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
Chapter 47 - 에이스 매치 (1)
지난 경기에서도 대기록이 진행 중이었음에도 등판을 마무리했기에 다시 한번 그런 상황이 나오기를 빌었던 워싱턴 팬들이지만 9회 초에 유성이 다시 마운드에 오르자 한숨을 쉬었다.
"후..."
"대타로 나오는 녀석들이 과연 칠 수 있을까?"
"글쎄..."
8이닝동안 유성이 던진 공은 82구로 좀 길게 승부를 가져가더라도 100구 이전에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제는 아낄것도 없으니 그대로 밀고 가자고."
"그러지."
[어느덧 마지막 3개의 아웃카운트를 남긴 상황에서 8이닝동안 퍼펙트와 함께 18K 그리고 시즌 43이닝째 무실점을 기록 중인 박유성이 수 많은 기록을 완성하기 위해 9회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나열하기만 해도 엄청나군요.]
[잠시 후에 기록을 달성하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죠.]
9회의 선두 타자는 순서상 7번 타자지만 워싱턴이 사용 할 수 있는 카드를 전부 대타로 꺼내들면서 9회의 워싱턴은 사실상 클린업을 상대하는 것과 유사한 분위기였다.
팡!
그래도 마지막 이닝인만큼 더 이상 힘을 아낄 필요도 없었다.
9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성은 초구부터 100마일을 기록하며 타자를 차근차근 압박하기 시작했고, 연달아 들어간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선두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되게 만들었다.
[19번째 삼진! 데뷔 시즌에 이렇게까지 삼진을 잘 잡았던 선수가 있던가요?]
[전무하죠. 그러다보니 별 다른 부상 없이 시즌을 치룰 수 있다면 박유성은 신인왕은 물론 사이영상에 MVP까지 노릴겁니다.]
아직 5월이기에 평가가 이르다는게 다수의 의견이었지만 컵스 해설진인 그들은 팀의 선수이기에 유성을 지지하고 있었다.
신중하게 다음 타자에게도 빠르게 2스트라이크를 잡아내며 타자를 자신의 손아귀에 둔 유성은 고속 스플리터 꺼내들며 20번째 삼진까지 잡아냈다.
[20K! 저기를 보시죠! 컵스의 구장에 K가 20개가 붙게 되었습니다!]
[이 20K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6번째 20K입니다! 그리고 이제 대 기록의 완성까지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를 남겨둔 상황에서 21K째에 도전 할 수 있게 된 박유성입니다!]
- 설마...
- 경기마다 조짐을 보여주기는 했는데 진짜 하는건가.
이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시선을 때지못하고 마지막 대결을 지켜보았고, 뒤늦게 소식을 들은 사람들까지 TV나 인터넷 등으로 확인하면서 시청률이 급격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노히트 노런은 과거 노모 히데오가 기록한 것이 아시아 선수로써 최초입니다.]
[그때 쿠어스 필드에서 달성하면서 쿠어스 필드 유일의 노히트로 남아있기도 하죠.]
[그렇습니다. 구장은 다르지만 박유성 선수는 지금 한국을 넘어 아시아 선수 최초의 20K를 달성하였고, 이제 퍼펙트 게임까지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를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후..."
이미 경험해본 기록이라고 하지만 막상 이 순간이 다가오자 유성은 땀이 나고 있는걸 깨달았다.
땀을 살짝 닦아낸 유성은 초구로 과감하게 커터를 꺼내들었다.
본래 커터라는 구종은 땅볼 유도에 특화된 구종이었지만 유성의 손에 들어오면서 다른 구종들과 마찬가지로 구분 없이 사용이 되기 시작했다.
팡!
[이런 순간에 박유성은 초구로 커터를 던졌습니다.]
[볼때마다 느끼지만 간이 엄청 커요.]
[그러게요.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삼진으로 잡아낼 수 있다면 박유성은 역대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에 도달 할 수 있습니다.]
