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
Chapter 46 - 뉴 제네레이션 (3)
유성이 시즌 4승째를 거둔 이후 며칠 후 4월이 마무리 되었다.
KBO에서도 그랬지만 매월이 마무리되면 MLB에서도 이달의 선수를 선정했다.
[내셔널리그 4월의 선수는 모두가 예상한대로 투수로 4경기 등판해서 4승과 함께 28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박유성 선수입니다.]
[투수로써의 기록만으로도 사실 확정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타자로 나서서 보여준 임팩트가 엄청났죠.]
내셔널리그 4월의 선수에 선정되면서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유성은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면 사이영상이 문제가 아니라 MVP까지 염두에 둘 수도 있을꺼야."
"그러게 말이야. 아무리 분석이 완전하지 않은 시즌 초반이라지만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군."
지난 경기에서 겨우 6이닝만 던지고 등판을 마무리했기에 유성은 다시 한번 2경기에서 타자로 나서며 비록 연속 멀티 히트는 깨졌지만 결정적인 쓰리런 홈런까지 때려내며 좋은 타격감을 계속 이어갔다.
그렇게 유성은 시즌 5번째 등판에서 피츠버그를 만났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보통은 특별히 신경 쓸 팀이 아닙니다만... 아 물론 우승을 노리는 컵스 입장에선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합니다.]
[박유성이라는 4월 최고의 선수의 존재가 오늘의 대결을 새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 중계진들은 시작 전부터 이 대결에 주목을 하였다.
컵스는 애초에 지난 시즌 지구 우승과 이번 시즌의 보강을 통해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였으니 관심을 가질법도 했지만 피츠버그는 한 선수에 의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원래 지난 시즌의 부상 판정에 따라서 6월 정도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회복 속도가 빨랐죠?]
[네, 드디어 피츠버그의 킹캉 강정하 선수가 복귀했습니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2번째 코리안 매치였다.
피츠버그의 홈인 PNC 파크에서 펼쳐지는 컵스와 피츠버그의 대결은 시작부터 많은 한국 교민들이 경기장에 찾아오며 뜨거운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2번 피츠버그의 선장 앤드류 멕커친, 3번 데이빗 프리즈, 4번 스탈링 마르테 그리고 5번 타자 위치에 드디어 돌아온 강정하 선수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강정하는 놀라운 데뷔 시즌을 보냈다.
포스팅 금액까지 합하며 4년 2천만불도 안되는 금액이었지만 피츠버그에선 킹캉이라 불리며 팀내 최고 타자 중 하나로 꼽을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이전에 있었던 이야기대로 컵스전에서 아쉽게 부상을 당하면서 첫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지만 생각보다 빠른 회복을 보여주며 오늘 메이저리그로 돌아오게 되었다.
"벌써 나와도 되는거에요?"
"되니깐 마이너리그 경기도 뛰고 폼 올려서 여기까지 올라왔지."
"하긴..."
시즌 시작 전에 한번 만난적이 있기는 했다.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그동안은 차후에 그가 어떤 일을 저지르는지 몰랐으나 이 미국 땅에서 그를 만나자 그가 차후에 저지르는 일을 깨닫고는 은연중에 신경 쓰고 있었다.
"요즘은 술 적당히 마시죠?"
"어우... 그 이야기 하지마라. 너한테 그렇게 당할줄은 몰랐다."
그들 사이의 이야기는 시즌이 끝난 뒤에 제대로 다시 하기로 하고 이내 각자의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이봐, 강. 저녀석 진짜 공략할 방법 없나?"
"KBO에서 첫 시즌에는 내가 우세였는데 두번째 시즌에는 살짝 밀렸어. 나라고 해도 저녀석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아."
"흠..."
피츠버그도 화재의 신인인 유성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작년에는 못 붙어봤지만 어찌되었든 붙어본 경험이 있는 강정하가 큰 역할을 하였다.
"히어로즈에서까지 데이터를 받아올줄은 몰랐는데."
