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126화 (126/156)

# 126

Chapter 47 - 에이스 매치 (3)

5회 초 1아웃에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맞이한 버스터 포지와의 2번째 대결.

[어느덧 무실점 이닝은 55.1이닝으로 늘어났습니다.]

[포지를 잡아내고 이번 이닝도 안전하게 마무리하면 56이닝이 되겠고요. 거기서 4이닝을 더 던진다면 역사를 새롭게 작성하게 될겁니다.]

[마침 오늘 경기를 완봉으로 마무리 할 수 있다면 도달 할 수 있는 숫자죠.]

점차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자이언츠 타자들은 조금씩 다급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한 타석을 경험했음에도 4회에 맥 없이 타자들이 휩쓸려 나갔던것도 결국 대기록의 압박으로 인한 것이었으니 말이었다.

"역시 다르네."

포지는 달랐다.

팀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3,4번 타자도 부담감을 감추지 못하였기에 유성이 공략해냈지만 포지는 첫 타석보다 더 맹렬한 기세를 풍기며 유성의 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타 정도는 얼마든지 준다. 어차피 뒷타자를 막으면 되니깐.'

물론 어렵게 승부를 보는게 기본 전제였다.

여차하면 잡아버리는 수도 있었고, 실제로 유성은 안타를 내준다는 생각 이후론 포지를 막겠다는 생각으로 투구에 집중하였다.

2번째 타석의 초구는 포심이었다.

팡!

"스트라이크!"

그 구속은 100마일에 달했다.

'역시 이런 공은 상대하기 번거롭단 말이지.'

포심이 들어올꺼라는건 예상했지만 구속이 이렇게 나올줄 몰랐기에 포지는 함부러 스윙을 하지 못했다.

'예상은 90마일 중반이었지만...'

2번째 타석이었지만 포지는 은연중에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유성은 무엇이 되었든 역사를 작성할 것이라고 말이었다.

딱!

[파울! 스플리터를 가까스로 건드리는 포지입니다.]

[단번에 불리한 상황을 만들었네요. 그래도 상대가 상대인만큼 방심하면 안됩니다.]

3구째로 슬라이더를 사용하며 잠시 포지의 시선을 돌린 유성은 4구째로 곧 바로 승부를 보았다.

펑!

"스트라이크!"

[헛스윙 삼진! 97마일이 기록되는 고속 스플리터가 포지를 돌려보냅니다!]

[다시 한번 산을 넘긴 박유성입니다.]

포지를 처리하면 뒤는 쉬운 편이었다.

유성이 어떤 공을 던질지 타자는 알아내기 어려웠고, 가장 자주 던지는 포심도 쉴틈 없이 구속이 조절되었기에 유성은 5회 초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물론 6회 초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물론 범가너를 쉽게 넘을 수 없었기에 컵스의 타선도 5회 말에 잠잠했고 6회 말도 2아웃까지 잠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성에게 난관이 포지라면 범가너에게는 유성이 난관인 상황에서 맞이한 유성과 범가너의 2번째 대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팡!

바깥쪽 코스에 꽉차게 들어온 초구.

범가너라는 투수가 강속구로 승부를 보는 투수가 아닌것에서 알 수 있듯 구속은 칠만한 수준이었지만 그 컨트롤은 쉽게 덤벼들만한 것이 아니었다.

"역시 쉬운 공은 안 주네."

"당연하지. 첫 타석에도 결과를 만들뻔했으면서."

범가너의 공을 보고 포지에게 말을 걸어보았으나 포지는 어떻게든 유성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대화를 끊어버렸다.

"떠들 시간에 이거나 받아봐."

팡!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가 만들어졌다.

바깥쪽 코스에 이은 몸쪽 코스는 상대적으로 느린 구속을 가진 범가너의 공이 가진 위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었다.

포지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유성의 패턴을 읽어내지 못하면서 당했다.

그러나 범가너는 유성처럼 터무니 없을 정도로 다양한 패턴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았다.

딱!

"파울!"

[3구째를 아슬아슬하게 걷어내는 박유성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선 박유성 선수의 데이터가 적어서 모르겠지만 KBO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 상황은 골치 아프겠네요.]