역사상 20K를 달성한 케이스는 오늘 유성까지 6번째였으나 최초로 20K를 달성한 투수는 좀 특별한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무려 16이닝동안 21개의 삼진을 잡아낸 것이었다.
즉, 유성이 이 삼진을 잡아낼 수 있다면 최대 탈삼진 타이 기록과 함께 정규이닝인 9이닝을 소화한 선수 중에선 가장 많은 삼진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었다.
2구째는 12 to 6 커브가 아닌 보통의 커브였고, 타자가 가까스로 그 공을 건드렸으나 타구가 뒤로 빠지며 파울이 되었다.
[파울. 이제 2스트라이크가 되었고, 단 하나의 공이면 대기록이 작성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끝을 볼까요?]
[글쎄요. 일단 투구수는 90개를 넘긴 상황인데요. 그러고보면 역대 최단 투구로 20K를 달성한 투수가 되겠군요.]
3구째는 스트라이크 존 위로 제법 벗어나는 높은 코스로 날아가는 투심이었다.
그러나 타자가 너무 얼어 붙어있던 나머지 제대로 반응조차 못하면서 이 공은 아쉽게 볼이 되고 말았다.
[움직이지도 않았네요. 긴장해서 그대로 멍 때렸던걸까요?]
[글쎄요. 아무튼 저 공을 참아낸 덕분에 우린 이 경기의 끝을 보기 위해 하나의 공을 더 보게 되었습니다.]
'얼었네 얼었어.'
이런 상황이 되자 벤치에 있던 컵스 선수들은 긴장감을 풀고 있었고, 심지어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들마저 몸에서 힘을 빼버렸다.
다만 다음 공을 던지기 전에 유성이 잠시 뒤에 있던 선수들을 슬쩍보자 다시 집중력을 끌어 올렸고 이내 유성이 4구째를 던졌다.
팡!
[삼진 아웃! 다시 한번 가만히 지켜본 가운데 101마일의 공이 정확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관통합니다!]
[경기 종료! 메이저리그 역사상 24번째 퍼펙트 게임과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을 완성하는 박유성!]
***
샌프란시스코
"어때?"
"골치 아픈 상대네."
"그렇지?"
시즌 6승째에 도달한 유성은 그날 달성한 퍼펙트 게임을 통해 무실점 기록을 44이닝까지 늘려버렸다.
그렇게 기세를 타기 시작한 유성은 다음 경기에서 다시 한번 피츠버그를 만났고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무실점 기록을 51이닝으로 늘렸다.
이렇게 되자 점차 많은 방송국들이 유성이 등판하는 경기에 이목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한국의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 어우 저런 놈을 3년만 상대했던 것도 천운이었네.
- 메이저리그 놈들은 최소 10년은 붙어야하니 어쩌면 역사상 첫 명전 가지 않을까.
ㄴ 아무리 잘 한다지만 이제 첫 시즌인데 묵묵하게 지켜봐야지.
"다음은 자이언츠인가..."
컵스와 유성의 다음 상대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였다.
"메이저리그가 이렇게까지 순탄하게 치루던 리그가 아니었는데..."
그렇게 유성이 생각할때 컵스 보드진이 움직였다.
시즌 초반부터 컵스의 선발진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다보니 조정이 필요 없었지만 유성에게 슬슬 휴식을 줄 타이밍이 되기도 했고, 5선발로 분류 되었던 카일 헨드릭스마저 왠만한 1,2선발급 포스를 보여주고 있었기에 컵스는 사실상 에이스급 투수를 4명이나 데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7경기 뿐이지만 이정도면 충분히 검증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렇죠."
보통 선발 로테이션 조정은 전반기가 마무리되고 후반기가 시작되기 전에나 진행된다.
그런데 컵스는 시즌의 1/4 정도가 진행된 시점에서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기존 에이스 역할을 하던 아리에타가 지난 시즌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레스터는 기대대로 해주고 있지만 에이스로 올리기는 아쉬운 상황이죠. 하지만 박유성은 다릅니다. 데뷔 시즌을 치루는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의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고, 퍼펙트 게임 이후에 높은 확률로 무너진 경기들이 많았는데 여전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렇다면 헨드릭스는?"