"KBO팀의 분석이 좀 미흡했는데 히어로즈는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더라고."
그러고보면 과거 히어로즈에 있던 외국인 전력분석 팀장이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어디 갔는지도 모르지만 말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히어로즈에 있을때 저녀석한테 가르친게 꽤나 있었지."
"그랬나? 아깝군. 작년에도 큰 금액을 쓰고, 올해는 그보다 더 막대한 금액을 쓴다고 저런 가성비 선수를 데려오지 못했었는데..."
사실 유성을 영입하기 위해서 국제 유망주 영입까지 대거 포기했던 컵스였다.
차후 규정이 다시 개정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현 시점에선 어느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하면 유성처럼 규격 외의 어린 선수를 영입 할 수 있다.
"기준 금액을 넘어가면 다른 국제 시장에 나온 유망주를 영입할 수 없는데..."
"박유성이 지금 모습을 시즌 끝까지 보여주면 그정도는 손실도 아니지."
"그래."
그러는 사이에 원정 경기였기에 컵스의 선공으로 시작된 경기는 컵스의 첫 두 타자가 빠르게 아웃을 당하며 2아웃이 만들어진 상태였다.
"오늘도 초반에는 영 아니겠구만."
"설마 또 박유성이 시작하는건 아니겠지?"
"그런 소리 하지말라고 하고 싶은데... 그런 패턴이 자주 나와서 이거 참..."
결국 1회 초 공격에서 컵스는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그래도 안심할 수 있는 것은 1회 말에 마운드에 오르는 유성이 좋은 컨디션과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팡!
100마일(161km)의 구속은 어느팀에게나 효과적이고 위협적인 숫자였다.
피츠버그의 선두 타자도 이 구속을 보며 긴장감을 가지기 시작했을 정도였다.
'난 공 빠른 놈들이 싫어.'
안 그래도 빠른 공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야하는데 유성처럼 변화구가 다양한 투수는 난이도가 몇배로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2구째인 커브에 헛스윙을 하면서 그는 그 생각을 굳혔다.
'초반부터 흔들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군.'
그래도 집중력을 유지한 덕분에 3구째가 살짝 빠지는 유인구인 것을 알고 참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 주심의 존은 생각보다 넓었다.
"스트라이크!"
[가만히 지켜보면서 삼진! 살짝 빠진게 아닌가 싶었는데 존에 들어왔다고 판단했네요.]
1회 초에 컵스 타선을 상대한 피츠버그 투수는 바깥쪽 중심의 피칭을 했기에 확인하지 못했으나 유성은 몸쪽도 가뿐하게 던질 수 있는 투수였기에 오늘 주심이 몸쪽을 넓게 잡아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주심의 존을 파악하게 되면 제구 좀 한다는 투수들 입장에서는 공 던지는게 편해진다.
"좋아. 오늘은 몸쪽 코스다."
피츠버그의 선장이라 불리는 멕커친은 분명히 경계할만한 타자지만 몸쪽이라는 확실한 코스를 찾아낸 유성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팡!
"스트라이크!
[다시 한번 몸쪽을 공략해서 스트라이크를 만드는 박유성입니다.]
[한번은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2번 연속으로 같은 코스를 잡아줬다는건 오늘 주심이 저 위치는 스트라이크로 잡겠다는 이야기죠.]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피츠버그 벤치의 표정은 어두웠고, 반대로 컵스 벤치의 분위기는 좋았다.
안 그래도 뛰어난 실력을 갖춘 투수가 좋은 코스까지 찾았으니 오늘도 쉽게 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결국 유성은 1회 말을 단 11개의 공으로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경기를 2회로 넘겨버렸다.
그러나 컵스의 타선은 오늘도 초반에 잠잠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시 공을 유성에게 돌려버렸다.
"오늘도 내가 풀어야하나..."
일단 2회 말 수비가 우선이었다.
피츠버그의 4번인 마르테는 그렇게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몸쪽 코스를 쓰지도 않고 잡아낼 정도로 그에 대한 분석은 모두 끝난 상태였으니 오히려 유성이 집중해야하는 상대는 그 다음 상대였다.