4구째는 누가봐도 볼이었기에 유성의 선구안에 진작에 걸러졌고, 그것은 조금 더 아슬하게 들어온 5구째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주심의 존은 파악했지.'

보통의 심판이라면 잡아줬을 수도 있지만 오늘 주심은 아슬한 코스를 잡아주는 것에 인색한 편이었다.

덕분에 유성은 2스트라이크 상황을 2S-2B로 만들어내며 승부를 길게 끌고 갈 수 있었고, 6구째에서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딱!

[쳤습니다! 유격수 몸을 날리지만 타구가 더 높습니다! 안타! 긴 시간동안 이어진 무안타 상황이 6회 말에서 깨집니다!]

[타자는 1루에서 멈춥니다.]

드디어 고착 상태에 빠진 흐름을 바꿀 안타가 나왔으나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안타를 내준 범가너가 아쉬움을 강하게 표하기는 했으나 이내 표정을 바꾸고는 타자에게 정신을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발은 빠르지만 도루는 못한다.'

타자로 출전할때도 도루 시도는 딱 1번 밖에 없었다.

그만큼 유성도 리스크 있는 플레이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었고, 그나마 성공한 1회도 상대 배터리가 완전히 유성의 도루를 배제했기에 나왔을 정도로 유성은 안전하게 플레이를 했다.

'이렇게 셋포지션만 잡아줘도 움직일 수 없다.'

심지어 범가너는 좌투수였고, 리그 최고의 포수 중 하나인 버스터 포지가 홈플레이트 뒤에 앉아있었다.

그렇기에 어느정도 주자를 무시하고 범가너는 타자와의 승부에 좀 더 집중 할 수 있었다.

팡!

"안 뛰겠지만 말이야..."

초구가 스트라이크가 되는 것을 보며 유성은 리드 폭을 계산했다.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건 얼마든지 할 수 있거든."

2구째를 준비할때 유성이 리드폭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모두가 의문을 표했다.

정확히는 컵스 1루 코치를 제외하면 말이었다.

[자, 박유성 선수가 리드폭을 늘렸네요?]

[메이저리그에 온 이후로 도루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제대로 뛰면 30도루를 할 수 있다고 평가를 받던 선수니깐요. 뛰지 않더라도 저렇게 견제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갑자기 유성이 간격을 늘리면서 무시하고 있던 범가너는 물론 포지까지 유성을 잡아낼 수 있을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표본이 적은게 이럴때 골치 아프군.'

KBO 시절의 데이터도 투수 데이터를 확인한것이라 타자 데이터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의 기록 밖에 없었다.

"이런... 예상 외의 범위는 싫은데."

그래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유성이 직접 뛸 확률은 10%도 안된다는 것과 그 낮은 확률로 인해 구종 선택이 다소 제한 되었다는 것을 말이었다.

'일단 밀고 간다.'

아직 1스트라이크 상황이기에 사용할만한 레퍼토리는 많았다.

그렇게 2개의 공으로 2S-1B을 만들었을때 유성은 리드폭을 살짝 더 늘렸다.

팡!

"세이프!"

이것만큼은 용납 할 수 없었다.

포지가 따로 사인을 보낸 것은 아니었지만 투수로써 여기는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느낀 범가너가 드디어 유성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골치 아프군.'

이렇게 범가너의 시선이 돌아가버리면 컵스 타선을 상대하기 번거로워진다.

오늘 범가너의 컨디션이 좋아서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컵스의 타선은 절대 약한 타선이 아니었다.

범가너가 반응해버린 이상 포지도 조금 더 신중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고, 4구째는 주자 견제의 의도가 보이는 볼이었다.

"규격 외의 플레이어란 이런건가..."

"저녀석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막막하네요."

"그나마 다행인건 2아웃이라는 점이고 주자가 여전히 1루에 있다는거지."

결국 범가너와 포지가 기본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존재하였기에 약간의 사인 교환을 통해 의견을 정리한 범가너의 5구째가 결국 컵스의 1번 타자를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6회 말까지 마무리된 경기는 다시 8회 초로 순식간에 넘어가게 되었다.

[오늘 양 투수의 컨디션은 최고네요.]

[그러게요. 범가너가 1안타를 허용한걸 제외하면 안타는 커녕 출루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덕분에 경기 시작한지 2시간이 안됬는데 벌써 8회 초가 되었군요.]

