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
Chapter 46 - 뉴 제네레이션 (6)
빠르게 5번 타자까지 처리한 유성은 6번 타자를 두고 잠시 타임을 요청했다.
[여기서 타임이 나오는군요.]
[바로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가는데요.]
"왜 그래?"
"페이스 좀 더 낮출려고요."
"지금도 적당한데 더?"
"네."
"음... 좋아."
지금도 유성의 구속은 90마일 중반에서 90마일 후반을 오가며 충분히 페이스 조절이 되고 있었지만 유성은 그보다 더 힘을 아끼기를 원했다.
팡!
[92마일(148km)이 나오는군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가장 느린 포심을 던졌군요.]
[가장 느린 공인데 왠만한 투수들 평균 구속이네요.]
[그렇군요. 그런데 왜 구속을 이렇게 낮추었을까요?]
[글쎄요. 짐작 가는건 오늘 경기를 길게 던질것이라는것 정도인데요.]
[최근 2경기만 봐도 투구수 여유가 많은데도 6,7이닝씩만 던지면서 조기에 등판을 마무리하기도 했고, 오늘 경기 전에 타자로 2경기씩 출전하던걸 1경기만 출전하기도 했으니...]
사실은 첫 대결만으로 다음 타석에 대한 계산을 끝냈기에 유성이 일부러 페이스 조절을 한 것이었다.
'의외로 워싱턴 타선은 상대할만해.'
하퍼나 나바스가 걸릴뿐이지 나머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실제로 구속을 더 낮추었음에도 워싱턴 타자들은 유성의 공을 건드리지 못하고 물러나야했다.
[구속을 낮춘만큼 조금 더 세밀한 컨트롤이 가능해졌고, 변화구들도 약간은 조절 됬지만 여전히 뛰어난 위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연... 5경기만에 박유성 선수는 이 무대를 적응한듯 합니다. 긴 시즌을 치루기 위해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조절을 하고 있는게 분명합니다.]
실제로 구속을 낮춘 이후에 순식간에 4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유성은 어느덧 3회 초까지 무실점으로 경기를 이끌어 가기 시작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3회 말의 타석에서도 활약을 펼쳤다.
[1사 1루 상황에서 박유성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오늘 박유성 선수에게 지지 않겠다는듯 좋은 피칭을 보이고 있는 곤잘레스인데요. 과연 박유성도 막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군요.]
경기수가 적지만 여전히 유성의 타율은 5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만큼 곤잘레스도 신중을 기하면서 유성을 상대하기로 했다.
팡!
"스트라이크!"
단 몇경기지만 유성이 초구를 지켜보는 확률이 70%가 넘어갔기에 점차 유성을 상대하는 투수들도 일정한 패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역시 투수의 기본은 빠른 공이지.'
사실 초구를 지켜보는건 투수의 컨디션, 체력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 투수의 상태에 따라 공격 패턴을 다르게 할 수 있는게 바로 유성이기 때문이었다.
'아직 3회 밖에 안되었으니 힘 좀 빼볼까.'
2구째는 살짝 빠지는 유인구가 날아오며 볼이 되었다.
이러한 점은 안 그래도 유성의 뛰어난 타격 능력에 고전하던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타구를 적극적으로 타격하려고 했기에 출루율이 높지는 않았지만 유성의 타석당 투구수는 꽤나 높았다.
[박유성 선수가 투수 능력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았지만 다이노스 시절에도 필요할때 점수를 뽑아내는 클러치 능력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마침 주자가 빠른 편이니 제대로된 타구 하나면... 해볼만 할겁니다.]
3구째가 다시 스트라이크가 되었으나 유성은 여전히 지켜보았다.
이런 모습을 보고는 투수도 포수도 해설진도 서로 머리를 굴리며 다음 상황을 생각했다.
[박유성 선수가 아무래도 승부를 길게 끌고 갈 생각인 모양이네요.]
[가만히 3개의 공을 지켜보았으니 아무래도 그렇겠죠?]
딱!
"파울!"
실제로 4구째가 들어오자마자 유성은 그 공을 쳐내며 파울로 만들었다.
회귀 이후로 자주 타자로써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유성의 타자로써의 재능은 최고 수준이었다.
파울이 된 것을 보며 유성은 가볍게 배트를 돌리며 타석에 들어섰다.
