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
Chapter 46 - 뉴 제네레이션 (4)
5회 말 피츠버그의 공격은 앞선 이닝들과 마찬가지로 유성의 완벽한 피칭에 의해 무득점으로 마무리 되었다.
컵스가 2대0으로 리드를 잡은 상황이었기에 피츠버그로써는 어떻게든 따라가야하는 상황이었으나 5회까지의 결과는 유성에게 단 하나의 안타조차 때려내지 못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압도적으로 피츠버그를 눌러버리고 있는 박유성입니다.]
[이러면 피츠버그로써는 어떻게든 길을 찾아야하는데요.]
[문제는 주요 타자들이 전부 힘을 못 쓰고 물러나고 있죠.]
그런 상황에서 컵스가 6회 초 공격에서 추가점을 뽑아내면서 스코어가 7대0까지 벌어지고 말았고 이런 시간이지만 조 매든 감독은 불펜을 준비 시키기 시작했다.
"이정도 차이면 불펜 좀 돌려도 문제 없어."
아리에타가 지난 시즌에 비해 조금씩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고, 레스터와 래키도 기대만큼 이닝을 소화해주고 있었다.
5선발로 평가받던 카일 헨드릭스마저 4월에 리그 최고의 5선발이라 평가 받을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시말해 현재 컵스의 선발진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5선발이 돌아가는 선발진인 동시에 모두가 6이닝 이상을 꾸준히 소화할 수 있는 이닝이터들이었다.
반면 컵스의 불펜은 선발진에 비해 약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었고 실제로 선발에 비해서 성적이 아쉬운 편이었다.
"25인 로스터에 따라 보통 투수를 12명 넣는데 선발 5명이 깔끔하게 돌아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5명이 7명보다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일단 유성은 잠깐 사이에 6회마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확실하게 승기를 가져온 상태였다.
남은건 그대로 등판을 마무리할지 1이닝을 더 던질지를 정하는것 뿐이었다.
"겸업을 한다고 해도 2경기 연속으로 6이닝씩 소화하는건 좀 그렇네요. 7이닝은 해줘야죠."
"자네 의사가 그렇다면... 상관 없겠지."
더 던지더라도 지금 타순이라면 강정하와 한번 더 대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피츠버그의 중심 타선을 상대하는 것이기에 유성은 신중하게 마지막 이닝을 처리하기 위해 마운드로 향했다.
"그런데... 지금 박유성 기록 진행 중인거 같은데?"
"그러고보니..."
"왜 불펜을 준비 시킨거지?"
그건 시즌 시작 전에 유성과 조 매든 감독이 처음 만났을때로 돌아가야했다.
"계획은 알겠네. 그런데 자네가 제 실력을 보여준다면 대기록을 노려볼 수 있지도 않겠나?"
"뭐...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투타겸업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입장입니다. 여유가 있다면 대기록보단 관리에 우선해주시죠."
"그게 일생에 1번 밖에 안올 기회라고 해도?"
"비록 MLB는 아니지만 전 이미 노히트와 퍼펙트를 모두 해봤습니다. 물론 MLB에서 대 기록을 세우면 좋겠지만 그렇게까지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우승 반지를 준다면 얼마든지 던지겠지만 말이었다.
그런 전개가 되었기에 조 매든 감독도 부담 없이 유성을 7이닝만에 내릴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팡!
"스트라이크!"
[여전히 100마일이 기록되는군요.]
[불펜의 움직임으로 봤을때 이번 이닝이 마지막 이닝일 가능성이 보이는군요.]
[그러게요. 가끔 선수 중에는 경기에 집중한다고 전광판을 안 보는 선수도 있다던데 그래도 벤치에서는 기록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을텐데요.]
[아마 기록보단 선수 보호에 좀 더 힘을 쓰겠다는 의도인듯 합니다. KBO에서 3년간의 경험이 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첫 시즌을 치루는 21세의 어린 선수니깐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컵스 해설진은 제법 핵심을 파고 들어왔다.
그러는 사이에 유성은 피츠버그 타선을 계속해서 상대했다.
