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
Chapter 46 - 뉴 제네레이션 (5)
컵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대결은 4연전으로 치루어지게 되었다.
여기서 유성이 출전하는 경기는 그 중 3번째 경기였는데 컵스가 앞선 2경기에서 연승을 거두며 4연전 시리즈 중 절반을 먼저 가져가며 컵스가 우세한 분위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좋은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서 유성이 등판하였다.
[이 대결을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죠?]
[그렇습니다. 박유성과 하퍼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한쪽은 지난 시즌 MVP를 통해서 차세대를 넘어 현세대 최고의 타자로 뜨기 시작했고, 다른쪽도 이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최고의 재능의 등장을 알릴 것입니다.]
"선배"
"응?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나보다 먼저 올라왔는데 선배라고 안 하면 뭐라고 할까요?"
"...그냥 그런 호칭 말고 편하게 해."
"그럼... 형?"
"..."
컵스와의 경기를 치루던 중 내셔널스의 타선에 공백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워싱턴은 40인 로스터를 조정해서 마이너리그에서 슈퍼2 조항을 위해 아껴두고 있던 유망주를 조기에 콜업 시켰다.
"처음 보는 유망주가 데뷔전부터 4번이네?"
"저녀석은..."
"아는 녀석이야?"
"조금 알아."
"그럼 다행이네."
메이저리그는 실력이 가장 중요한 리그였다.
그 실력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세이버 메트릭스는 더욱 세분화 되어서 발전 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회귀 전에 유성이 보았던 저 선수는 MLB 역사상 가장 높은 WAR를 기록한 선수 중 하나였다.
'내가 알던거보다 빨리 데뷔하는군. 그래도 아직 미완성일때 만나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원래대로라면 다음 시즌에나 데뷔를 하는 선수였다.
그런데 벌써 데뷔를 한다는건 그만큼의 변수를 만들 수도 있었다.
먼 훗날의 일이지만 그는 하퍼 이상의 성적을 거두게 된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그는 지금의 유성보다도 어린 차후 야구사에 다시 없을 최고의 선수가 되는 선수 중 하나였으니 말이었다.
[하퍼가 현재 23세이고, 박유성이 21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데뷔하는 루키는 19세에 불과합니다.]
[그 이름은 카를로스 나바스로 중남미에서 온 내셔널스의 천재 유망주입니다.]
"천재 유망주?"
"중남미에서 온거치곤 피부색이 하얀데?"
[네, 알아본 바에 따르면 혼혈 선수라고 하는군요.]
[과연... 그나저나 데뷔전부터 4번 타자 자리에 배치하는건 도박이라고 해야할까요. 아니면 기대라고 해야할까요?]
[제가 볼땐 둘 다 해당하는거 같네요.]
이미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첫 시즌에 싱글A, 더블A를 모두 박살내버리면서 이번 시즌엔 트리플A에서 시작하게 만들었는데도 준비가 되었다는듯 마이너리그를 박살내고 있었다.
그런만큼 메이저리그에서 뛸 준비가 되었다는것을 알고 있기에 그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겨우 19살의 선수라는 점이 이런 기용을 도박수로 만들게 했다.
"물론 그동안 워크에씩에 문제를 보인적은 없지만..."
"다행인건 나바스가 하퍼를 잘 따르고 있다는거죠."
"하퍼도 안 그런듯 하면서 신경 쓰고 있고."
쉽게 말해서 워싱턴측에서는 두 천재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었다.
마침 4번 타자가 부진을 겪다가 부상으로 빠진만큼 대체 선수 관점에서도 충분히 기용할만한 카드이기도 했다.
"다행인건 오늘 경기가 우리 홈에서 열린다는거지."
아직 5경기 밖에 치루지 않았고, 그 5경기 모두 무실점으로 마무리했기에 구분이 되지는 않지만 유성은 보통의 선수들처럼 홈에서 뛰는게 조금 더 편했다.
이러한 사실은 사실 KBO 시절의 성적에서 알 수 있는데 KBO 첫 시즌에는 홈원정 구분 없이 1점대 방어율을 기록했었지만 두번째 시즌에는 홈에서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며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오늘은 좀 길게 던질려나?"