[드디어 두 선수가 만나는군요.]
[박유성 대 강정하. 박유성은 올해 MLB에 입성하면서 4월의 선수 상과 함께 센세네이셜을 일으키고 있고, 강정하는 지난 시즌에 아쉬운 시즌 아웃을 당했지만 15홈런을 치면서 아시아 선수로써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죠.]
[그러고보면 한국 선수들이 은근히 기록 작성을 잘하는 느낌이네요.]
실제로 유성만 해도 데뷔전부터 기록을 작성했을 정도니 이 대결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인사 차원에서 하나 보시죠."
팡!
"...인사가 너무 과한데?"
101마일의 공은 강정하도 고개를 젓게 만드는 공이었다.
2구째는 빠르게 사인 교환을 마친 유성이 체인지업으로 구속 격차를 이용한 공략을 시도했고, 강정하도 30km가 넘는 격차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가 만들어졌다.
딱!
그러나 3구째로 던진 공에 반응한 강정하가 그 공을 걷어내면서 승부는 마무리 되지 않았다.
[지금 투심이었죠?]
[네, 구속도 그렇고... 변화도 투심이네요.]
[오늘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치루고 있습니다만 감이 죽지 않았네요.]
[박유성도 그렇지만 강정하도 한국 입장에선 기대되는 선수일겁니다.]
"저걸 걷어내나..."
그래도 아직 쓸만한 공은 많다.
4구째 커브가 날아들다가 뚝 떨어졌다.
하지만 생각보다 더 낮게 떨어지면서 아쉽게 판정은 볼이 되었다.
[박유성 선수의 커브가 KBO에 있을때보다 더 잘 떨어지네요.]
[듣고보니 그렇네요.]
[보통 이런 커브가 12 to 6라고 12시 방향에서 6시 방향으로 급격하게 움직인다고 그렇게 부르는 커브인데요. 메이저리그에 와서 커브를 한 단계 더 강화 시킨 박유성이군요.]
2S-1B의 볼카운트를 보면서 유성은 공을 손에서 굴리다가 그립을 잡았다.
그리고 강정하는 크게 헛스윙을 하며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그렇게 빠른 스플리터를 던지면 어떻게 치라는건지..."
무려 96마일이나 되는 고속 스플리터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와우, 스플리터가 96마일이나 나오네요.]
[이런 공을 아껴두었다니 놀랍네요.]
"코리안 매치 아니었으면 좀 더 아껴둘 공이었지만..."
유성이 메이저리그에서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유성은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는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KBO에서 조금씩 개량하며 진화 시킨 구종을 본격적으로 기용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강정하의 대결 이후 7개의 아웃카운터를 잡아내는데 단 15개의 공만을 사용하는 엄청난 절약 피칭을 선보였다.
강정하를 잡아낸 이후의 7개의 아웃 카운트가 의미하는 것은 4회까지 유성이 완벽하게 경기를 틀어막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3회 초에 컵스 공격때 설마하던 유성이 다시 한번 공격의 물꼬를 틀어내면서 2점을 뽑아내며 2대0의 스코어로 컵스가 우위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어진 5회의 2번째 대결.
수비 실책으로 아쉽게 주자를 보내면서 무사 1루 상황에서 만난 강정하는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다는듯 배트를 꽉 잡았다.
팡!
"큭!"
[헛스윙! 초구부터 스플리터를 꺼내든 박유성입니다!]
[이건 강정하라고 해도 예상하기 힘들었을겁니다.]
삼진을 잡았던 공을 그대로 초구로 쓴다.
예상 외의 피칭이지만 유성은 그걸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선수였다.
그리고 쉴틈 없이 이어진 2구째는 슬라이더로 강정하에게 연속해서 궁지에 몰리게 만드는 공이었다.
결국 강정하는 힘을 빼버렸다.
"하... 졌네."
팡!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과 함께 말이었다.