타자를 상대할때 많은 공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KBO 시절은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단 3구만에 매커친에게 삼진을 뽑아내며 오늘도 10K의 고지에 도달한 유성이었다.
"대단하군."
"이 페이스면 올해 데뷔한 신인이 300K를 기록할지도 모르겠군."
"...시즌은 기니깐 그 이야기는 아직이지만 엄청난 삼진 생산 능력인건 맞아."
수 많은 전문가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4월을 보냈지만 본격적으로 시즌이 치열해지는 여름에 페이스가 떨어진 선수는 수 없이 많이 보았다.
여름을 견뎌내더라도 투타겸업을 하는만큼 체력 소진이 빠르기에 시즌 막판에는 성적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유성이 몸값에 걸맞는 실력을 완벽하게 보여주었기에 전문가들은 신중하게 의견을 표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대타가 나오는군요.]
[하위 타순도 아니고 3번 타순에서의 대타는 꽤나 보기 희귀한 장면인데요.]
[네...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뭔가 불편해 보이네요.]
안 그래도 7점차라는 점수 차이로 인해서 피츠버그의 분위기는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부상으로 3번 타자가 갑자기 빠지게 되었으니 당연히 분위기는 더욱 침체 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피츠버그는 유성과 마찬가지로 올해 처음 빅리그에서 뛰는 루키를 대타로 내세웠다.
'데이터에 없던 친구인데... 쿠탈라라고 읽나?'
회귀 전에도 들어본적 없던 선수다.
오늘이 데뷔 첫 타석이지만 차후에 몇번인가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다가 사라질 선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었다.
여기까지 올라왔다는것 자체가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1200명의 선수 중 하나라는 이야기였으니 말이었다.
[팀당 25인 로스터를 기본으로 합니다만 부상과 같은 이유가 생기면 40인 로스터의 선수를 끌어 올립니다. 메이저리그에 30개 팀이 있으니 따지자면 이 선수도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1200명의 선수 중 하나라는 이야기가 되죠.]
[그렇습니다. 최저 연봉부터가 50만불이던가요? 한국 돈으로 5억이 넘어가죠. 괜히 KBO로 오는 전직 MLB 출신들 연봉이 100만불을 가볍게 넘기는게 아닙니다.]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가 만들어졌다.
타자가 침착하게 공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쉽게 배트를 내지는 못하는 상태였다.
호흡을 고른 유성은 마지막 공으로 스플리터를 골랐다.
그렇게 날아간 스플리터에 계속 지켜보기만 하던 타자가 배트를 휘둘렀다.
딱!
[아, 쳤습니다! 이 타구는 큽니다! 중견수 빠르게 따라가는데요! 넘어가느냐? 넘어가느냐? 중견수! 중견수가 펜스 바로 앞에서 잡아냅니다!]
[엄청난 슈퍼 캐치입니다!]
"어우... 스플리터를 노리고 있었네."
어찌되었든 아웃이지만 긴장을 풀지 않고 있었음에도 타자는 저 멀리까지 타구를 보냈다.
이런 모습에 조금은 대충 살피고 있던 스카우터들도 자세를 바로 잡고 방금의 타구를 복기했다.
"마이너에서 2년 반을 뛰었나..."
"숙성도 적당히 되었고..."
그 어떤 특급 유망주라고 해도 마이너리그를 단 1경기라도 거치는게 암묵적인 관례였다.
물론 바로 메이저에 데뷔하는 유망주도 있지만 그런 유망주들은 그 이후 마이너로 내려가는게 대부분이었다.
유성의 경우 KBO를 마이너리그로 구분하면 3년간 단련 시킨걸로 구분이 되기에 스카우터은 유성이 갑자기 튀어나온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방금 타구는 우연은 아니지."
"그래, 정확하게 스플리터를 노리고 왔어. 파워가 살짝 모자라서 넘기지는 못했지만."
"그러고보니... 이걸로 박유성은 35이닝 무실점이군."