[SF 자이언츠에게는 점차 위기가 다가오고 있지만요.]

어느덧 유성의 무실점 행진은 58이닝째에 도달했다.

오샤이저의 기록까지 남은 것은 단 1이닝에 불과했기에 포지를 3번째로 만나게 되었음에도 유성은 크게 긴장감 없는 모습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래. 여기까지 밀린거만 해도 우리가 졌지."

컵스 타자들은 대기록의 부담감이 크게 없었다.

8회까지 무득점으로 묶여있다는 점으로 인하여 이제는 긴장감이 생긴듯 하지만 초반부터 계속 유성의 무실점 기록을 의식해야했던 자이언츠 타자들은 말못할 피로감이 쌓여있었다.

팡!

"스트라이크!"

[결국 3타석 모두 삼진으로 묶이고 마는군요.]

[이걸로 삼진은 14개째인데요. 7회에 아쉽게 삼진을 못 얻어냈기에 20K를 달성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사실 시즌 치루면서 15K 이상을 기록하는것도 어렵거든요? 그런데 박유성 선수는 못해도 5번은 15K 이상 경기를 만들어낼 기세네요.]

오늘도 여전히 독보적인 유성의 탈삼진 능력 덕분에 어느덧 유성의 시즌 탈삼진은 100K에 근접하고 있었다.

사전에 협의했던 등판의 1/4 정도만을 등판했는데도 이정도이니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일부 컵스 인물 중에서는 전대미문의 경지에 대해 기대를 가진 사람이 나오기도 했다.

"뭐, 우린 항상 안 좋은 상황을 염두에 둬야하니깐."

"그래도 박유성이 당장 공략 당할 수준의 투수는 절대 아니죠."

"기록에 대한 부담감도 딱히 안 보이는걸 보면 멘탈도 튼튼하고 말이야."

그러는 사이에 유성은 다시 만난 포지에게 초구부터 99마일의 포심을 꽂아주며 유리한 볼카운트로 승부를 시작하였다.

"역시 돈 쓴만큼 화끈하단 말이지."

"덕분에 적은 투구수로 긴 이닝을 소화하죠."

"나이에 비해 많은 이닝을 소화한걸로 우려가 많았지만 저런 공격적인 피칭 덕분에 실제 투구수로 따지면 잘 관리 받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지."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에 시카고 컵스의 사장인 테오 앱스타인은 미리 유성이 대기록을 작성하는 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2구째 체인지업과 3구째 커터로 포지가 순식간에 2S-1B로 몰리자 그는 이제 유성이 대기록에 작성된 이름을 자신의 것으로 바꿀때까지 머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팡!

실제로 초중반에 아껴두었던 힘을 쏟아부은 유성이 102마일의 광속구를 꺼내들며 결국 포지를 힘으로 눌러버리며 8회 초 2아웃까지 만들어냈다.

딱!

"아..."

[8회 초 2아웃까지 온 상황에서 안타를 허용하고만 박유성입니다.]

[버스터 포지라는 난적을 넘겨서 순간 긴장을 풀어버렸던걸까요?]

[아무래도 포지 타석때 그만큼 심혈을 기울였으니 그 뒷타석은 상대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겠죠.]

경기 종료까지 아웃카운트가 4개 남은 상황에서 2번째 대기록이 무산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겨우 안타를 허용했을뿐 실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결국 그 다음 타자에게 삼진을 뽑아낸 유성은 끝내 오렐 허샤이저가 1988년에 세웠던 59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에 도달하였다.

[시청자 여러분, 박유성 선수가 28년만에 오렐 허샤이저가 세운 대기록에 도달한 선수가 나타났습니다.]

[사실 허샤이저가 이 기록을 세울때 무려 5연속 완봉승을 거두면서 이 기록을 완성했는데요. 박유성은 8경기에 걸쳐서 이 기록을 세우면서... 오늘 경기가 완봉으로 마무리된다면 2번의 완봉으로 대기록을 작성함과 동시에 갱신하게 되겠군요.]

어찌되었든 유성이 대기록에 도달하는 것을 허용한 자이언츠 타자들은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악몽이라고 한다면 아직 유성에게는 1이닝이 더 남아있다는 점이었다.

"어디 한번... 기록 좀 바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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