투수로써 유성이 빠른 템포로 투구를 하며 타자를 압박한다면 타석에서는 빠르게 투수에게 다음 공을 던지게 만들었다.
팡!
5구째는 볼 판정이 나오며 2S-2B이 되었다.
이렇게 승부가 길어지게 되자 곤잘레스는 어떤 공을 던질지 어려워졌다.
그러든 말든 유성은 볼은 걸러내고 존에 들어오는 공은 파울로 만들어내며 3개의 공을 더 던지게 만들며 승부는 순식간에 9구째로 이어지게 되었다.
[끈질깁니다. 곤잘레스로써는 이제는 승부를 피하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9개나 던지게 되면서 그마저도 어려워졌습니다.]
[9구째도 파울! 결국 10구째로 갑니다.]
보통 2명의 타자를 상대하는데 사용할 공을 1명에게 사용했다.
애초에 투구수에서 유성보다 조금씩 많은 상태였는데 여기서 이렇게 투구수 소모가 늘어나며 격차가 한꺼번에 벌어지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걸러야하나?'
이쯤되니 곤잘레스 입장에서는 머리가 복잡하다못해 이 승부를 피한다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포수는 여기까지 온 이상 끝을 봐야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승부를 요구했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10구째를 던지기 위해 발을 들어올렸고, 그 순간 풀카운트였기에 주자도 자동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딱!
[쳤습니다! 2루수 키를 훌쩍 넘기는 타구!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고 있습니다! 박유성의 안타!]
[주자 순식간에 2루 지나서 3루로! 외야수가 잡았지만 주자가 더 빠릅니다! 3루 지나서 홈으로 그리고 세이프!]
[0대0의 스코어가 3회 말에 마무리 됩니다! 박유성도 2루에 도달하며 2루타!]
- 3루 갈 수 있었을꺼 같은데
- 투수잖아. 무리 안 하는거지.
"잘했어."
"오늘도 제가 점수 뽑은거 같네요."
"뭐... 그렇기는 하네."
실제로 유성이 등판한 경기 대부분은 유성이 직접 선취점을 뽑아낸 경기였다.
워낙 유성이 뛰어난 타격을 보여주다보니 그렇게 된것이지만 팬들은 유성이 답답해서 내가 친다를 직접 시전한다며 환호를 보냈다.
- 이렇게 뛰어난 답내친은 처음 본다.
- 거의 모든 경기에서 이러고 있으니...
- 이러면서도 타자로 따로 출전해서도 계속 잘 치고 있음.
- 타자 시켰어도 엄청 잘했겠는데?
ㄴ 이미 홈런 타자의 자질도 보여주고 있잖아.
비록 유성을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하고 나머지 아웃을 내주고 말았지만 1점이라도 얻은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컸다.
4회 초로 넘어온 이닝에서 유성은 여전히 90마일 초반을 기준으로 워싱턴 타자들을 상대했다.
[곤잘레스는 꽤나 힘겨운 순간이 많았는데 박유성 선수는 구속을 낮추었음에도 2번째 타석을 순조롭게 소화하고 있네요.]
[네, 덕분에 하퍼 앞에 아무도 출루를 못하고 있어요.]
1,2번 타자는 거의 없는 존재 수준으로 유성의 공에 휩쓸려나갔다.
유성이 잊을만하면 구속을 급격하게 끌어 올려서 타자들의 허를 찔러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2번째 타석을 준비했던 하퍼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덤벼들었다.
딱!
[초구부터 스윙을 하지만 파울이 됩니다.]
[이번 초구는 96마일이 나왔네요.]
[아무래도 하퍼를 의식해서 구속을 낮추었던 것 같은데요.]
"빠른 승부는 나도 원하는거란 말이지."
팡!
순식간에 구속은 100마일까지 올라가며 하퍼의 헛스윙을 만들어냈다.
이런 상황이 되자 하퍼는 어렵다는듯 혀를 차며 자세를 잡았다.
겨우 2번의 대결로는 아무리 하퍼라도 완벽하게 유성을 대응할 수 없었다.
[박유성 선수의 상대가 더 어려운건 동일 패턴을 거의 안 쓴다는 점입니다. 당장 2스트라이크가 만들어진 시점에서 9개의 공을 사용할 수 있으니깐요.]
[9개의 공이면 포심까지 포함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박유성 선수는 타자의 허를 찌르면서 3구 연속 포심으로 삼진을 잡아낸 적이 많았거든요.]
