할 수준이 아니었으니 말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 본인이 괜찮다고 했으니 좀 더 지켜보도록 하지."

겨우 2이닝이지만 유성의 투구수는 30구를 넘겨서 40구에 근접한 상태였다.

평소라면 30구도 안 썼겠지만 몬테로의 실책이 그만큼 큰 상황이었다.

'나는 공략이 안될듯 하니 저기를 노리시겠다는거지?'

그나마 다행인점은 유성이 위기를 버텨낸 덕분에 컵스 타선이 초반부터 선취점을 뽑아내며 유성의 부담을 줄여주었다는 점이었다.

[컵스가 먼저 리드를 가져갑니다.]

[사실 요즘 박유성 등판 경기를 생각하면 늦든 빠르든 컵스가 리드를 가져갈 수 밖에 없었죠. 왠만하면 그 리드를 가져가는게 조금씩 늦어져서 박유성의 부담이 조금씩 생겼고요.]

[오죽하면 8승 중에 절반인 4승에 박유성 선수의 결승 타점이거나 득점이 기록 되었겠어요.]

답답하면 내가 친다를 가장 잘 보여주는 타자가 바로 유성이었으니 해설진들은 잊을만하면 유성을 칭찬했다.

[그러고보면 타자로 출전한 경기도 일단 오늘 경기를 제외하면 투수로 8경기에 좌익수로 17경기로 25경기에 출전하였네요.]

[그리고 체력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모두 9번 타자로 출전했죠.]

덕분에 유성의 타석은 아직 100타석도 안되는 상태였는데 그래도 4할이 넘는 타율과 함께 7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단순 계산으로 20홈런은 물론이고 몰아치기가 된다면 30홈런도 노려볼만한 페이스를 보이고 있었다.

"어렵구만 어려워."

몬테로의 상태가 여전히 불안했다.

데이빗 로스가 준비 중이었기에 조 매든 감독이 움직이면 바로 교체가 되겠지만 유성은 이런 상황이기에 더욱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았다.

'어렵지만 해결 못할 경기는 아니야.'

목표의 7이닝은 아슬해졌지만 6이닝이라면 문제 없었다.

그렇게 3회를 다시 무실점으로 마무리한 유성은 좀 더 편안한 피칭을 위해서 3회 말에 찾아온 자신의 타석때 시즌 8호 홈런을 때려내며 격차를 더 늘려버렸다.

[점수가 애매하다 싶으니 본인이 직접 격차를 늘려버리는 박유성입니다.]

[정말이지 감탄 밖에 안 나오는 타자입니다. 시즌이 겨우 1/4 정도 진행 되었기에 지금 이야기하기에는 성급한 이야기지만 30홈런도 노려볼만하다고 생각 되네요.]

[투타겸업을 하면서 10승과 10홈런을 기록한 경우는 베이브 루스 이후 수십년간 없었던 일이죠. 그런데 박유성의 페이스는 아예 20승과 30홈런을 기록할 분위기니 더 이상 이 선수에게 해줘야할 칭찬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입니다.]

베이스 루스는 보통 역사상 가장 뛰어난 타자 정도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가 투수로 활약하던 시절에 1점대 방어율과 20승을 기록한 시즌이 있을 정도로 투수로만 활약했어도 올타임 넘버원이 가능했을 선수였다.

팡!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 유성은 시즌 9승째에 도달하게 된다.

다시 말해 지금의 페이스라면 유성은 베이브 루스 이후 대략 1세기만에 10승과 10홈런을 달성한 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와중에 4회로 접어든 이후부턴 유성은 이전 이닝보다 편안하게 공을 던질 수 있었다.

몬테로와 논의를 통해서 조 매든 감독이 몬테로를 빼고 데이빗 로스를 포수 위치로 보냈기 때문이었다.

[3이닝동안 50구 가까이를 던졌지만 이후 2이닝에선 단 20구만을 던지면서 5회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70구가 조금 안되는 투구수를 유지하게 된 박유성입니다.]

[압도적이네요. 포수 리스크를 감당하고 있었음에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포수가 바뀐 뒤에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다저스 타선을 그야말로 농락하면서 찍어 누르고 있습니다.]

어느덧 유성의 연속 무실점 이닝은 65이닝째로 늘어나게 되었다.

[59이닝의 기록을 깨는데 28년이 걸렸는데 65이닝은 몇년이나 걸릴까요?]

[글쎄요... 일단 60이닝에 도달하는거부터가 수십년은 걸릴꺼 같네요.]

그러나 이러한 기록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 것이었다.

6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유성이 마지막 이닝인 7회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왔으나 이번에는 내야진에서 실책이 나오면서 선두 타자를 출루 시키고 말았고, 여기서 또 다른 실책까지 겹치며 유성은 순식간에 무사 1,3루의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오늘 박유성 선수가 실책으로 고통 받는 장면이 많군요.]

[지금 집계된것만 4개째네요. 신께서 박유성이 더 이상 기록을 이어가는걸 허가하지 않는다는듯 실책이 멈추지를 않네요.]

[그런데 만약 실책으로 점수를 내주면 무실점 기록은 깨지지만 방어율 0은 그대로 유지하게 될텐데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

그때 타자가 유성의 공을 건드렸는데 하필이면 유성에게 그대로 향하며 순간 모두가 말 없는 비명을 지를뻔한 상황이 나왔다.

"2루!"

반사적으로 자신에게 날아온 공을 잡아낸 유성은 바로 홈으로 공을 던지고는 2루를 외쳤고, 공을 받은 포수도 바로 2루로 송구를 하였다.

[박유성의 슈퍼 캐치! 더블 플레이가 나옵니다!]

[위기를 다시 한번 해쳐나가는 박유성입니다!]

이걸로 실책으로 보냈던 주자를 모두 처리했다.

그러나 타자는 아쉽게 잡지 못하면서 2사 1루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후..."

워낙 다급한 상황을 넘겼기에 유성은 심호흡을 하고는 다음 공을 던졌다.

그러나 극도로 보기 드문 실투가 이 순간에 나오면서 타자가 기다렸다는듯 배트를 휘둘렀다.

딱!

[쳤습니다! 외야에 떨어지는 안타!]

[1루 주자 혼신의 힘을 다 해서 2루 지나 3루로! 외야수 잡아서 내야로 바로 보냅니다!]

[바로 홈으로! 주자도 3루 지나서 홈으로 향합니다!]

둘 다 엄청난 속도로 홈으로 향했기에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으나 끝내 나온 결과는 긴 시간동안 이어진 대기록의 종지부를 알리는 다저스의 득점이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