어느새 유성이 마지막 타자마저 정리하고 덕아웃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스카우터들은 점점 가까워지는 기록을 떠올렸다.
아직은 설레발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지금 유성의 페이스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으니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기록 갱신까지 남은 이닝은 24.1이닝.
경기마다 평균 7이닝을 소화하는 유성이 저 기록에 도전할려면 우선 3경기를 더 무실점으로 마무리한 뒤에나 도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아무튼 이걸로 시즌 5승째이기도 하군."
"타선까지 잘 도와주고 있으니 이 페이스면 20승도 우습게 하겠어."
"다른 성적만 따라주면 정말 데뷔하자마자 사이영상을 노릴 수도 있겠는데?"
"후반기에 얼마나 체력을 보존하고 있느냐가 관건이겠지만..."
현 메이저리그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이버메트릭스로도 유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할 필요했다.
"그나저나 박유성 다음 상대가 누구였지?"
"지금 일정이면 아마도..."
일정을 확인한 그는 순간 말문을 잃었다.
그 모습을 보며 다른 스카우터들도 따로 일정을 확인하고는 말문을 잃었다.
"생각보다 더 빨리 찾아왔군. 빅매치가 말이야."
그들이 보고 있는 화면에는 유성의 다음 상대가 워싱턴 내셔널스로 정해진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
"컵스라..."
한 남성이 배트를 놔두고 벤치에 누웠다.
"어이 벌써 훈련 끝난거야?"
"아니, 잠깐 쉬는거야."
잠시 스마트폰으로 다음 상대를 보고 있던 남성을 보던 또 다른 남성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지난 시즌 MVP를 수상한 이후로 의욕이 떨어지기라도 했나?"
"...아니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군."
"그러면 컵스와의 대결에서도 맥 없이 있을껀가?"
"아니. 이번에는 다를꺼야."
잠시 누워있던 그는 다시 배트를 잡고는 일어났다.
그리고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다시 훈련을 하기 위해 떠났다.
"생각보다 재미 있는 녀석이 있어서 말이야."
"...그거 좋은 소식이군. 그 브라이스 하퍼가 메이저를 흔들고 있는 슈퍼 루키 덕분에 의욕이 살아나다니 말이야."
그날 등판이 마무리되자마자 일부 언론이 컵스와 워싱턴의 매치를 조명하기 시작했고, 그 중에는 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루키와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를 휘저은 MVP의 대결에 집중하기도 했다.
[박유성 vs 하퍼]
[박유성이 흥미롭다는 브라이스 하퍼]
[MVP의 각성이 시작될 것인가?]
- 이거 박유성을 진작에 만나야했던게 아닌가 싶어.
- 그러게 말이야. 매치가 정해지자마자 하퍼가 갑자기 살아나기 시작했어.
- 2할 중반 치던 녀석이 갑자기 3할 중반으로 올라오다니 도핑도 아니고 뭐야?
ㄴ 그게 바로 라이벌의 필요성이지.
보통이라면 이렇게 관심이 집중되기 힘들겠지만 유성이 평소처럼 2경기를 타자로 출전하는게 아니라 1경기만 출전하면서 워싱턴전을 대비하기 시작했고, 하퍼도 유성이 피츠버그전을 마친 다음 경기부터 전경기 멀티히트를 포함한 급격한 타격감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하퍼가 몇차례 유성에 대해 이야기하자 유성이 대응하듯 입을 열면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하퍼? 물론 그는 어려운 상대죠. 하지만 제가 더 맞붙고 싶어하는 상대는 스트라스버그나 맥스 슈어저입니다."
역사상 최고의 재능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스트라스버그와 현 워싱턴 에이스인 슈어저는 지금의 유성이라면 충분히 상대할만한 선수들이었다.
- 어차피 하퍼든 누구든 0점으로 막아버릴테니 나랑 붙는 투수가 중요하다.
- 딱 맞네. 지금 가장 페이스가 좋은 투수다운 이야기야.
유성은 이렇게 설전을 펼치는걸 즐기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피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신경전으로 시작된 컵스와 내셔널스의 대결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