"일부러 타자 출전까지 조절했으니 작정하고 던지겠지."
1회 초 수비를 위해 유성은 먼저 마운드로 향했다.
컵스 수비진들을 이끌고 말이었다.
- 이야 카메라 잘 잡았네.
- 박유성 간지 쩌는거 보소.
먼저 마운드에 오른만큼 연습 투구를 던질 시간이 있었다.
그렇기에 마운드 상태를 확인하며 유성은 타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내 기대를 충족 시켜줄지 기대되는군."
"저녀석이 그렇게 신경 쓰여요?"
"어."
"흐음..."
선두 타자에게는 일부러 95마일로 구속을 낮추어서 상대했다.
아무리 워싱턴의 타선이 강하다고 하지만 오늘의 유성은 평소보다 더 정확하고 날카로웠다.
팡!
"스트라이크!"
[순식간에 삼구삼진! 선두 타자가 공을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하고 물러납니다!]
[구속이 낮은 상태로 시작하는데도 박유성 선수가 타자를 압도하고 있네요. 이정도면 박유성 선수도 메이저리그 적응을 거의 끝내고 있다고 봐도 되겠네요.]
사실 내셔널스는 시작부터 기세에서 밀리고 있었다.
팀의 대결에서 이미 컵스에게 2승을 내준 상태이고, 언론은 유성과 하퍼의 대결에 집중하면서 다른 선수들까지 평소보다 더 부담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컵스 선수들도 부담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유성이 지난 5경기동안 보여준 모습 덕분에 어느정도 안정적인 상태로 경기를 치룰 수 있었다.
이런 차이는 경기 초반부터 나타났고, 선두 타자를 손쉽게 처리한 유성은 2번 타자마저 2구만에 범타를 유도해내면서 단 5개의 공으로 2개의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과연..."
이제 하퍼가 타석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바스는 조용히 이야기했다.
"저녀석도 천재과로구만."
[드디어 이 두 사람이 만났습니다.]
[박유성과 브라이스 하퍼. 메이저리그 최고의 천재들이 지금 대결을 시작합니다.]
- 누가 이길까?
- 폼 올라오기 전이면 박유성이라고 하는데 요즘 하퍼 폼이 엄청 올라왔으니...
"일단 인사 좀 해야겠지."
팡!
"스트라이크!"
[여기서 오늘 처음으로 100마일을 넘겨서 102마일을 기록하는 박유성!]
[만나서 반갑다며 환영하듯 전력 투구를 한 박유성입니다.]
'좋아. 이렇게 나와야지.'
유성이 90마일 중반의 공을 던지면서 페이스 조절을 할때 하퍼는 알 수 있었다.
유성도 자신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었다.
그렇게 빠르게 머리를 굴린 하퍼는 유성의 타음 공을 예측하기 시작했다.
2구째로 들어온 공은 체인지업이었으나 볼이 되는 공이었기에 그 자신의 선구안으로 그 공을 흘려냈다.
이걸로 1S-1B이 만들어졌고, 적당한 유인구로는 하퍼를 잡을 수 없다는걸 유성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다음은 뭐냐. 역시 힘으로 덤벼주면 좋겠는데...'
"힘으로 눌러줘야겠군."
둘의 생각이 일치하였다.
물론 서로 알지 못했지만 3구째를 통해서 그들은 알 수 있었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좌측으로! 깊게 빠집니다! 파울!]
[101마일이 나왔는데 망설임 없이 오히려 기다렸다는듯 받아쳤네요.]
[이게 진짜 하퍼죠. 아무리 박유성이라도 쉽지는 않을겁니다.]
그러나 유성은 하퍼에게 집중하면서도 은연중에 뒤에 있는 타자를 확인했다.
'미완의 괴물을 잊으면 안되지.'
해설진이 보기에 둘은 지금의 승부에 모든걸 집중하고 있는듯 했지만 유성은 일부러 투구 시간을 조정하며 뒤를 살피며 다음 타석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팡!