- 하퍼가 3연속 포심에 당하는거 보면 엄청나겠는데?
- 아무리 그래도 설마 3구째도 포심일까
-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그 패턴은 메이저 입성 이후에 이미 보여준 패턴이지. 그래서 9개의 패턴에 포함 된거고.
9개의 패턴이라고 해도 간단했다.
유성이 가지고 있는 공 중에서 어떤 공을 던질 것인가를 정할 뿐이었고 상황에 따라 그 공들을 볼로 던지기 때문에 실상은 18개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뒷녀석에게 넘어갈 정보를 최소화 할려면 빠른 승부로 결판을 낸다.'
첫 타석 이후 유성의 관심사는 하퍼가 아닌 나바스였다.
그렇기에 하퍼에게 삼구삼진의 완승을 만들어준 3구째는 유성의 최고 구속인 103마일의 공이었다.
[여기서 103마일이 기록되면서 하퍼를 돌려세운 박유성! 이닝 체인지!]
[4이닝 무실점으로 점점 승리 요건에 다가가고 있군요.]
심지어 4이닝동안 던진 공은 42구에 불과하며 페이스 유지만 된다면 완봉까지 노릴 수도 있었다.
"쳇. 아주 가지고 노는구만."
"그 정도인가요?"
"내가 빠르게 가다가 당했으니 넌 신중하게 붙어라."
"그러죠."
그러고는 둘은 빠르게 수비를 하러 그라운드로 향했고, 잘 버티던 곤잘레스가 흔들리기 시작할때 실점을 최소화 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덕분에 하마터면 기울어질뻔 했던 경기는 2대0의 상황에서 5회 초로 이어지게 되었다.
[어느덧 5회로 접어든 경기. 오늘 데뷔전을 치루는 나바스의 2번째 타석입니다.]
[첫 타석에 놀라운 비거리의 타구를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요?]
[박유성 선수가 하퍼를 잡은 것에서 알 수 있듯 나바스에 대한 대비도 충분히 되었을겁니다.]
"길게 끌고 가야하나..."
"이번에는 어떻게 요리해야하나..."
나바스는 그 나름대로 유성을 상대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고, 유성도 나바스의 포텐을 알고 있기에 신중하게 초구를 골랐다.
포심을 던지는건 뻔한 시작이었으니 조금은 다르게 갈 필요가 있었고, 초구는 예상 외의 체인지업이었다.
비록 아슬하게 볼이 되었지만 충분히 타자의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공이었다.
"역시 구종 많은 투수는 골치 아프단 말이지..."
심지어 보통의 투수들과 달리 유성은 모든 변화구를 골고루 사용했다.
어느 하나가 만만해보이거나 공략 되려고 하면 순식간에 다른 구종으로 해결을 할 정도로 유성이 사용할 수 있는 패턴은 다양했다.
[2구째 슬라이더가 정확하게 존 바깥쪽 코스에 꽉차게 들어오면서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냅니다.]
[보통 강속구 투수들은 제구력이 떨어지는게 대부분인데 박유성 선수는 놀라울 정도의 완급조절과 함께 저런 세밀한 변화구 컨트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데뷔 시즌을 보내는 선수에게 이른 이야기지만 박유성 선수는 최고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팀마저 확실한 우승 전력이죠.]
비록 시즌 시작은 4선발로 하였지만 현재의 모습은 명백한 1선발이었다.
그 기세가 언제갈지는 모르지만 컵스 해설진은 지금의 유성을 1선발로써 대우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유성은 3,4구째를 연달아 던지며 2S-2B을 만들며 나바스를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이젠 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겠는데...'
앞선 4개의 공도 나바스의 예상과 전혀 다른 공들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4구째가 빠른 공이었기에 5구째에 연달아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었다.
데이터로도 없는 패턴이었지만 나바스는 그 자신의 직감으로 다음 공이 포심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실제로 유성의 5구째는 포심이 아니었다.
'좋아. 온다!'
5구째가 날아오는 것을 보자마자 나바스는 스윙을 시작하였다.
그의 예상으로 투심이나 스플리터로 생각되는 구종은 예상대로 날아오다가 변화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 변화는 나바스의 생각과는 다른 변화였다.
팡!
[헛스윙! 삼진 아웃! 여기서 커터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