"그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조정해도 3선발 정도입니다."
유성에 비해 떨어진다고 헨드릭스가 에이스의 자격이 없는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성은 에이스로 올려보낼 수 밖에 없을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본인이 괜찮다고 해도 거액을 투자한 우리 입장에선 그가 좀 더 앞서서 나서주는게 좋습니다."
"흠... 좋네. 이야기 해보고 그러도록 하지."
조 매든 감독 입장에서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유성을 아껴두기 아깝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유성을 찾아가서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니깐 겨우 7경기 성적을 보고 절 1선발로 올리시겠다는거죠?"
"그렇네."
"그럼 바로 다음 경기부터 엄청난 경기가 되겠군요."
다음 등판 일정을 보고 있었기에 유성은 다음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유성의 동의가 있었기에 조 매든 감독은 유성의 등판 일정을 조정하였다.
그렇게 새롭게 조정된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유성은 SF 자이언츠 3연전의 마지막 경기에 등판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빨리 붙게 되었네."
조정된 로테이션 덕분에 유성은 생각보다 빨리 메이저리그의 위대한 투수를 만나게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절대 에이스인 매디슨 범가너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범가너라..."
당연한 이야기지만 등판 일정 조정으로 인해 유성은 타자로써 좀 더 많은 출전이 가능했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출전을 멈추고 투수로써의 등판을 준비했다.
투타겸업을 한다고 했지만 오타니와 달리 유성은 타자로써 정점에 도달한 경험이 있었기에 투수 분야에 더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내셔널리그라서 투수로 나설때도 타석에 서야하잖아?"
"그렇네..."
반대로 내셔널리그이기에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만큼 겸업을 위해 외야수로 출전하는걸 감안해야했다.
"AT&T 파크 등판은 처음이겠네."
"애초에 올해 데뷔했는데 왠만한건 다 처음이잖아."
"그렇지."
그렇게 경기에 나설 준비를 하는 가운데 범가너는 유성을 발견했다.
꽤나 뒤에나 맞붙을것이라 생각했는데 벌써부터 맞붙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저녀석의 대기록 막아낼 수 있을려나?"
"하다못해 8이닝에서 멈추게 만들면 타이 기록은 헌납해도 신기록 헌납은 안 하게 되지."
그들도 유성이 51이닝째로 늘려버린 무실점 기록을 의식하고 있었다.
"일단 저녀석을 막을려면 우리부터 제대로 해야겠지?"
"그래야겠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줄여서 SF 자이언츠의 홈에서 치루어지는 경기인만큼 범가너가 먼저 마운드에 올랐다.
"최고 구속은 95마일 정도지만..."
"2014년 포스트시즌의 전설에서 알 수 있듯 구속 이상의 능력을 가진 투수지."
어느덧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화자가 되고 있는 2014년의 포스트시즌은 범가너에 의한 범가너를 위한 범가너 그 자체의 시리즈였다.
'우리팀 전력상 와일드카드는 가능성이 없고...'
컵스는 그 어떤팀보다 포스트시즌이 유력한 팀이었고 시즌 개막 이후 계속 선두 유지를 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런만큼 유성도 범가너의 피칭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그렇게 빡빡한 일정을 범가너처럼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로 고민하였다.
컵스의 전력상 많이 등판해도 5,6경기 정도일것이다.
사실 그정도만 되어도 14년의 범가너와 맞먹을만한 기록을 쓸 수 있었다.
"역시 어렵네..."
"벌써 끝난거야?"
"그래, 가자고. 오늘도 치열한 투수전이겠어."
범가너의 1회 투구수는 단 11개.
그 말대로 치열한 투수전이 이루어지다못해 정규 이닝 내에 승부가 못날 가능성까지 존재했다.
"그래도 나한텐 이정도는 되어야 의욕이 더 불타오르거든."
그렇게 말하며 유성은 마운드에 올랐고, 1회 말 수비로 유성이 피칭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