4구째는 다시 한번 볼이 되었다.
그러나 아슬하게 볼이 된 슬라이더에 하퍼가 움찔했던 것을 곁눈질로 캐치한 유성은 마지막 공을 결정했다.
팡!
[5구째 헛스윙! 고속 스플리터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삼진으로 물러나는 하퍼!]
[여기서 고속 스플리터의 등장에 고개를 저으며 들어가는 하퍼입니다.]
그것으로 1회 초가 마무리 되었다.
그와 동시에 컵스 타선이 1회 말 공격을 위해 나섰으나 마찬가지로 삼자범퇴가 기록되며 순식간에 이닝이 마무리 되었다.
"스트라스버그랑 슈어저 빼면 관심 없다고 했던가? 나도 있다는걸 보여주지."
유성의 도발의 문제점은 오늘 워싱턴의 선발인 지오 곤잘레스까지 각성하게 만들어버렸다는 점이었다.
[오늘 곤잘레스의 공이 좋군요.]
[네, 빠르게 2회 초로 이어지는 가운데 선두 타자로 오늘 데뷔전을 치루는 루키가 워싱턴 내셔널스의 4번 타자로써 타석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마운드에 오르면서 그를 살짝 본 유성은 그에 대한 모든걸 떠올렸다.
"나바스..."
이젠 유성만 기억하는 미래였고, 그마저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면서 점점 달라지고 있었지만 유성이 기억하고 있는 모습대로라면 나바스는 미완성인 지금도 위협적인 타자였다.
실제로 경기 전에 확인한 마이너리그 자료만 보더라도 그 재능은 변함 없는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현재의 실력이 정확히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기에 신중을 기하며 초구는 바깥쪽 낮은 코스로 97마일의 공이 들어갔다.
팡!
"스트라이크!"
"제구 좋고."
그 공을 가만히 지켜본 나바스는 하퍼가 관심을 가질만한 투수답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퍼와 붙을때와 달리 이번에는 빠른 템포로 투구를 이어간 유성의 2구째는 12 to 6 커브였다.
딱!
"파울!"
[급격하게 떨어지는 커브에 하마터면 헛스윙을 할뻔 했는데 어떻게 건드려냈군요.]
[2스트라이크로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는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뭐... 박유성도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루키답지 않게 안정적으로 시즌을 치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쪽은 진짜 루키인만큼 마땅한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상황에서 3구째로 바로 끝을 보기 위해 던진 포심을 하퍼처럼 걷어낸 나바스는 4구째 승부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유성은 나바스의 대응 능력을 보고는 생각하고 있던 4구째를 바꿨다.
팡!
[4구째 헛스윙! 다시 한번 스플리터로 삼진을 잡아내는 박유성!]
[다만 이번에는 구속이 90마일 초반으로 내려갔네요.]
[고속 스플리터를 쓰게 됬다고 이전의 스플리터를 잊어먹지는 않았을테니깐요.]
메이저리그에 온 이후 유성의 기본적인 구종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12 to 6 커브나 고속 스플리터처럼 기존 구종을 개량한 구종을 사용하면서 실제 사용 가능한 구종을 3종류나 늘렸다.
12 to 6 커브와 고속 스플리터 그리고 아직 미완성의 개량 구종이었다.
다시 말해 유성은 6개 구종을 다룰 수 있는 투수지만 기존 구종을 개량한 덕분에 사실상 9개의 구종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
"불행 중 다행인가..."
아껴둔 카드를 전부 쓸 필요는 없을듯 했다.
그래도 구종의 차이를 벌써 보여준건 아쉽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메이저리그니깐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개량 구종의 준비 자체는 작년 KBO에서의 마지막 시즌부터 했지만 그걸 실전에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는데 메이저리그에선 매경기마다 생각 이상으로 가지고 있던 패턴을 빠르게 소진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3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오늘 경기에서도 1.1이닝 아니 5번 타자가 초구를 건드린게 내야 뜬공이 되면서 순식간에 오늘 경기도 1.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게 되었다.
"이거 올스타전 전에 하나 더 준비해야할지도 모르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